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민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13 10:42:32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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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턴 세탁소 아줌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오죽했으면 영화로 나왔을까? 지난달 24일 개봉한 보이스피싱 범죄 추적극 <시민덕희>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덩달아 실화의 주인공 김성자씨도 재조명받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사당국의 주요 검거 대상 중 하나다. 지난해 금융보안원은 보이스피싱 사기 정보를 총 1만4158건 탐지했다고 밝혔다.

<시민덕희>는 평범한 중년 여성 ‘덕희’(라미란)가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임자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2016년 김성자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던 김씨가 직접 범죄조직을 잡는 데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김씨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그러나 그의 평화로운 일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김씨의 4살배기 막내아들이 한 건물 주차장서 추락 사고를 당했다. 그는 떨어진 장난감을 주우려고 몸을 내민 아들이 추락하려던 순간 몸을 던졌다.

평범한 엄마
평생 모은 돈

그는 매체와 인터뷰서 “아들은 무사했지만, 이 사고로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3년간 병원을 다녔다”며 “당시 안전망을 임의로 치워둔 건물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건물주와 법적 공방을 벌이던 2016년 1월 ‘압류 비용을 내라’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법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었다. 김씨는 “소송 중 압류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단 말을 들었을 때였다”며 “마침 보이스피싱범도 법원이니 검찰이니 얘기를 해서, 말로만 듣던 압류 비용을 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들이 보내온 가상계좌에 아들 명의로 돈을 이틀에 나눠 이체했다”고 증언했다.


이튿날 김씨는 또 한 번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본인 명의로 돈을 다시 입금하면 일전의 돈을 바로 돌려주고, 대출도 받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지인들에게 급히 돈을 빌려 그날 바로 이체했다. 물론, 끝내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씨는 수면제와 술로 나날을 보냈다. 세 아이를 키우던 김씨는 밤낮없이 미싱을 돌리면 번 돈을 날렸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술과 수면제를 잔뜩 먹고 기억이 끊어졌던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천장에 줄이 매달려 있었다. 김씨를 지켜보던 아들은 “엄마, 죽지 마”하며 울고 있었다.

김씨는 “아들이 나 때문에 엄마가 죽는 거 아니냐며 ‘죽지 마, 잘못했어’ 하고 엉엉 울었다”며 “그날부로 수면제를 전부 버리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잡았다”고 토로했다. 정신을 차린 김씨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돌아온 경찰의 대답은 허무했다.

경찰은 “아줌마, 중국서 걸려온 전화라 (범인은)못 잡아요”라며 무시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에게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16년 김씨는 자신에게 사기를 쳤던 조직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조직원은 “범죄조직서 벗어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김씨에게 요청해왔던 것이다. 그러면서 “김성자씨가 돈도 제일 빨리 보내고, 제일 끈질겨서 당신을 택했다”고 말했다.

박스오피스 1위···깜짝 흥행몰이
전화로 전 재산 잃은 여성 실화

당시 김씨는 “너네한테 더 뜯길 돈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조직원은 다시 전화해 “아줌마, 이번엔 진짜다. 총책이 설을 쇠러 중국서 한국으로 잠깐 들어가니 꼭 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범죄조직서 탈출하고 싶었던 조직원은 총책의 최근 사진, 중국 산둥성의 사무실 주소, 보이스피싱 피해자 개인 정보 등을 넘겼다.


정보를 입수한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화성동부경찰서(현재 오산경찰서)는 “아줌마, 또 돈 보냈어요? 그거 다 뻥이야”라며 제보를 무시했다고 한다. 화가 난 김씨는 경찰 대신 조직원을 설득했다. 김씨는 총책의 이름과 얼굴이 찍힌 사진, 주소 등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얻어냈다.

그는 보이스피싱 총책이 중국인 지인에게 부탁해 2016년 2월8일 10시25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러자 경찰도 “이제부터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중국에 거주하던 총책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정보를 듣고 거주지를 찾아가 이틀간 잠복까지 감행했다. 하지만, 2월8일이 지나도 총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로부터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가 제공한 단서로 경찰은 닷새 만에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했다. 총책을 잡은 뒤에도 돈을 되찾기 위해 면회도 여러 번 갔다. 김씨는 “내 돈 내놓으라고 닦달했더니 씩 웃으면서 ‘당신이 멍청해서 당한 거지. 어차피 경제사범은 몇 년 살지도 않아’ 그 말 듣고 집에 오는데 계속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재판마다 쫓아다니면서 판사에게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총책은 그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제안했으나 ‘총책이 하루라도 감형받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김씨는 “피해자들 중엔 1200만원을 사기당하고 목숨을 끊은 분도 있었다. 내가 그 돈을 받고 합의해주면 형량이 줄어들까 봐 차마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전화비만 
70만원

재판 이틀 전, 김씨는 판사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 결국 총책은 재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피해액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경찰로부터 보이스피싱 신고 포상금을 받고자 했다. 합당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경찰은 총책을 붙잡은 이후로도 수개월째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경찰서에 확인해 보니 “깜빡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가 항의를 하고 나서야 경찰은 6개월 뒤 통장하고 신분증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선심 쓰듯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우리 경찰서는 돈이 없어서 원래 이것보다 덜 주는데, 특별히 더 주는 것”이라고 빈정거렸다고 한다.

화가 난 김씨는 100만원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대 1억원의 신고보상금은 물론, 사기를 당한 3200만원도 받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100만원을 받지 않고 화성동부서에 업무태만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청, 법무부에 진정서를 내봤지만 ‘예산이 없다’ ’내부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거부당했다.

영화는 주인공 덕희가 총책을 잡으며 통쾌하게 끝났지만, 실제 김씨의 삶은 회복되지 못했다. 김씨는 언론 매체와 인터뷰서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후로 눈만 뜨면 경찰서로 출근했다”며 “한참 앉아 있으면 경찰이 ‘아줌마, 애들 밥 주러 안 가?’냐고 물었다. 아직도 경찰차만 지나가면 화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김씨에게 제시한 포상금은 고작 10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조직원과 소통하면서 전화비만 70만원을 썼다. ‘한국 오면 소주 한 잔 사겠다’며 조직원을 달래며 검거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받아냈던 그였다.


끈질긴
추적기

김씨는 여전히 피해액과 포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경찰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민원을 넣어도 바뀌는 건 없었다”고 답했다.

대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 사실이 알려진 후 ‘멍청해서 당한 거야’라는 비난이 정말 싫었다”며 “보이스피싱에 넘어간 건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부디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보이스피싱은 멍청해서 당하는 범죄가 아니다.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는 그만큼 범죄 수법의 고도화를 나타내는 반증이다.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1조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3만7859건, 피해 금액은 1조7499억원, 피해자는 14만8760명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유형별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대출을 빙자한 피해 건수가 13만2699건, 피해 금액 1조2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관 사칭 2만51건, 4090억원 ▲지인 사칭 8만5115건, 3169억원 등이다. 특히 메신저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8만5115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의 35.7%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도 포기한 총책 잡아
포상금은 고작 100만원뿐

메신저 종류별로는 ▲카카오톡 2만3680건, 755억원 ▲네이트온 713건, 53억원 ▲페이스북 474건, 6억5000만원 ▲지인 사칭 4만4241건, 3169억원 등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시중 은행에 접수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금은 2018년 709억원서 2022년 256억원으로 63.8% 감소했다.

통상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신청이 있을 경우, 채권소멸 절차 등을 거쳐 지급정지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을 환급해준다. 다만, 피해자가 사기를 인지하고 구제신청을 통해 계좌가 지급정지되기 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현금을 인출하거나 타 계좌로 이체한다.

이에 따라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피해 구제신청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오고 있다.

국감서 황 의원은 “은행서 적극적으로 이상거래를 발견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에 이용되는 플랫폼 회사도 적극 관련 범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덕희>를 본 김씨는 코미디 영화인데도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두 번째 봤을 땐 라미란 배우가 시원하게 욕을 해서 “속이 뻥 뚫렸다”고 했다. 그는 “영화화가 결정되고부터 주변서 라미란 배우가 하면 딱 맞겠다고 했다”며 “털털하고 욕 잘하는 것까지 저랑 똑같다. 같이 본 딸도 엄마 보는 줄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가 뽑은 명대사는 총책과 맞닥뜨린 덕희가 던진 한마디였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니네 눈엔 피눈물 나는 거야.’ 나도 총책한테 그 말을 똑같이 했다. 내가 멍청해서 당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서, 무너졌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일으켜 세워줘서 감사할 뿐”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절망적인 순간에 놓인 순간, 영화화 제안이 왔다. 김씨는 “(제작진이)계속 싸우면 더 아프지 않나. 영화로 잘 만들어 드리겠다는 말에 마음이 녹아 허락했다”고 말했다.

실적은
경찰이

앞서 김씨는 자신이 당한 일과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는 2016년 7월 한 언론에 출연한 이후 페이스북에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냈다. 곧 영화계의 관심도 이어졌다. 제작진 측은 김씨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렇게 7년이 흘러 영화 <시민덕희>가 만들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93만424명의 누적관객을 기록 중이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도 당하는 보이스피싱, 홍석천도 당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겪은 실제 연예인들의 경험담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홍석천은 <홍석천의 보석함>에 게스트로 출연한 공명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이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음을 밝혔다.

그는 공명이 <시민덕희>서 보이스피싱 조직원 역할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 XX 봐라. 나 5년 전에 보이스피싱 당했잖아. 580만원 뜯겼다”고 분노했다.

그는 앞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서도 피해 사실을 언급했던 바 있다.

홍석천은 “방콕서 촬영 중이었는데, 친한 형한테 문자가 왔다. 돈이 필요하다해서 일주일 후에 갚는다고 했고, 58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을 불러서 계좌로 쐈다”며 “촬영 후 돌아와서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전화가 와서 물어봤더니 자기가 뭘 빌렸냐고 하더라. 아는 사람 이름을 털어서 피싱을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다행히 신고로 범인을 잡았지만,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앞서 방송인 박슬기도 방송에 출연해 보이스피싱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보이스피싱으로 1200만원을 잃었다며 “사기를 당한 후 일주일 동안 벽에 머리를 계속 박았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내 통장이 불법 도박 자금에 연루됐다더라. 박정식이라는 사람이 도박을 했는데, 그 사람이 나를 가해자로 몰았다고 했다”며 “그 사람들 말을 따라서 은행에 가서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슬기는 “경찰에 신고하고 조서를 썼지만, 이미 1200만원이 빠져나간 상황이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유명 연예인마저도 그 보이스피싱 표적이 되고, 나날이 진화하는 교묘한 수법에 넘어가 거액을 잃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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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