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확인> ‘주식 사기’ 이희진 극비 호화 결혼식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28 14:38:30
  • 호수 1486호
  • 댓글 4개

피해자 보란 듯 시그니엘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식 사기로 실형을 살고 나온 이희진이 수억원대 호화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출소 직후 이씨는 걸그룹 출신 박모씨와 서울 모처서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해진다.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는 혼전 임신한 상태로 결혼식을 올렸으며 이희진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0여년 전, 경제전문 TV에 증시 전문가로 출연했던 이희진은 자수성가한 청담동 백만장자로 이름을 떨쳤다. 당시 잘나가던 힙합가수 도끼를 ‘불우이웃’으로 비유했던 그는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2016년 <일요시사>가 ‘청담동 백만장자 사기행각 의혹’을 단독 보도하면서 이희진의 실체가 뒤늦게 밝혀졌다.

코인 사기 의혹

앞서 이희진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투자매매업을 영위해 1670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2020년 3월 만기 출소한 그는 걸그룹 출신 박씨와 2021년 12월25일에 결혼식을 올렸다.

출소한 지 2년여 만에 연애하고 결혼까지 한 셈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연애 도중 박씨가 임신하게 되자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이희진과 박씨는 이날 서울 강남구 소재 C 호텔 예식장서 측근들만 초대해 결혼식을 올렸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은 이유는 이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막기 위해 삼엄한 경비를 세웠기 때문이었다.

당시 개그맨 박성광이 사회를 맡고, 가수 B씨가 축가를 맡는 등 호화 결혼식을 치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희진은 프러포즈도 남달랐다. 박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에 따르면, 이희진은 박씨에게 프러포즈 편지와 함께 1억짜리 수표와 고가의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 수표의 발행일자가 2021년 10월7일로 찍혀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비슷한 시기에 청혼한 것으로 예측된다. 

두 사람은 강남구 삼성동 소재 애견 카페 ‘애니멀고’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견 관련 사업에 관심을 가진 박씨는 애완용 동물 및 관련 용품 소매업체인 ‘아크멍’을 2020년 11월1일 설립한 대표이기도 하다. 

결혼 직후 두 사람은 250억원을 호가하는 청담동 펜트하우스 ‘PH-129’에 거주했다. 이후 동생 이희문과 코인 사업이 잘 풀리자, 잠실 롯데 시그니엘 2채를 얻고 각각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인근 롯데몰 문화센터에 박씨가 자주 보인다는 소문도 있다. 또 최근에는 제주도에 고급 별장을 분양받았다고 한다.

제보자는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힌 이희진은 피해자들에게 일말의 미안한 마음도 없는 것 같다”며 “많게는 빌딩 3채를 잃은 피해자도 있는데, 연예인과 결혼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씨 형제는 여전히 코인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부는 걸그룹 출신 여성  
1억 프러포즈 선물 받아

공교롭게도 박씨와 만난 애니멀고 카페는 이희진이 수감 중에 차명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반려동물 플랫폼 회사의 일부다.

2019년 설립된 ‘애니멀고’는 애완동물 관련 빅데이터와 딥러닝,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로 확장한 애니멀고는 애견 카페·유치원·미용실·호텔 등 온·오프라인으로 반려동물 전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됐다. 

해당 회사는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를 개발해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20년 출소한 이희진은 2019년 먼저 출소한 동생 이희문을 통해 코인 회사 경영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희문은 이 회사 매각을 위해 외부 인사와 협의하고, 이희진이 매각과 관련한 의사를 전달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 등을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해당 자료들엔 이씨 형제가 회사의 경영 전반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정황들이 담겼다.

이씨 형제 등이 운영한 법인은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 ‘GOM(고머니)’을 발행한 ‘네오로켓’이란 회사다. 이 회사는 반려동물 애플리케이션 ‘애니멀고’ 등을 개발했다. 고머니는 2019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네와 비트소닉 등에 상장돼 거래됐다. 코인베네서 한때 1GOM당 약 120원까지 가격이 올랐었다. 총 100억 GOM을 발행해 시가총액만 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고머니를 개발한 네오로켓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희진과 동생 이희문은 나오지 않는다. 이희문은 네오로켓을 매각하는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희문 측은 고머니 상장 직후인 2019년 7월초, 네오로켓을 300억원가량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과정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고, 희망자 측과 매각 협상을 주도한 것이 이희문이었다.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양측이 인수의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직전까지 진전됐다. ‘인수의향 양해각서’에 따르면 네오로켓은 싱가포르에 소재한 법인 소유로 돼있다. 이희문이 매수 희망자 측에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인은 양모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양씨는 네오로켓의 지분 100%를 소유했다. 

옥중 운영한 ‘애니멀고’서 만나
사실혼 관계 유지하다 백년가약

싱가포르 법인의 소유자인 양씨는 이희문이 대표로 있는 스톤에그파트너스의 감사로 등재돼있다. 이희문은 이 같은 지분구조를 네오로켓 매수 희망자 측에 전달했다. 매각 금액은 300억원이었다.

양측은 같은 달 10일 양해각서 초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가 네오로켓이 발행한 고머니의 현황 및 법인의 자본금 규모 등 경영 정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틀 뒤인 12일, 한 통의 편지로 양측의 매각 협상은 중단됐다. 바로 옥중에 있는 이희진이 매각에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었다. 

이희진은 옥중에서 외부로 보낸 편지서 “내가 MOU를 반대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네오로켓의 의사결정 전반에 이희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희진이 옥중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모든 매각 관련 논의는 중단됐다.

네오로켓을 인수하려 했던 법인 관계자는 “네오로켓의 운영 전반에 대한 사항과 사업 내용 등은 모두 이희진 측에서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대리인 격인 이씨의 동생과 협상을 했다. 하지만 계약이 이뤄지기 직전에 이희진이 경영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모든 논의가 없던 일로 됐다”고 말했다.

이희문 역시 형인 이희진이 매각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매수 희망자 측에 “원점서 다시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형의 의사를 그대로 따랐다.

이희진이 출소하면서 ‘형제 사기단’의 완성체가 결성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피카(PICA) 등 코인 3종목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과장 홍보와 시세조종 등을 통해 코인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총 897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씨 형제는 2021년 2∼4월 코인 판매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 약 412.12개(당시 270억원 상당)를 코인 발행재단으로 반환하지 않고 유용한 혐의도 있다.

이희진은 석방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직접 ‘스캠코인’(사기 가상화폐) 3개를 추가로 발행·유통하고 7개 스캠 코인을 위탁 발행·유통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원 20명이 코인을 제조·유통하고 투자자들을 선도해 매수를 유인하는 게시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씨 형제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신뢰성 없는 호재성 정보를 유포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영상이 게시되는 시점에 맞춰 시세를 부양하고 매수세가 본격 유입되면 고점에 매도하는 방식으로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22년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접수한 뒤 지난해 2월부터 수사에 나서 그해 9월15일 이들을 구속했다.

결국 보석 석방 

한편, 이씨는 2020년 1월 말 대법원으로부터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혐의로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100억원, 추징금 122억6000여만원을 확정받았다. 당시 이씨의 동생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70억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사기 및 범죄수익은닉과 업무방해죄로 지난해 9월15일, 또 다시 구속 기소된 이희진 형제들은 지난 3월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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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