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범죄도시 4’ 뉴 빌런 김무열

이번엔 이성적인 나쁜 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서 이름을 알린 김무열이 <범죄도시 4>로 돌아왔다.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지만 ‘1000만 배우’를 달성한 적은 없다. 배우 마동석과는 영화 <악인전>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여러 액션 영화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던 김무열이 <범죄도시 4>로 1000만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김무열은 2002년 <짱따>를 발판으로 <지하철 1호선> <쓰릴미> <김종욱 찾기> 등을 거치며 ‘뮤지컬계 아이돌’로 떠올랐다. 본인은 이 표현을 상당히 쑥스러워한다. 그러나 2019년 칸에 오르며 그의 진가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야누스 얼굴
실력파 배우

김무열은 지난 1999년 영화 <사이간>으로 데뷔, 스크린과 뮤지컬 무대, 안방극장까지 모두 섭렵한 실력파 배우다. 특히 그는 연예계 대표적인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로, 다수의 작품서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신만의 입지를 굳혀왔다.

최근엔 넷플릭스 <스위트홈 2> 영화 <정직한 후보> 시리즈서 투철한 직업 정신의 캐릭터로 이목을 끈 반면, 악역도 어마무시하게 소화해내며 흥미로운 필모그래피를 써내려가고 있다.

악역도 마냥 악랄한 게 아닌, 작품마다 변주를 주며 지켜보는 재미를 안겼다. 대표적으론 드라마 <일지매>의 얄미운 악역을 시작으로 영화 <은교>의 비열한 빌런을 거쳐 영화 <보이스>의 보이스피싱 범죄자 등이 있다. <보이스>는 스스로도 “나도 때려죽이고 싶은 악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극악무도한 변신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바 있다.


김무열은 <은교>서 잠재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스승이 질투할 정도의 재능을 가진 젊은 작가 지우역을 맡았던 그는 기자와 한 인터뷰서 “일상 자체를 시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품 준비를 위해 일상서도 캐릭터에 푹 빠지는 그의 패턴은 이후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연평해전> <기억의 밤> <머니백> <인랑>을 비롯해 TV 단막극 등 크고 작은 작품을 두루 경험하며 그는 본인이 출연했던 영화서 최선을 다했다. 

김무열은 “<은교>를 통해 배운 건, 배우로서 내 한계점이 있다는 걸 인식하면서 그 안에서 발버둥을 치기도 했지만 결국 그 순간을 사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연기에 만족하는지 못하는지는 다음 문제 같다. 결국은 정공법밖에 답이 없더라”며 “대본을 여러 번 읽고, 다른 배우와 호흡하며 감독님과 그때그때 얘기하며 잡아갔다. 대사가 입에서 잘 안 나올 때마다 물어봤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짚었다”고 말했다. 

다른 배우들이 칸영화제 초청 소감에 대해 재치 있게 말할 때도 그는 “영화를 존중하는 관객을 보며 나 역시 그 이상으로 제 작품을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내이자 동료 ‘윤승아와 함께 칸에 왔느냐’는 다른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래도 영화로 여기에 왔고, 저 혼자가 아닌 팀으로 다 함께 왔으며, 이곳에 오지 못한 <악인전> 스태프 분들도 계시다”며 “함께 이곳에 있지 못한 분들께 죄송한 마음인 만큼 영화가 더 조명받길 원한다. 와이프에 대해 길게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정중하게 답했다. 

1999년 데뷔 뮤지컬·안방극장 활약
<악인전> 호흡 맞춘 마동석과 재회

김무열은 <악인전>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실제 형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운동으로 예쁘게 가꾸는 몸이 아닌 치열한 삶이 빚어내는 ‘생활형 근육’을 만드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태석을 한결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구축해냈으며 마동석과 함께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무열은 영화, TV, 뮤지컬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넓은 활동 영역을 토대로 캐릭터 표현의 진폭이 큰 배우로서 그 입지를 굳혔다. 특히 한 가지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스스로를 자유롭게 변주하며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소화해내 업계와 대중에게 신뢰를 쌓아왔다.

<악인전>의 첫 공식 상영이 있던 날은 그의 생일이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의 큰 그림이었다고 재치 있게 심경을 전하기도 했지만, 그에 앞서 그는 어머니를 언급했다. 

김무열은 “어찌하다 보니 생일날 상영하게 됐는데 누가 마이크를 들이대면 뭐라 말할까 고민도 했는데 제 생애 최고 생일이라는 말밖에 할 게 없더라. 생일은 제가 축하받기보다는 어머니께 더 감사드려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성인이 되자마자 실질적 가장 역할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그는 너무 힘들었던 심경을 기자에게 고백하며 “돈이 전부라고 생각했을 때 의지했던 유일한 존재가 어머니였다. 대학로서 연극할 때 어머니가 옆집서 차비를 꿔서 주시곤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연기할 수 있던 건 어머니 덕이다. 날 그나마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든 게 어머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무열의 모친은 소설가 박민형씨. <은교> 당시 김무열은 어머니와 시를 문자로 주고받으며 문학의 힘에 대해 새삼 체감했다고 회상했다. 

<악인전>도 그렇다. 설정만 놓고 보면 그간 한국영화서 무수히 재생산된 누아르 및 범죄물이지만 깡패 같아 보이는 형사 태석역을 그가 맡으며 질감이 달라졌다. 체중도 15kg 늘렸다. 김무열이 체중을 늘렸다면 김성규는 10kg 감량했다. <악인전>서 그가 맡은 연쇄살인범 K는 극 초반부터 등장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도시 4>서 김무열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역을 맡았다. 김무열과 마동석은 영화 <악인전>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번 <범죄도시4> 출연도 마동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무열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서 “<범죄도시>가 시리즈화될 거라고 생각 못했다. 영화를 재미있게 봐서 나도 어떤 역할이든 재미있게 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쉬웠는데, 마동석 형의 선구안과 추진력이 대단한 것 같다”며 “4편 제안이 왔을 때 무슨 역할을 주든 잘해낼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답은 안 했지만, 내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창기는 오히려 대본을 보니까 어렵더라. 어떻게 그려내야 할지 막막했다. 행동은 분명한데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형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했다”고 설명했다.

배우이자 제작자로 함께한 마동석에 대해선 “훌륭한 연기자라는 걸 알게 됐고 상대 배우로 연기할 때 느껴지는 것도 훌륭하다. 배우 외에도 작품을 제작하고 기획하는 아이디어도 많고 끊임없이 탐구한다”며 “작가들을 만나서 늘 소재거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만들어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촬영할 때도 한두 시간 자고 나온다. 다음날 찍은 장면을 고민해서 나온다. <범죄도시> 시리즈 장점 중 하나가 애드리브인지 아닌지 선이 모호한 대사들인데, 늘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해서 온다. 새벽 3시 반쯤에 다음 날 찍을 장면에 대해서 문자가 온다.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분을 많이 못봤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이전 빌런들이 악으로 깡으로 분노했다면 백창기는 최대한 감추고 억누르는 인물 같았다. 그동안 빌런 가운데 가장 이성적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생존에 최적화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본 지인들이 살쾡이 같은 형형한 눈빛이 좋았다고 하더라. 사선을 넘나들면서 살아남았고, 이 사람 입장서 기회라고 포착되는 장면들서 그런 느낌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반응을 보고 그건 성공했구나 싶다”고 평가했다.

<범죄도시>
세계관으로

그러면서 “20대 때 단검을 쓰는 칼리아르니스란 무술을 배운 경험이 있다.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아는 상태였다. <범죄도시 4> 촬영 전에 <스위트홈> 시리즈를 촬영했는데 거긴 특수부대 중사 역할을 해서 근접 격투 세미나도 받고 훈련도 했다. 의도치 않게 맥락이 맞아떨어져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김무열은 “이전 빌런들과 차별점을 당연히 생각했는데, 그것에 매몰되면 안 된다. 좋은 걸 가져갈 수도 있고 단점은 배제할 수도 있고 영리하게 해보려고 했다. 그런 데이터가 있다는 건 제게 좋은 거지 않나. 그래서 장점으로 가져오려고 했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매몰되기보다 상대 배우와 호흡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지환, 이동휘, 김민재, 이지훈 등 같이 한다고 해서 제가 하는 작업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건 맞는데 더 중요한 건 공동 작업이다.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캐릭터에 매몰돼 먼저 생각하기 시작하면 엇나갈 수 있다. <범죄도시> 세계관을 지키면서, 그 세계관 안에 녹아들어야 하고 기존 배우들과 호흡도 중요했다. 그런 배우들과 호흡, 상대와 어떤 식으로 만들어 갈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마동석도 김무열에 대해 언론 인터뷰서 “그만큼 액션을 난이도 있게 동작을 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이 없다. 배워서 하는 것과 몸을 잘 쓰는 사람과 하는 게 다르다”며 “김무열은 연기도 훌륭하고 그런 액션도 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하고 있었고 너무 고맙게 해준다고 해서 굉장히 고마웠다”고 설명했다.


마동석은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실 모든 배우를 캐스팅할 때 모든 다양한 방면의 우려가 있었다. 1편 윤계상의 캐스팅도 말이 많았고 2편의 손석구는 더 많았고, 3편은 이준혁이 할 때도 많았고 그런데 우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렇게 하면 이 역할이 새로운 느낌이 들 수 있겠다는 배우들을 시도하고 접촉하는 거라, 그 앞에 전에 있는 배우나 누구를 염두에 두고 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마동석은 앞서 윤계상을 호랑이, 손석구를 사자, 이준혁을 늑대 등에 비유한 바 있다. 그는 김무열에 대해서도 비유해달라는 말에 “굉장히 날렵하고 검은, 다크한 느낌이 난다. (김무열은)표정도 별로 없다. 그렇게 느끼니까 흑표범 같은 느낌이 있었다. 실제 액션할 때 찍은 거 보고 흑표범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특수부대 용병 출신 백창기역

그러면서 “굉장히 날렵하고 파워있고 그런 동작을 한 테이크로 해내고 본인이 직접 날아다니기 쉽지 않은데 제가 무열이 잘하는 거 알고 캐스팅했으니 내가 잘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한편 김무열은 배우 윤승아와 결혼 8년 만인 지난해 6월 건강한 아들을 품에 안았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 아들을 보고 있으면 아직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것 같다. 아들이 자는 모습만 봐도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누구를 더 닮았는지 묻자 “제가 아침에 잘 붓는 스타일인데, 아들도 아침에 일어나면 부어 있다(웃음). 엎드려서 자다 보니 더 붓는 것 같다. 오전에 보면 저를 닮았고, 오후에는 아내와 더 닮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아빠가 된 소감을 묻자 “현장서 일할 때 아들이 보고 싶고 생각이 난다. 이전에는 내가 하는 연기가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못했다. 최근 뉴스에 나간 적이 있는데, 어머님이랑 장모님이랑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봤는데 아들도 같이 봤다고 하더라”며 “생애 첫 TV 시청이었다. 아빠 목소리가 나오니까 신기해했다고 하더라. 그때 연기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잘 살아나갈지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내도 영화를 재미있게 봤고 잘될 것 같다고 해주더라. 저도 잘됐으면 좋겠다”면서도 “1000만 이야기가 나오는 건 입에 오르는 것도 그렇고 조심스럽다. 요즘 날씨도 좋고 힘든 분들도 많은데, <범죄도시>를 보는 동안이라도 마석도 등에 엎혀서 그런 걸 잠깐이나마 잊었으면 좋겠다. 마동석 형님이 <범죄도시>는 ‘엔터테이닝’이라고 말한 것처럼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무열과 윤승아의 연애 스토리는 유명하다. 시작은 윤승아였다. 김무열이 2009년에 출연한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보고 첫눈에 반한 것. 윤승아는 “엄청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며 지인인 배다해에게 김무열에 대한 호감을 표하며 “혹시 그가 싱글이면 소개시켜달라”고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윤승아가 자신에게 관심있다는 얘기를 들은 김무열도 인터넷에 그녀를 직접 검색했다가 한눈에 반했고, 윤승아에게 만나자고 연락했다. 우여곡절 끝에 해외 일정을 앞두고 출국 직전에 만난 두 사람. 김무열은 실제로 윤승아를 만난 뒤 미모에 반했고,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됐다.

지금은 
육아 중

비밀스럽게 연애를 이어갔던 두 사람이었지만, 김무열의 트위터 글이 세간에 공개되면서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무열이 새벽에 술에 취해 윤승아에게만 보내려던 메시지를 모두가 볼 수 있게 보내고 만 것이다. 김무열의 감성 가득한 고백은 큰 화제를 모았고, 촬영 중이던 윤승아는 뒤늦게 소식을 접했다. 실수로 사귄다는 게 알려졌지만, 윤승아는 쿨하게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연인임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결혼한 후 알콩달콩 잘살고 있는 이들은 많은 이의 워너비 부부로 손꼽히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심판의 날 이후…친·비명 갈등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과와 이에 따른 조기 대선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생각보다 이르게 정권교체의 기회를 잡은 더불어민주당이지만 친명·비명 갈등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한 달간 통합 행보를 보이나 싶더니 또다시 서로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최종 변론기일이 마무리된 후 모든 시선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쏠렸다. 통상적으로 2주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만큼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는 이번 주 내로 나올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선고기일 기간을 고려하면 오는 14일이 유력하다. 세 개의 변수 결론은 하나 현 상황서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새로운 재판관이 합류하면 탄핵 심판 심리 과정서 나온 증거 기록과 증언 등을 살피는 ‘변론 갱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2주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새 재판관이 임명돼도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사건 선고에 참여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남은 재판관의 몫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마 후보자 임명은 논의할 필요도 없는 즉시 하면 되는 일”이라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을 촉구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덕수 총리의 탄핵 심판이 급물살을 타거나 헌법재판관 8명의 의견이 만장일치로 모이지 않을 경우에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재판관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최종 결정문을 작성하는 데 다소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당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재판관이 전원일치로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12월3일 내란의 밤을 모든 사람이 봐왔고 탄핵 심판 과정서 윤 대통령의 거짓말을 다 확인한 사람들이 온 국민인데 어떻게 탄핵 심판서 헌법재판관들이 만장일치를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박은정 의원 역시 만장일치로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의원은 “기각 가능성은 없다”며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은 증인들이 넘치고, 헌재 탄핵 심판정에 나오지 않은 기록, 증거들은 더 많다. 수사 기록이 모두 확보돼 사실관계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 입장서도 탄핵 인용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조기 대선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가져가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고 선동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헌법재판에 임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이 파면된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 대선은 60일 이내인 5월13일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 야권은 조기 대선과 내달 2일 예정된 상반기 재·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자고 주장하는 만큼 5월은 곳곳서 격돌이 예상되는 시기다. 운명 가를 일주일 이번 주 결정 유력 마은혁 임명 최대 관건…여야 촉각 오는 13일은 상반기 재보선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헌재가 이보다 이른 시점에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조기 대선과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203조 5항에 따르면 ‘보궐선거 등의 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전일까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실시 사유가 확정된 경우 그 보궐선거 등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의 선거일에 동시에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같이 밝히며 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질 경우 그에 따라 절감되는 세금만 367억원이라고도 강조했다. 조기 대선이 점차 가시권에 접어들자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굳히기에 나섰다. 각종 여론조에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 1순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06명을 대상으로 ‘대선 양자 가상 대결’을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50.0%,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31.6%를 기록했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결과 역시 이 대표가 46.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8.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6.9% ▲홍준표 대구시장이 6.8% ▲오세훈 서울시장 5.1%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2.1%로 집계됐다. 이어 ▲이낙연 전 국무총리 1.7% ▲김동연 전 국무총리 1.4% ▲김부겸 전 국무총리·김경수 경남지사가 1.3% 순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6.0%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지율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최대 숙원이었던 계파 갈등 봉합에 힘을 쏟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민주당 내에서 후보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대로 이 대표의 독무대가 될 경우 1극 체제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런 프레임을 깨트리고 중도층을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통합 행보는 필수라는 해석이다. 스스로 당긴 갈등의 불씨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만난 데 이어 21일 박용진 전 의원과 만남을 가졌다. 이후 24일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28일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악수하고 “더 큰 민주당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연신 강조했다. 하지만 비명(비 이재명계)의 쓴소리와 친명(친 이재명)계의 이견이 부딪쳐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명계가 주장하는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이 대표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실제 통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서 계파 갈등이 몰고 온 후폭풍을 몸소 경험했다. 당시 대권주자였던 이낙연 전 총리와 이 대표 간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사건건 시비가 붙었고 결국 사법 리스크를 건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선 경선 당시 불거진 이른바 ‘무효표’ 처리를 놓고 이 전 총리 측이 크게 반발하면서 명-낙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서 패배한 이후 본격적으로 ‘네 탓 공방’을 벌이며 계파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이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조기 대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대표는 비명계와의 화합에 공을 들였지만 2년 묵은 앙금이 좀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듯하다. 비명계는 계속해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 카드로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직격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김 전 총리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서 열린 비명계 싱크탱크 일곱번째나라랩·사의재의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내란 종식은 대한민국의 틀이 어디서 새로 서서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보여줘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며 “그 첫걸음이 7공화국을 준비하는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고민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답할 때”라고 압박했다. 김 지사도 “탄핵과 정권교체만으로는 안 되고 국민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우리는 새로운 나라 제7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내전과 같은 극단적인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의 나라가 필요하다”며 ‘경제 대연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무너진 공든 탑 지난 전당대회서 이 대표의 대항마로 나섰던 김두관 전 의원도 같은 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를 향해 “대통령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경선 방식에 대해서도 “경선이 시작되면 이 대표의 시계만 돌아가고 나머지 후보는 비전 하나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곧바로 이 후보 추대 잔치 들러리를 서야 할 판”이라며 “어대명 경선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 원로를 비롯한 여당 대권주자 역시 저마다 개헌을 띄우고 있어 양옆으로 이 대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가장 날 선 목소리를 내는 김 전 의원은 “검찰은 항소심서 이재명 대표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로 또다시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오길 바라지만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본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명백히 현존하는 사법 리스크를 인정하고, 민주당의 집권을 위해 당원과 국민에게 사법 리스크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플랜B를 논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께서 임기 2년을 단축하는 3년짜리 대통령은 정말 못하겠다면 사법 리스크를 다 털고 법원 재판 다 받고 개헌 이후 4년 중임제 대선에 출마하길 권한다”며 “그렇게 하면 대통령을 8년까지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방으로 포위망을 좁혀 오자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가 불과 2주 만에 다시 각을 세웠다. 2023년 친·비명 갈등의 뇌관이었던 체포동의안 사태를 놓고 이 대표가 “당내 일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한 게 화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방송된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서 “(체포동의안 가결을)예상했었다”며 “2023년 그때쯤 정부와 대통령, 여당 쪽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재명을 잡아 넣는다’라는 작전을 짰던 것이고, 어쨌든 대한민국 한 개 지방 검찰청 규모의 검사 인력을 투입해서 저를 전방위로 털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9월22일 이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이 국회서 가결됐다. 개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야권서만 최소 29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추측이 나왔다. 당시 공개적으로 가결을 표명한 의원은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 등 다섯 명이었다. 이 “체포동의안 검-비명 짜고 쳤다” “지금까지 쇼였나” 통합 행보에 찬물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체포동의안 2차)표결을 했는데 가결되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전에 들은 얘기가 있다”며 “검찰이 수사하는 과정서 벌인 일이나 당에서 움직이면서 나한테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등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면서도 연관성과 타이밍을 예시로 들었다. 아울러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한 듯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민주적 정당”이라며 “민주당을 사적 도구로 쓰고 상대 정당, 폭력적 집단과 암거래하는 이 집단이 살아남으면 당이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비명계는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즉각 반발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는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것은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을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며 “이 대표는 즉각 막말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의원은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고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 모습은 무엇인가. 발언을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 역시 SNS를 통해 “엊그제까지 통합 행보라고 요란을 떨며 비명계 인사들과 밥을 함께 먹었던 것 또한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검찰과 비명 의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김동현 판사의 공모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검찰과 민주당 의원들이 짰다는 비현실적인 망상을 내뱉는 이 대표의 상식을 파괴하는 언행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고 직격했다. 또다시 벌어진 간극에 한 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이 시점서 이 대표가 저런 발언을 한 이유는 대표 본인만 알 것”이라면서도 “거친 메시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제발이 저려서 발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기껏 쌓아둔 통합 행보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양새다. 친·비명은 서로를 향해 다시 날을 세우며 경계 태세에 나섰다. 돌고 도는 계파 갈등 민주당 소식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쪽이 으르렁거려도 막상 조기 대선이 열리면 합심해 지지율을 견인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의견을 밝혔다. 조기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이벤트를 앞두고 진영 논리에 갇히는 건 오히려 상대방을 도와주는 꼴이란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열리면 60일이란 시간 동안 민주당은 격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며 “갈등과 혐오로 얼룩졌던 지난 대선을 되풀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근소한 차이로 이긴다면 이것대로 또다시 갈등이 불거질 것 같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