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이전 의혹’ 맹탕 감사 막전막후

미루고 또 미뤘다…벌써 다섯 번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 결론 발표가 또 미뤄졌다. 벌써 다섯 번째다. 타 기관 감사 결과 발표 일정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4·10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감사원의 대통령실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거세다.

대통령실 이전 의혹에 관한 현장 조사는 지난해 3월17일에 종료됐다. 통상 현장 조사인 실지감사 이후 발표까지는 6개월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감사원은 1년 가까이 법리 검토와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지난 2019년부터 작년 7월까지 5년 동안의 감사 가운데 이번처럼 다섯 차례나 연장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요지부동
사실상 보위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2022년 10월 참여연대의 청구로 시작됐다. 타 사건에 반해 총 다섯 번의 기간 연장으로 사건 축소 의혹까지 제기돼 왔다. 느린 대응은 의혹을 키웠다. 실제 5년간 국민제안 감사 11건 중 감사 기간 연장이 여러 번이었던 사례는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가 유일하다.

참여연대가 청구한 감사의 핵심은 크게 5가지다.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 ▲의사결정 과정서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건축공사 계약체결 과정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 ▲이전 비용 추계·책정·집행과 관련한 불법성 및 재정낭비 의혹 ▲대통령실 공무원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등이다.

이 중 감사원은 의사결정 과정서의 문제점과 건축공사 계약체결 과정서의 국가계약법 위반 여부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 등과 사적 친분이 있는 인물이 특혜를 받아 대통령실 공무원에 채용됐다는 의혹을 감사해 달라는 요구를 각하하면서 사실상 ‘반쪽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참여연대는 기각·각하 결정이 난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따른 비용 추계와 편성 및 집행 과정의 불법성과 재정낭비 의혹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의 채용 과정의 적법성 여부 ▲국가공무원법상 겸직 의무 위반 여부 항목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진행한 상태다.

감사원의 기간 연장은 통상 90일이다. 다섯 번이 연장되면서 결과 발표도 1년 이상 미뤄진 셈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2월과 5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소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감사 기간을 연장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민감사는 실시 결정 후 60일 이내에 감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감사원이 정한 절차에 따른 처분 요구 등이 필요한 경우 관련 규칙에 따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같은 해 4월 유병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실무진에게 감사 중단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감사원 행정안전감사국 1과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사표 제출 배경을 둘러싸고 내부서부터 유 사무총장의 압력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례적 감사 발표 연기…총선 앞두고 눈치?
2019년 이후 최초 1년 이상 연장 사례 없어

한 감사원 관계자는 “실무 담당 간부가 감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유 사무총장이 승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유 사무총장이 ‘더 이상 건들지 말라’며 ‘여기서 끝내라’는 취지로 감사 연장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규정상 감사 연장 승인 여부 결정권은 감사원 사무차장에게 있다. 연장 승인권이 사무차장에게 있음에도 유 사무총장이 ‘중단 압력’ 결정을 내렸다면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상당했다.

유 전 사무총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임명되면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사위는 감사원 최고의결기구로 감사를 지휘하는 사무처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유 전 사무총장의 후임으로는 그의 최측근인 최달영 전 제1사무차장이 임명됐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유 전 사무총장이 중용된 것을 두고 감사원이 ‘정권 보위 감사’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내부서도 부적절한 임명이라고 말이 많다. 사무처와 감사위가 사실상 한 식구가 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감사원법상 제척 사유에 따르면 ‘감사위원이 감사위원으로 임명되기 전에 조사 또는 검사에 관여한 사항’(15조 1항)에 대해선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 또 형사재판 중인 경우,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사무총장서 감사위원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드문 이유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감사원법에 따라 명백하게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을 핵심 존재 근거로 규정하고 있는데 ‘표적 감사’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 감사위원이 된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친윤석열정부 성향으로 꾸려진 감사원은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올해도 문재인정부 정책에 관한 감사에 나서면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 연장
결과는 언제?

감사원은 먼저 선거철 공직자의 정치 중립성 훼손 행위와 정당한 사유 없는 민원 처리 지연·부당 반려·거부 등 소극행정과 관료주의 행태를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서 의결된 이 같은 내용의 ‘2024년도 연간 감사계획’을 지난 15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매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월 안으로 연간 감사계획을 확정한 뒤 그에 따라 연말까지 감사를 진행한다. 올해 감사계획에는 문정부서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5년 연속 적자가 누적된 고용보험기금과 준비금 소진이 우려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가채무 관리체계와 국세 체납관리 실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국가연구개발(R&D)사업 과제 선정 및 관리 실태, 대학재정지원 및 학자금 지원사업 등이다.

전임 정부 당시 코로나19 발생·확산·재확산 과정서 노출된 문제의 원인을 시계열로 진단·분석한다. 특히 품귀 현상을 보였던 백신과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의 수급·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공공병원 의료인력 등 헌신한 현장 종사자에 대한 보상체계가 적정하게 작동했는지 검토해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희생한 노고를 평가할 방침이다.


이 중 고용보험기금과 코로나 대응 감사는 당초 지난해에 실시하려다가 잼버리 파행 등 예정에 없던 굵직한 사안이 발생하면서 일정을 미룬 경우다.

지방공항과 일반국도 관련 계획·건설·운영 등의 적정성 여부도 살피기로 했다. 이는 통상적인 제정법 및 항공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전임 정부서 시작돼 현 정부서 계획·추진 중인 시설을 망라한다.

그러나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 특별법을 갖다 붙여가며 밀어붙인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은 제외한다. 감사원은 통상 지난 2~5년치 업무를 들여다보는 특성상 전임 정부와 관련한 사안으로 채워지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때 그때
때가 되면?

황 실장은 “1000명 안팎의 인력을 갖고 감사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순기에 따라 ‘때가 되면 한다’는 접근이 바람직하며 국민의 시각서 사각이 없도록 감사의 필요성이 있을 때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감사를 왜 하고 왜 안하냐라고 하면 저희로선 당황스럽다. 오해가 많다”고 했다.

기관 정기감사로는 총 54곳을 대상으로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상반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세청 및 부산지방국세청,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회사무처, 국방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가스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방기술품질원, 경기교육청, 서울 노원구·송파구, 경기 고양시·화성시, 강원특별자치도, 인천 서구·계양구, 충청남도 및 천안시, 전남 담양군·곡성군, 전라북도, 경상남도 및 창원시·밀양시, 대구광역시, 경북 울진군·영덕군 등 34곳이다.

하반기에는 공수처와 함께 외교부, 경찰청 및 서울·부산지방경찰청, 문화체육관광부, 조달청, 대전·광주지방국세청,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연금공단·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한국철도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장학재단, 대구·경북교육청, 서울 동대문구, 경기 평택시 등 20곳이다.

국가안보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기관에 대한 감사 계획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진공의 경우 2019년 이후 5년 만의 정기감사를 받는다. 2018년 3월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이사장 임명을 대가로 항공직 경력이 없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를 타이이스타젯에 특혜 채용을 한 의혹을 검찰이 수사 중인 상황서 감사가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체부 감사에는 광화문 월대(月臺·건물 앞에 넓게 설치한 대) 복원 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날 한 매체는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이 감사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지만, 감사원 측은 감사 청구가 접수된 바 없고 유 장관으로부터 요청받은 사실도 없다고 설명했다.

유병호 감사위원 영전
최측근 사무총장 직행

강원도 감사에서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와 플라이강원에 대한 지원 적정성 등을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윤정부를 겨냥한 감사에는 소극적이다. 대통령실 이전 의혹 외에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감사를 실시하기로 의결하고도 공식 석상서 “구체적인 감사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정권의 눈치를 살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원은 결국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에 관한 예비감사에 착수했다. 윤정부에 관한 감사는 소극적으로 진행해 온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는 건 오는 10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엔 13일 만에, 새만금 잼버리 파행이 끝난 지 나흘 만에 감사에 착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감사원 행정안전국은 같은 해 10월 초부터 실지감사를 위한 자료수집을 진행했다. 감사의 구체적인 범위와 대상을 정했지만 정식 명칭은 ‘이태원 참사 감사’가 아닌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로 정했다.

감사원의 대통령실 이전 의혹 감사는 마지막 단계다. 대통령실 이전에 관여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치고 감사 보고서 작성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보고서 작성 과정서 남은 의문점에 대해 대통령실에 서면 보충질의를 보냈고, 수백여쪽의 답변서를 받았다.

감사원은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에 관여한 공사업체를 직접 찾아가 공사 발주 내용과 실제 공사 이력을 비교하는 등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서 정부의 공사 발주 관련 감사 경험이 풍부한 특별조사국 출신 감사관도 추가로 투입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이전이 정부 초기에 이뤄져 공사 발주처가 대통령실 비서실과 경호처, 행정안전부, 조달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 보니 확인 작업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보고서 작성을 마치는 대로 주심 감사위원의 검토 작업을 거쳐 감사위원회의에 감사 결과를 부의하게 된다.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감사원 사무처의 입장이지만, 감사위원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감사위 의결이 두 달여 안에 이뤄지는 경우가 없는 만큼 총선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독립성 상실
봐주기 여전

감사원 출신 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한 달 전부터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면 감사위 의결까지 두 달 안으로 종결된다. 그러나 윤석열정부에 관한 감사가 차일피일 미뤄진 만큼 6월에야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다른 감사원 관계자도 “총선 전 용산에 타격이 될 내용이 발표되면 이는 곧 총선서 야권에게 좋은 아이템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 발표하는 게 감사원에게도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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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