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멈추는 지하철 원인 보니…

고장·사고 늘어도 출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시내 지하철의 노후화율이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66.2%다. 이로 인한 무정차 통과및 차량 연기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정부는 침묵 중이다. 예산 배정 의무가 있는 정치권도 관심 밖인 건 마찬가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시내 지하철이 개통된 지 50년이 지났다. 반세기가 지난 만큼 시설물과 구조물의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이하 예결위)는 지하철 노후화 보수에 예산 배정을 해마다 건너뛰고 있다.

노후화율 66%

이렇다 보니 시민들의 발로 통하는 도시철도서 크고 작은 사고가 매년 일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 발생했던 사건은 지난 1일 오전, 출근길 3호선 도곡역과 대치역 사이의 선로서 작업 중이던 특수차량서 연기가 발생해 열차 운행이 임시 중단된 일이다.

지난 1일과 5일 지하철 9호선 흑석역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연기가 발생하면서 상하행선을 무정차 통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들은 리튬배터리 화재와 공조 기계실의 팬 벨트가 마모되면서 발생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 사이 서울지하철 1∼9호선서 발생한 안전사고 부상자는 2485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2019년 671명 ▲2020년 457명 ▲2021년 482명 ▲2022년 584명이었으며 지난해는 291명(8월30일 기준)이 다쳤다.

계속되는 지하철 역사 및 전동차 사고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노후화로 인해 발생한 사고다. 특히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 국내서 처음 운행을 시작했던 만큼 노후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시설의 노후화율(2023년 기준)은 66.2%며, 오래된 1~4호선의 노후화율은 73.1%에 달한다. 세부적으론 ▲구조물 37.4% ▲궤도 43.7% ▲건축물 39.3% ▲전철 전력 82.7% ▲신호제어 59.7% 등이다. 

실제로 최초로 개통된 서울역부터 청량리역까지의 역사는 벽면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천장에선 누수가 발생하는 일이 많다. 지하철을 타는 플랫폼 쪽에 설치된 환기구가 시민 머리 높이에 노출돼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현재 서울 전체 지하철역 275곳 중 105곳이 사용연수 30년을 지나 노후화가 심각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이 중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가 관리하는 지하철 중 노후화된 역사는 총 48개역이다.

관리 필요 역사 48개 
‘모르쇠’ 사실상 방치

이들 노후화 역사 중 지하역사는 31역, 고가역사는 17역으로 35년 이상 된 역사는 32역에 달하고 40년이 경과된 역사도 13역에 달한다. 이 중 리모델링이 진행된 역사는 ▲시청역 ▲종로5가 ▲동대문 ▲신설동역(1호선) ▲잠실새내역(2호선) ▲미아역 ▲쌍문역(4호선) 등 단 7개 역사뿐이다.


게다가 전동차의 내구연한도 한계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의 1~8호선 전동차 총 3667칸(량) 중 20년 이상 된 차량은 1767칸(48.2%)에 달했다. 특히 이 중에서 법적 최대 내구연한인 25년을 넘은 차량은 1078칸(29.4%), 30년 이상된 노후 차량은 402칸(11%)이었다. 

이 중 개량 및 개조를 통해 연장 사용을 한 차량은 1호선 64칸, 2호선 22칸이었다. 다만 개조를 통해 사용을 연장한 2호선 차량들은 연장 사용 기한마저도 이듬해에 끝나게 된다. 더불어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했던 4호선 차량은 신종 전동차로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교공의 <2022년 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서울지하철 철도사고·운행장애 건수는 ▲2018년 7건 ▲2019년 7건 ▲2020년 10건 ▲2021년 22건 ▲2022년 17건으로 매년 증가하다가 소폭 감소한 상황이다.

해당 기간 유형별 발생 건수는 철도교통사고 10건(충돌 3건·탈선 4건·기타 3건), 철도안전사고 18건(철도 화재 3건·철도시설파손 2건·기타 13건), 운행장애 24건(20분 이상 운행 지연 21건, 무정차 통과 3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열차 고장·사고 원인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내구연한이 다 된 노후 전동차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보통 지하철 고장에는 인적·전기적 문제 등 다양한 문제와 연관이 있다”면서도 “분명 30년 이상 된 노후화 열차가 과도하게 배차돼 운행이 되면 고장은 잦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방치하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서울시 ‘노후철’ 논란에도 뒷짐
재투자 2000억원도 부족 “지원 절실”

상황이 심각하지만 해결 상황은 요원해 보인다. 지하철역 노후화 개선 작업은 역당 최대 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라 국비 지원이 필수인데, 매년 국회 예결위서 사업이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교공 관계자는 “노후 역사 등 건축 분야는 추가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지원을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가서 지원해주는 것은 1~4호선의 경우 역사 내 전기, 신호, 통신, 궤도, 구조물 분야에 대해서는 사업비의 30%를, 국토부서 전동차는 2021년부터 사업비의 25%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그나마 서울시에서 이번 추경예산을 통해 4·7·9호선 전동차 증차에 178억원, 지하철 1~4호선 노후시설 재투자에 206억원, 시내버스와 지하철, 경전철 재정 지원에 897억원을 편성했지만 사실상 노후화된 전 차량 교체와 역사 리모델링에 사용되기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해 예산안 검토 과정서 기존 예산안 항목인 ‘도시철도 노후시설 개선사업’ 또는 ‘도시철도 노후차량 개선 지원사업’ 등에 예산을 증액하거나 신규 사업을 편성하는 방안을 놓고 종합적인 검토에 들어가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지하철 예산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관할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서 관여하지 않지만 심각한 노후화 상태를 고려해 주요 민생사업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검토 결과를 별도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정부서 검토한 자료는 올해 예산 국회 심의 과정서 참고자료로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산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도 서교공은 전기·통신·기계·신호·구조물·건축물 등 6개 분야 26개 사업을 진행해 노후 시설물에 대한 재투자를 실시한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이유 있다

총사업비는 1977억9500만원으로 국비 413억원, 시와 공사에서 각각 782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이 중 1377억4600만원은 1~4호선에, 600억4800만원은 5~8호선에 투입한다. 국비는 개통 후 30년 이상 경과한 1~4호선에 한정해 지원할 예정이다.

서교공 관계자는 “현재 계획한 예산을 모두 맞추기 위해 시와 협의했지만 필요한 금액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올해 시작이 무산된 노후화 시설 재투자 사업은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인 만큼 시와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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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