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3호 세미나?’ 검찰청 쌍방울 술판 파문

공범들 모여 연어 놓고 건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회유’ 발언 논란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이 반박에 재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며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구하기에 다시 나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서 술 먹으며 진술 회유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이 검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지난 4일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 과정서 “내 진술이 결정적 고리가 돼 이재명 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상황이 만들어진 게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에 진술을 번복했다”며 검찰청사 내에서 ‘세미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술 마셨다”
법정 진술

그는 ‘세미나’가 무엇인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수원지검)1313호 검사실 바로 앞에 ‘창고’라고 붙은 세미나실이 있었다”며 “회의용 테이블에 나, 김성태, 방용철을 다 모아놨고, 외부서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쌍방울 직원들도 와서 음식도 갖다주고 심지어 술도 먹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 김성태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이재명이 제3자 뇌물로 기소되지 않으면 형님이 큰일난다. 이재명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술을 마신 게 맞다”며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곧장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당시 구속 수감돼 교도관의 엄격한 계호 하에 있었던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서 김 전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 전 부지사는 법정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이후에도 이 같은 주장을 전혀 하지 않다가 재판 종결을 앞둔 피고인 신문 과정서 명백히 사실과 다른 일방적 허위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검찰청은 이 전 부지사의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에 재소자 출정기록, 음식 주문·결제 내역, 폐쇄회로(CC)TV 유무 등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부지사와 검찰은 서로 반박에 재반박을 하며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자료 확보에 나서자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청사 도면까지 그리며 지난해 6월 말 검찰 청사 안에서 술자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술자리가 벌어진 시기는 지난해 6월 말에서 7월 초순경”이라며 “6월30일 19회차 조서를 쓴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이화영 법정 진술
반박에 재반박하며 진실게임

이어 “술자리에는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수사 검사와 수사관 1~2명, 쌍방울 관계자 1명에 추가로 1명이 더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술자리 장소는 당초 이 전 부지사가 재판서 말한 1315호 창고가 아니라 맞은편 1313호 검사실 오른편 진술녹화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진술녹화실 대기공간에 교도관을 위치시키고 칸막이 안에서 중요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며 “녹화는 안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쌍방울 관계자가 연어를 가져온 게 오후 5~6시”라며 “김 전 회장이 얼굴이 시뻘게질 때까지 술을 마셔서 (검찰이)시간을 끌어서 술을 깨게 만들어서 보냈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반박에 진상조사를 마친 수원지검은 지난 17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수원지검은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조사를 받은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 주문 및 출정기록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가 없어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조차도 반입한 사실이 일체 없으며, 음주 장소로 언급된 사무실(1315호)은 식사 장소로 사용된 사실 자체가 없고, 오늘 음주 일시로 새롭게 주장된 2023년 6월30일에는 검사실이 아닌 별도 건물인 구치감서 식사를 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부지사가 주장하는 시기에(2023 5~7월) 계호 교도관 전원(38명)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 밀착 계호하는 상황서 음주는 불가능하며 이를 목격한 적도 없고, 외부인이 가져온 식사를 제공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청사 CCTV를 확인하라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주장에 대해 “청사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청사 방호 용도로 복도에만 설치돼 복도 이동 상황만 녹화되며(보존기간 30일), 사무실에는 설치돼있지 않다”며 “검사실 음식 주문 내역과 식당 관계자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검사실서 주문된 식사에 주류는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김성태·방용철
검사·수사관과…”

그러면서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7월 민주당 관계자 등과 접촉한 이후부터 조작·회유를 주장하기 시작한 후 재판서 수많은 객관적 증언과 물증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들이 조작됐다는 등 상식 밖의 허위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 전 부지사의 근거 없는 일방적인 허위 주장을 마치 진실인 양 계속해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부당한 외압을 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므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이 같은 일이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법적 대응 예고에도 이 전 부지사 측은 지난 18일, 10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놓으며 다시 재반박에 나섰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김성태 등을 통한 회유·압박은 주로 3곳에서 이뤄졌다”며 “1313호실(검사실) 앞 창고, 1313호실과 연결되는 진술녹화실(이하 진술녹화실), 1313호실과 연결되는 검사 개인 휴게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창고에는 교도관이 들어와 감독했지만 진술녹화실과 검사 휴게실에는 교도관이 들어오지 못했다”며 “검사가 휴게실에 이화영과 김성태 등만 남겨놓고 이화영을 회유·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술녹화실 안의 상황에 대해 교도관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소상히 아는 수원지검이 교도관을 확인하고 음주 사실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수원지검 지하 1층 출입구를 통해 사전에 허가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다며 음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수원지검의 주장엔 지하 1층으로 술 반입이 가능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회유 주장
지검 입장은?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교도관 출정 일지 등을 통해 확인했다지만, 일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지를 통해 김성태 등이 함께 식사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검찰은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전 기간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이화영의 출정 기록과 쌍방울 직원들의 검찰 출입 기록, 교도관의 출정일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의 술판 주장이 연일 이어지자 출정일지 사본과 호송계획서 사본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주장한 시간에 검찰청서 이 전 부지사가 나온 것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해당 발언을 두고 검찰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구속 수감자들이 검찰청에 불려가서 다 한 방에 모여서 술 파티를 하고 연어 파티하고 무슨 모여서 작전회의를 했다는 게 검사 승인 없이 가능하냐”며 “교도관들이 술 먹는 술 파티하는 걸 방치했다는 건 검사 명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엄정하게 진상규명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어떻게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서 구속 수감자들을 불러 모아서 술 파티하고 진술조작 작전회의를 하고, 검찰이 사실상 승인하고 이게 나라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참석하면서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며 “검찰이 CCTV,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확인하면 간단하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총선 끝나자 민주 총공세
본격적인 이재명 구하기?

지난 17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의 후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수원지검과 대검찰청, 수원구치소에 항의 방문을 계획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민주당 현직 의원, 민주당 당선인 등 30여명은 지난 18일, 수원지검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수사 농단, 국기문란”이라며 대검의 감찰을 촉구했다.

박찬대 의원은 “정치 검찰이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죽이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한 수사 농단”이라면서 “대검이 공식적으로 감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승원 의원도 “수원지검은 수사 주체가 아닌 수사 대상”이라면서 “검찰이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하면 명백한 허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사실이라면 검찰을 해체해야 할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답해라. 이 전 부지사가 이 일을 거짓으로 이야기해서 얻을 이익이 단 한 개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술 파티 의혹에 대해 수원지검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의 법정 발언에 총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이 대표가 피의자로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1심 선고만 남겨놓은 상황서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흔들어 재판 결과를 뒤집으려는 의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이 대표를 기소할 방침이니 재판 결과를 뒤집어 이 대표 기소 시기를 늦추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회유·협박 등 의혹이 제기돼야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야권서도 ‘정당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이 대표의 기소를 막기 위한 주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1심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이 대표도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위법 수사로 몰아가기 위한 포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과거 한명숙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 당시에도 검찰이 재소자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두고 민주당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며 “한명숙 구하기서 이재명 구하기로 구하는 사람만 바뀐 민주당의 행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결심공판서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2년과 벌금 10억, 추징금 3억 3427만5000원을, 외국환 거래법 위반 및 증거인멸교사는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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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통·공급책들의 진술도 뒤집혔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도 수년간 겪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경찰의 말이다. 그는 2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백해룡 경정과 마약 사건을 수사했다. 필로폰 74kg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내 기뻐하던 수사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실제 누가 외압을 행사했고 개입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찰도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과도한 의혹? 백 경정은 지금까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벌어진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검찰을 지목했다. 직접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했던 녹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 경정 수사팀에 지휘권이 없는 인사들이 수차례 연락을 취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비교해보면 ‘압력을 넣었다’는 맥락은 일치하지만 누가 압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대통령실과의 접촉 등이 이뤄졌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백 경정 팀의 수사에 허점이 있던 걸까? 백 경정이 지휘한 영등포서 마약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과정을 들여다봤던 건 2년 전이다. 당시 수사팀은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믿을 수 없었다. 당시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있었으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술한 당사자가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직원을 데리고 진술 검증을 위해 직접 공항을 찾아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자신들이 들어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지원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총책이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으며 “한국에 있는 보스에게 보내면 사진이 세관에 전달돼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위챗 채팅방에 올렸다. 조직원들은 총책의 말을 믿고 온몸에 마약을 감은 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아무런 제지 없이 2023년 1월27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세관 직원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입국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 대한항공 항공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있었다. 반드시 검역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세관 측의 도움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영등포서 마약수사팀 의견 통일 안 돼 운반책들 “세관 도움 없었다” 주장 번복 조직원들과 현장 조사까지 마친 수사팀은 세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관세청은 반대했다. 마약 조직의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한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브리핑에서 세관이 언급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유통책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들을 인솔한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의 경우 입국 당일 연차를 사용 중이었다. 관세청은 그의 GPS와 사진 기록 등을 토대로 실제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수사팀은 “마약 유통책들은 하부 조직원들에 불과해 조직 총책과 세관 직원들 사이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사팀은 다른 가족 명의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좌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백 경정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팀이 압수한 마약 총량은 74kg이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고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세관’이 언급되면 안 된다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과 통화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인데 뭘 알겠나?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알게 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느냐”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뒤집힌 분위기 백 경정은 같은 달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압박을 받은 백 경정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마약 수사는 주로 마약 유통·전달책의 첩보로 시작된다. 사정기관에 첩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량 거래인 ‘플리바게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진술할 때가 있다. 베테랑 수사관들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다가 헛수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물적 증거가 부족할 때다. 실제 검찰이든 경찰이 국정원의 첩보 또는 야당의 정보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 경정팀에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운반책 3명은 최근 급작스레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백 경정이 주장해온 의혹의 뿌리가 흔들린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합동수사단도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재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조금 더 의심했어야 했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백 경정의 판단이 100%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 아니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마약 운반책들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은 여러 명이다. 직원 대부분은 백 경정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약 공범? 익명을 요구한 세관 직원 A씨는 <일요시사>에 “공황장애에 걸린 직원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경찰도 있었다. 그 자체가 우리가 범죄자라고 전제한 수사”라며 “2년이 지나도 나오는 게 없지 않나. 운반책들도 진술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이젠 진상규명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약 운반책들은 백 경정팀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언급된 날 지목된 세관 직원들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출입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는 진술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다른 세관 직원 B씨는 “운반책들이 2023년 1월에 그린 라인을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린 라인은 그해 5월에야 생겼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수사했다면 운반책들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청 측은 “마약 조직들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을 포섭해 놨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부정부패에 대한 허위 증언이 마약 단속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범죄 단속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자 일부 세관 직원이 휴대전화를 여러 번 초기화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때 수사했을 때 직원 폰을 압수해 분석했는데 초기화된 걸 확인했었고 과거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직접 초기화한 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찾아가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세관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의전 영상이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이 마약 운반책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도왔다는 의구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상황에 누가 의심을 안 하겠나”고 강조했다. 세관 직원들 “2년간 범죄자 취급···억울” 휴대전화 초기화는? 수상한 점 여전히 존재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은 본래 지난 14일까지였다. 그러다 전날인 13일, 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돌연 2개월 연장했다. 내년 1월14일까지로 늘린 것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백 경정 파견의 연장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동부지검의 요청을 검토한 뒤 경찰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을 팀장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했고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도록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는 합수단에 합류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바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수사관 4명 중 2명이 원대 복귀했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백 경정은 “두 사람이 파견 기한 만료 전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파견 만료로 원대 복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경정에게 “개인 사정이 있어 파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계속 수사에 차질을 겪어 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스무명이 넘게 나가는 상황에서 남은 3명이 수사를 이어가겠나”라며 “팀을 꾸렸으면 적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은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어렵게 파견 인력을 확보했었다”면서 “백 경정의 충원 의사를 대검에 전달했지만 인력은 보내는 쪽인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 간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백 경정은 최근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개인 명의로 배포했다. 그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을 받았고 파견도 2개월 연장됐다”면서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수사 범위에 ▲세관 마약 연루 의혹 ▲검찰의 마약 밀수 사건 은폐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 중 수사 외압 의혹은 합수단 지휘 책임이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파견 온 백 경정에게 별도 수사팀을 내줄 당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다. 공중분해 위기 지속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캐던 백 경정이 스스로 외압 피해자라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경찰 지휘부 등을 고발한 사건이라 직접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커서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보도자료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내용이 아니며 기존 수사 범위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경찰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은 회피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