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부활한 왕수석 김주현

공약 깨고 빗장을 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민정수석이 그동안 민심 청취가 부족했다는 판단에 따라 윤석열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폐지됐던 민정수석실이 부활했다. 대선공약을 백지화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사정기관 장악 의도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현 정부서 폐지했던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을 취임 2년 만에 다시 설치하고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전 법무부 차관 출신인 김주현 변호사를 임명했다. 대선공약을 파기한 것으로 모자라 다시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앉혔다.

남은 3년 
민심 잡기

사정기관 장악 우려는 물론 사실상 대통령 직속 특수부 신설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끝내 검사로 채운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현재까지 민정수석의 기능을 대신해 오던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을 두고 여기에 추가로 민심 정보를 수집할 민정비서관실을 신설하는 구도다. 이전 청와대서 사정기관을 담당했던 반부패비서관실은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로 설치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과정서 정부혁신 분야 공약으로 민정수석 폐지를 내걸었던 윤 대통령은 대선 직후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2022년 3월14일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서 당시 안철수 인수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과 차담을 가지며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못박았다. 


당시 그는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줄곧 민정수석 폐지를 호언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말을 뒤집은 것이다.

민정수석 부활은 민심 수집 기능 강화를 위해서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을 통해 사정기관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실제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면서 없앴다. 

총선 참패 이후…2년 만에 재설치
용도 주목…사정기관 장악 시도?

하지만 민심 파악을 전담하는 수석급 조직이 없다 보니 그동안 여권 안팎에서는 민정수석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와 영수회담서도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취임 2년 차에 민정수석을 부활한 점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정을 운영하다 보니 민심 정보 정책이 현장서 이뤄질 때 어떤 문제점과 개선점이 있을지 정보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과거에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역기능을 우려해서 법무비서관실만 두셨다가 결국은 취임 2년 만에 다시 민정수석실을 복원하셨다”고 말했다.

민정수석 부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신속한 현안 대응과 정확한 민심 파악을 바탕으로 하는 정무적 대처 실패로 이어져 4·10 총선 참패의 결과를 낳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과 여권의 중론으로 자리 잡자 민정수석을 되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 등을 앞두고 민정수석을 통한 사정기관 장악의 포석이 아니냐는 공세도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설명하고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과도한 권한 
실세 역할은?

이날 김 수석은 “민심 청취 기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저는 앞으로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 국정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각 정책 현장서 이뤄지는 국민의 불편함과 문제점이 있다면 국정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사 정보수집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 정보 내용 등은 이미 공직기강비서관실이나 법률비서관실이 운영하고 있었다”며 “민정수석실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차차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패비서관이 신설되지 않더라도 기존 법률수석실 등을 통해 진행된 권력기관 보고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외부기관 감찰 기능 등이 김 수석 아래에 유지된다. 이로써 용산 대통령실은 3실장 7수석 체제로 확대 재편된다. 

지난 2022년 5월 정부 출범 당시 2실장(비서실장·국가안보실장) 5수석(정무·홍보·경제·시민사회·사회) 체제로 시작했으나 정책 기획·조율 기능 등의 보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같은 해 8월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했다. 

이어 정책기획수석은 국정기획수석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지난해 12월 신설된 정책실장으로 옮기면서 국정기획수석은 사라졌다. 대신 올해 1월 과학기술수석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6수석(정무·홍보·경제·시민사회·사회·과학기술) 체제가 됐고 다시 민정수석이 추가됐다. 

범죄·첩보 등 사정 기능을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은 신설되지 않지만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은 미정이다. 4·10 총선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공약 폐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검사 출신이 민정수석에 임명됐다는 점에서 사정 기능이 부활 혹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과거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보다 사실상 사정기관을 총괄·지휘하는 기능을 했다. 특히 민정수석은 왕수석으로 불리며 과도한 권한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노무현정부의 문재인 민정수석, 박근혜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 문재인정부의 조국 민정수석 등이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직행 문제도 번번이 재연됐다. 야당이 줄줄이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용산 로펌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서울대, 검사
차관, 김앤장

김 수석은 서울 서라벌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18기로 박성재(17기) 법무부 장관보다는 한 기수 후배이며 이원석 검찰총장(27기)보다는 아홉 기수 선배다.


김 수석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1989년부터 2017년 변호사로 개업할 때까지 30년 가까이 검찰과 법무부에 몸담았다.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법무부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법무행정과 특별 수사, 공보 업무를 폭넓게 경험했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5∼2017년 법무부와 검찰 조직의 2인자인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검사를 연이어 지냈다. 2017년 5월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2021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윤 대통령과는 평검사 때 대구지검, 서울지검에 함께 소속돼 일한 인연이 있다. 원칙을 중시하는 치밀한 성품으로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정책 판단과 기획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수석이 정치검사라는 비판을 받은 대표적 사건은 ‘세월호 사건’ 수사 개입 의혹이다. 그는 2014년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해경 123정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하지 못하도록 조은석 대검 형사부장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2014년 11월 이 사건과 정부 책임의 연결고리인 업과사 적용을 하지 못하도록 대검찰청과 광주지검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검 추진되는 와중에…
‘용산 로펌’ 전락 비판


이 과정서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이 광주지검 수사팀을 지휘하던 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과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이며 충돌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꾸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해당 의혹에 대해 수사했지만 업과사 혐의가 공소장에 결국 반영됐다는 등의 이유로 황 전 장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김 수석은 2013년 국가정보원 정치·선거개입 사건 수사 당시에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며 수사팀에 각종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특별수사팀을 이끌다 지시 불이행 등으로 법무부로부터 정직 1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는데 변호인을 통해 검사징계위에 황교안 장관, 김주현 검찰국장은 외압의 당사자다.

이들에게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없다며 기피신청을 내기도 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내던 2010년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5만달러 뇌물수수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과거 정부에 몸담았던 인사를 대상으로 한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가 기소한 한명숙 2차 사건은 최종 유죄판결이 났지만 이 역시도 수사 착수 과정의 문제점 등 때문에 정치수사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총선 패배 후 약화되는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서 “대통령실은 민심 청취를 위한 인사라고 하지만 민심은 핑곗거리일 뿐”이라며 “검찰 장악력 유지가 고단한 민생과 무슨 상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민정수석을 통해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사정기관들을 앞세워 여론 동향이라도 파악할 셈이냐”고 비판했다.

우병우 사단
검 내부 통제?

조국혁신당 배수진 대변인도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김 수석은 박근혜정부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 같은 인물이라는 평이 많다”며 “그래서 우려가 집중됐던 딱 그 인물을 신임 민정수석에 앉혔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4·10 총선 참패 직후부터 간을 보더니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궁여지책 방탄 수석”이라며 “한동훈식에서 우병우식으로 검찰을 장악하는 방식만 바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치 검사들 줄 세워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와 김건희 여사 수사를 둘러싼 검찰 내부의 동요를 잠재우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yuncastl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사 검증’ 다시 민정수석실로?

대통령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면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수행하고 있는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의 주도권이 다시 대통령실로 넘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직후 2022년 5월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6월 법무부 산하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창설해 민정수석실이 맡아온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인사정보관리단에 국무조정실, 국방부, 경찰청, 국정원 등에서 파견받은 인력과 검사 3명을 배치, 1차 자료를 수집해 넘기면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검토해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기 위해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과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등 2개 대통령령 일부개정령도 공포됐다.

법무부는 당시 인사정보관리단에 대해 “공직자 검증이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과거 민정수석실에 대한 비판에서 벗어나 통상의 부처 업무에 편입시킨 것”이라며 “인사 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리단 설치 이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와 김행 여성부장관 후보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 법무부가 인사 검증한 후보자들에게 문제가 계속 발생하자 공직 후보자를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직 인사 검증 과정서도 법무부가 채 상병 사건 고발 내용을 검토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논란마다 법무부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법무부 측은 기계적으로 ‘1차 검증만 담당한다’며 책임을 피해갔다. 

이런 논란 끝에 민정수석실이 신설되고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김주현 민정수석이 임명되면서 공직자 인사 검증 과정서 민정수석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대통령실은 기존 비서실장 관할서 2차 인사 검증을 맡아왔던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을 민정수석실 산하로 이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공직자 인사 검증 역할의 무게추가 민정수석실로 기울 수는 있지만 인사검증관리단 자체가 당장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취지와 1차 검증 업무 등 역할에 비춰 볼 때 당분간 체제를 유지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 검증단 이관과 관련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만들어질 때부터 인사 검증 역할이 분산돼 (민정수석실 신설과) 상관관계가 있지 않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