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참전자회 ‘상조팔이’ 열 받은 참전용사들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10 09:22:39
  • 호수 1483호
  • 댓글 0개

나라서 해주는데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한민국월남참전자회(이하 참전회)가 회장 A씨의 배임 혐의 등에 휩싸여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참전회 회원들은 A씨의 사퇴를 요구했다. 참전회 정관에 의해 할 수 없는 상조회사, 공영주차장 사업 등을 운영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개혁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배임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2022년 A씨는 배임 등의 혐의로 회원들로부터 고발당해 현재까지 수사를 받고 있다. 먼저 추진위는 A 회장이 지난 2020년 상조회사 효경라이프를 협력업체로 선정하는 과정서 이 회사가 참전회에 기부금 등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장 보니…

추진위는 지난 2022년 중앙회가 소재한 서울강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강서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남부지검은 지난해 10월17일, A 회장의 자택 주소지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안양지청은 지난해 11월9일 보완수사를 요청해 안양만안서가 사건을 넘겨받아 현재까지도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 회장 측은 2020년 6월 치러질 참전자회장 출마에 나서기 전부터 참전회 중앙회 김진태 사무총장 등에게 “내가 효경라이프사 회장으로 취임하는데, 참전자회원들을 매월 3만원 납입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해달라. 가입시킨 수당으로 매월 1만원씩 30개월간 받게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6월2일 당선된 A 회장은 “참전자회원 2000명을 가입시킨다면 총 6억여원의 수당금을 받게 된다”며 “참전회 정관을 대통령특별법으로 개정한 데 따라 사업을 개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참전회 운영진도 A 회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상조 사업을 비롯한 수익사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참전회는 장애인복지시설 외에 A 회장이 추진한 상조 사업 등의 수익사업이 불가하다. 참전회가 운영할 수 있는 수익사업은 장애인보호작업장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장애인복지시설이다.

또 A 회장은 자신과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1000만원을 주도록 효경라이프에 요구한 혐의도 있다.

일각에선 A 회장이 효경라이프로부터 직접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 회장은 지난 2020년 말, 부산에 있는 효경라이프에 연락해 직원 B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았다. 효경라이프 측은 실제로 B씨에게 1000만원을 보냈고, 이는 활동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회장과 돈을 받은 B씨, 이에 연루된 상조회사 영업 담당 직원 C씨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진위 등은 이번에 송치된 혐의 외에도 A 회장 본인이 직접 상조회사로부터 금품을 받기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2021년 8월 내사에 착수했고, 1년여간 수사한 끝에 효경라이프서 실제로 B씨에게 1000만원을 보낸 혐의만 인정해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보훈부 무시” 회장 배임 혐의 조사 중
상조 사업에 이어 공영주차장까지 손대


경찰 관계자는 “A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배임수재가 맞다”며 “다른 혐의들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유 등은 구체적인 수사 사안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추진위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A 회장이 전국 지회장들에게 상조 가입을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효경라이프가 지난 3월15일 폐업하면서 상조 서비스는 받을 수 있지만, 납부한 가입비의 50%만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상조보증공제조합은 효경라이프와 체결한 공제계약이 지난 3월15일 해지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사유는 담보금 미납 및 해약환급금 미지급이다.

효경라이프가 상조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 절반 보전을 위한 다른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이 취소되고 조합은 소비자 피해보상을 실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효경라이프가 미리 받은 선수금은 지난해 3월말 현재 83억9700여만원으로 나타났다.

월남전참전자회 회원들은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다른 혐의들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실제로 참전회는 A 회장의 주도하에 국가보훈부의 승인 없이 공영유료주차장 등 수십억대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중 일부를 A 회장이 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참전회 경기지부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9년 동안 안양시 산하 안양도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해 안양시 핵심 4개 도로서 공영유료주차장(노상) 운영사업을 진행 중이며, 참전회 안양지회가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사업의 승인에 관해 살펴보면, 참전유공자법 24조의 3(수익사업의 승인)항에는 공법단체인 참전회가 수익사업 진행 시 보훈부 복지사업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참전회 정관 5조(사업)에도 제한적으로 수익사업은 가능하나 보훈부 심의를 통과해야 가능하다고 명시돼있지만, 참전회는 이를 무시했다.

주차장 관리 초소에도 ‘월남전참전자회’가 표기돼있으며, 계약도 참전회 경기지부와 공식적으로 체결했기 때문에 이는 참전회의 공식 수익사업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보훈부 관계자는 “주차장 관련 사업은 보고와 승인 과정이 없었으며, 위반 시 절차에 따라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했다.

개인 잇속 챙기기 논란
이미 폐업···50%만 환불

주차장은 안양시 평촌역 주변과 동안로 등으로 총 4개 도로 160여면가량으로 파악됐다.

안양도시공사 측은 “월남전참전자회 경기지부(안양지회가 위탁운영)와 2년 단위로 계약하되, 위탁료는 매년 직전 3개년 평균 매출과 운영비 등을 고려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회계 분야에 대해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매출액은 연간 2억4600만원이고, 2023년 위탁료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한 것을 기준으로 11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건비를 제외한 관리비(운영비 등)만 연간 7000만원~1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참전회 안양지회가 운영하는 주차장은 1급지로 1시간 주차요금은 1500원이다. 이곳은 먹자골목 핵심에 위치해 저녁에는 거의 만차에 가까워 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었다. 


이를 근거로 평균 주차대수와 면수, 시간당 요금을 계산해 매출액을 추정한 결과, 안양도시공사에 보고된 금액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차량 1대당 1시간 주차를 기준으로 주차 비율에 따라 연간 매출액을 추정해보면 ▲60% 주차 시 3억6878만원 ▲80% 주차 시 4억9171만원으로 늘었다.

참전회는 연간 2억원대로 공사에 보고했지만, 실제 추정 매출액은 최소 3억원대서 최대 5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신고 외 실제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사용됐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전망이다.

참전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매달 안양지회서 통장 사본까지 보고가 올라오며 중앙회에 그대로 보고한다. 현지 점검도 했지만, 매출 누락은 모르겠다”면서도 “잘 정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 매출 중 현금은 20% 정도 된다”고 밝혔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현금 매출을 전체 매출액 중 10% 정도로 보고 있으며, 매출은 신고한 내용으로만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위는 안양만안경찰서와 안양지청에 신속한 수사와 검찰 송치를 촉구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강서경찰서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간 사건임에도 수사가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 보니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받은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고발장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일부 전우들이 나서줬기 때문인데 하루빨리 수사가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예 실추


이에 대해 만안서 관계자는 “안양지청서 보완수사를 요청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리 의혹에 대해 A 회장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상조 사업은 어느 단체에나 있지 않느냐”며 “사업이 아니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상조에 가입한 것일 뿐. 나는 돈을 받은 적도, 누구에게 주라고 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