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나쁜 집주인과 중개사 ‘임대 깡패’ 커넥션 추적 ③전국전세사기대책위원회 안상미 위원장의 토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30 13:37:41
  • 호수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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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4조? 1조도 안 듭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전세 사기 피해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하다. 시간만 계속 흘러간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이 싸우는 사이 민생의 목소리는 흐려진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우리의 목소릴 듣고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외치지만 허공 속으로 흩어질 뿐이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전체회의를 2회 개최했다. 해당 회의를 통해 1432건이 전세 사기로 추가 인정됐다. 피해자가 아닌, 전세 사기로 인정된 집 건수가 1만5000건을 넘은 것이다. 피해자들이 1인 가구보다는 2~3인 가구로 예상되는 만큼,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기준 다른 판단

21대 국회서 전세사기특별법인 ‘선 구제 후 구상’을 추진 중이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재정 투자의 이유로 협조적이지 않다. ‘특별법이 시행될 경우, 수조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주장이다. 이 와중에도 전세 사기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22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있는 한 카페서 안상미 전국전세사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과 만나 현재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경청했다.

안 위원장 역시 전세 사기 피해자로 거주 중이던 아파트로 ‘경매에 넘어갔다’는 내용의 우편물이 우편물을 받고 나서였다.


그는 “당시 너무 놀라서 부동산에 물어보니 ‘문제없다. 걱정하지 마라’고만 했다. 집 계약 당시 집의 문제점에 대해 공인중개사가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보통 임차인이 집을 구할 때는 공인중개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악용한 것이었다. 전국 각지서 전세 사기 문제가 터지고 경매 우편물을 받은 후,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결탁해 임차인을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안 위원장이 전세로 계약해 거주 중인 아파트는 특정 공인중개사무소(이하 중개사무소)에만 매물로 올라왔던 집이었다. 게다가 해당 중개사무소 공인중개사가 그에게 집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계약을 진행했다.

안 위원장은 “공인중개사도 사법적 판결을 받아야 한다. 불법이 일상화돼있는 곳이 중개사무소다. 중개사무소 관련 법에는 공인중개사에게 ‘설명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데,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게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도 전세 사기 매물(문제 있는 집들)을 단기 임대로 내놓고 있다. 지금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 부동산계약은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의 합의로 이뤄진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계약서 작성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문제가 있을 시 해당 중개사무소가 책임진다’는 각서까지 쓰기도 했지만, 이에 대한 법적 효력은 없다. 이를 두고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을 속이기 위해 한 행동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들린다.

임차인들은 공인중개사를 신뢰함으로써 계약서를 작성한다.

안 위원장은 “문제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내가 피해자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토부와 경찰이 판단하는 전세 사기 피해자 기준도 너무 다르다”며 “우리는 피해자들끼리 모여서 관련자들의 조직도를 만들었다. 경찰서도 대단하다고 놀랐다. 진짜 문제는 이런 과정서 피해자의 일상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마음 한편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살아간다. 공황장애를 앓는 것은 기본이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는 “전 재산을 잃어버린 것이다.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는 ‘전세 사기는 개인 간 거래니, 개인이 잘 알아보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며 “전세 사기는 돈을 벌려고 투자한 것도 아니고, 내가 살 집을 마련하다가 사기당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피해자가 잘못해서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인식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부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를 ‘개인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인 간의 거래’라고 폄하했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입장에 반박한다. 피해자 대부분이 청년층이고, 등기부등본을 확인했을 때 문제가 없었던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서도 정상적으로 대출이 실행됐고, 안전하다고 여겼던 청년중소기업대출이 가능한 집도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치권에서는 ‘선 구제 후 구상’이 잘못됐다는 의견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피해자 위로하는 건 피해자뿐
“전세 사기 조직 직권조사해야”

안 위원장은 “국토부가 전세 사기 피해 영상, 안심 전세 앱을 만드는 것도 다 세금으로 하는 것이다. 실효성도 없는 것에 돈을 쓰면서 피해자 구제는 하지 않고 있다”며 “특별법 내용도 보증금의 30%를 최우선 변제하는 것인데, 여태까지 전수조사도 하지 않고 얼토당토 않게 4조원이 필요한다는 기사를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실상은 1조원 이하로 필요하다 말해주고 싶다”며 분개했다.

무엇보다 황당했던 건 안심 전세 앱에서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한 안 위원장의 집을 검색했을 때 안심 매물이라고 떴다는 점이다. 

반면 정부는 건설사의 사업 실패 시 주택을 대신 매입해주도록 논의하고 있다. 건설사가 이익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만 구제해 주고,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야는 의견 대립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정치인을 만나면, 그들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식이었다.

안 위원장은 “정치인에게 만나 달라고 요청하면 ‘나도 젊었을 때 사기당했다. 나때는 정부에 도와달라는 말도 못 했다. 나는 공천이 중요하다’ ‘전 정권서 저지른 일’이라고 한다. 만나기로 해놓고 약속을 잡지 않는다. 대체 피해자를 안 만나면 누구를 만나는 거냐”고 답답해했다.


특별법에 찬성하지도 않는다. 말이 구제지, 실제로 구제가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피해 금액(보증금)의 30%를 인정해 주는 것이지 전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책임을 안 지려고 한다. 피해자들을 구제해 준 뒤 임대인한테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면 된다. 면밀하게 조사하면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에게 앞으로 은행 대출이자를 깎아주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이자를 적게 내니까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이미 경제적으로 힘든 피해자에게 다시 대출하라는 것은 모순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새로 만든 특별법은 기존의 법과 제도를 그대로 가져왔는데, 한시법이다. 기존 법으로는 해결이 안되니 특별법을 만든 것인데 말이 안 된다”며 “처음 특별법을 만들 때 6개월마다 한번씩 고치겠다고 했는데 고치지도 않고 있다. 이미 2번이나 고칠 기회가 있었다. 국회서 반대하니 못하는데, 이러다가 또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했다.

지금도 특별법은 ‘포퓰리즘’이라고 불린다. 예방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전수조사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청년들의 삶은 계속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는 “결혼 예정이던 한 전세 사기 피해자는 결혼도 하지 못한다. 결혼하면 수입이 합쳐져서 안 된다. 이혼하거나 출산 계획을 포기하는 것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우울증 때문에 치료를 받거나,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치료받던 중 세상을 떠난 경우도 있지만, 전세 사기 피해로 사망했다고 나오지도 않는다.


대책이 없다

안 위원장은 “피해자를 위로해주는 것은 피해자밖에 없다. 나는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함께 많은 대화를 하니 다른 피해자들보단 좀 낫다. 전세 사기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가 조직적으로 만드는 사기다. 제발 국가가 직권으로 조사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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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외교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쿠팡의 ‘믿는 구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넘어 미국 정가마저 반응하고 있는 쿠팡 사태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3000만건 이상 유출됐다.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규모를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달 28일로 쿠팡 사태는 두 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 방패 삼아 하지만 쿠팡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뻔뻔함’을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사태는 지난해 11월29일 쿠팡 고객에게 발송된 문자로 시작됐다. 문자에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괜찮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상반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번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쿠팡 시스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쿠팡 사태 발생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쿠팡 본사 현장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팡 유출 대응 범부처 TF를 구성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세청도 가세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이 걱정이 많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역대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기관별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방위서 압박했는데도… 그러면서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가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것 아니냐.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며 “새로운 노동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만 아니라 쿠팡 자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방위적 공격에도 쿠팡의 태도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00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에 경찰 등이 반박했지만 쿠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주장대로면 피해 규모는 1만분의 1로 줄어든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국민 사과도 사태 발생 한 달 만에야 나왔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이 바랬다. 실제 김 의장뿐만 아니라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총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 배상이 아니라 쿠팡, 쿠팡이츠(배달), 쿠팡트래블(여행), 쿠팡알럭스(명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쪼개놓은 것도 모자라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지급이라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도 나섰는데 심지어 사용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쿠폰 사용 기간을 지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도서, 주류, 상품권 등은 구매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에서 사용할 때는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했지만 쿠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쿠팡의 ‘뻣뻣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쿠팡의 ‘믿는 구석’이 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이 그동안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언급됐다. 쿠팡은 정부 부처 출신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치권 인사와 쿠팡 관계자가 식사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직 보좌관 관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신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쿠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전국에 지어놓은 물류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중이고 ‘로켓배송’이라 이름 붙인 새벽배송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월 구독료 7890원의 ‘로켓와우’ 서비스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500만명 이상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은 물론 쿠팡에서 론칭한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원 탈퇴 등으로 이용자가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후발 주자와는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 없이 흘러가나 실제 사건 발생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에 미칠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언급했다. 쿠팡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이용자는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최근 또 하나의 의견이 더해졌다. 쿠팡이 미국을 믿고 우리나라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대처가 주가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태 규모를 축소한 자체 조사 결과가 주가 방어용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미국의 행보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낮췄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나”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외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간 대화라는 점에서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뻔뻔한 태도 일관하더니 ‘믿는 구석’ 있었나 의심 <WSJ>는 관계자 발언 등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 정보 근절법)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정부와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을 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관계자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메시지가 나온 뒤 저희가 미국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안갯속 조 장관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한 번 우리나라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동시에 쿠팡 사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