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한 장?’ 탐정과 흥신소 모호한 경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4.02 09:35:44
  • 호수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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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 캐는데 뭐가 달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람을 찾고 싶다. 이름과 학교만 알고 다른 정보는 모른다. 이런 경우도 사람을 찾을 수 있나?” <일요시사>는 한 탐정사무소에 가상의 사람을 찾아 달라고 요청했다. 최소한의 정보로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선불로 돈을 지급해야 하는 데다 해당 업체가 사기인지 아닌지도 알 길이 없다.

흥신업은 1961년 9월23일 제정돼 1977년 12월30일까지 시행된 ‘흥신업단속법’으로 규정됐다. 이 법률에서는 ‘타인의 상거래·자산·금융 기타 경제상의 신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해 의뢰자에게 알려 주는 업’을 흥신업이라고 정의했다.

법명으로부터 드러나는 것처럼 국내서 흥신업이 법적으로 인정된 적은 없다. 물론 흥신업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해서 범죄는 아니지만, ‘흥신소’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업무에는 불법적인 일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탐정업법
입법 공백

2020년 2월 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같은 해 8월부터 흥신소는 직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흥신소는 ‘탐정’과 ‘탐정업’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합법의 영역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입법 공백은 존재한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에는 ‘변호사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서 탐정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탐정업무서 위법 소지가 있는 업무는 ▲수사·재판 중인 사건에 관한 증거 수집 ▲사기 사건서 상대방의 기만행위 등 범행을 입증할 자료의 수집 ▲교통사고 사건서 인근 CCTV 확인 등 사고 원인을 규명할 자료 수집 ▲이혼소송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자료 수집 등이 있다.


또 도피한 불법행위자나 가출 성인의 소재를 확인하는 것도 불법이다.

예를 들어 ▲잠적한 채무자나 범죄 가해자의 은신처를 파악하거나 소재를 확인하는 행위 ▲가출한 배우자나 성인인 자녀의 거주지를 확인하는 행위가 해당된다.

처리 가능한 업무는 ▲탐정 명칭을 상호·직함으로 사용하는 영리활동 ▲가출한 아동·청소년이나 실종자의 소재 탐색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있어 대상자 동의가 없어도, 정보 주체의 생명·신체·재산상 이익을 위한 일 등이다.

이 밖에도 ▲부동산등기부등본 열람 및 요약하는 등 공개된 정보의 대리 수집 ▲채용 대상이나 거래 상대의 동의를 전제로 이력서·계약서 기재 사실의 진위 확인 ▲도난·분실·은닉자산의 소재를 확인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탐정업무가 합법화되면서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단체도 생겼다. 경찰청은 탐정 민간자격증을 발급하는 단체를 관리·감독하고, 심부름센터 및 흥신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행한다. 국가공인자격증은 없고 전부 민간자격증으로 운영된다.

이름·생년월일만 알면
유명인 개인신상도 제공

<일요시사>는 한 탐정사무소에 직접 연락해, 불법에 해당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고 있는지 확인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대부분의 탐정사무소들은 흥신소 간판을 달고 운영하고 있었고 전부 ‘탐정사무소’를 자칭했다. 


기자는 “사람을 찾고 싶은데, 이유는 알려줄 수 없다”며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문의했다. 업체 관계자 A씨는 “사람을 찾아주거나 법적 증거가 필요할 때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해당 업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40억원 사기 피의자를 검거했다거나, 외도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는 등의 사업 내용 및 실적을 홍보하고 있었다.

업체에 따르면 외도, 폭행, 특정 인물의 행방, 개인·기업 문제, 채권 채무 등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찾고 싶은 사람의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느냐?”는 A씨의 질문에 기자가 “현재 연락이 안되는 사람이고 정확한 나이도 모른다. 이름과 출신 학교 정도만 알고 있다”고 답하자 어떤 관계인지 물어 친구였다고 답했다.

A씨는 “그 정도 정보로는 주소, 전화번호까지 알려줄 수 있다. 학교 정보를 알 수 있으면 생년월일도 알 수 있지 않나? 주위 사람들한테 물어볼 수도 있고. 사람을 찾으려면 기본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알아야 한다.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는 데만 5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마다 돈을 받는데, 기본적으로 주민등록번호, 핸드폰 번호, 집 주소, 회사나 학교 정보는 각각 50만원이다. 집이나 핸드폰 번호는 본인이 선택하면 된다”며 “그나마 학교 정보라도 있으니 주민등록번호를 아는 게 싼 것이다. 생년월일을 알 수 있으니까”라고 부연했다.

“이 정도의 제한된 정보로 어떻게 사람을 찾을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A씨는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결제는 무조건 선불이고 현금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찾기로 마음먹게 되면 직원을 보낼 테니 현금을 준비해달라고 귀띔했다.

합법 위장
불법은 불법

A씨는 사무실 위치를 알려주면 찾아가겠다고 하자, 사무실 주소도 비밀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름과 생년월일만 알면 전화번호 등 그밖의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셈이다. 개인정보는 일반인은 물론, 유명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기자가 “유명인의 정보도 알 수 있느냐”고 묻자 A씨는 “직업이 무엇인지는 상관없다. 다만 더 비싸질 순 있다”고 대답했다.

이 같은 업무가 불법이 아니냐는 물음엔 “불법이라면 불법이고 아니라면 아닌데, 아무래도 개인이 모르게 하는 일이니까…”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을 맡겼다가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한 네이버 카페에는 다단계 피해를 탐정사무소를 통해 해결했다는 홍보글이 난무하고 있는 것. 한 회원은 자신을 탐정이라고 소개하며 “다단계 사기 피해도 환불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그는 “지인 4명이 동시에 의뢰했다. 피해 금액은 6억원이었고, 대면 상담으로 진행했다. 아쉽게도 피해 금액은 6억원이지만 5억원만 받았다. 의뢰인이 합의해서 어쩔 수 없었다. 수수료는 피해 금액의 10%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홍보글에는 B 은행 어플로 돈을 받은 내역과 해당 은행 지급정지 사실 통지서도 첨부돼있었다. 자신들이 대포 계좌를 막아 환불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명함까지 함께 올렸다.

이어 “이런 다단계 사기는 경찰이나 변호사 사무실서 돈을 찾아주지 않는다. 현재 돈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통장 지급정지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단계 회사는 돈세탁을 진행하고 있다. 더 이상 다단계 회사에 돈을 보내지 말라. 일하는 것은 무료가 아니지만 상담은 무료니 언제든 연락 달라”고 마무리했다.

금액으로
비교하니…

하지만 해당 글은 다단계나 사기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또 다른 사기인 것으로 판명이 났다.

<천지일보>에 따르면 해당 탐정사무소는 워너비그룹뿐만 아니라 독도·세이브볼튼 로또, 비스타7, 코인파크, 유튜브 구독 아르바이트 사기, 리더스·데일리·세이브 복권 등 다양한 사기 의혹을 받는 업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포통장 구매를 통한 피해 복구 구제 글을 여럿 올렸다.

해당 업체는 사기 의혹을 받는 업체마다 투자 수법 등을 자세히 사명하고 있어 실제 피해자와 쉽게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글이 제시한 B 은행의 지급정지 사실 통지서와 거래내역조회 계좌는 해당 은행이 쓰는 양식이 아니었다. 즉 허위 문서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애당초 해당 다단계 업체는 대포통장으로 사기를 치는 곳도 아니었다.

해당 글이 사기인지 궁금해 물어보는 누리꾼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유튜브 구독 아르바이트 사기를 당했다. 3000만원 중 일부라도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에 탐정사무소를 알아보고 있었다. 얼굴을 보고 직접 계약한다고 하는데, 2차 피해를 입기 싫어 자문을 구한다”며 탐정사무실 블로그 캡처 사진을 게시했다.

그러자 댓글에는 “하지 마시라. 돈을 찾아 준다고 하는 사람들은 전부 2차 사기꾼이다. 사기를 허위신고하게끔 유도해서 돈을 찾게 한 다음 수수료를 떼가는 방식으로 영업한다” “착수금이 너무 비싸다” “사기 치는 사람보다 다시 뒤통수치는 사람이 더 나쁘다” “2차 사기가 맞다. 다단계 사기 피해자들에게 보이스피싱 사기에나 가능한 계좌 지급정지를 해 준다며 접근하는 것이다. 제시한 서류도 위조된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사기 피해자에 2차 사기 시도
“탐정업 제도적 장치 보완해야”

탐정사무소서 2차 가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위 사례와 비슷하게 급하게 돈이나 사람을 찾겠다고 선불로 입금했다가 사기를 당하는 식이다.

10년 이상 해당 업계서 몸담았다는 C씨에 따르면, 국내 탐정사무소는 대부분 무허가에 사무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탐정사무소는 일주일 비용이 기본 200만원서 300만원으로, 선불 받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연장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제대로 일을 하지도 않는다”며 “증거가 다 수집됐어도 의뢰인에게 알려주지 않고 기간을 연장해 추가 비용을 받는다. 탐정사무실은 보통 위치추적기만 달아놓고 파악하다가 수상한 지역에 도달했을 때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탐정사무실은 경찰 출신이 있다고 광고하지만, 이는 모두 허위 정보다. 진짜 경찰 출신이 탐정사무실서 근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사기 피해자가 연락하거나, 배우자의 외도로 증거를 찾기 위해 연락하는 경우 2차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C씨는 “탐정사무소에 일을 의뢰할 때는 계약서 작성 및 신분증 확인 후 휴대폰으로 찍어놔야 한다. 계약서를 쓰지 않는 곳도 많다. 통화할 때는 무조건 통화 녹음을 해야 한다”며 “일을 시작하기 전에 선불이라고 하면 무조건 기간이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불제로 해야 하고, 의뢰 후엔 일을 실시간으로 보고해 달라고 하라. 통화로 계약할 땐 탐정사무소 직원의 차량번호와 신분증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을 지키지 않으면 2차 사기를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흥신소와 탐정사무소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흥신소도 자격증을 갖고 영업한다. 사업자등록번호가 없거나 흥신소 자격증이 없다고 하면 불법 사업장인지 의심해봐야 한다”면서 “사업주와 입금자명이 다른 것도 사기일 수 있다. ‘무조건 된다’ ‘찾을 수 있다’고 하는 곳도 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구분하기
쉽지 않아

업계에선 이 같은 현실 때문에 합법적인 탐정 활동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탐정협회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사설이 아닌, 국가공인자격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 있는 탐정업 관련 공식 민간협회는 PDA와 한국공인탐정협회 두 곳으로 확인된다.

한 탐정업 관계자는 “미국서 사설탐정산업은 합법이다. 공인탐정법이 있어 민간탐정사업이 가능하지만, 아직 국내는 탐정법 자체가 확립되지 않아 업무적 제약이 있다. 불법이 아닌 선에서 정보를 찾는 것은 가능해졌지만, 이제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불법 흥신소를 잡고 윤리적 탐정을 배출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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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