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래 내 집에…‘도둑 전입’ 고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5.07 14:14:38
  • 호수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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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모르는 ‘동거인’ 정체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어느 날 갑자기 알지 못하는 이름의 우편물이 집으로 도착했다. 전 세입자도 아닐뿐더러 임대인과도 상관없다. 카드 요금 체납 고지서 등 우편물은 끊이지 않는다. 확인해 보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현재 거주 중인 집에 전입신고를 한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집에는 동거인이 등록돼있었다.

“우리 집에 모르는 사람이 전입신고가 돼있었다. 나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우연히 알게 됐다. 살면서 집 등기부등본을 떼볼 일이 없지 않나. 너무 황당하다. 어제 저녁에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바로 주민센터에 왔다.”

임대인
바뀐 뒤…

지난 3월 말, 서울시 서초구의 한 주민센터서 만난 주민 A씨의 말이다. 우연한 기회에 떼본 등기부등본에 자신이 모르는 이름이 있었다는 것이다. 친척이거나 지인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모르는 생판 남이었다. 현행 법령체계상 전입신고는 아무나 할 수 있다. 주민센터에 가서 임대차 계약서를 보여주고 전입신고만 하면 된다.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아도 전입할 수 있고, 전입신고가 된다고 해서 집주인에게 연락이 가는 것도 없다. 빈틈이 너무 많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나 몰래 전입신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주민등록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통과시켰다.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전입신고 때 전입자의 확인 의무화 ▲전입신고 때 신분 확인 강화 ▲주소 변경 사실 통보 서비스 신설 ▲전입세대 확인서 개선 등이다. 이로써 ‘나 몰래 전입신고’ 방지를 위해 전입신고 때 전입자 확인을 의무화됐다.

기존에는 전입신고 시 ‘전입하려는 곳의 세대주’가 전입 당사자의 서명이 없더라도 ‘이전 거주지의 세대주’의 서명만으로 신고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전 세대주의 서명만을 받고 전입자를 다른 곳으로 몰래 전입신고한 뒤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전세 사기 사례까지 발생한 바 있다. 앞으로는 현 세대주가 전입신고할 때는 반드시 전입 당사자의 서명을 받도록 해 전입자의 확인 없이는 전입신고를 할 수 없게 됐다.

또, 전입자의 신분 확인이 강화돼 현 세대주를 포함한 전입자 모두의 신분증 원본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에는 전입 신고자에 대해서만 신분증 확인을 했는데, 앞으로는 현 세대주가 신고하는 경우 전입자의 신분증 원본을 제시해야 한다.

집주인 친척이 몰래 위장 전입
“보증금 쉽게 안 준다” 협박도

집주인이 현재 세입자 몰래 다른 집으로의 전입을 원천적으로 막은 셈이다. 반대로 집주인 몰래 다른 전입신고로 들어와 있는지의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다행히 주민센터서 ‘주민등록말소’ 제도를 이용해서 주소 말소를 시키면 된다. 보통은 세입자가 이사가면서 주소지 이전을 하지 않는 경우에 이용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모르는 사람이 전입신고가 돼있다는 것은 보통 우편물을 통해 알게 된다. B씨는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이었는데, 임대인이 한번 바뀌었다. 이 임대인은 기존 임대인과 행동이 많이 달라서 특이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임대인이 바뀐 뒤 B씨 집으로 이상한 우편물이 발송되기 시작했다. 미납요금 통지서나 법원 안내문 등이었다. 이를 수상히 여겼던 B씨가 인근 주민센터를 찾아 전입세대 열람을 신청해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 B씨 아파트로 전입이 돼있었다. 

평수에 따라서 두 명이 세대주인 집도 있지만, B씨가 거주 중인 아파트는 한 명만 가능한 집이었다. 전세 기간도 한참 남아 있었다. 주민센터도 해당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전입신고를 해준 것이었다. 세입자 몰래 위장전입한 것인데, B씨는 이렇게 몰래 전입신고가 가능하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B씨가 임대인에게 성명불상의 외부인이 전입세대로 올라가 있는지 묻자, 임대인은 “입주한 사람이 2명일 수도 있다”고 황당한 말을 했다.

전입신고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임대인의 친척이었다. B씨가 임대인에게 “이 집에 들어와 있는 사람을 전출시켜 달라”고 요구하자, 임대인은 오히려 화를 냈다. 그는 “세입자가 2명이어도 상관없다. 집 주인이 문제가 없다는데 무슨 상관이냐? 왜 이렇게 까탈스럽게 구느냐. 집 나갈 때 편안하게 나가는 건 바라지도 말라”고 협박까지 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은 끝까지 B씨에게 위장전입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모르는
우편물

물론, B씨가 직접 전출시키는 방법은 있다. 주민센터에 연락해서 해당 전입자가 실거주하지 않는다고 알리면 확인 과정을 통해 등록된 주소를 말소시켜 준다. 신문고나 해당 부서에 신고해도 된다. 하지만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않는다”고 협박까지 하니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B씨는 “알아 보니 집주인이 집을 팔려면 실거주를 몇 년 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안 그러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했다. 본인이 이득을 보려고 그렇게 한 것이고 차라리 설명이라도 제대로 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으니 화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전입신고 소멸이 쉬운 건 아니다. 현행 규정에 따라 몰래 신고된 전입자에게 거주지 불명 신고로 구청이 직권말소할 수도 있다. 구청은 해당 전입자에게 통보하고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이행 시 한 달 후 현장 조사를 거쳐 거주가 확인되지 않으면 직권말소하는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직권말소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몰래 전입한 전입자가 통보를 받지 않을 경우, 시간은 한없이 소요되는데, 길면 4~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실거주자가 있는 집에 전입신고해도 집주인 또는 실거주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특별한 서류를 떼지 않는 한 인지할 수도 없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주인이나 세입자도 모른 채, 장기간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특히 몰래 전입은 아파트보다 빌라서 많이 목격된다. 건축물대장, 집합건물 등기부등본과 같은 공부상 지하층이나 반지하층은 지하로 표기되지만 실제 빌라는 지하 또는 반지하 층은 1층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이런 경우 지하 1층 세입자가 공부상에 기록된 101호로 전입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단순 실수로 인한 몰래 전입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몰래 전입에 관용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세입자 보호 때문이다. 집주인이 부동산투기 등을 목적으로 세입자의 전입신고를 막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전입신고 시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게 되면, 세입자들은 대항력을 발휘할 수가 없어진다. 실제 오피스텔 같은 비주택 주거 상품의 경우, 주택 수 산정 회피나 세금 회피를 위해 집주인들이 계약 시 특약사항을 작성해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멸도
쉽지 않아

임대인과 임차인이 바로 전입신고가 가능한 고시원과 원룸에 거주하지 않은 채로 전입신고하는 이른바 ‘계획적 위장전입’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고시원 등 저렴한 원룸 매물이 주로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거주 전입신고’라고 검색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물이 올라온다.

해당 글에는 “풀옵션 원룸텔이다. 3개 지하철 라인과 대중교통이 있어 엄청 편리하다. 무보증에 계약 기간이 자유롭다. 단기도 가능하다. 모든 요금이 포함돼있고, 방 크기에 따라 45만~65만원이다. 장기 거주 시 할인 혜택이 있고, 주차도 가능하다”고 안내돼있다. 

이어 “모든 방은 창문이 다 있어 햇빛이 잘 들어온다. 방과 욕실은 개별 공간, 주방과 세탁실은 공용이다. 출장이나 교육으로 방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 거주하지 않아도 전입신고가 가능하다”고도 설명했다.

서울·수도권서 고시원이나 원룸에 위장전입을 시도하는 목적은 대부분 새 아파트 청약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서울의 경우 1년 이상 거주해야 당해 지역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지는데, 이 같은 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한 방을 찾는 수요자들은 하나같이 ‘1년 단위’ 계약을 요구한다. 이런 수요에 맞춰 “비거주 전입신고가 가능하니 언제든 문의 달라”며 홍보하는 업체들도 있다. 어차피 원룸이나 고시원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은 대학생이나 고시생들이다. 이들은 전입신고 비율이 매우 적어 집주인 입장에선 전입신고비를 챙기는 이득을 보는 셈이다.

보통 월세는 2만~5만원 정도로 책정하며, 6개월이나 1년 단위 선납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위장전입 수요를 노린 ‘먹튀’ 사기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1년 월세 계약금이 20만~30만원 선에 불과해 계좌로 계약금을 바로 송금하는 위장전입자들이 많은데, 집주인들이 돈만 챙기고 연락을 끊는 식이다.

원룸·고시원 ‘비거주 신고’
“실거주자에게 사실 통보해야”

실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비거주 전입신고가 된다고 해서 집주인에게 1년 치 월세를 송금했는데, 당초 전입신고가 안되는 방인데다가 대포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 연락이 끊어져 신고할 수 없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위장전입의 발각 가능성은 없을까? 이에 대해 서울 종각역 인근의 한 고시원 관계자는 “전입신고 시 정확한 호수를 적지 않아도 된다. 관할구청서 ‘해당 세입자가 실제로 거주하는 게 맞느냐’는 전화에 ○○호에 살고 있다고만 대답하면 넘어갈 만큼 검증이 허술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구청서 직접 위장전입 조사를 나와도 경찰을 대동하거나 큰 사건·사고가 나지 않는 한 방 문을 마음대로 열 수 없어 위장전입자의 실거주 여부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불량자가 은행 등으로부터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 주소지를 엉뚱한 곳으로 옮기는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엉뚱한 가정에 대금납부 독촉장, 법원 압류장 등이 날아들면서 이웃으로부터 신용불량자로 오인받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회사원 C씨는 “지난 3월 말부터 은행, 새마을금고 등 10여곳으로부터 온 각종 독촉장이 아파트 우편함에 쌓여 이웃들로부터 신용불량자로 오인받는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위장전입하는 경우도 있다. 부부는 이혼 후 아이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상당수의 이혼 판결문에는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적혀 있지만 사실상 아무 효력이 없다. 양육비를 받기 위해선 양육비 이행명령을 신청해야 하고, 그럼에도 세 차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감치명령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위장전입 등 편법을 통해 감치명령을 피하는 이들이 많고, 감치명령 이후에도 1년 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할 경우, 그제서야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는 부모가 양육비를 주지 않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 형사 고소를 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양육자는 양육비 지급 상대가 어디로 위장전입했는지 찾기도 힘든 실정이다.

세입자
보호는?

이같이 세입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집주인도 아닌 실거주자가 모르는 전입신고가 이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과거 노무현정부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엄격히 제한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위장전입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 보호 목적이 있다고 해도 실거주자도 모르는 전입이 이뤄진다면 이는 제대로 된 주민등록제도가 아닐 것”이라며 “최소한 실거주자 전입 사실을 통보하고 적절한 전입인지를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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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