‘사선에 선 경찰들’ 일선 경찰서 무슨 일이…

잇단 죽음, 도대체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찰의 가혹한 업무 강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실태 점검 이후 대책을 마련한다고 말한 만큼 경찰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관의 높은 업무 강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부족한 인원, 성과 압박, 열악한 근무 환경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열흘 새
3명 사망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4시30분께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 A 경감이 동작대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A 경감은 반포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A 경감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경무과 소속 B 경감이 사무실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그는 결국 치료를 받다 지난달 27일 숨졌다. B 경감은 당시 뇌출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C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C 경위는 평소 업무 과중을 주변에 호소했으며, 사망 전 업무 부담에 따른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에는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20대 D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D 경사도 평소 가족들에게 업무 과중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일선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적 위주의 평가 문화 개선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과로사로 내몰리는 원인으로 지나친 실적 위주의 줄세우기식 평가와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꼽은 것이다.

경찰직협은 기자회견 당시 “자기 사건을 책임지고 끝내야 하는 책임수사제와 고강도 수사 감찰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초임 수사관들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 능력을 키울 새도 없이 사건 감축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수사 직무 관련 10% 극단적 선택
한 명이 매달 40건 이상 사건 맡아

이어 “장기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 운용 등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해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등 신설 등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현상은 수사 경찰의 업무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실적 위주 성과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C 경위는 주변 동료들에게 사건 과중으로 인한 고충을 꾸준히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인데 미친, 진짜 이러다 죽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사건은 쌓여만 가고” “(하반기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면) (사건)인계서를 써야 하는데 인계서도 못 쓸 만큼 열심히 했는데”라고 카톡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경찰관은 125명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6월 기준 12명이다. 특히 지역 경찰과 수사 직무 경찰의 비중이 두드러졌는데, 지난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찰관 극단적 선택 인원 125명 중 58명이 지역 경찰 직무(46.4%), 13명이 수사 직무(10.4%)에 해당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의 총 보유 사건 수는 4만8604건이었다. 이는 통합수사팀의 전신인 경제팀·사이버팀의 전년 동기(3만8096건) 대비 무려 1만건(26% 증가)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고소‧고발 건수로 보면 증가된 폭은 더 크다. 올해 1~5월 경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건수는 25만46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9646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사 인력은 같은 기간 3만7252명서 3만5917명으로 감소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사건 수가 늘어난 이유를 지난해 11월 시행된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을 꼽는다. 수사준칙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수사 지연 해소를 위한 단계별 수사기한 ▲검경의 송치 사건 보완수사 분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검경 협력 강화 방안 등 내용이 담겼다.

어쨌든
실적부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반려할 수 없도록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고소·고발 반려제를 운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연평균 170만건의 접수 사건 가운데 12만건을 반려해 왔다.

해당 12만건 중 10만건 정도는 악성 민원이나 근거없는 투서였지만 개정된 수사준칙으로 인해 고소·고발 뿐 아니라 진정·탄원·투서 등 수사 민원을 모두 받아야 하고, 접수 후에는 3개월 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통상의 고소·고발 수사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일선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일단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사건 각하를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된 셈”이라며 “‘이 접수가 말이 안 된다’를 증명하기 위한 수사도 해야 해 진짜 사건에 쏟을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인환 경찰청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계속 해왔던 업무이지만 최근 들어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 늘어난 것”이라며 “일선 경찰관이 맡고 있는 사건이 매당 40건 정도가 있는데 간단한 사건, 심지어 악성 민원과 같은 사건을 처리하느라 복잡한 사건을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 일선 형사팀장도 “사소한 민원 하나가 들어와도 일일이 응대해야 하고, 정작 중요한 사건을 처리할 시간은 부족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찰관 재량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사준칙 개정 이후 계속 대두됐다. 경찰청서도 지난 4월 격무 해소 방안으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을 추진했지만 법제처에서 개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 경찰직협 관계자는 “지난 4월 추진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 중 가장 중요한 고소·고발이 수사할 공공의 이익 등이 없는 경우에 대해 확대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악성 민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토로했다.

고소‧고발 
스트레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6~26일, 전체 31개 경찰서 가운데 1년 이상 장기사건이 많이 남은 경찰서 등 실적이 부진한 13곳의 현장점검을 계획한 바 있다. ‘과·팀장 역량 관리, 고의 방치, 수사 미진 사항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취지였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사건 전건 접수 이후 사건이 늘어나 수사관 부담이 커진 것을 이해하지만, 장기사건을 계속 둘 경우 오히려 시민들이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현장점검 실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현장점검은 이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관악서 C 경위의 지인 증언을 기록한 <사건진상파악보고서>를 보면, C 경위는 사망 직전 “(현장점검이 있는)월요일이 두렵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한다.


관악서의 한 수사관은 “현장점검을 위해서는 사건별로 수사가 장기화된 이유를 적고 정리해야 하는데 사건이 40~50개에 달했다면 이 과정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점검은 올해 내내 이어진 서울경찰청 차원의 지표 개선 압박의 일환이었다고 현장 경찰들은 설명한다. 지난 1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한 뒤 서울경찰청은 ‘장기사건(접수 뒤 6개월이 지난 사건) 비율’ ‘치안 고객만족도’ 등 지표 개선을 한층 더 강조해 왔다.

각 경찰서로 전해지는 ‘서울청장 메시지’서 치안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당부하거나, 장기사건 비율을 전국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며 ‘장기사건 집중 조사기간’(5월7일~6월28일)을 이전보다 강도 높게 운영하는 식이었다.

서울 관내 경찰서의 장기사건 비율은 지난 3월 11.1%에서 6월 6.7%로 3개월 만에 4.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이로 인한 현장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지난 5월 작성된 서울경찰청의 ‘장기사건 집중처리기간 운영 계획’을 보면 매주 단위로 경찰서별 장기사건 비율을 통계로 내 공개하고,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사부서 팀장은 지난달 대책보고회에도 참석해야 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미흡한 대책
실적 압박에 인력 부족 문제도

한 경찰 수사관은 “수사에 평균 석 달이 걸리는데, 매주 실적 통계를 낸다는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도 현장점검을 실시한 이유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장기 사건 비율이 3개월 동안 4.4% 감소했다지만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을 성과 위주로 압박한 결과가 아니냐”며 “정말로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면 전체 평균 처리시간은 69.71일에서 69.9일로 변화가 없다. 사건 처리의 신속성이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 식’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4.4%라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는다. 개별적으로 왜 특정 경찰서에 장기 사건이 많은지를 확인하고, ‘뭐가 문제인지 한번 들여다보고, 만약 인력이 부족하면 정원 조정을 해라’라고 지시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그렇게 지시하면 일선에겐 당연히 강한 압박이 된다. 현장의 애로사항이 뭔지 듣고, 구조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일선 경찰도 경찰관이기 전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지난 2월 발족한 경찰 조직재편의 핵심 신설조직인 기동순찰대에 인원을 충원하면서 수사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동순찰대는 도보 순찰 중심 범죄예방활동이 주요 업무로, 지역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직접 소통하며 발견된 문제들을 관계 기관들과 연계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경찰 조직이다.

여 위원장은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것이 국민적으로 치안에 체감을 하고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쪽으로(기동순찰대) 빠져나가는 인력 때문에 다른 수사, 다른 경찰에게 주는 나쁜 영향력을 상회할 만큼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지 분석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는 지도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죽음에 내몰리는 경찰관에 대한 보호 대책도 부족하다.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 치유를 위해 ‘마음동행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호 시설?
상담도 미비

경찰청은 지난 2014년 각종 사건·사고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경찰관들을 돕기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세웠다. 문제는 시설과 상담 인력 부족이다.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8개 시도청에 18곳 운영 중이다. 서울에만 보라매병원과 경찰병원 2곳이고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한 곳도 없다. 상담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다. 18곳에 근무 중인 상담사는 36명에 그친다. 강원과 충북, 제주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마음동행센터 1곳에 상담사는 단 한 명밖에 없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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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