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불안한 안보 경고’한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

“힘의 균형 깨지면 한반도 평화 깨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북한의 도발이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서해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4번째다. 이에 대해 윤석열정부는 더 큰 대응으로 맞서는 중이다. 현재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정찰 위성까지 발사해 감시체계까지 마련했다. 윤정부는 즉시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시키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상황. 안전핀이 제거되면서 전쟁의 불안함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이하 센터장)이 1982년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전두환 군부정권은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해 왔다. 이 과정서 정 센터장은 민주화 문제가 단순히 정치 문제가 아니라, 남북문제와 연결돼있다는 걸 깨달았다.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는 북한을 한국 편에서만 보지 않는다. 전문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북한을 상당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해 왔다. <일요시사>가 정 센터장을 만나 전쟁 가능성, 핵 개발이 필요한 이유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기본적으로 보수적 시각에서는 북한은 무조건 주적이다. 공산주의 체제는 무너져야 할 체제로 봐왔다. 단순히 보면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인권이 억압받고, 독재가 유지되고 있지만, 이걸 떠나서 사회가 운영되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다양한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북한의 시스템은 유교적인 전통, 천황제, 막스레닌주의, 민족주의 영향이 이데올로기에 섞인 형태다. 이분법적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당파적인 시각에 익숙해져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진보는 보수가 하는 게 무조건 나쁘고, 보수는 진보를 무조건 나쁘게 본다. 당시에도 치열한 냉전 시대의 양측을 중립적으로 본다고 하면 회색분자로 보일 수 있었다. 학자들은 기본적으로 그래야 한다. 초당적인 외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학자를 모았고, 외교, 안보와 관련해서 초당적인 포럼을 만들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이하 위원장) 어떤 사람인가?

▲김 위원장의 스타일과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주민으로부터 인정받고, 외부 세계로부터도 인정받고 싶어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별히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좋은 친구”라고 이야기한 적 있는데, 이 말을 듣고 김 위원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아부 수준의 편지를 썼다. 자기를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도 계속 비난해왔지만, 만나고 싶다고 하니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사람이 달라진다는 뜻인가?

▲일단 김 위원장은 승부욕이 강하다. 과거 김정일 시절에는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수백만명의 북한 주민이 굶어 죽었다. 사실상 북한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런 체제 경쟁서 김정은은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김정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 강한 스타일
미국 선의에만 의존하는 안보 정책 위험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는 태도가 무기 개발 속도도 끌어올린 것인가?

▲일단 북한이 군사력을 키우고, 핵을 가지면 아무리 우리에 비핵무기가 많아도 게임이 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몇 년간 핵무기를 개발하고, 집중적으로 모든 자산을 투입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정찰 위성을 보유하게 됐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은 정찰 위성을 통해 북한을 수시로 들여봤는데, 북한은 눈이 없었다. 절대적인 열쇠에서 상대적인 열쇠로 바뀐 셈이다. 그런데다가 고체연료 ICBM까지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신속한 발사가 가능해 미국이 사전에 탐지하기 어렵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이 쉽게 개입하기 어려워진다. 김 위원장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근거는?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평정·수복·점령 같은 극단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있다. 최근 군사도발, 위협까지 가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에 더해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연설서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불법 무도의 NLL’이라고 표현을 사용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해서 잦은 도발을 하는 이유인가?

▲NLL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에 당시 유엔 사령관이 북한에 비해 월등한 해군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선이다. 군사분계선은 휴전협정을 체결하면서 합의했지만, 바다까지 합의했던 건 아니다. 당시는 해양법서 3해리까지를 영해로 인정했다. 서해 5도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갇히게 됐다. 남서해안 지역서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싶어도 곧바로 내려오지 못하고 백령도까지 올라가서 나와야 했던 셈이다. 북한 입장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바꿀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국제해양법이 바뀌어 3해리서 12해리까지를 영해로 인정해 북한도 12해리까지 인정해 달라는데, 한국과 미국서 인정해 주지 않았다. 서해서 교전이 발생한 이유다.

결국 여기서 무력 충돌이 발생했고, 지금은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한 상황이다. 여차하면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위협을 할 수 있는 상태다. 

-북한의 군사력이 올라감에 따라 도발이 더욱 잦아지고, 전쟁 위기감이 더욱 올라간다는 뜻인가?

▲맞다. 우리와 북한 간 힘의 균형이 깨지면 깨질수록 북한은 더욱 강압적으로 나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서 평화가 깨질 가능성이 높다. 


-전쟁의 가능성도 있다는 말인가?

▲해상, 특히 서해상에서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확전될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은 NLL을 무력화하기 위해 NLL을 넘어설 것이다. 북한이 NLL을 넘어서면 우리 군이 북한에게 돌아가라고 경고할 것이다. 돌아가지 않으면 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북한이 피해를 받는데, 이를 명분으로 백령도와 연평도를 포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보복이다. 최근에 해안포도 백령도, 연평도 부근으로 쐈다.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도울까?

▲지금은 미국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국제 상황과 환경이 우리 안보에 상당히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때 미국이 지원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찬성이 50% 반대가 49%라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는 반대 여론이 절반 이상이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다면 공화당 지지층의 편을 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고립주의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우리가 미국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안보정책은 굉장히 위험하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 위원장이 평정·수복이라고 말한 부분을 허세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미 북한은 과거에 천안함을 폭침시켰다. 잠수정으로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서해 5도가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북한은 서해 5도를 초토화하려 할 수 있다.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 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술핵으로 대응하려 들 것이다. 북한은 전술핵무기 외에 전자기 펄스(EMP)도 소유하고 있다. 

여차하면 북 전술핵무기로 위협 가능
명분 주면 순식간에 서해상에서 전쟁

한반도의 중심인 충청도 지역에 떨어뜨리면 사람은 죽지 않지만, 모든 전자장비들이 마비되면서 경제 전반까지 충격을 주게 된다. 이러면 우리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도 EMP로 공격한다고 해도 북한에 별 타격을 주지 못한다. 우리보다 발전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북한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짜 연평도를 무력화한다든가, 백령도를 무력화하려고 했을 때 응징은 당연하고, 지나친 확전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교한 접근의 예시는?

▲윤석열정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북한서 한 발 쏘면 10발을 쏘는 게 압도적인 대응책이라고 내놨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10발의 미사일을 쏘면 북한은 100발을 쏜다. 그럼 또 한국은 1000발을 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순식간에 작은 무력충돌이 감당할 수 없는 확전으로 연결되기 쉽다. 

그러니까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2배 정도 선에서 그치는 비례적 대응을 하고, 북한이 백령도나 연평도를 공격할 가능성에 관해 우리가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허점을 보이는 순간 북한이 틈새를 파고들 수 있지만, 북한 공격에 대해 철저하게 주민 대피, 반격 능력을 확보한다면 오판을 안 할 것이다. 압도적인 대응만 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친 말과 극단적인 표현은 북한을 고립시켜 명분을 만들어줄 뿐이다. 북한을 비난하되, 북한이 무안하게끔 명분을 잃도록 만들어야 한다. 외부서 봤을 때는 맞대응 기조를 두고 우리나 북한이나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정찰 위성을 쏘아올리자,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시켰다. 

▲9·19 군사합의라는 건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합의한 부분이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 북한은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대화를 하지 않았으며, 계속 미사일을 발사해 왔다. 2022년 전술핵무기 배치를 실전화하면서 유사시 우리에게 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다. 9·19 군사합의의 기본정신 자체가 그때부터 깨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쟁 준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유사시 전쟁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전술핵무기를 전방에 실전 배치했고, 전술 운용 부대를 갖고 남한의 주요 군사 지휘시설, 공항, 항만 등을 타격하는 모의연습을 했다. 과거에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미국이 폭탄을 투하한 것처럼 핵무기를 800m 상공서 폭발시키는 연습도 이미 진행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말보다 행동 보고 판단 내려야 
핵 보유해야 동북아 안정 도움

이제는 김정은의 말보다 일련의 행동을 보고 우리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북한은 실질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연습까지 하고 있는데,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전방서 하는 훈련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됐다.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겠다는 느낌인데, 북한에 끼칠 영향은?

▲북한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관해 과거부터 아주 강하게 반발해 왔다. 훈련을 혼자 해 왔던 북한 입장에선 우리가 세계 최고 초강대국인 미국과 연합훈련을 한다는 부분에 대해 늘 불안감을 느껴왔고, 적대감을 가졌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진전시키고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만들겠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서도 연합훈련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갈등이 커지는 양상을 띤다.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제 북한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겨냥해 ICBM을 개발하면서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려는 방향으로 키를 돌렸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고체연료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탐지가 어렵고, 일본이나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 

-북한 위협에 대비해야 할 부분은?

▲한국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기에 상당히 좋은 조건이 마련됐다. 우리가 핵무장을 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국제환경이 적대적이라면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제환경의 변화도 우리가 파악할 필요가 있고, 국내적으로도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알아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실험에 대한 제재 목소리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손잡고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한 것은 자강의 의지를 가진 소신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제는 진보와 보수가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서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외부서도 한국에 쉽게 압력을 가하기 힘들다.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서 언젠가는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이제는 평화 공존의 대상으로 북한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핵무기가 필요한 이유는?

▲핵을 갖자는 주장은 북한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핵을 갖게 되면 설령 북한이 핵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스스로 대응할 수 있다. 핵을 갖는 게 동북아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자체 핵 보유를 통해서 한국과 북한의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북한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이 투(Two) 코리아 방향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이런 입장을 고려해 우리도 남북관계의 틀을 새롭게 짤 필요가 있다. 과거의 협상과 대화를 보면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합의서는 남북 서로간의 조약이 아니라서 국회 비준도 받지 않았는데, 정권이 바뀌면 파기되는 것이 일이었다.

다만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관계가 휴장되는 게 아니다. 합의서나 선언이 아닌 조약의 형태로 여야의 합의를 거쳐 채택하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안보를 위협받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ckcjfdo@ilyosisa.co.kr>

[정성장은?]

▲(현) 한반도전략센터장
▲(현) 한국핵자강전략포럼 대표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전)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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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