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3호 세미나?’ 검찰청 쌍방울 술판 파문

공범들 모여 연어 놓고 건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찰청 술판 회유’ 발언 논란이 점차 불어나고 있다.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이 반박에 재반박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도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며 논란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구하기에 다시 나섰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법정 진술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서 술 먹으며 진술 회유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이 검찰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검찰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지난 4일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재판 과정서 “내 진술이 결정적 고리가 돼 이재명 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상황이 만들어진 게 도저히 아니라는 생각에 진술을 번복했다”며 검찰청사 내에서 ‘세미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술 마셨다”
법정 진술

그는 ‘세미나’가 무엇인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수원지검)1313호 검사실 바로 앞에 ‘창고’라고 붙은 세미나실이 있었다”며 “회의용 테이블에 나, 김성태, 방용철을 다 모아놨고, 외부서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쌍방울 직원들도 와서 음식도 갖다주고 심지어 술도 먹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이어 “계속 토론도 하고 설득도 당하고 그런 과정이 있었는데, 김성태가 나와 단둘이 있을 때 ‘이재명이 제3자 뇌물로 기소되지 않으면 형님이 큰일난다. 이재명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술을 마신 게 맞다”며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 성찬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검찰은 곧장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허위라고 반박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당시 구속 수감돼 교도관의 엄격한 계호 하에 있었던 이 전 부지사가 검찰청서 김 전 회장 등과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이 전 부지사는 법정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한 이후에도 이 같은 주장을 전혀 하지 않다가 재판 종결을 앞둔 피고인 신문 과정서 명백히 사실과 다른 일방적 허위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검찰청은 이 전 부지사의 사건을 수사한 수원지검에 재소자 출정기록, 음식 주문·결제 내역, 폐쇄회로(CC)TV 유무 등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부지사와 검찰은 서로 반박에 재반박을 하며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자료 확보에 나서자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청사 도면까지 그리며 지난해 6월 말 검찰 청사 안에서 술자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술자리가 벌어진 시기는 지난해 6월 말에서 7월 초순경”이라며 “6월30일 19회차 조서를 쓴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이화영 법정 진술
반박에 재반박하며 진실게임

이어 “술자리에는 이 전 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수사 검사와 수사관 1~2명, 쌍방울 관계자 1명에 추가로 1명이 더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술자리 장소는 당초 이 전 부지사가 재판서 말한 1315호 창고가 아니라 맞은편 1313호 검사실 오른편 진술녹화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진술녹화실 대기공간에 교도관을 위치시키고 칸막이 안에서 중요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며 “녹화는 안된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또 “쌍방울 관계자가 연어를 가져온 게 오후 5~6시”라며 “김 전 회장이 얼굴이 시뻘게질 때까지 술을 마셔서 (검찰이)시간을 끌어서 술을 깨게 만들어서 보냈다고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의 반박에 진상조사를 마친 수원지검은 지난 17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수원지검은 “검찰 조사에 입회한 변호사, 계호 교도관 38명 전원, 대질조사를 받은 김성태, 방용철 등 쌍방울 관계자, 음식 주문 및 출정기록을 확인한 결과 검찰청사에 술이 반입된 바가 없어 음주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쌍방울 관계자가 음식조차도 반입한 사실이 일체 없으며, 음주 장소로 언급된 사무실(1315호)은 식사 장소로 사용된 사실 자체가 없고, 오늘 음주 일시로 새롭게 주장된 2023년 6월30일에는 검사실이 아닌 별도 건물인 구치감서 식사를 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부지사가 주장하는 시기에(2023 5~7월) 계호 교도관 전원(38명)에 대해 전수조사 결과, 밀착 계호하는 상황서 음주는 불가능하며 이를 목격한 적도 없고, 외부인이 가져온 식사를 제공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또 청사 CCTV를 확인하라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주장에 대해 “청사 CCTV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청사 방호 용도로 복도에만 설치돼 복도 이동 상황만 녹화되며(보존기간 30일), 사무실에는 설치돼있지 않다”며 “검사실 음식 주문 내역과 식당 관계자를 상대로 확인한 결과, 검사실서 주문된 식사에 주류는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김성태·방용철
검사·수사관과…”

그러면서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는 2023년 7월 민주당 관계자 등과 접촉한 이후부터 조작·회유를 주장하기 시작한 후 재판서 수많은 객관적 증언과 물증에도 불구하고 그 증거들이 조작됐다는 등 상식 밖의 허위 변명으로 일관했다”며 “이 전 부지사의 근거 없는 일방적인 허위 주장을 마치 진실인 양 계속해 주장하는 것은, 검찰에 대한 부당한 외압을 넘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므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이 같은 일이 계속될 경우 법적 대응 조치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법적 대응 예고에도 이 전 부지사 측은 지난 18일, 10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놓으며 다시 재반박에 나섰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김성태 등을 통한 회유·압박은 주로 3곳에서 이뤄졌다”며 “1313호실(검사실) 앞 창고, 1313호실과 연결되는 진술녹화실(이하 진술녹화실), 1313호실과 연결되는 검사 개인 휴게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창고에는 교도관이 들어와 감독했지만 진술녹화실과 검사 휴게실에는 교도관이 들어오지 못했다”며 “검사가 휴게실에 이화영과 김성태 등만 남겨놓고 이화영을 회유·압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진술녹화실 안의 상황에 대해 교도관들이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소상히 아는 수원지검이 교도관을 확인하고 음주 사실이 없다고 발표하는 것은 언어도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수원지검 지하 1층 출입구를 통해 사전에 허가된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다며 음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수원지검의 주장엔 지하 1층으로 술 반입이 가능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회유 주장
지검 입장은?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이 교도관 출정 일지 등을 통해 확인했다지만, 일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지를 통해 김성태 등이 함께 식사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검찰은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전 기간 김성태, 방용철, 안부수, 이화영의 출정 기록과 쌍방울 직원들의 검찰 출입 기록, 교도관의 출정일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측의 술판 주장이 연일 이어지자 출정일지 사본과 호송계획서 사본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주장한 시간에 검찰청서 이 전 부지사가 나온 것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해당 발언을 두고 검찰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구속 수감자들이 검찰청에 불려가서 다 한 방에 모여서 술 파티를 하고 연어 파티하고 무슨 모여서 작전회의를 했다는 게 검사 승인 없이 가능하냐”며 “교도관들이 술 먹는 술 파티하는 걸 방치했다는 건 검사 명령,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 나라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엄정하게 진상규명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어떻게 누군가를 잡아넣기 위해서 구속 수감자들을 불러 모아서 술 파티하고 진술조작 작전회의를 하고, 검찰이 사실상 승인하고 이게 나라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참석하면서 “검찰의 태도로 봐서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인다”며 “검찰이 CCTV, 출정 기록, 담당 교도관 진술을 확인하면 간단하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총선 끝나자 민주 총공세
본격적인 이재명 구하기?

지난 17일에는 당 최고위원회의 후 진상조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그러면서 수원지검과 대검찰청, 수원구치소에 항의 방문을 계획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민주당 현직 의원, 민주당 당선인 등 30여명은 지난 18일, 수원지검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수사 농단, 국기문란”이라며 대검의 감찰을 촉구했다.

박찬대 의원은 “정치 검찰이 야당 대표를 탄압하고 죽이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한 수사 농단”이라면서 “대검이 공식적으로 감찰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김승원 의원도 “수원지검은 수사 주체가 아닌 수사 대상”이라면서 “검찰이 명백한 허위라고 주장하면 명백한 허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대책위는 “사실이라면 검찰을 해체해야 할 국기문란 사건”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답해라. 이 전 부지사가 이 일을 거짓으로 이야기해서 얻을 이익이 단 한 개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술 파티 의혹에 대해 수원지검이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의 법정 발언에 총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이 대표가 피의자로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1심 선고만 남겨놓은 상황서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흔들어 재판 결과를 뒤집으려는 의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이 이 전 부지사의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이 대표를 기소할 방침이니 재판 결과를 뒤집어 이 대표 기소 시기를 늦추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회유·협박 등 의혹이 제기돼야 이 전 부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야권서도 ‘정당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주장을 펼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결국은 이 대표의 기소를 막기 위한 주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1심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이 대표도 공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위법 수사로 몰아가기 위한 포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과거 한명숙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 당시에도 검찰이 재소자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두고 민주당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며 “한명숙 구하기서 이재명 구하기로 구하는 사람만 바뀐 민주당의 행보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결심공판서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2년과 벌금 10억, 추징금 3억 3427만5000원을, 외국환 거래법 위반 및 증거인멸교사는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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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