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의혹’ 맹탕 감사 막전막후

미루고 또 미뤘다…벌써 다섯 번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결론 발표가 또 미뤄졌다. 벌써 다섯 번째다. 타 기관 감사 결과 발표 일정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4·10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감사원의 대통령실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거세다.

대통령실 이전 의혹에 관한 현장 조사는 지난해 3월17일에 종료됐다. 통상 현장 조사인 실지감사 이후 발표까지는 6개월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감사원은 1년 가까이 법리 검토와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지난 2019년부터 작년 7월까지 5년 동안의 감사 가운데 이번처럼 다섯 차례나 연장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요지부동
사실상 보위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2022년 10월 참여연대의 청구로 시작됐다. 타 사건에 반해 총 다섯 번의 기간 연장으로 사건 축소 의혹까지 제기돼 왔다. 느린 대응은 의혹을 키웠다. 실제 5년간 국민제안 감사 11건 중 감사 기간 연장이 여러 번이었던 사례는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가 유일하다.

참여연대가 청구한 감사의 핵심은 크게 5가지다.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 ▲의사결정 과정서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건축공사 계약체결 과정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 ▲이전 비용 추계·책정·집행과 관련한 불법성 및 재정낭비 의혹 ▲대통령실 공무원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등이다.

이 중 감사원은 의사결정 과정서의 문제점과 건축공사 계약체결 과정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 등과 사적 친분이 있는 인물이 특혜를 받아 대통령실 공무원에 채용됐다는 의혹을 감사해 달라는 요구를 각하하면서 사실상 ‘반쪽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기각·각하 결정이 난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따른 비용 추계와 편성 및 집행 과정의 불법성과 재정낭비 의혹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의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진행한 상태다.

감사원의 기간 연장은 통상 90일이다. 다섯 번이 연장되면서 결과 발표도 1년 이상 미뤄진 셈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2월과 5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소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감사 기간을 연장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민감사는 실시 결정 후 60일 이내에 감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감사원이 정한 절차에 따른 처분 요구 등이 필요한 경우 관련 규칙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같은 해 4월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실무진에게 감사 중단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 1과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제출 배경을 둘러싸고 내부서부터 유 사무총장의 압력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례적 감사 발표 연기…총선 앞두고 눈치?
2019년 이후 최초 1년 이상 연장 사례 없어

한 감사원 관계자는 “실무 담당 간부가 감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유 사무총장이 승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유 사무총장이 ‘더 이상 건들지 말라’며 ‘여기서 끝내라’는 취지로 감사 연장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 연장 승인 여부 결정권은 감사원 사무차장에게 있다. 연장 승인권이 사무차장에게 있음에도 유 사무총장이 ‘중단 압력’ 결정을 내렸다면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유 전 사무총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되면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사위는 감사원 최고의결기구로 감사를 지휘하는 사무처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유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는 그의 최측근인 최달영 전 제1사무차장이 임명됐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유 전 사무총장이 중용된 것을 두고 감사원이 ‘정권 보위 감사’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내부서도 부적절한 임명이라고 말이 많다. 사무처와 감사위가 사실상 한 식구가 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감사원법상 제척 사유에 따르면 ‘감사위원이 감사위원으로 임명되기 전에 조사 또는 검사에 관여한 사항’(15조 1항)에 대해선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 또 형사재판 중인 경우,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사무총장서 감사위원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드문 이유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감사원법에 따라 명백하게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핵심 존재 근거로 규정하고 있는데 ‘표적 감사’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 감사위원이 된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친윤석열정부 성향으로 꾸려진 감사원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올해도 문재인정부 정책에 관한 감사에 나서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 연장
결과는 언제?

감사원은 먼저 선거철 공직자의 정치 중립성 훼손 행위와 정당한 사유 없는 민원 처리 지연·부당 반려·거부 등 소극행정과 관료주의 행태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서 의결된 이 같은 내용의 ‘2024년도 연간 감사계획’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매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월 안으로 연간 감사계획을 확정한 뒤 그에 따라 연말까지 감사를 진행한다. 올해 감사계획에는 문정부서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5년 연속 적자가 누적된 고용보험기금과 준비금 소진이 우려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가채무 관리체계와 국세 체납관리 실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국가연구개발(R&D)사업 과제 선정 및 관리 실태, 대학재정지원 및 학자금 지원사업 등이다.

전임 정부 당시 코로나19 발생·확산·재확산 과정서 노출된 문제의 원인을 시계열로 진단·분석한다. 특히 품귀 현상을 보였던 백신과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의 수급·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공공병원 의료인력 등 헌신한 현장 종사자에 대한 보상체계가 적정하게 작동했는지 검토해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한 노고를 평가할 방침이다.


이 중 고용보험기금과 코로나 대응 감사는 당초 지난해에 실시하려다가 잼버리 파행 등 예정에 없던 굵직한 사안이 발생하면서 일정을 미룬 경우다.

지방공항과 일반국도 관련 계획·건설·운영 등의 적정성 여부도 살피기로 했다. 이는 통상적인 제정법 및 항공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전임 정부서 시작돼 현 정부서 계획·추진 중인 시설을 망라한다.

그러나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 특별법을 갖다 붙여가며 밀어붙인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은 제외한다. 감사원은 통상 지난 2~5년치 업무를 들여다보는 특성상 전임 정부와 관련한 사안으로 채워지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때 그때
때가 되면?

황 실장은 “1000명 안팎의 인력을 갖고 감사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순기에 따라 ‘때가 되면 한다’는 접근이 바람직하며 국민의 시각서 사각이 없도록 감사의 필요성이 있을 때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감사를 왜 하고 왜 안하냐라고 하면 저희로선 당황스럽다. 오해가 많다”고 했다.

기관 정기감사로는 총 54곳을 대상으로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상반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세청 및 부산지방국세청,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회사무처, 국방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방기술품질원, 경기교육청, 서울 노원구·송파구, 경기 고양시·화성시, 강원특별자치도, 인천 서구·계양구, 충청남도 및 천안시, 전남 담양군·곡성군, 전라북도, 경상남도 및 창원시·밀양시, 대구광역시, 경북 울진군·영덕군 등 34곳이다.

하반기에는 공수처와 함께 외교부, 경찰청 및 서울·부산지방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조달청, 대전·광주지방국세청,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연금공단·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철도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장학재단, 대구·경북교육청, 서울 동대문구, 경기 평택시 등 20곳이다.

국가안보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 계획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진공의 경우 2019년 이후 5년 만의 정기감사를 받는다. 2018년 3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이사장 임명을 대가로 항공직 경력이 없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를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을 한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서 감사가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체부 감사에는 광화문 월대(月臺·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 복원 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한 매체는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감사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감사원 측은 감사 청구가 접수된 바 없고 유 장관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유병호 감사위원 영전
최측근 사무총장 직행

강원도 감사에서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와 플라이강원에 대한 지원 적정성 등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부를 겨냥한 감사에는 소극적이다. 대통령실 이전 의혹 외에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감사를 실시하기로 의결하고도 공식 석상서 “구체적인 감사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정권의 눈치를 살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원은 결국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에 관한 예비감사에 착수했다. 윤정부에 관한 감사는 소극적으로 진행해 온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는 건 오는 10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엔 13일 만에,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 끝난 지 나흘 만에 감사에 착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감사원 행정안전국은 같은 해 10월 초부터 실지감사를 위한 자료수집을 진행했다. 감사의 구체적인 범위와 대상을 정했지만 정식 명칭은 ‘이태원 참사 감사’가 아닌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로 정했다.

감사원의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마지막 단계다. 대통령실 이전에 관여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감사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보고서 작성 과정서 남은 의문점에 대해 대통령실에 서면 보충질의를 보냈고, 수백여쪽의 답변서를 받았다.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에 관여한 공사업체를 직접 찾아가 공사 발주 내용과 실제 공사 이력을 비교하는 등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서 정부의 공사 발주 관련 감사 경험이 풍부한 특별조사국 출신 감사관도 추가로 투입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이 정부 초기에 이뤄져 공사 발주처가 대통령실 비서실과 경호처, 행정안전부, 조달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확인 작업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보고서 작성을 마치는 대로 주심 감사위원의 검토 작업을 거쳐 감사위원회의에 감사 결과를 부의하게 된다.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감사원 사무처의 입장이지만, 감사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감사위 의결이 두 달여 안에 이뤄지는 경우가 없는 만큼 총선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독립성 상실
봐주기 여전

감사원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한 달 전부터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면 감사위 의결까지 두 달 안으로 종결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에 관한 감사가 차일피일 미뤄진 만큼 6월에야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총선 전 용산에 타격이 될 내용이 발표되면 이는 곧 총선서 야권에게 좋은 아이템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 발표하는 게 감사원에게도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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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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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