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멈추는 지하철 원인 보니…

고장·사고 늘어도 출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시내 지하철의 노후화율이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66.2%다. 이로 인한 무정차 통과및 차량 연기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정부는 침묵 중이다. 예산 배정 의무가 있는 정치권도 관심 밖인 건 마찬가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이 개통된 지 50년이 지났다. 반세기가 지난 만큼 시설물과 구조물의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이하 예결위)는 지하철 노후화 보수에 예산 배정을 해마다 건너뛰고 있다.

노후화율 66%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발로 통하는 도시철도서 크고 작은 사고가 매년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 발생했던 사건은 지난 1일 오전, 출근길 3호선 도곡역과 대치역 사이의 선로서 작업 중이던 특수차량서 연기가 발생해 열차 운행이 임시 중단된 일이다.

지난 1일과 5일 지하철 9호선 흑석역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가 발생하면서 상하행선을 무정차 통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들은 리튬배터리 화재와 공조 기계실의 팬 벨트가 마모되면서 발생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 사이 서울지하철 1∼9호선서 발생한 안전사고 부상자는 2485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19년 671명 ▲2020년 457명 ▲2021년 482명 ▲2022년 584명이었으며 지난해는 291명(8월30일 기준)이 다쳤다.

계속되는 지하철 역사 및 전동차 사고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후화로 인해 발생한 사고다. 특히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 국내서 처음 운행을 시작했던 만큼 노후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시설의 노후화율(2023년 기준)은 66.2%며, 오래된 1~4호선의 노후화율은 73.1%에 달한다. 세부적으론 ▲구조물 37.4% ▲궤도 43.7% ▲건축물 39.3% ▲전철 전력 82.7% ▲신호제어 59.7% 등이다. 

실제로 최초로 개통된 서울역부터 청량리역까지의 역사는 벽면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천장에선 누수가 발생하는 일이 많다. 지하철을 타는 플랫폼 쪽에 설치된 환기구가 시민 머리 높이에 노출돼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현재 서울 전체 지하철역 275곳 중 105곳이 사용연수 30년을 지나 노후화가 심각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이 중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가 관리하는 지하철 중 노후화된 역사는 총 48개역이다.

관리 필요 역사 48개 
‘모르쇠’ 사실상 방치

이들 노후화 역사 중 지하역사는 31역, 고가역사는 17역으로 35년 이상 된 역사는 32역에 달하고 40년이 경과된 역사도 13역에 달한다. 이 중 리모델링이 진행된 역사는 ▲시청역 ▲종로5가 ▲동대문 ▲신설동역(1호선) ▲잠실새내역(2호선) ▲미아역 ▲쌍문역(4호선) 등 단 7개 역사뿐이다.


게다가 전동차의 내구연한도 한계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의 1~8호선 전동차 총 3667칸(량) 중 20년 이상 된 차량은 1767칸(48.2%)에 달했다. 특히 이 중에서 법적 최대 내구연한인 25년을 넘은 차량은 1078칸(29.4%), 30년 이상된 노후 차량은 402칸(11%)이었다. 

이 중 개량 및 개조를 통해 연장 사용을 한 차량은 1호선 64칸, 2호선 22칸이었다. 다만 개조를 통해 사용을 연장한 2호선 차량들은 연장 사용 기한마저도 이듬해에 끝나게 된다. 더불어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했던 4호선 차량은 신종 전동차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교공의 <2022년 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서울지하철 철도사고·운행장애 건수는 ▲2018년 7건 ▲2019년 7건 ▲2020년 10건 ▲2021년 22건 ▲2022년 17건으로 매년 증가하다가 소폭 감소한 상황이다.

해당 기간 유형별 발생 건수는 철도교통사고 10건(충돌 3건·탈선 4건·기타 3건), 철도안전사고 18건(철도 화재 3건·철도시설파손 2건·기타 13건), 운행장애 24건(20분 이상 운행 지연 21건, 무정차 통과 3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열차 고장·사고 원인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내구연한이 다 된 노후 전동차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보통 지하철 고장에는 인적·전기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와 연관이 있다”면서도 “분명 30년 이상 된 노후화 열차가 과도하게 배차돼 운행이 되면 고장은 잦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방치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시 ‘노후철’ 논란에도 뒷짐
재투자 2000억원도 부족 “지원 절실”

상황이 심각하지만 해결 상황은 요원해 보인다. 지하철역 노후화 개선 작업은 역당 최대 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라 국비 지원이 필수인데, 매년 국회 예결위서 사업이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교공 관계자는 “노후 역사 등 건축 분야는 추가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지원을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가서 지원해주는 것은 1~4호선의 경우 역사 내 전기, 신호, 통신, 궤도, 구조물 분야에 대해서는 사업비의 30%를, 국토부서 전동차는 2021년부터 사업비의 25%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서울시에서 이번 추경예산을 통해 4·7·9호선 전동차 증차에 178억원, 지하철 1~4호선 노후시설 재투자에 206억원, 시내버스와 지하철, 경전철 재정 지원에 897억원을 편성했지만 사실상 노후화된 전 차량 교체와 역사 리모델링에 사용되기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 검토 과정서 기존 예산안 항목인 ‘도시철도 노후시설 개선사업’ 또는 ‘도시철도 노후차량 개선 지원사업’ 등에 예산을 증액하거나 신규 사업을 편성하는 방안을 놓고 종합적인 검토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지하철 예산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관할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서 관여하지 않지만 심각한 노후화 상태를 고려해 주요 민생사업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검토 결과를 별도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정부서 검토한 자료는 올해 예산 국회 심의 과정서 참고자료로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도 서교공은 전기·통신·기계·신호·구조물·건축물 등 6개 분야 26개 사업을 진행해 노후 시설물에 대한 재투자를 실시한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이유 있다

총사업비는 1977억9500만원으로 국비 413억원, 시와 공사에서 각각 782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이 중 1377억4600만원은 1~4호선에, 600억4800만원은 5~8호선에 투입한다. 국비는 개통 후 30년 이상 경과한 1~4호선에 한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서교공 관계자는 “현재 계획한 예산을 모두 맞추기 위해 시와 협의했지만 필요한 금액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올해 시작이 무산된 노후화 시설 재투자 사업은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인 만큼 시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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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