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튄 흉악범 6인 추적> <단독> 검거된 ‘도박왕 조삼’ 사라진 1조3000억 추적

입수한 공소장 보니 “돈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필리핀 도박왕’ 김모씨가 송환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9월 구속 기소됐으나 아직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범죄조직단체 및 도박 혐의를 받는 만큼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부당이득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금액만 약 1조3000억원이다.

‘필리핀 도박왕’ 김모씨는 2년간 국내 송환을 피해 1조3000억원대 도박 수익을 냈다. 그의 별명이 ‘조삼’이라고 불린 이유다. 사정당국은 이 금액을 환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 과정서 포착하지 못한 차명계좌의 존재가 걸림돌이다. 당국은 사실혼 관계로 추정되는 그의 두 번째 아내가 핵심 ‘키맨’이라고 보고 있다.

역대급
불법 수익

김씨의 도박사이트 운영은 2014년 10월부터 이뤄졌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019년 9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김씨가 필리핀서 사무실을 마련하고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결정적인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관련 첩보 자료를 국정원과 함께 분석한 뒤 김씨를 포함해 22명에 대한 국제형사경찰기구(이하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받고, 국정원·필리핀 수사당국과 2년간 이들의 행방을 쫓았다.

검거 당시 김씨는 최고급 리조트에 거주하며 마이바흐 등 고가 외제차량 10대를 타는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평소 무장 경호원들도 대동하고 있어 붙잡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 2021년 9월18일, 경찰과 필리핀 코리안데스크 담당관, 필리핀 이민청 도피사범 추적팀 FSU, 현지 경찰특공대 등 30여명으로 꾸려진 검거팀은 김씨의 거주지를 급습해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러나 필리핀 형사사법체계를 잘 아는 그는 현지서 형사사건에 엮이면 재판 종결 전까지는 한국으로 추방되지 않는다는 꼼수를 이용했다.

타인에게 자신을 사기와 특수협박 혐의로 2차례나 고소하게 한 것이다.

국내 송환이 계속 미뤄지자, 경찰은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을 통해 필리핀 법무부에 조기 송환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필리핀 법무부와 매주 실무회의를 열었고, 양국 간 공조로 필리핀 법무부의 추방 결정을 끌어냈다.

그는 막판까지 국내 송환을 늦추려고 발버둥 쳤다. 추방 결정이 난 뒤에도 다시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을 위조수표 사용 등 조세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게 한 것이다. 필리핀 법무부가 추방 결정을 번복하자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이상화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는 송환 협조를 재차 강력하게 요청했다.

결국 필리핀 법무부가 이 대사의 요청을 받아들이며 그의 시도는 불발됐다.

결론적으로 경찰은 김씨와 2020년부터 필리핀에 체류 중이던 조직원 20명 중 16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국내 조직원 177명 중 166명을 검거해 사실상 범죄조직을 와해시켰다. 김씨는 지난해 8월 말 송환돼 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도주 후 200여명 규모 범죄조직 꾸려
체포 2년 만 국내 송환…지난해 9월부터 재판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범죄단체조직·활동 ▲도박 공간개설 및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김씨 조직 사이트의 서버는 서울과 일본, 홍콩 등에 있었다. 2017년 2월 필리핀 마닐라로 도주한 김씨는 마카티에 있는 한 호텔 카지노서 진행되는 바카라 등의 도박을 생중계해 이용자들로부터 게임의 결과에 돈을 결제하게 하는 사설 스포츠 토토 도박사이트를 만들었다.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불특정 다수와의 거래가 시작된 것이다.

그의 조직은 철저했다. 마닐라에 오자마자 2020년 5월까지 모집된 200여명의 조직원들을 총괄 관리하면서 ▲스포츠토토팀 ▲바카라팀 ▲사이트관리팀 ▲지원팀으로 나눠 팀장과 팀원까지 정했다.

스포츠토토팀은 사이트관리팀이 제작한 카바라 사이트의 이용자들이 도금을 배팅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면서 지정된 계좌의 대포통장으로 도금이 입금되는 것을 확인하고 게임머니를 충전해 줬다. 특히 총판 모집 및 지원팀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홍보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인터넷 전화로 연락을 시도했다.

사이트관리팀인 CS팀은 도박사이트 제작과 관리에 집중했다. 팀장들은 팀원들의 업무에 따른 수익을 정산해 총책인 김씨와 이사에게 보고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받아 팀원들에게 전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특히 김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지시가 이뤄지면 조직원들이 서로를 본명이 아닌 명칭으로 부르게 해 수사기관이 조직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했다.

변호사 교체
시간 끌기?

지원팀은 CS팀의 백업 역할을 담당했다. 지원팀은 개인정보 판매업자로부터 구입한 불특정 인물들의 핸드폰 번호 중 신규회원으로의 유치가 가능하거나 관리가 필요한 회원들의 정보를 엑셀 파일로 정리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해 다른 팀이 해당 데이터로 회원을 모집하고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같은 방법으로 김씨의 조직은 150개가 넘는 계좌로 약 150만회에 걸쳐 도박사이트 이용자들로부터 1조3000억원이 넘는 돈을 입금받아 약 40억원을 취득했다. 사이트가 2021년까지 운영됐던 점을 고려하면 김씨가 굴린 판돈 전체 규모는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취득한 범죄수익에 관한 취득이나 처분을 은닉하기 위해 타 명의의 가상자산 거래 계정을 이용하기도 했다. 일부 수익금으로 가상화폐를 매수하고 거래소 거래를 통해 매도해 현금화한 이후 천안 시내에 위치한 한 토지를 매수하려 했다.

김씨의 조직이 소탕됐으나 아직 해결돼야 하는 문제는 산더미다. 1조원이 넘는 부당이익금을 환수하고 재판이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김씨가 재판에 넘겨진 지 6개월 가까이 지났음에도 아직 1심 선고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의 공소장이 접수된 건 지난해 9월20일이다. 김씨는 이때부터 ‘시간 끌기’ 전략을 썼다. 그가 처음 선임한 법무법인은 공소장이 접수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임했다. 개인 변호사는 공판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그다음에 선임했던 대형 로펌은 선임계를 중앙지법에 제출한 다음 날, 사임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부장검사,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해 이른바 전관 혜택을 노리는 모양새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재판 절차를 미루기 위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라며 “6개월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공판이 다섯차례도 진행되지 않은 건 피고인이 재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거나 불구속 구사를 받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차명계좌
운영 의혹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김씨의 혐의를 두고 사기도박 혐의가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내용에 밝은 한 수사관은 “수년간 이뤄진 조직적인 범죄고 수사 과정서 김씨가 보이스피싱을 주도했다는 정황도 여러번 포착된 바 있다”며 “검찰의 추가 기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른 수사관도 “1조3000억원대 부당이익은 역대급 범죄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상황으로는 중형이 선고되기 어렵지 않나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추가 기소가 이뤄지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이용자를 기망한 행위를 입증해야 한다. 승률을 조작했다거나 이용자들을 속였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인터넷상에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상대방과 도박하는 구조를 만들고 수수료 형식으로만 수익을 냈다면 사기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남부지검의 한 검사도 “차후 공소장 변경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검찰서 신중하게 기소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전관을 썼다고 해도 재판부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에는 어려운 사례”라고 말했다.

윤석열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검찰은 ‘범죄수익환수’에도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에 도박사이트 운영 및 자금세탁 조직원의 재산을 철저히 추적해 몰수·추징보전 조치하고, 실물 재산도 압수해 범죄수익을 완전히 박탈하도록 지시했다.

그동안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도박 개장 혐의로 기소됐으나 형량이 높지 않아 ‘몇 년 징역 살고 나오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만약 조세포탈죄로 기소하면 포탈세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 선고가 가능하고, 포탈세액의 2~5배 상당의 벌금도 필요적으로 병과할 수 있어 실질적인 범죄수익환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범죄수익환수 대응팀에는 법무부, 교육부, 문체부, 복지부, 여가부, 방통위, 대검찰청,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포함) 등 9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부당이득금 환수 불가
“사막서 바늘 찾는 격”

그러나 국내의 미납 세금은 역대 최대로 쌓여있는 체납액만 100조원이 넘는다. 이 중에서도 80% 이상은 사실상 못 받을 가능성이 큰 세금으로 분류돼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누계체납액은 102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징수 가능성이 큰 정리 중 체납액은 전체의 15.2%인 15조6000억원에 그쳤다. 못 받을 가능성이 큰 정리보류 체납액은 86조9000억원이다. 범죄수익의 경우 전체 추징액 대비 환수로 이어지는 금액이 1%에도 못 미친다.

동년 기준 유죄판결이 확정됐지만 거둬들이지 못한 추징액 규모는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미납 세금처럼 징수할 방법이 제한적인 데다, 현행법상 추징금은 벌금과 달리 노역장 유치 집행과 같은 방법으로 납부를 압박할 수도 없다.

김씨 사건의 경우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직원들을 통해 은닉하거나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필리핀 길거리 환전소서 대량으로 바꿔치는 방법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코인 거래소도 추적이 어려운데 수십서 수백만원을 환전소서 현금화한다면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김씨가 은닉한 금액을 추적할 순 있어도 이미 현금화된 돈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사정당국은 김씨의 두 번째 아내로 추정되는 A씨가 김씨의 수익 일부를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대포통장으로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필리핀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 중”이라며 “범죄수익환수를 담당하는 수사관들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A씨가 관리하는 금액의 규모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당국 안팎에서는 수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현재까지 첩보일 뿐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진 못했다.

부자가 아니었던 A씨는 김씨를 만난 이후 생활고에 시달린 적이 없다. 마땅한 직업이 없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집안이 좋은 것도 아니다. A씨는 현재 마닐라 지역 중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꼽히는 곳에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자식은 일반인이 다닐 수 없는 국제학교를 다니며 호화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세컨드가
핵심 키맨?

대검 관계자는 “마약 수사와 더불어 범죄수익환수도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문제다. 지금까지 검찰이 환수한 범죄수익환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김씨 사건과 관련해 타 기관 조사관들과 현지에 상주하며 들여다보고 있다. 아직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에 자세한 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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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