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불안한 안보 경고’한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

“힘의 균형 깨지면 한반도 평화 깨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북한의 도발이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서해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4번째다. 이에 대해 윤석열정부는 더 큰 대응으로 맞서는 중이다. 현재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정찰 위성까지 발사해 감시체계까지 마련했다. 윤정부는 즉시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시키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상황. 안전핀이 제거되면서 전쟁의 불안함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이하 센터장)이 1982년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전두환 군부정권은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해 왔다. 이 과정서 정 센터장은 민주화 문제가 단순히 정치 문제가 아니라, 남북문제와 연결돼있다는 걸 깨달았다.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는 북한을 한국 편에서만 보지 않는다. 전문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북한을 상당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해 왔다. <일요시사>가 정 센터장을 만나 전쟁 가능성, 핵 개발이 필요한 이유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기본적으로 보수적 시각에서는 북한은 무조건 주적이다. 공산주의 체제는 무너져야 할 체제로 봐왔다. 단순히 보면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권이 억압받고, 독재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걸 떠나서 사회가 운영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다양한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북한의 시스템은 유교적인 전통, 천황제, 막스레닌주의, 민족주의 영향이 이데올로기에 섞인 형태다.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당파적인 시각에 익숙해져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진보는 보수가 하는 게 무조건 나쁘고, 보수는 진보를 무조건 나쁘게 본다. 당시에도 치열한 냉전 시대의 양측을 중립적으로 본다고 하면 회색분자로 보일 수 있었다.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그래야 한다. 초당적인 외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학자를 모았고, 외교, 안보와 관련해서 초당적인 포럼을 만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이하 위원장) 어떤 사람인가?

▲김 위원장의 스타일과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주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외부 세계로부터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별히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좋은 친구”라고 이야기한 적 있는데, 이 말을 듣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아부 수준의 편지를 썼다. 자기를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계속 비난해왔지만, 만나고 싶다고 하니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는 뜻인가?

▲일단 김 위원장은 승부욕이 강하다. 과거 김정일 시절에는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이 굶어 죽었다. 사실상 북한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런 체제 경쟁서 김정은은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김정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강한 스타일
미국 선의에만 의존하는 안보 정책 위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태도가 무기 개발 속도도 끌어올린 것인가?

▲일단 북한이 군사력을 키우고, 핵을 가지면 아무리 우리에 비핵무기가 많아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몇 년간 핵무기를 개발하고, 집중적으로 모든 자산을 투입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정찰 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은 정찰 위성을 통해 북한을 수시로 들여봤는데, 북한은 눈이 없었다. 절대적인 열쇠에서 상대적인 열쇠로 바뀐 셈이다. 그런데다가 고체연료 ICBM까지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신속한 발사가 가능해 미국이 사전에 탐지하기 어렵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이 쉽게 개입하기 어려워진다. 김 위원장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근거는?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평정·수복·점령 같은 극단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군사도발, 위협까지 가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서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불법 무도의 NLL’이라고 표현을 사용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해서 잦은 도발을 하는 이유인가?

▲NLL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에 당시 유엔 사령관이 북한에 비해 월등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선이다. 군사분계선은 휴전협정을 체결하면서 합의했지만, 바다까지 합의했던 건 아니다. 당시는 해양법서 3해리까지를 영해로 인정했다. 서해 5도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갇히게 됐다. 남서해안 지역서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싶어도 곧바로 내려오지 못하고 백령도까지 올라가서 나와야 했던 셈이다. 북한 입장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바꿀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국제해양법이 바뀌어 3해리서 12해리까지를 영해로 인정해 북한도 12해리까지 인정해 달라는데, 한국과 미국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서해서 교전이 발생한 이유다.

결국 여기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지금은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한 상황이다. 여차하면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위협을 할 수 있는 상태다. 

-북한의 군사력이 올라감에 따라 도발이 더욱 잦아지고, 전쟁 위기감이 더욱 올라간다는 뜻인가?

▲맞다. 우리와 북한 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 깨질수록 북한은 더욱 강압적으로 나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서 평화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전쟁의 가능성도 있다는 말인가?

▲해상, 특히 서해상에서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확전될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은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NLL을 넘어설 것이다. 북한이 NLL을 넘어서면 우리 군이 북한에게 돌아가라고 경고할 것이다. 돌아가지 않으면 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북한이 피해를 받는데, 이를 명분으로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보복이다. 최근에 해안포도 백령도, 연평도 부근으로 쐈다.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도울까?

▲지금은 미국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국제 상황과 환경이 우리 안보에 상당히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때 미국이 지원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찬성이 50% 반대가 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는 반대 여론이 절반 이상이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공화당 지지층의 편을 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고립주의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우리가 미국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안보정책은 굉장히 위험하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 위원장이 평정·수복이라고 말한 부분을 허세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미 북한은 과거에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잠수정으로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서해 5도가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북한은 서해 5도를 초토화하려 할 수 있다.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 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술핵으로 대응하려 들 것이다. 북한은 전술핵무기 외에 전자기 펄스(EMP)도 소유하고 있다. 

여차하면 북 전술핵무기로 위협 가능
명분 주면 순식간에 서해상에서 전쟁

한반도의 중심인 충청도 지역에 떨어뜨리면 사람은 죽지 않지만, 모든 전자장비들이 마비되면서 경제 전반까지 충격을 주게 된다. 이러면 우리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도 EMP로 공격한다고 해도 북한에 별 타격을 주지 못한다. 우리보다 발전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북한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 연평도를 무력화한다든가, 백령도를 무력화하려고 했을 때 응징은 당연하고, 지나친 확전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교한 접근의 예시는?

▲윤석열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북한서 한 발 쏘면 10발을 쏘는 게 압도적인 대응책이라고 내놨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10발의 미사일을 쏘면 북한은 100발을 쏜다. 그럼 또 한국은 1000발을 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순식간에 작은 무력충돌이 감당할 수 없는 확전으로 연결되기 쉽다. 

그러니까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2배 정도 선에서 그치는 비례적 대응을 하고, 북한이 백령도나 연평도를 공격할 가능성에 관해 우리가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허점을 보이는 순간 북한이 틈새를 파고들 수 있지만, 북한 공격에 대해 철저하게 주민 대피, 반격 능력을 확보한다면 오판을 안 할 것이다. 압도적인 대응만 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친 말과 극단적인 표현은 북한을 고립시켜 명분을 만들어줄 뿐이다. 북한을 비난하되, 북한이 무안하게끔 명분을 잃도록 만들어야 한다. 외부서 봤을 때는 맞대응 기조를 두고 우리나 북한이나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정찰 위성을 쏘아올리자,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시켰다. 

▲9·19 군사합의라는 건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합의한 부분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북한은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대화를 하지 않았으며, 계속 미사일을 발사해 왔다. 2022년 전술핵무기 배치를 실전화하면서 유사시 우리에게 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 9·19 군사합의의 기본정신 자체가 그때부터 깨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쟁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유사시 전쟁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했고, 전술 운용 부대를 갖고 남한의 주요 군사 지휘시설, 공항, 항만 등을 타격하는 모의연습을 했다. 과거에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미국이 폭탄을 투하한 것처럼 핵무기를 800m 상공서 폭발시키는 연습도 이미 진행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말보다 행동 보고 판단 내려야 
핵 보유해야 동북아 안정 도움

이제는 김정은의 말보다 일련의 행동을 보고 우리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북한은 실질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연습까지 하고 있는데,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전방서 하는 훈련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됐다.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겠다는 느낌인데, 북한에 끼칠 영향은?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관해 과거부터 아주 강하게 반발해 왔다. 훈련을 혼자 해 왔던 북한 입장에선 우리가 세계 최고 초강대국인 미국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부분에 대해 늘 불안감을 느껴왔고, 적대감을 가졌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진전시키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서도 연합훈련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갈등이 커지는 양상을 띤다.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제 북한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겨냥해 ICBM을 개발하면서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려는 방향으로 키를 돌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탐지가 어렵고, 일본이나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북한 위협에 대비해야 할 부분은?

▲한국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상당히 좋은 조건이 마련됐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국제환경이 적대적이라면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제환경의 변화도 우리가 파악할 필요가 있고, 국내적으로도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실험에 대한 제재 목소리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한 것은 자강의 의지를 가진 소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제는 진보와 보수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서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외부서도 한국에 쉽게 압력을 가하기 힘들다.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서 언젠가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이제는 평화 공존의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핵무기가 필요한 이유는?

▲핵을 갖자는 주장은 북한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핵을 갖게 되면 설령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 핵을 갖는 게 동북아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자체 핵 보유를 통해서 한국과 북한의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이 투(Two) 코리아 방향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이런 입장을 고려해 우리도 남북관계의 틀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 과거의 협상과 대화를 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합의서는 남북 서로간의 조약이 아니라서 국회 비준도 받지 않았는데, 정권이 바뀌면 파기되는 것이 일이었다.

다만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관계가 휴장되는 게 아니다. 합의서나 선언이 아닌 조약의 형태로 여야의 합의를 거쳐 채택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안보를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ckcjfdo@ilyosisa.co.kr>

[정성장은?]

▲(현) 한반도전략센터장
▲(현) 한국핵자강전략포럼 대표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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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