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조폭과의 전쟁 중간 점검

‘문신충’ 어리다고 안 봐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이 이른바 MZ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점조직에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장 운영 등 신흥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990년대 치러진 범죄와의 전쟁 21세기판인 것이다. 최근 법령 개정으로 보이스피싱과 코인 사기 등에도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이 가능한 만큼 해당 법에 관한 양형기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강력대응을 지시했다. 그는 유흥업소 이권을 다투다 도심 번화가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진 이른바 ‘광주 칼부림’ 사건에 대해 “배후의 폭력조직 개입 여부까지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
강력 지시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 총장은 이종혁 광주지검장으로부터 해당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초동단계부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살인 사건 자체는 물론, 사건의 발단 및 배경이 된 유흥업소 이권 다툼 과정서의 불법과 그 배후의 폭력조직 개입 여부까지 철저하게 수사해 근절하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아울러 “유흥가 주변 불법 폭력 범죄에 대해 총력을 기울여 엄정 대처함으로써 동종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6일, 일선 검찰청에 집단 난투극이나 흉기 위협 등 ‘고전적 조폭 범죄’뿐 아니라,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과 불법사채 등 새로운 유형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조직폭력 범죄 엄정 대응을 특별 지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총장은 ‘시민 위협 조직폭력범죄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이 총장은 “조폭으로 인해 국민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조폭이 유흥가 등을 배경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금품을 갈취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20~30대 젊은 층들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단기간에 여러 조직원들을 규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 불법사채, 주식 리딩방, 투자사기 등 신종범죄를 저질러 우리 사회의 새로운 범죄 세력으로 급격히 떠오른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 총장은 “폭력, 갈취 등 기존 범죄뿐 아니라 신종범행에 대해서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라”며 “현장서 폭력을 저지르거나 범행을 실행한 하위 조직원들은 물론, 그 배후서 지시·공모·가담한 배후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처벌하라”고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민생 혼란’ 신흥 범죄 강력 대응
전국 날뛰는 4세대 간 큰 조폭들
 

공판 단계서의 적극 대응도 주문했다. 그는 “피해자를 상대로 합의를 강요하거나 회유를 시도한 사실이 적발되면 더욱 엄하게 구형하라”며 “적극적으로 구형 의견을 개진해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하고, 형량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상소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폭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불법 범죄수익 등 철저한 추적 및 박탈을 강조했다.


이 총장이 이렇듯 조직폭력범죄에 혈안이 된 이유는 이른바 MZ 조폭들이 민생 범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총장은 취임 때부터 임기를 3개월 앞둔 현재까지 민생범죄 대응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주변 참모들에게 “훗날 정치수사에 주력했던 총장이 아니라, 민생범죄를 적극적으로 해결했던 총장으로 남고 싶다”고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들을 상대로 불법사채, 금융사기, 금품갈취, 도박사이트 등 갖가지 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호텔·주점·장례식장·사우나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 공간서 문신을 드러내고 조폭식 굴신인사를 하며 조직폭력배임을 과시하는 등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MZ 조폭이라 불리는 20~30대의 젊은 층들이 인터넷·SNS 등을 통해 단기간에 여러 조직의 조직원들을 규합해 각종 신종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 대응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1990년대 이전 유흥업소 등 이권 장악을 위해 폭력을 행사하던 조폭을 1세대, 부동산 시행사나 아파트 분양 등 부동산시장에 진출해 불법 수익을 편취 하던 조폭을 2세대로, 2000년대 들어 무자본 인사 합병(M&A)과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주로 자행했던 조폭을 3세대로 지칭하고 있다. 

조직 규합
신종 범죄

최근 들어 온라인 도박장 개장이나 보이스피싱·불법리딩방 사기 등 신흥 범죄를 저지르는 MZ 조폭을 4세대로 보고 있다. MZ 조폭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압구정 롤스로이스 남성의 마약 운전 사건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압구정동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던 20대 남성 A씨는 인도로 돌진해 지나가던 행인을 숨지게 했다. A씨는 이에 지난 1월 1심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A씨는 롤스로이스 남으로 불리며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경찰은 온몸에 문신을 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던 A씨가 고가의 외제차를 운행하며 태연히 불법 행위를 저지르자 자금 출처를 쫓기 시작했고 결국 MZ 조폭의 꼬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서민을 괴롭히는 조직범죄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은 검찰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1980년대까지는 검찰 특수부 내에 조직폭력 전담 검사를 두고 주요 폭력조직이나 수괴급 폭력배를 중심으로 다양한 단속활동을 전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 정부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계기로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수원, 광주 등 6대 지검에 강력부를 신설하고 폭력조직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에 착수했고 서방파, 양은이파 두목 등 수괴급 폭력배 200여명을 포함해 조직폭력배 2만3000여명을 단속, 폭력조직을 효율적으로 제압했다”며 “1990년 이후 폭력조직 167개파를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처벌한 것은 전 세계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00년대에 이르러 수감 중인 폭력배들이 대거 출소한 것을 계기로 폭력조직을 재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합법적인 기업가로 가장하는 등 그 범행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에 면밀히 대응했다”며 “이번 MZ 조폭들에 신흥 범죄 대응 방법도 면밀히 검토하면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잡아도
잡아도…


최근 검찰은 최근 조폭들이 민생을 불안하게 하거나 서민들의 재산을 노리는 범죄에 대해 강력 대응 중이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부산 해운대서 조폭끼리 집단 난투극을 벌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고, 인천지검은 도심 내 시민을 집단으로 보복폭행한 조폭 25명을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겼다. 광주지검은 도박사이트 운영 및 자금세탁을 한 혐의로 조폭 34명을 지난해 12월 기소했고, 서울중앙지검도 하얏트 호텔서 난동을 부린 목포 ‘수노아파’ 조직원 39명을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겼다.

‘제2의 범죄와의 전쟁’답게 검찰과 경찰은 MZ 조폭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18일부터 국민 일상을 위협하는 조직폭력 범죄에 대해 오는 7월17일까지 4개월간 특별단속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직폭력 전담수사팀(전국 형사기동대·경찰서 341개팀 1614명)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조폭범죄뿐 아니라 조폭이 개입한 투자 리딩방 사기, 도박 등 범죄에 대해서도 단속 중이다.

구체적으로 ▲조폭 개입 신종 사기(리딩방 등)·도박 등 국민 체감 약속 과제 ▲조폭 개입 불법 대부업·대포 물건 등 기업형·지능형 불법행위 ▲집단폭행·건설현장 폭력행위 등 서민 대상 불법행위 등을 중점 단속 대상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신설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조직폭력배 회합 등 첩보 입수 초기 단계부터 선제적 우발 대비 중이며 폭력조직원 간 충돌 방지를 위한 예방 활동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폭력 조직의 세력확장을 억제함과 동시에 신규 조직과 신종 조폭 범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수사 중”이라며 “조직폭력배로부터 범죄 피해를 보았거나 이를 목격한 경우 적극적인 신고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경찰의 초동수사를 도와 범죄자 검거에 도움을 주는 한편 조직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호와 범죄수익 완전 박탈까지 일련의 단위로 이뤄질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수사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5년간 증가…지난해 3272명
폭력 줄고 사행·사기 늘어

이로 인해 4세대 조직범죄는 형법 114조가 규정하는 범죄집단·단체의 개념에 포섭돼 가중처벌을 할 수 있다. 부패재산몰수법 등의 적용으로 범죄수익환수와 피해 환부 등도 가능하다. 

한 강력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검찰은 조폭과의 사실상 전쟁이 선포한 상태”라며 “일상의 거리서부터 넓게는 자본시장까지 조폭들이 진출해 있는데, 조폭이 그룹 회장 되는 세상”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런 상황서 강력 대처한다는 말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는 조폭에 가담됐다, 연계됐다고 하면 선처받기는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Z 조폭은)SNS 등으로 사람을 모으다 보니 지역도 상관없고 사이버, 사행성 범죄로 돈도 많이 벌어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법망을 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검찰도 아지트를 습격하기보다 디지털 포렌식 같은 (수사)방식에 치중하고 있다. 전화나 메신저 내용이나, 압수수색만 잘하면 그 안에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어서 오히려 수사하기 수월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이 MZ 조폭의 신흥 범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은 통계서도 드러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조직폭력범죄로 검거된 범죄자 수는 2020년을 제외하고 계속 늘어왔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내외적인 활동이 뜸했기 때문에 주춤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2019년에 3077명이 검거됐고 556명이 구속됐다. 2020년에는 2817명이 검거되고 531명이 구속되면서 감소세를 보였다, 

2021년부터는 계속 상승세를 보여왔다. 2021년 3027명서 2022년 3231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3272명으로 조금의 상승폭을 보였다. 하지만 구속된 범죄자 수는 2021년 120명 이상 증가한 656명을 달성하고 630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2022년에 633명, 지난해에는 642명이 구속됐다.

조직범죄로 검거된 범죄자들은 늘었지만 오히려 이들의 폭력행사 비중은 40.9%서 32.4%로 감소했다. 다만 신종범죄 대표 유형인 사행성 범죄 비중은 11.7%서 17.8%로 증가했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족보와 계보가 있는 관리 대상서 벗어나 MZ 조폭에 맞는 관리 방법과 양형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점조직이라
검거 어려워”

한 변호사는 “과거 조폭은 족보와 계보가 있어 경찰의 관리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죄를 지어 체포될 경우 자동으로 범죄단체 가입이나 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었지만 MZ 조폭은 전력이 없기 때문에 과거 방식의 개입이 불가능하다”며 “최근 법 적용 대상이 확대돼 조직적인 보이스피싱 범죄나 코인 사기죄에도 범단 혐의를 적용하지만 해당 죄를 저지른 범죄자 검서는 매우 어려운 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과 경찰의 검거 인원이 늘어난 것은 칭찬받아야 할 일이지만 온라인 도박장 등 신흥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대비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게 숙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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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