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고 당기고’ 인천스마트시티 카르텔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23 15:20:31
  • 호수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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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50억 먹은 ‘인천 메타버스’ 부실 운영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인천시가 수백억원을 투입한 메타버스(가상현실 세계) 사업들의 부실한 민낯이 드러났다. 지난해 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2023년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사업’ 공모에 참여했다. 국비 167억원을 확보하면서 12억원짜리 ‘메타버스 월미도’를 제작했다. 결과물은 쳐다보기 민망할 지경. 제작업체의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니 유령회사가 따로 없다. 

과기정통부 예산을 확보한 인천광역시는 군·구 원도심 지역을 대상으로 ‘2023 스마트빌리지 솔루션 보급 및 확산사업 공모 공고’를 지난해 발표했다. 과기정통부의 스마트빌리지 사업을 수행할 민간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다. 해당 사업의 입찰, 계약 등 운영의 전 과정은 주식회사 인천스마트시티(대표이사 나기운)가 진행했다.

이상한 평가

인천스마트시티는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관으로 2012년 5월 인천시와 민간기업의 협력법인으로 출범했다. 이후 2018년 4월 인천시의 100% 출자법인으로 전환됐다. 당시 IC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인천광역시 스마트도시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를 수행할 전문기관이 인천스마트시티다.

앞서 지난해 인천시는 “실생활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보급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스마트시티는 ‘광역형 스마트 선도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인천시는 과기정통부서 확보한 스마트빌리지 사업예산 167억원 가운데 106억200만원(국비 84억8200만원, 시비 21억2000만원)을 인천스마트시티에 투입했다.


인천스마트시티가 진행한 ‘광역형 스마트 선도서비스’ 사업은 ▲XR 메타버스 활용 스마트 멘탈케어 서비스 ▲메타버스 실감도시 서비스(인천지역 배경의 메타버스 제작) ▲메타버스 기반 AR 내비게이션 서비스(교통약자 지하철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이다.

이와 별도로 인천시는 사업추진을 위한 기술지원, 사업관리, 공정관리, 홍보 등을 목적으로 인천스마트시티에 13억5000만원을 배정했다.

먼저 인천스마트시티가 지난해 5월8일부터 입찰 접수를 시작한 ‘XR 메타버스를 활용한 AI 멘탈케어 서비스 구축’ 사업에는 약 12억5000만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해당 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5개였다. 당시 인천스마트시티가 자체심사 평가를 진행했다.

낙찰된 C사는 예산의 95%인 11억1200만원의 입찰가격을 제시했다. 원칙적으로는 예산 효율성을 고려해 입찰 금액을 높게 제시할수록 입찰가격점수는 낮아진다. 그만큼 낙찰 확률도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9억9710만원의 입찰 금액을 제시한 N사는 C사보다 1억원 이상 적게 제시해 입찰가격점수서 앞섰지만, 심사평가 중 기술점수서 C사에 밀려 낙찰받지 못했다.

평가위원이 N사의 사업 제안서 등을 비교 검토했을 때 C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의미다.

익명의 인천스마트시티 관계자는 “해당 사업의 심사위원이 C사의 사업 제안서를 검토한 결과에 따라 N사보다 후한 점수를 준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입찰가격점수를 가장 낮게 받은 C사가 ‘XR 메타버스를 활용한 AI 멘탈케어 서비스 구축’ 사업을 따냈다.

2개 사업 싹쓸이 회사
24억 쏟은 허술한 사업


위 사업과 같은 날 입찰공고를 시작해 지난해 5월25일 자체 심사평가한 ‘메타버스 기반 실감도시 서비스 구축’ 사업에도 약 12억5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4개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는데, C사가 또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C사는 이번에도 예산의 95%인 11억1200만원을 투찰해 입찰가격점수서 3등을 했다.

그러나 기술점수서 만회하면서 낙찰됐다. C사가 이틀에 걸쳐 총 24억원에 달하는 2개 사업을 모두 수주한 것이다. 낮은 입찰가격점수를 받았지만, 사업 제안서 평가를 높게 인정받아 낙찰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세 번째 사업인 ‘메타버스 기반의 AR 내비게이션 서비스 구축’ 사업에는 약 28억46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위 2개 사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5월8일부터 입찰 접수를 시작했다. 총 7개의 업체가 참가했으며 예산액의 99%인 28억1754만원을 투찰한 S사가 낙찰됐다.

결국, 입찰가격점수서 최하 점수를 받은 S사가 제안서 평가에서 만회해 낙찰에 성공한다. 결과적으로 C사와 S사가 입찰가격점수를 만회할 정도로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가졌다는 것이 인천스마트시티 심사위원단의 입장이다.

그러나 C사의 사업 결과물을 분석한 결과, 11억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C사가 제작한 ‘메타버스 월미도’는 20년 전 수준의 그래픽으로 구현됐다. 이를 본 메타버스 업계 관계자는 “한 달이면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30억원가량 투입된 S사의 완성품은 확인조차 불가하다. S사는 관련 사업의 성과조차 전무한 회사다.

인천스마트시티는 현재 위 3개의 사업의 준공금 전부를 업체에게 집행했다. 조악한 결과물에 대해 “현재 베타 테스트, 안정화 중”이라고 해명했다. 인천스마트시티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올해 6월 마무리 후, 7월부터 서비스될 예정이다.

ICT 업계에선 인천스마트시티 제안평가 심사위원단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낙찰받은 S사에서 상무로 근무한 김모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는 점이다.

인천스마트시티 본부장은 <일요시사>와 통화서 “3개 사업 모두 우리가 공모했지만, 투찰 업체와 심사위원이 각각 다른 사업에 참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사업 결과물에 비해 과도한 예산이 투입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인건비가 비싸서 어쩔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심사위원이 근무한 회사가 낙찰
물류회사가 메타버스 사업 심사?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스마트시티가 공모한 모든 사업의 심사위원 선정 과정은 불투명하다. 24명의 예비 심사위원 중 절반 이상이 민간업체다. 메타버스 사업의 전문가인지 확인조차 어렵다. 게다가 일부 심사위원이 소속된 기업은 조회조차 되지 않는 유령회사가 태반이다.

메타버스와 관련 없는 물류 임대업 회사도 포함됐다. 가장 큰 문제는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3개 회사 관계자들이 모든 사업에 심사위원으로 관여했다는 점이다.


인천스마트시티가 자체평가를 위해 선정한 심사위원은 총 8명. 인천스마트시티 사업공고서에 따르면 ‘인천광역시 제안서 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규칙에 따라 심사위원을 선정한다’고 적혀있다. 운영규칙상 심사위원 자격으로는 사업과 관련된 지식, 자격, 전문적 기술이 있어야 한다. 

인천스마트시티는 약 100여명의 심사위원 지원자 중 결격사유가 없는 인원을 추려 24명의 후보를 세웠다. 24명의 심사위원 후보 중에서 8명만이 심사평가 위원장으로 선출될 수 있다.

인천스마트시티는 ‘e-발주시스템’을 통해 입찰 업체에게 심사위원을 직접 정하도록 했다. 입찰 업체에게 “1~24번 중 8개의 번호를 선택해 ‘심사위원 추첨번호’ 칸에 기재하라”고 공고했다.

입찰 업체 측은 1~24번 중에서 생각나는 숫자 8개를 무작위로 적어 제출할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고자 업체 측이 번호에 해당하는 전문가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심사위원도 ‘친분이 있는 업체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 그 책임을 감수한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쓴다. 

그러나 입찰 마감일을 이틀 앞둔 지난해 5월17일, 돌연 “대면 평가로 서류를 직접 제출하라”는 변경 공지가 올라왔다. 심사위원과 입찰 업체 측이 익명으로 참여하는 공정한 심사가 아닌, 대면 평가를 통해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특히, 민간업체 관계자 임모씨는 3개 사업에 매번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깜깜이 입찰


1~24번 중 8개 번호를 무작위로 제출하는데 동시에 3번이나 선정된 것이다. 전문성, 형평성 논란에 대해 인천스마트시티 본부장은 “심사위원들의 적절한 평가로 선정된 전문 업체들이 참여한 사업”이라며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제보한 사람을 색출해 고발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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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