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튄 흉악범 6인 추적> <단독> ‘필리핀 도박왕’ 부실 기소 미스터리

1조3000억 물렸는데 겨우 40억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필리핀 도박왕’ 사건 재판이 수개월째 공전 중이다. 피고인 ‘조삼’ 김모씨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 대형 로펌이 또 사임신고서를 제출해 해당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사정당국 안팎에서는 검찰도 문제라고 비판한다. 공판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김씨의 혐의를 부실하게 들여다봤다는 지적이다. 

“계좌 내역이 있다면서요. 출력물이잖아요. 원본 파일을 제출해 달라는 건데.” 지난 6일 진행된 ‘필리핀 도박왕’ 사건 재판 도중 판사가 검찰 측에 한 말이다. 공판 담당 검사가 재판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지적한 셈이다. 검찰의 부실한 대비가 피고인 ‘조삼’ 김모씨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혐의 적용도 논란이다. 비슷한 사건으로 알려진 ‘민준파’ 사건과는 사뭇 다르다. 

조삼은
누구냐?

김씨의 공판은 그가 지난해 9월20일 구속 기소된 이후 총 6번 진행됐다. 약 6개월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재판 진행이 더뎠던 건 김씨 변호인 측의 연이은 사임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가 선임했던 대형 로펌은 총 5곳이었다. 개인 변호사들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13명이 사임계를 제출해 왔다. 일부 로펌은 공판 직전 검찰 측 기록에 관한 복사 및 열람을 신청하고 나서 사임했다.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기도 했다. 김씨의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공판 담당 검사가 재판에 집중하지 않는 태도도 문제다. 김씨는 자신이 바지사장으로 내정된 이후 현금을 움직이는 자금책이었을 뿐 총책은 따로 있다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모르는 부분이 포함된 부분과 중복으로 산정된 부분이 있어서 실제와 다르다. 1조3000억원이라고 기소돼있지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검찰 측에 문제가 되는 계좌에 관한 증거기록과 전산자료를 일괄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검찰 측은 “찾아 보고 있으면 제출하겠다. 관련자들이 다 재판 중이라 시일이 걸릴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왜 시일이 걸리냐? 아니 계좌 내역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출력물을 말하는 거다. 그 원본 파일을 제출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측은 “증거기록을 샅샅이 뒤져 보지는 못했다. 확보해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계좌가 여러 개가 있고, 회원 입금한 돈이 계좌로 넘어가고 다시 일부는 반환되거나 순환이 이뤄졌다. 변호인 측이 주장한 건 순환되는 걸 걷어내면 1조3000억원은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검찰도 수사할 때 순환되는 건 걷어내고 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부분에 관한 입증은 검찰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공판 검사 수차례 지적
이러다…혐의 입증 물거품 우려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구속 만기가 다 되도록 진행된 게 없다. 이건 피고인에게도 유리한 게 아니다. 변호인들이 뒤늦게 선임된 건 이해하지만, 1차 기소된 사건 구속기한도 다 됐는데, 이 상태면 재판 진행 자체가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사가 직접 재판 진행이 더딘 문제를 언급할 정도면 인내심에 한계치에 온 것”이라며 “검찰이 판사가 지적한 증거조차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부분은 아직 초임 검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현재 단계서 피고인이 노리는 건 불구속이다. 실형을 피할 수 없으니 최대한 혐의를 빼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이 증거를 보완해야 하는데 어쩌면 입증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형 보이스피싱 범죄였던 민준파 사건은 김씨의 범죄와 유사했다. 이 사건도 김씨처럼 필리핀 마닐라서 시작됐다. 민준파 조직원들은 마닐라 콘도 등에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한 뒤, 개인적인 인적 관계를 이용하거나 필리핀 현지 사이트에 “상담원을 구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시하며 신규 조직원들을 모집했다.

이들이 범행 초기에 가장 신경 쓴 것은 보안 유지로 실제로 조직원들은 실명을 쓰지 않았다. ‘승이’ ‘맹구’ 등 가명 또는 별명을 써서 신분을 철저히 위장했다. 이 조직(민준파)의 총책이 되는 팀장 최민준이 ‘민준’이란 가명을 쓴 것도 이때부터다.

이들은 조직원들의 여권을 거둬 여행사에 맡겨 버리는 방식으로, 조직원의 이탈을 적극 방지했다. 한 번 가입한 조직원은 마음대로 탈퇴할 수 없었고, 내부 사정을 밖에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수시로 교육받았다. 

피해액 200억 
‘민준파’ 유사

나중에 민준파 부총책이된 A씨가 보이스피싱에 발을 들인 것도 이 무렵이다. 2016년 1월 A씨는 큰 돈을 벌고자 필리핀으로 갔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고, 최씨와 A씨는 팀장과 팀원으로 2017년 1월까지 58억원에 가까운 돈을 챙겼다.

최씨와 A씨는 2017년 가을쯤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하는 보이스피싱 범행조직을 세우기로 마음먹었다. 

총책 최씨와 A씨는 ▲콜센터 직원 ▲출집(보이스피싱 인출책) ▲장집(대포 체크카드 모집책) ▲국내 인출책 ▲국내 환전책 등으로 구성된 조직을 꾸렸다. 콜센터 조직은 팀장급 별명이나 팀 구성원들의 특성에 따라 10여개 팀으로 구성됐다.

최씨는 2021년까지 약 4년간 보이스피싱 범죄를 일삼으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020년 2월 ‘민준파’의 존재를 인지한 후 2017년도부터 2020년까지의 3년간 발생 사건을 분석했다. 경찰은 조직원들을 특정해 범죄단체조직죄, 사기 등의 혐의로 국내 조직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후 총책 최씨 등 조직 윗선까지 검거하기 위해 약 2년간 장기 추적을 거듭했다. 총책의 동선을 확보한 경찰은 현지 사법기관과 공조하며 1주일간 잠복한 끝에 지난해 9월 드디어 최씨를 검거했다. 나흘 뒤에는 총책의 검거 사실을 눈치채고 급하게 다른 곳으로 도피를 준비하던 A씨와 조직원 4명도 모두 검거했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수원지검으로 구속 송치됐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와 A씨는 2017년 12월쯤부터 약 4년간 피해자 560명으로부터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3억3000만원까지 뜯어 총 108억원을 가로챘다. ‘민준파’ 이전의 보이스피싱 조직서 얻은 범죄수익을 합하면 피해액은 총 160억~170억원으로 늘어난다.


대놓고
공판 지연

검찰은 당시 합수단은 법리 검토를 통해 단순 사기죄서 법정형이 높은 특경법 위반으로 혐의를 변경하며 법원에 중형 선고를 요청했고, 최씨에겐 동종범죄 역대 최장기형인 징역 35년과 추징금 20억원이 선고됐다. A씨에겐 징역 27년과 추징금 3억원이 선고됐다. 기존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한 최장기형은 징역 20년(안산지원·피해액 54억원)이었다.

사건 내용을 보면 민준파 사건과 김씨의 사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김씨의 혐의를 두고 사기도박 혐의가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내용에 밝은 한 수사관은 “수년간 이뤄진 조직적인 범죄고 수사 과정서 김씨가 보이스피싱을 주도했다는 정황도 여럿 포착된 바 있다”며 “검찰의 추가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른 수사관도 “1조3000억원대 부당이익은 역대급 범죄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상황으로는 중형이 선고되기 어렵지 않나 우려가 된다. 타인을 기만한 증거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추가 기소가 이뤄지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이용자를 속인 행위를 입증해야 한다. 승률을 조작했다거나 이용자들을 속였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인터넷상에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상대방과 도박하는 구조를 만들고 수수료 형식으로만 수익을 냈다면 사기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남부지검의 한 검사도 “차후 공소장 변경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검찰서 신중하게 기소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전관을 썼다고 해도 재판부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에는 어려운 사례”라고 말했다.

계좌 증거도 준비 못해…느슨한 대응
6개월 시간 끌기…사임 변호사만 13명 

김씨의 부당이익 1조3000억원 중 검찰이 특정한 금액은 40억원에 불과하다.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사정당국 수사관들의 추가 조사 이후 금액이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김씨가 조직원들을 통해 현금을 은닉하거나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필리핀 길거리 환전소서 대량으로 바꿔치기는 방법을 지속해온 만큼 추적에만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도 “코인 거래소도 추적이 어려운데 수십서 수백만원을 환전소서 현금화한다면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김씨가 은닉한 금액을 추적할 순 있어도 이미 현금화된 돈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정당국은 김씨의 두 번째 아내로 추정되는 B씨가 김씨의 수익 일부를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대포통장으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필리핀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 중”이라며 “범죄수익환수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부자가 아니었던 B씨는 김씨를 만난 이후 생활고에 시달린 적이 없다. 마땅한 직업이 없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다. B씨는 현재 마닐라 지역 중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꼽히는 곳에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자식은 일반인이 다닐 수 없는 국제학교에 다니며 호화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의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기관 관계자들도 B씨에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은닉한 추가 금액을 B씨가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해외 파트 담당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김씨가 필리핀 현지서 잡혔을 당시 초호화 생활을 했던 건 차명으로 운영하는 계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고급 리조트에 거주하며 마이바흐 등 고가 외제 차량 10대를 타는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다. 두 번째 와이프를 굉장히 신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난한 동네서 살던 B씨가 월세 1000만원이 넘는 곳에서 거주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기 혐의
적용 안 해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김씨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김씨 측 변호인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김씨가 필리핀서 검거된 뒤에도 허위 사건을 만들어 송환을 지연시키는 등 또다시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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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모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정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이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을 점을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 현안 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별검사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