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기획 부동산 대부 김현재 회장 실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5.13 16:47:32
  • 호수 1479호
  • 댓글 4개

자선사업·땅 사기 ‘야누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과거 기획부동산 사기와 횡령 혐의로 복역한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출소 이후 ‘폰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1999년 삼흥그룹의 모체인 삼흥월드를 설립한 그는 5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김 회장이 돈 될 만한 땅을 찍으면 계열사 사장들이 그 땅을 한꺼번에 사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는 이를 다시 쪼개 제3자에게 “주거·상업지역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를 용도변경이 가능하다”고 속여 팔다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회장은 토지를 싼 가격에 산 뒤 호재가 있다는 소문을 내고 쪼개 파는 이른바 ‘기획부동산’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거물이다. 2003년 기획부동산 사기로 210억원을 가로채고,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6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출소한 김 회장은 “나를 기소한 검사들이 사실은 무죄였다고 말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플랫폼

지난 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케이삼흥 김현재 회장 등 경영진을 수사 중이다. 2021년 설립된 케이삼흥은 정부가 개발할 토지를 미리 매입한 뒤 개발이 확정되면 보상금을 받는 ‘토지 보상 투자’를 권유하며 급성장했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며 전국에 7개 지사를 세우고 투자자를 모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익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며 피해자들과 신뢰를 쌓았던 김 회장은 지난 3월부터 무더기 수익금 미반환 사태를 일으켰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1000명 이상이며 대부분은 50대 중장년층이었다. 이들 중에는 평생 모아온 자산 대부분을 투자한 이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달에 2%(연 24%) 넘는 배당수익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배당금과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 회장이 일당이 최대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출소한 김 회장이 플랫폼을 활용한 진화된 수법과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이삼흥 일부 피해자는 김 회장이 20여년 전 비슷한 사기를 벌였다는 점을 뒤늦게 확인하고 아연실색했다. 김 회장의 행보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1980년대 후반 한 부동산 사무소의 사무장으로 재직한 경험을 토대로 1999년 삼흥그룹의 모체인 삼흥월드를 설립했다. 

삼흥월드 등 5개 계열사 왕회장 
텔레마케터 700여명 “땅 사세요”

삼흥인베스트, 삼흥에스아이, 삼흥피엠, 삼흥센추리, 삼흥에프엠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린 가운데 삼흥센추리는 2000년대 중반 부성윈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부성윈플러스(당시 삼흥센추리)는 2003년 충북 제천시와 협약을 맺고 330억원 규모의 펜션단지 개발을 추진했다. 

특이한 점은 부동산 회사인 부성윈플러스가 전화권유판매(텔레마케팅) 사업자로 등록돼있었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등기상 대표는 박모씨였는데 부성윈플러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삼흥그룹으로 연결됐다. 삼흥그룹 본사 격인 삼흥건설과 그 계열사 사무실은 강남구 서초동에 있었다.

그러나 김 회장의 개인 집무실은 강남구 역삼동에 있었다. 삼흥그룹은 이처럼 사실상 하나의 회사를 삼성동, 역삼동, 서초동으로 나눠 운영했다.

각 회사를 분할 관리한 이유는 혹시 있을 압수수색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김 회장은 부동산 판매에 텔레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혁신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부동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흥그룹 대부분의 직원이 텔레마케터였다. 600∼750명의 텔레마케터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땅을 사라고 부추겼다.


텔레마케터를 활용해 투자자를 모았던 삼흥그룹이 최근 부동산 투자플랫폼을 운영하는 케이삼흥으로 변신한 것이다.

삼흥그룹의 자금 동원력은 2003년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해 1687억원의 매출을 올린 삼흥그룹은 2004년에도 166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흥그룹이 전후 5년간 올린 매출은 5300여억원에 이르렀다. 삼흥그룹의 성공을 본 많은 부동산 업자들은 김 회장에게 몰려들었다.

“검사들이…
난 무죄였다”

업자들은 삼흥그룹을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라고 불렀다. 당시 김 회장은 충북 제천 외에도 경기 이천·용인, 전북 무주 등 4곳에서 212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특히 무주에선 평당 2만5000원에 구입한 땅을 37만원에 되팔아 15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김현재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내사하기도 했으나, 실체에 접근하지 못했다. 2004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사기 등 혐의로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남 영암 출신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자선사업가로 변신해 사회적 신뢰를 쌓고 정치권으로 발을 넓혔다. 1990년대 초반부터 수형자를 위한 장학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2003년에는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어 소년 수형자 지원활동에 나섰다. 장학금도 수차례 쾌척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영암향교는 지난해 11월 향교 내 교궁서 김 회장의 공적비를 세우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영암군 시종면 출신으로 지난 2004년 영암향교 경서학원 설립기금 6000만원 기탁을 계기로, 시종면민 장학금 46억원, 청소년 교도소 뮤지컬 공연 4억원, 천안 청소년 교도소 재소자 장학금 7억5000만원을 기탁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광주 지역신문인 <호남매일신문>을 사들여 지방 언론 사주가 됐다. 지방 언론 소유는 그의 정치권 인맥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달콤한 유혹
투자자 설득

김 회장은 김대중·노무현정부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 새천년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부 국정자문위원을 맡았던 그는 열린우리당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김 회장을 비호했다고 의심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2006년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김현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알고 있다. 지금 터뜨리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의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과 선후배로 지냈던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현 전 의원은 검찰의 1호 타깃이 됐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16대 국회의원이던 2003년 7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김씨로부터 모두 22차례에 걸쳐 13억7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김 회장이 김 전 의원에게 건넨 정치자금 총액을 41억6000만원으로 파악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돈에 대해서는 공소를 포기했다.


2007년 대법원은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판결했다.

해당 수사에 대해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김 전 의원은 당시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서 “평소 나를 도와주는 후배가 청소년문화를 연구하는 (내)재단에 기부한 것이다. 그것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거니 할 말이 없더라”고 말했다.

제 버릇 남 못 주고···과거 재조명
언론과 정치권 아우른 ‘검은 손’

한편, 김 회장의 주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었다. 당시 법원은 210억원대 토지판매 사기를 저지르고, 법인세 88억원을 탈루했으며, 회삿돈 245억여원을 빼돌린 김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벌금 81억원을 선고했다.

출소 후 동종범죄를 저지르는 범죄 순환에 업계 전문가는 재범을 막을 장치가 미비한 탓에 끊임없는 대규모 사기 피해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출소 후 비슷한 방식의 사기 범죄를 기획했다는 점에 대해 ‘일확천금’을 꿈꾸는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 2016년부터 6년간 사기범 확정 판결문 2061건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재범인 경우가 6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범 사기의 경우 약 40%가량이 동일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재차 벌인 사기인 점도 분석됐다. 


반복되는 사기를 막기 위해선 처벌 강화를 비롯해 사기범 출소 후 관리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사기 범죄는 총 34만7597건으로 5년 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올해 발간한 <치안전망 2024>에 따르면 올해는 투자리딩방, 보이스피싱 등 악성 사기 범죄가 5대 강력범죄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각에선 사기 범죄가 많이 늘어나 유죄 확정판결이 난 경우 신상 공개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언론사 대표
정치권 개입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실장은 “사기 범죄가 형사 처벌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면 피고인이 재산을 이미 다 빼돌리거나 갚을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민사로 가도 구제가 쉽지 않다”며 “사기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하는 등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