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참전자회 ‘상조팔이’ 열 받은 참전용사들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6.10 09:22:39
  • 호수 1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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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서 해주는데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한민국월남참전자회(이하 참전회)가 회장 A씨의 배임 혐의 등에 휩싸여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앞서 참전회 회원들은 A씨의 사퇴를 요구했다. 참전회 정관에 의해 할 수 없는 상조회사, 공영주차장 사업 등을 운영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개혁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배임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2022년 A씨는 배임 등의 혐의로 회원들로부터 고발당해 현재까지 수사를 받고 있다. 먼저 추진위는 A 회장이 지난 2020년 상조회사 효경라이프를 협력업체로 선정하는 과정서 이 회사가 참전회에 기부금 등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장 보니…

추진위는 지난 2022년 중앙회가 소재한 서울강서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강서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남부지검은 지난해 10월17일, A 회장의 자택 주소지인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 사건을 이첩했다. 안양지청은 지난해 11월9일 보완수사를 요청해 안양만안서가 사건을 넘겨받아 현재까지도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 회장 측은 2020년 6월 치러질 참전자회장 출마에 나서기 전부터 참전회 중앙회 김진태 사무총장 등에게 “내가 효경라이프사 회장으로 취임하는데, 참전자회원들을 매월 3만원 납입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해달라. 가입시킨 수당으로 매월 1만원씩 30개월간 받게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6월2일 당선된 A 회장은 “참전자회원 2000명을 가입시킨다면 총 6억여원의 수당금을 받게 된다”며 “참전회 정관을 대통령특별법으로 개정한 데 따라 사업을 개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참전회 운영진도 A 회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상조 사업을 비롯한 수익사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참전회는 장애인복지시설 외에 A 회장이 추진한 상조 사업 등의 수익사업이 불가하다. 참전회가 운영할 수 있는 수익사업은 장애인보호작업장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장애인복지시설이다.

또 A 회장은 자신과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1000만원을 주도록 효경라이프에 요구한 혐의도 있다.

일각에선 A 회장이 효경라이프로부터 직접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경찰은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 회장은 지난 2020년 말, 부산에 있는 효경라이프에 연락해 직원 B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았다. 효경라이프 측은 실제로 B씨에게 1000만원을 보냈고, 이는 활동 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회장과 돈을 받은 B씨, 이에 연루된 상조회사 영업 담당 직원 C씨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진위 등은 이번에 송치된 혐의 외에도 A 회장 본인이 직접 상조회사로부터 금품을 받기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은 2021년 8월 내사에 착수했고, 1년여간 수사한 끝에 효경라이프서 실제로 B씨에게 1000만원을 보낸 혐의만 인정해 검찰에 송치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보훈부 무시” 회장 배임 혐의 조사 중
상조 사업에 이어 공영주차장까지 손대


경찰 관계자는 “A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배임수재가 맞다”며 “다른 혐의들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유 등은 구체적인 수사 사안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추진위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A 회장이 전국 지회장들에게 상조 가입을 강요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효경라이프가 지난 3월15일 폐업하면서 상조 서비스는 받을 수 있지만, 납부한 가입비의 50%만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상조보증공제조합은 효경라이프와 체결한 공제계약이 지난 3월15일 해지됐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사유는 담보금 미납 및 해약환급금 미지급이다.

효경라이프가 상조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 절반 보전을 위한 다른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선불식 할부거래업 등록이 취소되고 조합은 소비자 피해보상을 실시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선불식 할부거래사업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효경라이프가 미리 받은 선수금은 지난해 3월말 현재 83억9700여만원으로 나타났다.

월남전참전자회 회원들은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다른 혐의들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실제로 참전회는 A 회장의 주도하에 국가보훈부의 승인 없이 공영유료주차장 등 수십억대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중 일부를 A 회장이 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참전회 경기지부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약 9년 동안 안양시 산하 안양도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해 안양시 핵심 4개 도로서 공영유료주차장(노상) 운영사업을 진행 중이며, 참전회 안양지회가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익사업의 승인에 관해 살펴보면, 참전유공자법 24조의 3(수익사업의 승인)항에는 공법단체인 참전회가 수익사업 진행 시 보훈부 복지사업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참전회 정관 5조(사업)에도 제한적으로 수익사업은 가능하나 보훈부 심의를 통과해야 가능하다고 명시돼있지만, 참전회는 이를 무시했다.

주차장 관리 초소에도 ‘월남전참전자회’가 표기돼있으며, 계약도 참전회 경기지부와 공식적으로 체결했기 때문에 이는 참전회의 공식 수익사업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보훈부 관계자는 “주차장 관련 사업은 보고와 승인 과정이 없었으며, 위반 시 절차에 따라 과태료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했다.

개인 잇속 챙기기 논란
이미 폐업···50%만 환불

주차장은 안양시 평촌역 주변과 동안로 등으로 총 4개 도로 160여면가량으로 파악됐다.

안양도시공사 측은 “월남전참전자회 경기지부(안양지회가 위탁운영)와 2년 단위로 계약하되, 위탁료는 매년 직전 3개년 평균 매출과 운영비 등을 고려해 평가한다”고 말했다. 회계 분야에 대해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매출액은 연간 2억4600만원이고, 2023년 위탁료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제외한 것을 기준으로 110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건비를 제외한 관리비(운영비 등)만 연간 7000만원~1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참전회 안양지회가 운영하는 주차장은 1급지로 1시간 주차요금은 1500원이다. 이곳은 먹자골목 핵심에 위치해 저녁에는 거의 만차에 가까워 주차할 곳을 찾기 힘들었다. 


이를 근거로 평균 주차대수와 면수, 시간당 요금을 계산해 매출액을 추정한 결과, 안양도시공사에 보고된 금액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차량 1대당 1시간 주차를 기준으로 주차 비율에 따라 연간 매출액을 추정해보면 ▲60% 주차 시 3억6878만원 ▲80% 주차 시 4억9171만원으로 늘었다.

참전회는 연간 2억원대로 공사에 보고했지만, 실제 추정 매출액은 최소 3억원대서 최대 5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신고 외 실제 매출이 얼마나 되는지, 어디에 사용됐는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할 전망이다.

참전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매달 안양지회서 통장 사본까지 보고가 올라오며 중앙회에 그대로 보고한다. 현지 점검도 했지만, 매출 누락은 모르겠다”면서도 “잘 정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체 매출 중 현금은 20% 정도 된다”고 밝혔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현금 매출을 전체 매출액 중 10% 정도로 보고 있으며, 매출은 신고한 내용으로만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위는 안양만안경찰서와 안양지청에 신속한 수사와 검찰 송치를 촉구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강서경찰서에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간 사건임에도 수사가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 보니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받은 것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고발장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일부 전우들이 나서줬기 때문인데 하루빨리 수사가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예 실추


이에 대해 만안서 관계자는 “안양지청서 보완수사를 요청받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으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리 의혹에 대해 A 회장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상조 사업은 어느 단체에나 있지 않느냐”며 “사업이 아니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상조에 가입한 것일 뿐. 나는 돈을 받은 적도, 누구에게 주라고 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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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