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에 선 경찰들’ 일선 경찰서 무슨 일이…

잇단 죽음, 도대체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경찰의 가혹한 업무 강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선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실태 점검 이후 대책을 마련한다고 말한 만큼 경찰들의 처우 개선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경찰관이 쓰러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찰관의 높은 업무 강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부족한 인원, 성과 압박, 열악한 근무 환경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열흘 새
3명 사망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4시30분께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과 소속 A 경감이 동작대교서 한강으로 투신했다. A 경감은 반포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A 경감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9일에는 서울 동작경찰서 경무과 소속 B 경감이 사무실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그는 결국 치료를 받다 지난달 27일 숨졌다. B 경감은 당시 뇌출혈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과 소속 C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C 경위는 평소 업무 과중을 주변에 호소했으며, 사망 전 업무 부담에 따른 고충 등을 이유로 부서 이동을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에는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 소속 20대 D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D 경사도 평소 가족들에게 업무 과중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부에서는 열악한 근무 환경이 일선 경찰관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국경찰직장협의회(이하 경찰직협)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적 위주의 평가 문화 개선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극단적 선택이나 과로사로 내몰리는 원인으로 지나친 실적 위주의 줄세우기식 평가와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문제를 꼽은 것이다.

경찰직협은 기자회견 당시 “자기 사건을 책임지고 끝내야 하는 책임수사제와 고강도 수사 감찰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초임 수사관들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고, 수사 능력을 키울 새도 없이 사건 감축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수사 직무 관련 10% 극단적 선택
한 명이 매달 40건 이상 사건 맡아

이어 “장기사건 처리 하위 10% 팀장 탈락제 운용 등 수사관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가해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 등 신설 등에 따른 조직개편으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현상은 수사 경찰의 업무에 더욱더 어려움을 겪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실적 위주 성과평가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은 책임을 지고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며 “기동순찰대와 형사기동대를 폐지하고 인력을 원상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C 경위는 주변 동료들에게 사건 과중으로 인한 고충을 꾸준히 토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C 경위는 생전 동료들에게 “사건이 73개인데 미친, 진짜 이러다 죽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으며 “사건은 쌓여만 가고” “(하반기 인사에서 다른 곳으로 나가려면) (사건)인계서를 써야 하는데 인계서도 못 쓸 만큼 열심히 했는데”라고 카톡을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직 경찰관은 125명이다. 연도별로는 2019년 20명,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6월 기준 12명이다. 특히 지역 경찰과 수사 직무 경찰의 비중이 두드러졌는데, 지난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경찰관 극단적 선택 인원 125명 중 58명이 지역 경찰 직무(46.4%), 13명이 수사 직무(10.4%)에 해당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서울청 산하 31개 경찰서 수사과 통합수사팀의 총 보유 사건 수는 4만8604건이었다. 이는 통합수사팀의 전신인 경제팀·사이버팀의 전년 동기(3만8096건) 대비 무려 1만건(26% 증가)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고소‧고발 건수로 보면 증가된 폭은 더 크다. 올해 1~5월 경찰이 접수한 고소·고발 건수는 25만46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9646건)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수사 인력은 같은 기간 3만7252명서 3만5917명으로 감소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사건 수가 늘어난 이유를 지난해 11월 시행된 법무부의 수사준칙 개정을 꼽는다. 수사준칙 개정안에는 ▲수사기관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수사 지연 해소를 위한 단계별 수사기한 ▲검경의 송치 사건 보완수사 분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사법통제 기능 강화 ▲검경 협력 강화 방안 등 내용이 담겼다.

어쨌든
실적부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반려할 수 없도록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06년부터 고소·고발 반려제를 운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연평균 170만건의 접수 사건 가운데 12만건을 반려해 왔다.

해당 12만건 중 10만건 정도는 악성 민원이나 근거없는 투서였지만 개정된 수사준칙으로 인해 고소·고발 뿐 아니라 진정·탄원·투서 등 수사 민원을 모두 받아야 하고, 접수 후에는 3개월 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을 통상의 고소·고발 수사 절차를 밟아 처리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일선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일단 모든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사건 각하를 위한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업무가 추가된 셈”이라며 “‘이 접수가 말이 안 된다’를 증명하기 위한 수사도 해야 해 진짜 사건에 쏟을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인환 경찰청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계속 해왔던 업무이지만 최근 들어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 늘어난 것”이라며 “일선 경찰관이 맡고 있는 사건이 매당 40건 정도가 있는데 간단한 사건, 심지어 악성 민원과 같은 사건을 처리하느라 복잡한 사건을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 일선 형사팀장도 “사소한 민원 하나가 들어와도 일일이 응대해야 하고, 정작 중요한 사건을 처리할 시간은 부족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찰관 재량권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을 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수사준칙 개정 이후 계속 대두됐다. 경찰청서도 지난 4월 격무 해소 방안으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을 추진했지만 법제처에서 개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 경찰직협 관계자는 “지난 4월 추진한 사건 각하 요건 확대 방침 중 가장 중요한 고소·고발이 수사할 공공의 이익 등이 없는 경우에 대해 확대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악성 민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전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고 토로했다.

고소‧고발 
스트레스

가장 큰 문제는 실적에 대한 압박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6~26일, 전체 31개 경찰서 가운데 1년 이상 장기사건이 많이 남은 경찰서 등 실적이 부진한 13곳의 현장점검을 계획한 바 있다. ‘과·팀장 역량 관리, 고의 방치, 수사 미진 사항 여부 등을 점검한다’는 취지였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사건 전건 접수 이후 사건이 늘어나 수사관 부담이 커진 것을 이해하지만, 장기사건을 계속 둘 경우 오히려 시민들이 권리를 침해당할 수 있다”고 현장점검 실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현장점검은 이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관악서 C 경위의 지인 증언을 기록한 <사건진상파악보고서>를 보면, C 경위는 사망 직전 “(현장점검이 있는)월요일이 두렵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고 한다.


관악서의 한 수사관은 “현장점검을 위해서는 사건별로 수사가 장기화된 이유를 적고 정리해야 하는데 사건이 40~50개에 달했다면 이 과정이 매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점검은 올해 내내 이어진 서울경찰청 차원의 지표 개선 압박의 일환이었다고 현장 경찰들은 설명한다. 지난 1월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한 뒤 서울경찰청은 ‘장기사건(접수 뒤 6개월이 지난 사건) 비율’ ‘치안 고객만족도’ 등 지표 개선을 한층 더 강조해 왔다.

각 경찰서로 전해지는 ‘서울청장 메시지’서 치안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당부하거나, 장기사건 비율을 전국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며 ‘장기사건 집중 조사기간’(5월7일~6월28일)을 이전보다 강도 높게 운영하는 식이었다.

서울 관내 경찰서의 장기사건 비율은 지난 3월 11.1%에서 6월 6.7%로 3개월 만에 4.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이로 인한 현장 스트레스는 극심했다. 지난 5월 작성된 서울경찰청의 ‘장기사건 집중처리기간 운영 계획’을 보면 매주 단위로 경찰서별 장기사건 비율을 통계로 내 공개하고, 하위 10%에 해당하는 수사부서 팀장은 지난달 대책보고회에도 참석해야 했다.

높은 업무 강도에 미흡한 대책
실적 압박에 인력 부족 문제도

한 경찰 수사관은 “수사에 평균 석 달이 걸리는데, 매주 실적 통계를 낸다는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고 말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도 현장점검을 실시한 이유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장기 사건 비율이 3개월 동안 4.4% 감소했다지만 일선 경찰서 수사관들을 성과 위주로 압박한 결과가 아니냐”며 “정말로 성과가 있었는지 살펴보면 전체 평균 처리시간은 69.71일에서 69.9일로 변화가 없다. 사건 처리의 신속성이 ‘아랫돌 빼서 윗돌 막기 식’이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4.4%라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는다. 개별적으로 왜 특정 경찰서에 장기 사건이 많은지를 확인하고, ‘뭐가 문제인지 한번 들여다보고, 만약 인력이 부족하면 정원 조정을 해라’라고 지시를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그렇게 지시하면 일선에겐 당연히 강한 압박이 된다. 현장의 애로사항이 뭔지 듣고, 구조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일선 경찰도 경찰관이기 전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지난 2월 발족한 경찰 조직재편의 핵심 신설조직인 기동순찰대에 인원을 충원하면서 수사 인력이 부족해졌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기동순찰대는 도보 순찰 중심 범죄예방활동이 주요 업무로, 지역주민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직접 소통하며 발견된 문제들을 관계 기관들과 연계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경찰 조직이다.

여 위원장은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것이 국민적으로 치안에 체감을 하고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실효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쪽으로(기동순찰대) 빠져나가는 인력 때문에 다른 수사, 다른 경찰에게 주는 나쁜 영향력을 상회할 만큼 좋은 효과를 내고 있는지 분석하고 정책을 변화시키는 지도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죽음에 내몰리는 경찰관에 대한 보호 대책도 부족하다. 경찰의 직무 스트레스 치유를 위해 ‘마음동행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호 시설?
상담도 미비

경찰청은 지난 2014년 각종 사건·사고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경찰관들을 돕기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세웠다. 문제는 시설과 상담 인력 부족이다. 마음동행센터는 전국 18개 시도청에 18곳 운영 중이다. 서울에만 보라매병원과 경찰병원 2곳이고 나머지 지역에는 각각 1곳씩 운영하고 있다. 세종시에는 한 곳도 없다. 상담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다. 18곳에 근무 중인 상담사는 36명에 그친다. 강원과 충북, 제주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마음동행센터 1곳에 상담사는 단 한 명밖에 없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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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