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생활로 머리 싸맨 차두리

이혼 안 하고 두 여자와?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차두리가 법적 혼인 상태서 복수의 여성과 교제하다 송사를 치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두리는 최근 서울 송파경찰서에 여성 A씨를 명예훼손과 스토킹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그러자 A씨는 차두리와의 메시지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반박했다. 이에 차두리 측 법률대리인은 복수의 여성과 동시에 교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남자축구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를 지낸 차두리가 내연 문제로 고소전에 휘말렸다. 현재 차두리는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차두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내연 의혹 
여성 고소

지난달 27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차두리는 여성 한 명과 내연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최근 서울 송파경찰서에 해당 여성 A씨를 명예훼손과 스토킹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자신을 “차두리와 교제 중인 여자 친구”라고 밝힌 여성 B씨도 A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용인서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고소장 일부 내용도 공개됐다. 차두리는 A씨에 대해 “몇 차례 만남을 가진 사이”라면서도 “A씨가 사생활 폭로 등으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B씨도 A씨와 차두리의 만남을 인정하며 “A씨는 차두리와 몇 차례 만남을 가졌던 사람이며 그가 SNS에 사진과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스토킹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차두리와 수년간 걸쳐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근거로 “차두리가 2021년 8월 먼저 연락해 왔고 9월부터 연인이 됐다”며 “(차두리가)만나면서 동시에 B씨와 교제하고 있는 사실을 숨겼다” “이 문제로 갈등을 빚자 자신을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A씨가 매체에 공개한 SNS 메시지에 따르면 차두리는 먼저 “자기야” “보고 싶다” “사랑한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차두리가 A씨에게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 대목도 있었다. 

A씨는 지난해 5월, B씨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차두리에게 이별을 통보했으나 계속 자신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같은 해 10월 차두리가 “안녕” “잘 지내?” “좋은 하루 보내” 등의 메시지를 보내자 그는 “날라리야. 언젠가 꼭 정신 차려라” “그냥 마시던 술이나 드세요. 말 걸지 말고” “두리야. 멘탈을 강하게 바르게 지켜라” “넌 술이랑 방탕한 생활만 멀리하면 못할 게 없을 거야”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어 한 달 뒤 차두리는 “내가 솔직하게 다 말할게. 사실 그 친구(B씨)랑 만나는 거 맞아, 오래됐어” “당신을 만날 때도 그 친구를 계속 만났어” “나도 이게 잘못된 걸 알고 이제 그만해야 하는 거 알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안 됐어”라고 말했다. 

당시 차두리가 사과하며 문제를 바로 잡을 테니 시간을 달라고 했으나 두 사람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았고 갈등은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 기간은 차두리가 카타르 아시안컵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한 기간과 겹친다. 이들은 대회 기간 내내 대화를 이어오다 결국 차두리가 A씨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소송전으로 번지게 됐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러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부남 신분으로 세 다리 걸쳤나
내연 문제 폭로…고소전 휘말려 

차두리는 현재 법적으로 이혼이 아닌 혼인 상태다. 차두리는 올해로 11년째 이혼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08년 12월, 신철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회장의 장녀 신모씨와 결혼한 차두리는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이후 결혼 5년 만인 지난 2013년 3월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렬됐다. 

이에 차두리는 같은 해 11월 “아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혼인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파탄 났다”고 주장하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차두리는 지난 2017년 2월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서도 패소해 현재 법적으로 혼인을 유지 중인 상태다. 당시 재판부는 “차두리가 아내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혼인 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과 같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차두리 측이 요구한 두 자녀에 대한 친권자 지정 청구도 인정되지 않았다. 차두리 측 법률대리인은 “법률상 이혼하지 않았지만 상호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차두리의 사생활은 누구로부터도 부도덕함을 지적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복수의 여성과 동시에 교제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고소전으로 번진 내연 문제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았다’는 차두리의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달 30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A씨가 매체에 공개한 메시지 내용엔 차두리가 국가대표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전 당일은 물론,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준비 기간 출국 하루 전날까지도 A씨와 크게 다툰 정황이 담겼다. 

A씨는 지난해 11월21일, 차두리가 자신을 만나는 동시에 B씨와 교제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큰 갈등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그날은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A씨가 차두리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면 이날 오전부터 두 사람의 다툼은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7시까지도 이어졌다. 

법적으로
혼인 상태

이날 오후 6시 차두리가 “시합 가야 해서 끝나고 전화하겠다”고 하자 A씨는 “7년 동안 내가 몇 번째 바람피운 대상인지 솔직하게 말하고 가”라고 요구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차두리는 A씨에게 먼저 연락해 “미안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 “말이 뭐가 필요하냐” “내가 받은 죄에 대한 벌 받아야지”라고 사과했다. 특히 사흘 뒤인 11월24일에 차두리는 “나 대표팀도 그만하려고 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대표팀 그만두고 조용히 안 보이고 살아가든 당신 생각대로 해라”라고 답했다. 닷새 뒤 A씨가 “말한 대로 눈에 안 보여주는 게 맞는 거 같다” “앞으로는 어디에도 안 나왔으면 한다”고 하자 차두리는 “지금 대표팀을 나올 수는 없어” “1월 끝나고 그만할 거야” “지금 당장은 너무 대회가 앞”이라고 답했다. 


차두리는 국가대표팀이 카타르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출국하기 하루 전인 지난 1월1일 밤까지도 A씨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에도 차두리는 A씨에게 생각을 정리한 뒤 마음을 정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차두리는 한국 축구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차범근의 아들로 1980년 7월25일 서독 헤센 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서 태어났다. 1녀2남 중 둘째이자 장남으로 아버지인 차범근을 통해 축구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됐다.

울산 양정초등학교, 배재중학교, 배재고등학교,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던 차두리는 아버지의 영향력으로 모교인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1998년 고3에 제53회 전국 고교축구선수권대회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대학팀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전국 무대서 득점왕에 오른 선수가 축구 명문인 고려대학교에 진학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후 차두리는 대학 무대서 부상으로 고전했다. 대학 1학년 때인 지난 1999년 말 오른발 피로골절로 1년 넘게 부상과 싸우며 치료를 받기도 했다. 

2000년에 들어 차두리는 다시 부상을 털고 대학 무대를 누볐다. 대통령배 축구대회와 추계대학 연맹전서 활약을 이어가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추천으로 올림픽 상비군과 함께 훈련할 기회를 얻었다. 1년 뒤 국가대표로 발탁돼 같은 해 1월 세네갈과의 국가대표 친선경기서 국가대표선수로 데뷔한 이래 76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었다. 


뛰어난 체력과 스피드로 체격이 큰 외국 선수들과의 체력싸움서도 밀리지 않는 강인함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후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독일의 레버쿠젠과 입단 계약을 맺고 해외로 진출하려 했으나 고려대 소속팀으로부터 이적 동의서 발급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법적 유부남
복수 사랑꾼

그해 8월 독일 빌레펠트에 2년간 임대 조건으로 아버지 차범근이 활약했던 레버쿠젠과 계약한 차두리는 고려대로부터 리그 선수등록에 필수요건인 이적 동의를 받지 못해 등록 마감을 앞두고 초조한 입장이었다. 독일축구협회로부터 차두리의 이적 동의서를 발급해 달라는 공문을 받은 대한축구협회는 고려대 측에 동의 여부 통보를 요청했지만 당시 고려대는 묵묵부답이었다. 

독일협회서 이적 동의서 발급을 독촉하는 공문을 보내오자 대한축구협회는 긴급회의를 연 뒤 고려대 측과 논의했다. 

당시 조민국 전 고려대 감독은 학교 측이 이적 동의서 발급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당초 차두리는 학교 측에 독일 연습생 신분으로 나가는 것이라고만 통보했고 계약할 당시에 학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며 “이번 계약에서 학교는 배제됐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일단 차두리는 2월 졸업 때까지는 명백히 고려대 선수”라며 “조만간 이 문제를 논의해야겠지만 학교의 원칙적인 입장으로는 이적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강경한 입장임을 강조했다. 

양측의 타협점을 찾아 차두리는 학교 측으로부터 이적 동의 결정이 내려져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전을 치렀지만 인상 깊은 기록은 남기지 못했다. 이듬해인 2003년 6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로 임대됐다가 2004년 이적해 그해 8골을 기록하는 등 활약을 펼쳤다. 

2006년 마인츠로 이적했으나 출장 기회가 많지 않았고 2007년 코블렌츠로 이적하면서 뛰어난 활약으로 팬들이 선정한 베스트 플레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초기에는 공격수로 활약하며 득점력을 과시했지만 이후 오른쪽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해 팀의 승격과 잔류에 기여했다. 

명예훼손·스토킹 혐의
11년째 ‘이혼 중’, 왜?

2010년 월드컵 대회서 한국 국가대표 수비수로 활약하면서 차두리 로봇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맹활약을 펼치다가 같은 해 스코틀랜드의 셀틱 FC로 이적하게 된다. 

2012년에는 포르투나 뒤셀도르프로 이적했고 다음 해 3월 FC서울에 입단하면서 외국서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FC서울에서는 2013년 시즌에 큰 활약을 했고 이후 2015년 FA컵 우승에도 기여했다. FA컵 결승전이 끝난 뒤 은퇴를 선언하고 지도자 연수에 들어갔다. 

이후 2017년 국가대표팀 코치로 선임됐고 FC 서울 유소년팀 감독과 유스 강화실장을 역임했다. 얼마 뒤 아시안컵서 클린스만 독일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 대표팀의 코치로 합류했다.

차범근 전 감독이 운영하는 축구교실이 비싼 수강료와 친인척 채용으로 논란이 됐을 때 아들 차두리가 게재한 SNS 글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2016년 7월17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전 축구 감독 차범근의 축구교실 비리 의혹에 대해 보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차범근의 축구교실이 서울시 기준보다 높은 수강료를 받다가 서울시에 적발돼 위약금을 부과받고도 여전히 시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후원받은 유니폼을 판매해 부당 이익을 거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해당 축구교실서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코치 A씨는 “후원받은 유니폼으로 수입을 거둔 것은 물론 축구교실의 직원들은 차범근 전 감독의 지인이나 친인척인데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고도 급여는 꼬박꼬박 받아왔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차 전 감독 측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으나, 다음 날 차두리가 자신의 SNS를 통해 “알면서 진실은 다 묻어두고…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의 짧은 글을 남겨 이목을 끌었다. 이는 전날의 방송 보도에 대한 억울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차 전 감독 측은 비리 혐의 중 다수를 부인하고 오히려 제보자 A씨의 횡령을 주장하며 법적 조치에 취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재판 결과 전직 코치 A씨가 제보한 차범근 축구교실의 비리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2018년 11월21일 서울중앙지법은 차범근 축구교실 전 코치 A씨가 축구교실과 차범근 등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서 “A씨에게 미지급된 퇴직금 3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표팀은 
뒷전으로

A씨의 주장을 보도한 <시사매거진 2580>에 대해선 “제보된 축구교실 비리 내용이 전체적으로 진실에 해당하고 공공의 이해에 관련된 사항임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차범근 측은 축구교실 비리를 제보한 A씨에 대해 민사소송, 검찰 고소, 손해배상소송 등을 거듭했지만 결론적으로 차범근 측이 A씨에게 제기한 소송은 모두 패소 혹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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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