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다단계 ‘워너비 저격수’ 예자선 변호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15 15:32:50
  • 호수 1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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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끄는 수사…피해자만 늘어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기인 걸)모르고 당한 피해자가 잘못 아닌가요?”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이 쉽게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 있다. 한국이 가상자산 사기의 ‘천국’이라는 것을. 예자선 변호사가 워너비데이터㈜ 피해자를 근거리서 보며 느낀 점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사기 공화국인 한국은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예자선 변호사를 처음 만난 장소는 대전의 한 식당이었다. 이 식당에는 워너비데이터㈜(이하 워너비) 피해자 20명가량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나이가 많았지만 젊은 사람도 있었고, 다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고 막막해했다.

중·장년층은 본인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더 이상의 확산을 막고 응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 예 변호사가 선두에 섰다.

<일요시사>는 피해자를 한 명씩 만나 어떻게 워너비에 투자하게 됐는지, 당시 사용했던 통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취재했다. 예 변호사는 피해자들을 만난 뒤에는 워너비 피해자들의 의견을 모아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한편, 다단계를 없애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한지 연구한 끝에 직접 고발장을 작성해 접수했다.

저서 <카카오는 어떻게 코인을 파는가? 지금부터 질문을 시작하겠습니다>와 <블록체인과 코인 누가 돈을 버는가>의 저자인 예 변호사는 수원지검 검사, 예금보험공사 변호사, 카카오페이 법률 실장 등을 거쳐 현재는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의 금융사기감시센터 소장이다.

지난 9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서 예 변호사를 만나 워너비를 접하고 겪은 일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예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워너비데이터㈜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는데?

▲워너비의 엑소좀 화장품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이다. 희소식이긴 한데, ‘죄명을 수집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발장 접수는 이미 지난 1월에 했는데, 아직 구속되지도 않았고 사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니 다단계 사기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공정위 심의 과정서 또 워너비가 사기 친 것을 알게 됐다. 워너비 지점장이란 사람이 자신이 피해자를 돕겠다며, 워너비에 가압류를 걸어 피해자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단다. 자기에게 맡기라고… 그런데 그 과정서 돈이 필요하다며 1억원을 받았다. 당연히 아무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돈을 떼어먹었다.

-워너비에 개입하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지난 2월에 소지섭이 광고했고 금감원이 수사 의뢰를 했다는 워너비 기사를 봤다. 이후 여름에 압수수색을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호기심에 찾아봤더니 변호사가 자문 변호사라고 돼있었다. 이러면 사기죄 공범이니까 황당했다.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는 A 목사가 있었는데, 워너비 대표가 그를 명예훼손, 손해배상으로 10억원을 청구했다. 원래 조직 사기는 제보자나 이탈자에게 명예훼손을, 담당 경찰을 직권남용죄로 고소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한다.

변호사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주장이지만, 어쨌든 대응해야 하는 사람에겐 상당한 부담이다. A 목사님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아 답변서를 써 드리는 과정서 워너비 피해자를 돕는 분들을 알게 됐다.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다양하다. 교회 신도인데 목사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뛰어든 사람, 금감원에 사기 코인 공익제보를 한 사람, 워너비 대표가 사기치는 것을 알고 말리려고 한 사람 등이다.

-워너비를 겪은 뒤 느낀 점이 많다는데?

▲기사가 나오면 이미 폰지 구조는 무너진 것이다. 모집 수당을 주면서 유인을 하는 단계가 지나서 투자자에게 돈을 주지 못해서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금감원의 수사의뢰 기사 이후 1년이 되어 가도록 (담당자만 바뀌고) 아무 소식이 없었다. 계속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써 달라고 하기에 수사와 처벌에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했다.

워너비 사기 피해 알리던 목사
10억 고소 돕다 아예 뛰어들어

또, 피해자가 고소하면 유사수신행위 위반으로 수사가 진행되는데 이건 겨우 징역 5년이다. 하지만, 본질은 투자사기로 회사 사업 설명해서 돈 받은 거 전체를 사기죄로 고발하면 된다. 어차피 국내 형법은 죄명이 여러 개라도 가장 무거운 죄를 기준으로 형량이 정해진다. 사기가 형량이 더 높으니 경찰이 유사수신행위를 추가하느라 불필요한 업무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경찰 수사가 바뀌어야 하는 점이 있다고?

▲워너비처럼 다단계 사기는 투자설명회를 여는데, 이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이 지나 사건이 터지고 전국서 고소장이 접수되는데, 고소가 한참 모이면 수사가 시작된다. 이 기간 동안 사기꾼들은 피해자에게 “오해다. 아무 일 없을 것”이라며 다시 사기를 친다. 정말 사업장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수사 담당자는 채팅방 메시지를 수집하고, 설명회 녹취록을 따고, 계보도를 작성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일은 많고, 효과는 없다. 업무가 이렇게 짜여 있는 것이지, 경찰이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재판으로 넘어가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린다. 어쨌든 겨우 몇 명이 재판에 넘겨지면, 큰 사건은 기사화되지만, 재판도 질질 끌고 솜방망이 판결이 나온다.

-어떻게 바뀌는 게 좋을까?

▲방법은 있다. 조직적인 데다 피해자도 많고 난이도가 있는 범죄인데, 특성에 맞는 방법을 쓰지 않아 (수사가)더 어려운 것이다. 마약은 범죄 특성상 인지 수사를 한다. 다중 대상 투자 사기는 성격상 인지 수사로 사업자를 털어야 한다. 수사의 개시, 증거를 피해자 진술 중심으로 하는 것이 문제다.

투자 사기의 특징은 외부서 인지하기 쉽다는 것이다. 경찰은 제보를 받고 사업자의 설명 내용이 사기인지 확인하고, 법원은 사기 혐의가 있는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해 추가적인 행각을 중단시킨다. 피해자별 범죄일람표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사업의 사기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는 효과적 수사를 한다. 법원은 중형을 선고한다는 시나리오가 현행법상 충분히 가능하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단일 사기 범죄가 5억원 이상이면 징역 30년, 50억 이상이면 무기징역이 가능한데, 조직적 사기는 ‘상습’으로 볼 수 있어서 이런 경우 전체 피해금액을 단일 범죄로 볼 수 있다. 

-수사 방식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법원이 단순히 양형만 하는 것이 아니다. 형사 사법 시스템은 판결을 목적으로 수사업무가 짜여지는 일련의 과정이다. 경찰, 검찰, 법원이 머리를 맞대고 조직 사기를 없애기 위한 적용 법조, 입증 정도, 영장 발부 등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업무 방식과 인력 배치도 거기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같이 논의를 하지 않으니 바뀔 수 없다. 기관 간 논의는 정책적 문제로 대통령과 정치인의 영향이 크다. 공무원이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치권은 워너비 같은 다단계 사기 문제엔 관심이 없고, 근본적 원인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서 오히려 사기를 적극적으로 돕는 지경이다.

-사기를 돕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워너비는 가상자산 사기다. 블록체인 사업이라고 홍보하면서 지점에 가면 가상자산을 주겠다고 시작한다. 그렇게 돈을 모아 교수를 영입해 줄기세포 사기(엑소좀)를 추가한 것이다. 국낸에 가상자산 사기가 왜 이렇게 많을까? 거래량이 세계 1위 수준으로, 외신서 걱정하고 있을 정도인데 사후적으로 부정거래 행위를 감시해서 과연 막을 수 있겠나? 


당연히 사전 발행에 앞서 신고 절차를 두고 지키도록 하는 등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사기는 ‘남의 돈을 받을 때, 겉으로 A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B인 것’인데, 가상자산을 팔려고 표방하는 사업은 그것으로 돈을 벌 가능성이 없다. 사업자의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가상자산을 발행해 파는 것이 수입이다. 워너비처럼 모든 돈은 가상자산을 사는 사람들의 주머니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고소장 제출 7개월 ‘감감무소식’
“다단계 사기 설명회부터 막아야”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는 발행 규제, 거래소의 상장에 대한 책임 부분이 아예 없다. 거래소가 고객 예탁금과 개인정보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수사기관서 가상자산을 수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대형 거래소, 상장회사의 코인들은 다 봐주면서 잡 코인과 다단계 코인만 잡는 방법은 없다. 둘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사업계획을 심사하거나 상장 폐지됐다고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코인은 다단계 방법을 선택하지 않아도 사기칠 수 있다.

상장기업 코인인 위믹스 코인도 상장 폐지됐고, 카카오의 클레이 코인도 실컷 팔고 나서 네이버 코인 핀시아와 합병한다는 명분으로 없어졌다. 워너비의 경우, 전영철은 내세울 간판이 없으니까,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해 오프라인 조직을 이용해 “다른 사람 데리고 오면 모집수당 준다”고 했던 방법만 다른 것이다.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코인 생태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완전히 똑같다. 이러니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코인을 팔 때는 그냥 두고, 피해자 고소가 들어와야 고소를 모아서 수사하게 되는 것이다. 행정기관에서 ‘가상자산은 신고 후 팔도록’ 절차를 만들어야, 수사기관에서 미신고 가상자산의 ‘사업설명 사기’에 대해 인지 수사하기 편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워너비 사기가 일반 다단계가 아닌 가상자산 사기로 보는지?

▲소지섭이 출연했던 광고도 블록체인 광고였다. 블록체인은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이걸 대단한 기술처럼 내세우고 출석 체크하면 가상자산을 줬다. 요즘 다단계는 다 가상자산이다. 워너비가 기사화되니까 소지섭 측이 항의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던데, 단순히 광고 활용 범위에 관한 것 같아 보였다. 사기인 줄 뒤늦게 알아서 계약을 취소하고 돈을 돌려줬다는 내용은 못봤다.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사기는 직접 투자한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당하게 쌓은 부로 인해 경제 불평등의 심화, 사법 시스템의 붕괴라는 국가 파괴력이 크다. 하필 가상자산 사기가 제일 많은 나라가 한국이다. 이 같은 현실은 투기를 좋아하는 국민성이나 디지털 기술의 발달 같은 이유가 아니다.

조직적인 투자 사기를, 거기에 맞는 수단을 사용해서 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문제점은 국민 다수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면 바꿀 수 있다. 사기라는 게 아예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거짓말이 비난받는 것과 사업가 행세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현재 경제민주주의21서 활동 중인데, 거짓말이 혁신으로 포장돼 정책이 되는 것을 포착해서 알리고자 한다. 이곳에는 여러 전문가가 있지만, 우리도 우리 분야만 안다. 겉으로는 멀쩡한 세미나인데 내용은 다 거짓말이라서 충격받았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교수, 변호사, 정치인들이 축사를 하지만 (문제에 대해)전혀 인식이 없다.

워너비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은 책으로도 낼 생각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고 하지만, 바위라고 알고 있었던 게 바위가 아니고 대형 스크린일 수도 있다. 나 말고도 함께 계란을 던질 사람이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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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죽지 않고 돌아온 비명 초일회 한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순항 중인 ‘이재명 2기’ 앞에 소용돌이가 닥쳤다. 지난 총선서 공천 파동이 일면서 원외로 밀려난 비주류 인사가 ‘초일회’라는 이름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변수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초일회는 ‘초심을 잃지 않고 매일 새롭게 정진한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 모임을 갖자’는 뜻에서 만든 모임이다. 현재 구성원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비명(비 이재명)계로 알려진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전 의원 등 15명의 전직 의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바람 총선판 초일회가 탄생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4·10 총선이 치러지기 전인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공천 학살’ ‘공천 살생부’ 같이 살벌한 단어가 여의도 정가에 오르내리던 때다. 당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원외 후보가 친명(친 이재명)계라는 이유만으로 지역구 현역을 꺾고 경선에 붙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공천 살생부라고 불렸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에 비명계 다수가 이름을 올리며 공천 학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비명계 의원이 자리 잡은 지역구에 새로운 친명계 후보의 출마 적합도를 묻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가 행해졌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명계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당시 총선을 이끌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는 하위 평가를 받아야 하고 하위 평가를 받은 분들은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친명·비명을 나누는 것은 갈라치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혁신 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설명했다. 당을 두 쪽 낼 듯한 공천 파동이 민주당을 강타했지만 총선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이 대표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서 총선 압승을 가져다준 전략으로 여론이 바뀐 순간이었다. 지난 8·18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85%라는 역대 득표율을 받으며 다시 한번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비록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최고위원직 역시 친명으로 채워지면서 ‘이재명 2기 체제’가 돛을 달았다. 이 대표에게는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가 압도적인 지지율까지 등에 업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이 대표 앞에 꽃길이 깔렸다. 하지만 총선 이후 여의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던 비명계가 손을 잡고 초일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김규완 CBS 논설위원은 지난달 22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서 “초일회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 ‘가결파’ 또는 총선 당시에 낙천, 낙선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으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이 대표가 다음 대선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심 선고 앞두고 ‘10월 위기설’ 손잡은 비명, 앞다퉈 나오는 3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초일회의 앞날이 ‘이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의견과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고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는 두 가지 해석으로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후자 쪽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는 만큼 민주당 내 이 대표가 아닌 또 다른 구심점을 잡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일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 역시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1심 판결이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관련 재판이 연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늦춰진 다음 달 말에서 11월 초에 결과가 나올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가운데 초일회뿐만이 아닌 야권의 잠룡까지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아직은 각개전투이지만 뜻이 맞는 이들끼리 손을 잡아 세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선 댓글 여론 조작 혐의인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8·15 광복절을 맞아 복권됐다. 현재 독일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신뢰받는 참모로 알려졌으며 친문(친 문재인)계 의원과도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말 즈음 귀국 예정인 김 전 지사는 향후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겠다고 전했던 바 있다. 잠시 여의도 뒤편에 머물렀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다. 지난 총선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서 활약했던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라디오 출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 1극 체제를 견제하는 동시에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우고 민심을 보듬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크게 국민적 감동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 대표는 강단 있는 투사로서의 모습, 정부·여당에 앞장선 공격을 자주 보여줬다.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 하면 국회 차원서라도 ‘따질 건 따지고 또 세울 건 세우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덩치들 행보 우연일까? 이날 김 전 총리가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개딸(개혁의딸)들로부터 항의하는 글이 빗발치기도 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친노·친문 계파를 끌어안으면서 부지런히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 지사는 친문계 핵심 중 한 명인 전해철 전 의원을 제2기 도정 자문위원장에 위촉했다. 전해철 위원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역임해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 위원장은 이날 경기도청서 김 지사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서)김 지사를 정치적으로 함께하거나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일단 거기에 대해서 저는 전혀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올해 초에는 문정부 국정상황실 경험이 있는 김현곤 행정관을 경제부지사로 임명했고 지난 6월에는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김 지사가 윤정부를 겨냥해 확장 재정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이 나온다. 올 상반기에만 국가채무가 53조며 윤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는 약 139조까지 늘어난 점을 꼬집으며 “윤정부는 부자 감세 말고 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던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대표도 여의도에 소환됐다. 초일회가 이 전 대표를 만나 정계 은퇴를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초일회가 이 같은 요구를 한 데에는 해당 모임이 이 전 대표의 별동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에 일일이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대한민국의 진로와 운명에 대해서는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때때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있다”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구심점 어디로? ‘정계 은퇴설’에 선을 긋는 한편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거취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친문계 싱크탱크로 알려진 ‘민주주의 4.0’이 새 단장을 마쳤다. 송기헌·김영배 의원이 각각 새 이사장과 연구원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이처럼 여의도 곳곳 숨어 있던 잠룡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저마다 포석을 깔고 있다. 초일회가 등장한 시기와 맞물리는 만큼 각자의 자리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의 경우 낙선한 민주당 전 의원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만나다가 뜻이 모여 제대로 뭉친 것 같다”며 “이제까지 ‘비명계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친노·친문 세력이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이 대표가 지지율 80%대를 확인한 시점서 이렇게 존재감을 드러낸 것을 보면 (초일회도)믿는 구석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아직 초일회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비주류 세력이 뭉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항마’를 내세워야 하는데, 현재로서 이 대표와 견줄 만한 인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놓고 본다면 누구든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약속대련’이라는 산을 넘어야겠지만 충분한 명분이 주어진다면 당원을 설득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대항마로 누구를 내세울지 윤곽조차 잡히지 않았다. 만일 초일회 소속 인사가 저마다 ‘비명계 구심점’을 자처할 경우 각자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세력 확장은커녕 모임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활동 범위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서 단합이 안 된다면 비주류끼리의 세력 다툼으로 비춰질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반감을 살 것이란 해석이다. “비판만 있고 대안 없다”이대로 해산? 지금은 각개전투…뭉치면 다를까 갸웃 아직 초일회의 비전이 다듬어지지 않은 만큼 대항마를 내세우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법원과 여의도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만일 초일회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로운 대권주자를 세우고 싶다면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이어야 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도 이 대표가 가장 약해져 있을 때 귀국하지 않았나.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강대강으로 붙어야지,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때 옆구리를 치는 모양으로 이겨서는 당원에게 호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이른 시기는 아니다. 초일회가 원외 세력으로서 이 대표를 견제하는 모임으로 남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정치판에 뛰어들지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에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한번 당권을 잡은 이 대표 외에 대안이 없는 만큼 1심 선고가 대권가도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은 초일회에 대해 “그냥 낙선하신 분들의 친목 모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며 “저도 두 차례 낙선했는데 낙선하고 나면 현역 의원들과의 연락이 잘 안 된다. 소위 낙선 거사들끼리 자주 만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10월 위기설에 대해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법률가로서 봤을 때 충분히 무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 필요한 활동을 한다면 뭉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총구는 밖으로 향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서 “전직 의원들이 전에부터 있던 것을 재활성할 수 있지만 파벌로 형성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당의 혁신과 정책 개발, 그리고 정권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초일회가 느슨한 연대에 그칠지 민주당의 또 다른 구심점이 될지 아직은 단정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평이다. 모임을 더 넓은 세력으로 확장해야 한다면서도 ‘강성 비명계’ 외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엇갈린 목소리도 나온다. 팬덤 아닌 현실 정치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초일회에 대해 “3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이나 조국혁신당처럼 인간관계에 의지해 세를 모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의제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이 대표가 주장하는 복지국가, 기본 사회를 능가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단순히 반대 명제만 주장해서는 모임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호위대 ‘먹사니즘’으로 단결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비슷한 시기에 원외 친명 세력이 뭉쳤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강조한 ‘먹사니즘’ 정책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외 조직 ‘먹사니즘 전국 네트워크’다. 지난 4월 총선서 고배를 마신 12명의 원외 친명계로 이루어진 이 조직은 먹사니즘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지난달 16일 출범했다. 진석범 화성을 지역위원장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고자 한다”며 “오늘의 출범식을 시작으로 먹사니즘의 가치가 사회 곳곳서 꽃피우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