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한 장?’ 탐정과 흥신소 모호한 경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02 09:35:44
  • 호수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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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캐는데 뭐가 달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람을 찾고 싶다. 이름과 학교만 알고 다른 정보는 모른다. 이런 경우도 사람을 찾을 수 있나?” <일요시사>는 한 탐정사무소에 가상의 사람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최소한의 정보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선불로 돈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해당 업체가 사기인지 아닌지도 알 길이 없다.

흥신업은 1961년 9월23일 제정돼 1977년 12월30일까지 시행된 ‘흥신업단속법’으로 규정됐다. 이 법률에서는 ‘타인의 상거래·자산·금융 기타 경제상의 신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해 의뢰자에게 알려 주는 업’을 흥신업이라고 정의했다.

법명으로부터 드러나는 것처럼 국내서 흥신업이 법적으로 인정된 적은 없다. 물론 흥신업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범죄는 아니지만, ‘흥신소’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업무에는 불법적인 일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탐정업법
입법 공백

2020년 2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같은 해 8월부터 흥신소는 직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흥신소는 ‘탐정’과 ‘탐정업’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입법 공백은 존재한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에는 ‘변호사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서 탐정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탐정업무서 위법 소지가 있는 업무는 ▲수사·재판 중인 사건에 관한 증거 수집 ▲사기 사건서 상대방의 기만행위 등 범행을 입증할 자료의 수집 ▲교통사고 사건서 인근 CCTV 확인 등 사고 원인을 규명할 자료 수집 ▲이혼소송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자료 수집 등이 있다.


또 도피한 불법행위자나 가출 성인의 소재를 확인하는 것도 불법이다.

예를 들어 ▲잠적한 채무자나 범죄 가해자의 은신처를 파악하거나 소재를 확인하는 행위 ▲가출한 배우자나 성인인 자녀의 거주지를 확인하는 행위가 해당된다.

처리 가능한 업무는 ▲탐정 명칭을 상호·직함으로 사용하는 영리활동 ▲가출한 아동·청소년이나 실종자의 소재 탐색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있어 대상자 동의가 없어도, 정보 주체의 생명·신체·재산상 이익을 위한 일 등이다.

이 밖에도 ▲부동산등기부등본 열람 및 요약하는 등 공개된 정보의 대리 수집 ▲채용 대상이나 거래 상대의 동의를 전제로 이력서·계약서 기재 사실의 진위 확인 ▲도난·분실·은닉자산의 소재를 확인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탐정업무가 합법화되면서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단체도 생겼다. 경찰청은 탐정 민간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를 관리·감독하고, 심부름센터 및 흥신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행한다. 국가공인자격증은 없고 전부 민간자격증으로 운영된다.

이름·생년월일만 알면
유명인 개인신상도 제공

<일요시사>는 한 탐정사무소에 직접 연락해, 불법에 해당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고 있는지 확인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대부분의 탐정사무소들은 흥신소 간판을 달고 운영하고 있었고 전부 ‘탐정사무소’를 자칭했다. 


기자는 “사람을 찾고 싶은데, 이유는 알려줄 수 없다”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문의했다. 업체 관계자 A씨는 “사람을 찾아주거나 법적 증거가 필요할 때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해당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40억원 사기 피의자를 검거했다거나, 외도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는 등의 사업 내용 및 실적을 홍보하고 있었다.

업체에 따르면 외도, 폭행, 특정 인물의 행방, 개인·기업 문제, 채권 채무 등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찾고 싶은 사람의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느냐?”는 A씨의 질문에 기자가 “현재 연락이 안되는 사람이고 정확한 나이도 모른다. 이름과 출신 학교 정도만 알고 있다”고 답하자 어떤 관계인지 물어 친구였다고 답했다.

A씨는 “그 정도 정보로는 주소, 전화번호까지 알려줄 수 있다. 학교 정보를 알 수 있으면 생년월일도 알 수 있지 않나?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볼 수도 있고. 사람을 찾으려면 기본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는 데만 5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마다 돈을 받는데, 기본적으로 주민등록번호, 핸드폰 번호, 집 주소, 회사나 학교 정보는 각각 50만원이다. 집이나 핸드폰 번호는 본인이 선택하면 된다”며 “그나마 학교 정보라도 있으니 주민등록번호를 아는 게 싼 것이다. 생년월일을 알 수 있으니까”라고 부연했다.

“이 정도의 제한된 정보로 어떻게 사람을 찾을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A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결제는 무조건 선불이고 현금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찾기로 마음먹게 되면 직원을 보낼 테니 현금을 준비해달라고 귀띔했다.

합법 위장
불법은 불법

A씨는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면 찾아가겠다고 하자, 사무실 주소도 비밀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름과 생년월일만 알면 전화번호 등 그밖의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셈이다. 개인정보는 일반인은 물론, 유명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기자가 “유명인의 정보도 알 수 있느냐”고 묻자 A씨는 “직업이 무엇인지는 상관없다. 다만 더 비싸질 순 있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업무가 불법이 아니냐는 물음엔 “불법이라면 불법이고 아니라면 아닌데, 아무래도 개인이 모르게 하는 일이니까…”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을 맡겼다가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한 네이버 카페에는 다단계 피해를 탐정사무소를 통해 해결했다는 홍보글이 난무하고 있는 것. 한 회원은 자신을 탐정이라고 소개하며 “다단계 사기 피해도 환불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는 “지인 4명이 동시에 의뢰했다. 피해 금액은 6억원이었고, 대면 상담으로 진행했다. 아쉽게도 피해 금액은 6억원이지만 5억원만 받았다. 의뢰인이 합의해서 어쩔 수 없었다. 수수료는 피해 금액의 10%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홍보글에는 B 은행 어플로 돈을 받은 내역과 해당 은행 지급정지 사실 통지서도 첨부돼있었다. 자신들이 대포 계좌를 막아 환불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명함까지 함께 올렸다.

이어 “이런 다단계 사기는 경찰이나 변호사 사무실서 돈을 찾아주지 않는다. 현재 돈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통장 지급정지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단계 회사는 돈세탁을 진행하고 있다. 더 이상 다단계 회사에 돈을 보내지 말라. 일하는 것은 무료가 아니지만 상담은 무료니 언제든 연락 달라”고 마무리했다.

금액으로
비교하니…

하지만 해당 글은 다단계나 사기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또 다른 사기인 것으로 판명이 났다.

<천지일보>에 따르면 해당 탐정사무소는 워너비그룹뿐만 아니라 독도·세이브볼튼 로또, 비스타7, 코인파크, 유튜브 구독 아르바이트 사기, 리더스·데일리·세이브 복권 등 다양한 사기 의혹을 받는 업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포통장 구매를 통한 피해 복구 구제 글을 여럿 올렸다.

해당 업체는 사기 의혹을 받는 업체마다 투자 수법 등을 자세히 사명하고 있어 실제 피해자와 쉽게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글이 제시한 B 은행의 지급정지 사실 통지서와 거래내역조회 계좌는 해당 은행이 쓰는 양식이 아니었다. 즉 허위 문서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애당초 해당 다단계 업체는 대포통장으로 사기를 치는 곳도 아니었다.

해당 글이 사기인지 궁금해 물어보는 누리꾼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유튜브 구독 아르바이트 사기를 당했다. 3000만원 중 일부라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에 탐정사무소를 알아보고 있었다. 얼굴을 보고 직접 계약한다고 하는데, 2차 피해를 입기 싫어 자문을 구한다”며 탐정사무실 블로그 캡처 사진을 게시했다.

그러자 댓글에는 “하지 마시라. 돈을 찾아 준다고 하는 사람들은 전부 2차 사기꾼이다. 사기를 허위신고하게끔 유도해서 돈을 찾게 한 다음 수수료를 떼가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착수금이 너무 비싸다” “사기 치는 사람보다 다시 뒤통수치는 사람이 더 나쁘다” “2차 사기가 맞다.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이스피싱 사기에나 가능한 계좌 지급정지를 해 준다며 접근하는 것이다. 제시한 서류도 위조된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사기 피해자에 2차 사기 시도
“탐정업 제도적 장치 보완해야”

탐정사무소서 2차 가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위 사례와 비슷하게 급하게 돈이나 사람을 찾겠다고 선불로 입금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식이다.

10년 이상 해당 업계서 몸담았다는 C씨에 따르면, 국내 탐정사무소는 대부분 무허가에 사무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탐정사무소는 일주일 비용이 기본 200만원서 300만원으로, 선불 받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연장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제대로 일을 하지도 않는다”며 “증거가 다 수집됐어도 의뢰인에게 알려주지 않고 기간을 연장해 추가 비용을 받는다. 탐정사무실은 보통 위치추적기만 달아놓고 파악하다가 수상한 지역에 도달했을 때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탐정사무실은 경찰 출신이 있다고 광고하지만, 이는 모두 허위 정보다. 진짜 경찰 출신이 탐정사무실서 근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사기 피해자가 연락하거나, 배우자의 외도로 증거를 찾기 위해 연락하는 경우 2차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C씨는 “탐정사무소에 일을 의뢰할 때는 계약서 작성 및 신분증 확인 후 휴대폰으로 찍어놔야 한다. 계약서를 쓰지 않는 곳도 많다. 통화할 때는 무조건 통화 녹음을 해야 한다”며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선불이라고 하면 무조건 기간이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불제로 해야 하고, 의뢰 후엔 일을 실시간으로 보고해 달라고 하라. 통화로 계약할 땐 탐정사무소 직원의 차량번호와 신분증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을 지키지 않으면 2차 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흥신소와 탐정사무소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흥신소도 자격증을 갖고 영업한다. 사업자등록번호가 없거나 흥신소 자격증이 없다고 하면 불법 사업장인지 의심해봐야 한다”면서 “사업주와 입금자명이 다른 것도 사기일 수 있다. ‘무조건 된다’ ‘찾을 수 있다’고 하는 곳도 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구분하기
쉽지 않아

업계에선 이 같은 현실 때문에 합법적인 탐정 활동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탐정협회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사설이 아닌, 국가공인자격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 있는 탐정업 관련 공식 민간협회는 PDA와 한국공인탐정협회 두 곳으로 확인된다.

한 탐정업 관계자는 “미국서 사설탐정산업은 합법이다. 공인탐정법이 있어 민간탐정사업이 가능하지만, 아직 국내는 탐정법 자체가 확립되지 않아 업무적 제약이 있다. 불법이 아닌 선에서 정보를 찾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이제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불법 흥신소를 잡고 윤리적 탐정을 배출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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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