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래 내 집에…‘도둑 전입’ 고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07 14:14:38
  • 호수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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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모르는 ‘동거인’ 정체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어느 날 갑자기 알지 못하는 이름의 우편물이 집으로 도착했다. 전 세입자도 아닐뿐더러 임대인과도 상관없다. 카드 요금 체납 고지서 등 우편물은 끊이지 않는다. 확인해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현재 거주 중인 집에 전입신고를 한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집에는 동거인이 등록돼있었다.

“우리 집에 모르는 사람이 전입신고가 돼있었다. 나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알게 됐다. 살면서 집 등기부등본을 떼볼 일이 없지 않나. 너무 황당하다. 어제 저녁에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바로 주민센터에 왔다.”

임대인
바뀐 뒤…

지난 3월 말, 서울시 서초구의 한 주민센터서 만난 주민 A씨의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떼본 등기부등본에 자신이 모르는 이름이 있었다는 것이다. 친척이거나 지인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모르는 생판 남이었다. 현행 법령체계상 전입신고는 아무나 할 수 있다. 주민센터에 가서 임대차 계약서를 보여주고 전입신고만 하면 된다.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아도 전입할 수 있고, 전입신고가 된다고 해서 집주인에게 연락이 가는 것도 없다. 빈틈이 너무 많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나 몰래 전입신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주민등록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과시켰다.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전입신고 때 전입자의 확인 의무화 ▲전입신고 때 신분 확인 강화 ▲주소 변경 사실 통보 서비스 신설 ▲전입세대 확인서 개선 등이다. 이로써 ‘나 몰래 전입신고’ 방지를 위해 전입신고 때 전입자 확인을 의무화됐다.

기존에는 전입신고 시 ‘전입하려는 곳의 세대주’가 전입 당사자의 서명이 없더라도 ‘이전 거주지의 세대주’의 서명만으로 신고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 세대주의 서명만을 받고 전입자를 다른 곳으로 몰래 전입신고한 뒤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전세 사기 사례까지 발생한 바 있다. 앞으로는 현 세대주가 전입신고할 때는 반드시 전입 당사자의 서명을 받도록 해 전입자의 확인 없이는 전입신고를 할 수 없게 됐다.

또, 전입자의 신분 확인이 강화돼 현 세대주를 포함한 전입자 모두의 신분증 원본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에는 전입 신고자에 대해서만 신분증 확인을 했는데, 앞으로는 현 세대주가 신고하는 경우 전입자의 신분증 원본을 제시해야 한다.

집주인 친척이 몰래 위장 전입
“보증금 쉽게 안 준다” 협박도

집주인이 현재 세입자 몰래 다른 집으로의 전입을 원천적으로 막은 셈이다. 반대로 집주인 몰래 다른 전입신고로 들어와 있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행히 주민센터서 ‘주민등록말소’ 제도를 이용해서 주소 말소를 시키면 된다. 보통은 세입자가 이사가면서 주소지 이전을 하지 않는 경우에 이용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모르는 사람이 전입신고가 돼있다는 것은 보통 우편물을 통해 알게 된다. B씨는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이었는데, 임대인이 한번 바뀌었다. 이 임대인은 기존 임대인과 행동이 많이 달라서 특이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임대인이 바뀐 뒤 B씨 집으로 이상한 우편물이 발송되기 시작했다. 미납요금 통지서나 법원 안내문 등이었다. 이를 수상히 여겼던 B씨가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 전입세대 열람을 신청해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 B씨 아파트로 전입이 돼있었다. 

평수에 따라서 두 명이 세대주인 집도 있지만, B씨가 거주 중인 아파트는 한 명만 가능한 집이었다. 전세 기간도 한참 남아 있었다. 주민센터도 해당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전입신고를 해준 것이었다. 세입자 몰래 위장전입한 것인데, B씨는 이렇게 몰래 전입신고가 가능하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B씨가 임대인에게 성명불상의 외부인이 전입세대로 올라가 있는지 묻자, 임대인은 “입주한 사람이 2명일 수도 있다”고 황당한 말을 했다.

전입신고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임대인의 친척이었다. B씨가 임대인에게 “이 집에 들어와 있는 사람을 전출시켜 달라”고 요구하자, 임대인은 오히려 화를 냈다. 그는 “세입자가 2명이어도 상관없다. 집 주인이 문제가 없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왜 이렇게 까탈스럽게 구느냐. 집 나갈 때 편안하게 나가는 건 바라지도 말라”고 협박까지 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은 끝까지 B씨에게 위장전입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모르는
우편물

물론, B씨가 직접 전출시키는 방법은 있다. 주민센터에 연락해서 해당 전입자가 실거주하지 않는다고 알리면 확인 과정을 통해 등록된 주소를 말소시켜 준다. 신문고나 해당 부서에 신고해도 된다. 하지만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다”고 협박까지 하니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B씨는 “알아 보니 집주인이 집을 팔려면 실거주를 몇 년 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안 그러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했다. 본인이 이득을 보려고 그렇게 한 것이고 차라리 설명이라도 제대로 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으니 화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전입신고 소멸이 쉬운 건 아니다. 현행 규정에 따라 몰래 신고된 전입자에게 거주지 불명 신고로 구청이 직권말소할 수도 있다. 구청은 해당 전입자에게 통보하고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이행 시 한 달 후 현장 조사를 거쳐 거주가 확인되지 않으면 직권말소하는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직권말소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몰래 전입한 전입자가 통보를 받지 않을 경우, 시간은 한없이 소요되는데, 길면 4~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실거주자가 있는 집에 전입신고해도 집주인 또는 실거주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특별한 서류를 떼지 않는 한 인지할 수도 없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이나 세입자도 모른 채, 장기간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특히 몰래 전입은 아파트보다 빌라서 많이 목격된다. 건축물대장, 집합건물 등기부등본과 같은 공부상 지하층이나 반지하층은 지하로 표기되지만 실제 빌라는 지하 또는 반지하 층은 1층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이런 경우 지하 1층 세입자가 공부상에 기록된 101호로 전입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단순 실수로 인한 몰래 전입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몰래 전입에 관용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세입자 보호 때문이다. 집주인이 부동산투기 등을 목적으로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막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전입신고 시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세입자들은 대항력을 발휘할 수가 없어진다. 실제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 주거 상품의 경우, 주택 수 산정 회피나 세금 회피를 위해 집주인들이 계약 시 특약사항을 작성해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멸도
쉽지 않아

임대인과 임차인이 바로 전입신고가 가능한 고시원과 원룸에 거주하지 않은 채로 전입신고하는 이른바 ‘계획적 위장전입’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고시원 등 저렴한 원룸 매물이 주로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거주 전입신고’라고 검색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물이 올라온다.

해당 글에는 “풀옵션 원룸텔이다. 3개 지하철 라인과 대중교통이 있어 엄청 편리하다. 무보증에 계약 기간이 자유롭다. 단기도 가능하다. 모든 요금이 포함돼있고, 방 크기에 따라 45만~65만원이다. 장기 거주 시 할인 혜택이 있고, 주차도 가능하다”고 안내돼있다. 

이어 “모든 방은 창문이 다 있어 햇빛이 잘 들어온다. 방과 욕실은 개별 공간, 주방과 세탁실은 공용이다. 출장이나 교육으로 방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 거주하지 않아도 전입신고가 가능하다”고도 설명했다.

서울·수도권서 고시원이나 원룸에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목적은 대부분 새 아파트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서울의 경우 1년 이상 거주해야 당해 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 같은 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한 방을 찾는 수요자들은 하나같이 ‘1년 단위’ 계약을 요구한다. 이런 수요에 맞춰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하니 언제든 문의 달라”며 홍보하는 업체들도 있다. 어차피 원룸이나 고시원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은 대학생이나 고시생들이다. 이들은 전입신고 비율이 매우 적어 집주인 입장에선 전입신고비를 챙기는 이득을 보는 셈이다.

보통 월세는 2만~5만원 정도로 책정하며, 6개월이나 1년 단위 선납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위장전입 수요를 노린 ‘먹튀’ 사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1년 월세 계약금이 20만~30만원 선에 불과해 계좌로 계약금을 바로 송금하는 위장전입자들이 많은데, 집주인들이 돈만 챙기고 연락을 끊는 식이다.

원룸·고시원 ‘비거주 신고’
“실거주자에게 사실 통보해야”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비거주 전입신고가 된다고 해서 집주인에게 1년 치 월세를 송금했는데, 당초 전입신고가 안되는 방인데다가 대포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 연락이 끊어져 신고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위장전입의 발각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해 서울 종각역 인근의 한 고시원 관계자는 “전입신고 시 정확한 호수를 적지 않아도 된다. 관할구청서 ‘해당 세입자가 실제로 거주하는 게 맞느냐’는 전화에 ○○호에 살고 있다고만 대답하면 넘어갈 만큼 검증이 허술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서 직접 위장전입 조사를 나와도 경찰을 대동하거나 큰 사건·사고가 나지 않는 한 방 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어 위장전입자의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불량자가 은행 등으로부터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 주소지를 엉뚱한 곳으로 옮기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엉뚱한 가정에 대금납부 독촉장, 법원 압류장 등이 날아들면서 이웃으로부터 신용불량자로 오인받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회사원 C씨는 “지난 3월 말부터 은행, 새마을금고 등 10여곳으로부터 온 각종 독촉장이 아파트 우편함에 쌓여 이웃들로부터 신용불량자로 오인받는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위장전입하는 경우도 있다. 부부는 이혼 후 아이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상당수의 이혼 판결문에는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상 아무 효력이 없다. 양육비를 받기 위해선 양육비 이행명령을 신청해야 하고, 그럼에도 세 차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감치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위장전입 등 편법을 통해 감치명령을 피하는 이들이 많고, 감치명령 이후에도 1년 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할 경우, 그제서야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 부모가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양육자는 양육비 지급 상대가 어디로 위장전입했는지 찾기도 힘든 실정이다.

세입자
보호는?

이같이 세입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집주인도 아닌 실거주자가 모르는 전입신고가 이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과거 노무현정부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엄격히 제한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위장전입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 보호 목적이 있다고 해도 실거주자도 모르는 전입이 이뤄진다면 이는 제대로 된 주민등록제도가 아닐 것”이라며 “최소한 실거주자 전입 사실을 통보하고 적절한 전입인지를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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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