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팔리는’ 대기업 판촉물 정체

공짜 상품이 할인 가격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대기업을 믿고 납품했는데 모르는 업체서 제품을 팔고 있다. 불법 판매처들은 판매 중지 요청 등 대응에도 무응답으로 일관 중이다. 불법 유통으로 인해 제품 시장가는 낮아졌고 브랜드 이미지는 훼손됐다. 

‘대기업 대형 가전의 판촉물로 이용된다’는 고지를 받고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했다. 대기업을 이용한 홍보 효과를 노렸다. 하지만 판촉물로 이용된다던 제품은 일면식도 없는 곳에서 팔리고 있었다.

돌리라고 
줬더니…

<일요시사>는 단독 기사 ‘대기업에 납품했는데…팔리는 사은품?’ 제하의 기사에서 판촉물 계약 이후 온라인 시장서 해당 제품이 팔리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이후 계약 과정과 제조업체의 피해를 재조명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대형 가전 제조업체인 대기업서 판매 도급사(이하 도급사)에 판촉행사를 주차별로 공유한다. 그러면 도급사는 판촉행사에 맞게 판촉물 제작 및 공급업체에 판촉물 발주 요청을 넣고 해당 판촉물을 홈플러스나 이마트 등 대형마트나 양판 가전제품(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매장에 보내는 과정을 통해 유통이 이뤄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대기업서 지점별 할당 매출목표를 지정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권역별 연 매출과 물품별 월 매출 목표를 설정해준다. 할당된 매출을 달성할 경우, 인센티브나 성과금을 지점과 도급사 팀별로 지급한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할당된 매출을 채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신혼부부 고객이나 이사와 같은 유형의 손님들 외에는 오프라인 매장서 가전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한 가전제품 매장 관계자는 “매장서 대형 가전을 사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명”이라며 “또 대형 가전의 경우 한번 구매하면 길게는 10년 이상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아 구매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가전의 경우 기본적으로 200~300만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20~30대만 팔아도 매출 할당량은 대부분 채울 수 있지만 오프라인 매장만으로는 할당량을 맞추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도급사는 각 지점서 책정한 할인(프로모션)과 대기업 본사에서 책정한 할인을 받아 저렴하게 대형 가전을 들여오면서 판촉물도 함께 들여온다. 이후 도급사는 온라인스토어에 들여온 대형 가전과 판촉물로 나오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기업에 납품했는데…팔리는 사은품?’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구매를 진행했지만 대형마트 등에서 배송되는 상황은 일련의 과정서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할당 매출 맞추기 위해…
한달에 300개 불법 판매

판촉행사 일정이 달마다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달마다 최소 4개 이상의 브랜드의 제품을 판촉물로 납품받은 후 온라인을 통해 재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재판매되는 제품들의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다.

한 예로 소형 가전 브랜드서 생산한 UV 살균 대용량 스텐 가습기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선 20만원 상당에 판매되고 있지만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절반밖에 되지 않는 1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해당 업체에서는 불법 유통업체가 늘었다며 소비자들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공지사항에는 “최근 제품의 이미지를 도용한 불법 유통업체가 늘어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공식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 구매하신 영수증은 무상 AS 기간 산정 시 제외된다”며 제품 교환 및 반품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한 권역서 도급사의 재판매로 이 같은 경고성 공지사항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업체는 6곳으로 미로, 휴스톰, 오아, 안방그릴, 카카오프렌즈, 클락이다. 해당 업체서 판촉물로 이용된 제품은 12종으로 가습기, 물걸레 청소기, 전자레인지, 무선 마이크, 전자그릴 등으로 다양했다. 

더 낮은
판매가

가격대는 최소 3만원서 최대 20만원까지 폭이 넓었다. 

한 대형마트 지점으로 한 번에 분배되는 판촉물은 대략 20~30개다. 도급사 한 권역이 가진 지점이 약 10개의 지점을 관리하는 만큼 판촉물로 재판매되는 제품은 300여개에 달하는 셈이다. 

도급사와 온라인 불법 유통판매처는 이렇게 얻은 판촉물을 빨리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춰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제조업체가 정한 시장가격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피해 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재판매가 이뤄진 제품은 자사의 핵심 제품”이라며 “대형 가전을 구매하면 주는 사은품으로 사용된다는 말만 믿고 계약을 진행하자 온라인서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자사몰서 구매했던 소비자가 ‘왜 본사 쇼핑몰서 더 비싸게 파느냐’는 내용의 환불 요청도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이미 공식 판매처나 자사 쇼핑몰의 해당 제품 매출은 약 40%가량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제품 시장가격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업체들은 온라인 불법 유통판매처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판매 중지를 요청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소용없었다. 온라인판매처서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도 판촉물로 납품받은 제품 개수만큼 판매를 진행하고 판매글을 삭제하는 등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탓이다.

피해 업체 중 한 곳인 오아 관계자는 “오아는 많은 제품 가짓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판매 루트를 갖고 있다. 온라인판매처서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업체도 당연히 많다”며 “사실 불법 유통판매처만 계속 확인하고 있을 인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대량 발주된 제품 수량 그대로 다른 업체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과정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제품 출처가 어딘지 밝히는 것도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무너진
유통 질서

낮아진 시장가격뿐만 아니라 기업 IP를 이용해서 판매하는 만큼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쇼핑서 브랜드 이름과 제품명을 검색하더라도 공식 판매처와 불법 유통판매처와 다른 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조업체에서는 해당 제품 설명란을 만들기 위해 외주를 맡기고 타사 제품과 차별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노력이 무색하게 불법 유통판매처의 낮은 가격에 본사나 공식 판매처서 제품이 팔리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프렌즈의 경우는 더 큰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입고 있다. 카카오프렌즈는 생활가전제품에 사용된 카카오 캐릭터의 IP만 갖고 있을 뿐, IP를 이용한 제품 제조는 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카카오프렌즈 제품 제조사인 더블유아이는 불법 유통판매처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는 온라인판매는 더블유아이의 승인을 받은 업체에 한해 가능하며 온라인 상세 페이지 및 사진/이미지 등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로 이미지 및 자료에 대해 무단복제 및 전재/재배포는 저작권 침해 행위로 규정하고 사전경고 없이 형사고발 조치됨을 알려드린다고 적시돼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카카오프렌즈와 더블유아이는 IP 계약은 맺었지만 판촉물 사용은 허가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내용증명에도 조치 없어
“비매품 판매해선 안 돼”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정식으로 제작 계약을 맺은 업체가 해당 제품을 판촉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본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라이센스 제품이 판촉물로 이용되는 것도 온라인서 재판매되는 것도 공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입는 것은 불법 유통판매처도 라이센스 계약을 맺은 더블유아이도 아닌 카카오프렌즈인 것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공식 판매처 여부와 상관없이 제품을 구매한 후 제품에 이상이 있으면 본사에 AS나 추후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식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 산 제품의 경우 AS를 하지 않는다고 공지하고 있지만 사실 제품 구입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서 무턱대고 AS를 안 해 줄 수도 없다”고 곤란해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유통 질서가 무너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에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위반 ▲비매품의 판매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판촉물로 이용하겠다는 계약을 어긴 것과 비매품으로 상행위를 한 것은 전체적인 유통 질서가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온라인 매장서 가격을 상정하는 것은 판매자의 마음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고 보긴 힘들어 피해를 입은 업체서도 판매 중지 등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타격
추가 대응은?

법조계에서는 횡령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피해 업체가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서초동 소재의 한 변호사는 “유통 과정서 도급사에서는 해당 판촉물에 대한 지불을 완료하고 제품을 가져와 온라인서 재판매했다면 횡령이라고 보긴 힘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계약위반이나 관리 소홀 등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민사를 통한 손해배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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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