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만드는 ‘비급여’ 딜레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6.24 15:25:47
  • 호수 14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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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치료에 60만원 훌쩍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의사가 성형외과로 쏠리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성형외과가 비급여 항목이 많아서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문제 외에도 비급여 진료비로 인한 문제가 의료계엔 끊이지 않는다. 보험회사와의 소송,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높은 병원비 등이 있다.

병원을 다녀온 후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볼 수 있다. 급여는 보험이 적용되는 걸 말하고, 비급여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급여는 일부 본인 부담과 전액 본인 부담으로 나뉜다. 전액 본인 부담이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비용의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어떤 병원을 가더라도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게 된다. 

진료비가
다른 이유

진료의뢰서 없이 대학병원을 가거나 응급상황이 아닐 때 응급실을 이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일부 본인 부담은 본인부담금과 공단부담금으로 나뉜다. 비급여는 항목별로 선택진료비와 이외 금액으로 이뤄져 있다.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진료비용,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차액, 미용 목적의 각종 성형수술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상황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국민 중심 의료’로 변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비급여 관리로 손꼽힌다. 하지만 비급여 진료는 계속 늘어나는 실정이다. 비급여 자기부담금을 높인 4세대 실손보험마저 손해율이 올해 1분기 130%를 넘는 수준으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월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가운데, 비급여 항목 지급액이 전년 대비 특히 크게 증가함에 따라 비급여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가 대비 수가(의료서비스 대가)가 낮은 상황에서 일부 의료기관은 수익을 늘리고자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 진료를 받게끔 유도해 왔다. 특히 실손보험이 도입된 이후로는 수입을 늘리려는 병·의원과 보험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급여 진료가 급격하게 늘었다.

그만큼 환자 부담이 불어났고,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비급여 진료가 많은 특정 진료과에 대한 ‘의사 쏠림’도 늘어났다.

이는 통계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22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분석 결과, 의원급을 중심으로 2022년도 건강보험 보장률이 전년 대비 1.2p% 상승한 65.7%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17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건강보험환자의 총진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의 비중(건강보험 보장률)을 파악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등 2521개 기관을 대상으로 2022년 6월과 12월 중 외래 및 입원환자의 진료비 내용을 지난해 1~10월 조사해 분석한 것이다.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수치로만 보면 1.2p% 상승해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62.0~63.8%로 6년이나 지났지만 1.9%밖에 상승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보장률 80%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비급여가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급여 비용을 검토한 결과 전체 또는 비급여 비용을 지급한 일부가 요양급여 대상으로 전환된다. 요양급여 대상자는 비급여로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환불받게 되는데, 이 경우는 비급여로 지급한 비용도 비급여로 반영하지 않아서 실제 비급여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 처방하고 부작용 발생하면…
OECD국가 보장률 80% 한국은 65%


비급여 진료는 외래가 72.90%, 입원이 38.71%로 나타났다.

진료 과목에 따른 비급여 비율의 평균은 정형외과 50.35%, 신경외과 51.95%, 내과 36.43%, 외과 49.27%, 산부인과 62.03%, 응급의학과 57.28%, 안과 70.08%, 소아청소년과 54.39%, 성형외과 70.36%, 비뇨의학과 57.80%, 재활의학과 36.26%, 이비인후과 57.06%, 피부과 80.33%, 흉부외과 32.54%였다.

이런 상황이니 비급여 진료가 비싸서 치료하기 힘든 상황도 발생한다. 직장인 A씨도 이런 일을 겪었다. A씨는 엄지손가락이 저려 서울 강남 소재의 한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는 엄지손가락에 초음파 검사부터 하더니 0.1㎜짜리 물혹이 보인다면서 주사를 놨다.

이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체외충격파 치료, 냉각치료 등 물리치료 2~3가지를 권했다. A씨가 1시간30분 동안 치료를 받은 뒤 확인한 진료비 내역서에는 60만원이 적혀 있었다.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었다. 값비싼 치료 후에도 차도가 없어 A씨는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대부분 이런 식으로 비급여 진료로 비싼 치료비를 내도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급여로 치료받길 원하는데 이런 경우 또 부작용이 발생한다.

최근 법원이 80대 환자를 상대로 ‘맥페란정’을 처방한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유죄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보건소 등에서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창원지법 형사3-2부는 최근 80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정을 처방해 전신 쇠약, 발음장애 증상을 나타나게 한 혐의로 의사에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맥페란정은 구역, 구토 증상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치료제다.

이 같은 사법부 판단에 일부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환자들에게 약물 처방 제한 공지를 냈다. 이번 창원지법 판결로 인해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약물은 처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발생하는
부작용은?

A 보건소는 공지를 통해 “창원지법은 80대 파킨슨 병원 환자에게 맥페란정 주사를 사용해 전신 쇠약, 발음장애, 파킨슨병의 일시적 약화 등 부작용을 일으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환자는 의사에게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병력 확인 절차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보건소는 “약품 처방 범위를 제한해 부작용 발생 시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발생함에 따라 부작용 대처가 어려운 보건지소 및 전문과목 특성을 고려해 상당한 사유 없이는 일부 약물들을 처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건소서 밝힌 향후 처방이 제한되는 약물은 ▲감기약 코푸시럽, 진통소염제, 항히스타민제 등 ▲무좀약 플루코나졸, 다나졸 등 ▲피부질환 스테로이드 연고 ▲비뇨기과 전립선비대증 약물 등이다. 해당 약물 외에도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대처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약물의 처방이 제한될 예정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 어떤 약도 쓰지 마라.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릅쓸 중요한 환자는 없다”고 썼다.

임 회장은 “앞으로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에 대해 매우 드물게 부작용이 있는 맥페란정, 온단세트론 등 모든 항구토제를 절대 쓰지 마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서 구토 증상에 쓸 수 있게 허가받은 약은 맥페란정뿐이다.

결국, 의료계의 비급여·급여 문제가 보험회사와 의료계의 소송으로 번지는 실정이다. 그 예로 트리암시놀론(triamcinolone) 주사 사건이 있다. 법령에 따르면, 트리암시놀론 주사는 관절염 치료로 사용 시 요양급여 항목 혜택을 받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한 병원서 비염 환자에게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처방했다. 주사 성분 중 알레르기성 비염 염증을 억제해 코막힘, 재채기, 비강 가려움 등의 증상을 완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주사가 비염 환자에게 쓰여서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 것이었다.

진단서 및 진단서 영수증에는 ‘비염’ ‘비급여 주사제’로만 기재돼있었다. S 보험회사는 환자에게 보험급을 지급했고, 후에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인 것을 알게 되면서 해당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걸었다. 

그러자 해당 의료기관은 “비염 환자에게 트리암시놀론 주사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의료기관이 위법한 진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설령 의사가 환자로부터 받은 진료비가 국민건강보험 법령상의 요양급여 기준을 위배했어도 이는 보험계약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툭하면
소송전

이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미리 내용과 비용을 설명하고 본인 부담으로 진료받는 것에 동의를 받았다면 이는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는 임의 비급여 예외적 허용 조건을 충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회사 측은 “트리암시놀론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했기에 비염 환자에게 주사한 것은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이것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환자와의 진료계약은 무효다. 임의 비급여 예외적 허용 조건은 충족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하급심 판결에서는 의료기관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서 결과는 뒤집혔다. 13명의 대법관 중 5명만 반대 의견을 내 다수 전원합의체 다수 의견에 따라 원심 판단을 취소하고 각하 결론을 내렸다.

김명수 대법관은 “실손의료보험 계약의 보험자가 보험금을 잘못 지급함으로써 입은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환자의 자력과 관계없이 환자의 요양기관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보험사에 환자의 일반채권자에 우선하는 사실상의 담보권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위법한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이유로 의료기관에 대해 진료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갖는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행사할 것인지는 환자 의사에 달렸다. 환자는 무자력이 아닌 한 그 행사 여부를 직접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트리암시놀론 주사를 비염 환자에게 썼지만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맘모톰 절제술’ 사건도 이에 해당한다.

맘모톰은 음압을 이용한 진공장치와 회전 칼이 부착된 바늘을 이용해 유방 종양의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의료기구다.

그런데 일부 의료기관은 조직검사 용도를 넘어 초음파 유도하에 맘모톰 장비를 이용해 유방 양성종양 환자에 대해 종양 절제술을 실시한 후에 ‘비급여 유도 초음파’ 비용과 ‘1회용 진공 보조 흡입생검용 침’ 비용을 영수증 상 비급여 항목에 기재해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받았다.

맘모톰 생검술은 병변 조직 일부의 진단을 위해 4~5회 정도 맘모톰 장비를 작동해 조직 일부를 채취하는 것으로 사용 범위가 제한돼있다. 반면, 맘모톰 절제술은 병변을 전부 제거하는 목적으로 맘모톰 장비를 수십회 작동하는 것으로 사건 발생 당시 맘모톰 절제술은 신의료 기술평가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보험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자율성과 안전장치가 필요해”

환자는 병원서 발급한 영수증 등 서류를 첨부해 H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보험회사는 맘모톰 절제술이 국민건강보험법상 급여 또는 법정 비급여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다만 이 사건에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해외서 맘모톰 장비를 이용한 양성 유방 종양 제거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고, 국내서도 2006년 1월 맘모톰 장비를 유방 양성종양 절제술에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입 허가 내용이 변경됐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맘모톰 절제술에 대해 과거 3차례 신의료 기술평가를 신청했는데 2017년 제1차 때 초기기술로, 2018년 제2차 때는 연구단계 의료기술로 평가받았다. 2019년 10월24일 이후부터는 비급여 목록에 기재됨으로써 법정 비급여가 됐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법정 비급여가 되기 이전 시점이었다.

의료기관은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정하지 않은 진료행위는 비록 보건복지부령에 방법, 절차, 범위, 상한 등 기준을 정하지 않았어도 원칙적으로 요양급여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유방 양성종양을 제거할 당시 맘모톰 절제술이 법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돼있지 않았지만, 이 같은 절제술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돼있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 목록이 의학의 진보를 전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의료기관은 맘모톰 절제술을 요양급여·비급여 목록에 편입시키려는 노력을 여러 차례 해왔다. 먼저 환자의 동의가 있었고, 예외적으로 임의 비급여를 허용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맘모톰 절제술은 메스를 이용한 절제술에 비해 신체 침습 부위가 작고 회복 속도가 빠르며 별도의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는 당시 신의료 기술평가 승인 이전이었기 때문에 해당 진료행위는 법정 비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고, 명백한 임의 비급여로서 강행법규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1·2심, 대법원 모두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법령서 치료기관이 임의 비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특히 “설령 치료행위가 임의 비급여 진료행위로서 강행법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해도, 그 잘못이 보험회사의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손해와는 상관없다. 의사가 환자들에게 맘모톰 시술 비용을 청구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해도, 보험사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비급여와 관련해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의료계에 ‘맥페란정이 파킨슨병을 악화시킬 수 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의학적 사실이니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온세란정이라는 구토 방지약이 있는데, 이 약이 효과가 좋다는 것은 의사는 다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온세란정은)부작용도 비교적 적은데, 항암제 사용자가 아니면 급여가 안 된다. 이걸 임의 비급여식으로 본인 부담으로 사용하면 보험회사에서 과잉진료로 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해결법은?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하는 얘기는 똑같다. 결국 비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이런 식의 판결이 계속 발생하면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사람의 몸은 변수가 많다”며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적인 판단을 제한된 시간과 한정된 자원으로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율성과 안전장치를 줘야 국민이 다양한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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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