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민덕희’ 실제 주인공 김성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13 10:42:32
  • 호수 14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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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턴 세탁소 아줌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오죽했으면 영화로 나왔을까? 지난달 24일 개봉한 보이스피싱 범죄 추적극 <시민덕희>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덩달아 실화의 주인공 김성자씨도 재조명받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사당국의 주요 검거 대상 중 하나다. 지난해 금융보안원은 보이스피싱 사기 정보를 총 1만4158건 탐지했다고 밝혔다.

<시민덕희>는 평범한 중년 여성 ‘덕희’(라미란)가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임자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2016년 김성자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던 김씨가 직접 범죄조직을 잡는 데 나서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김씨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평범한 중년 여성이다. 그러나 그의 평화로운 일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김씨의 4살배기 막내아들이 한 건물 주차장서 추락 사고를 당했다. 그는 떨어진 장난감을 주우려고 몸을 내민 아들이 추락하려던 순간 몸을 던졌다.

평범한 엄마
평생 모은 돈

그는 매체와 인터뷰서 “아들은 무사했지만, 이 사고로 온몸에 골절상을 입고 3년간 병원을 다녔다”며 “당시 안전망을 임의로 치워둔 건물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건물주와 법적 공방을 벌이던 2016년 1월 ‘압류 비용을 내라’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사법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었다. 김씨는 “소송 중 압류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단 말을 들었을 때였다”며 “마침 보이스피싱범도 법원이니 검찰이니 얘기를 해서, 말로만 듣던 압류 비용을 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들이 보내온 가상계좌에 아들 명의로 돈을 이틀에 나눠 이체했다”고 증언했다.


이튿날 김씨는 또 한 번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본인 명의로 돈을 다시 입금하면 일전의 돈을 바로 돌려주고, 대출도 받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지인들에게 급히 돈을 빌려 그날 바로 이체했다. 물론, 끝내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씨는 수면제와 술로 나날을 보냈다. 세 아이를 키우던 김씨는 밤낮없이 미싱을 돌리면 번 돈을 날렸다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술과 수면제를 잔뜩 먹고 기억이 끊어졌던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천장에 줄이 매달려 있었다. 김씨를 지켜보던 아들은 “엄마, 죽지 마”하며 울고 있었다.

김씨는 “아들이 나 때문에 엄마가 죽는 거 아니냐며 ‘죽지 마, 잘못했어’ 하고 엉엉 울었다”며 “그날부로 수면제를 전부 버리고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다잡았다”고 토로했다. 정신을 차린 김씨는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돌아온 경찰의 대답은 허무했다.

경찰은 “아줌마, 중국서 걸려온 전화라 (범인은)못 잡아요”라며 무시했다고 한다.

그랬던 그에게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16년 김씨는 자신에게 사기를 쳤던 조직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조직원은 “범죄조직서 벗어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김씨에게 요청해왔던 것이다. 그러면서 “김성자씨가 돈도 제일 빨리 보내고, 제일 끈질겨서 당신을 택했다”고 말했다.

박스오피스 1위···깜짝 흥행몰이
전화로 전 재산 잃은 여성 실화

당시 김씨는 “너네한테 더 뜯길 돈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조직원은 다시 전화해 “아줌마, 이번엔 진짜다. 총책이 설을 쇠러 중국서 한국으로 잠깐 들어가니 꼭 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범죄조직서 탈출하고 싶었던 조직원은 총책의 최근 사진, 중국 산둥성의 사무실 주소, 보이스피싱 피해자 개인 정보 등을 넘겼다.


정보를 입수한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화성동부경찰서(현재 오산경찰서)는 “아줌마, 또 돈 보냈어요? 그거 다 뻥이야”라며 제보를 무시했다고 한다. 화가 난 김씨는 경찰 대신 조직원을 설득했다. 김씨는 총책의 이름과 얼굴이 찍힌 사진, 주소 등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얻어냈다.

그는 보이스피싱 총책이 중국인 지인에게 부탁해 2016년 2월8일 10시25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러자 경찰도 “이제부터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중국에 거주하던 총책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정보를 듣고 거주지를 찾아가 이틀간 잠복까지 감행했다. 하지만, 2월8일이 지나도 총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로부터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가 제공한 단서로 경찰은 닷새 만에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했다. 총책을 잡은 뒤에도 돈을 되찾기 위해 면회도 여러 번 갔다. 김씨는 “내 돈 내놓으라고 닦달했더니 씩 웃으면서 ‘당신이 멍청해서 당한 거지. 어차피 경제사범은 몇 년 살지도 않아’ 그 말 듣고 집에 오는데 계속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재판마다 쫓아다니면서 판사에게 엄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총책은 그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제안했으나 ‘총책이 하루라도 감형받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김씨는 “피해자들 중엔 1200만원을 사기당하고 목숨을 끊은 분도 있었다. 내가 그 돈을 받고 합의해주면 형량이 줄어들까 봐 차마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전화비만 
70만원

재판 이틀 전, 김씨는 판사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편지를 썼다. 결국 총책은 재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피해액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경찰로부터 보이스피싱 신고 포상금을 받고자 했다. 합당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경찰은 총책을 붙잡은 이후로도 수개월째 아무런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경찰서에 확인해 보니 “깜빡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씨가 항의를 하고 나서야 경찰은 6개월 뒤 통장하고 신분증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선심 쓰듯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우리 경찰서는 돈이 없어서 원래 이것보다 덜 주는데, 특별히 더 주는 것”이라고 빈정거렸다고 한다.

화가 난 김씨는 100만원을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최대 1억원의 신고보상금은 물론, 사기를 당한 3200만원도 받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100만원을 받지 않고 화성동부서에 업무태만을 고발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청, 법무부에 진정서를 내봤지만 ‘예산이 없다’ ’내부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거부당했다.

영화는 주인공 덕희가 총책을 잡으며 통쾌하게 끝났지만, 실제 김씨의 삶은 회복되지 못했다. 김씨는 언론 매체와 인터뷰서 “보이스피싱을 당한 이후로 눈만 뜨면 경찰서로 출근했다”며 “한참 앉아 있으면 경찰이 ‘아줌마, 애들 밥 주러 안 가?’냐고 물었다. 아직도 경찰차만 지나가면 화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경찰이 김씨에게 제시한 포상금은 고작 100만원에 불과했다. 그는 조직원과 소통하면서 전화비만 70만원을 썼다. ‘한국 오면 소주 한 잔 사겠다’며 조직원을 달래며 검거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받아냈던 그였다.


끈질긴
추적기

김씨는 여전히 피해액과 포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경찰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민원을 넣어도 바뀌는 건 없었다”고 답했다.

대신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 사실이 알려진 후 ‘멍청해서 당한 거야’라는 비난이 정말 싫었다”며 “보이스피싱에 넘어간 건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부디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씨의 말대로 보이스피싱은 멍청해서 당하는 범죄가 아니다.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는 그만큼 범죄 수법의 고도화를 나타내는 반증이다.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1조7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23만7859건, 피해 금액은 1조7499억원, 피해자는 14만8760명으로 집계됐다.

보이스피싱 유형별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대출을 빙자한 피해 건수가 13만2699건, 피해 금액 1조2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관 사칭 2만51건, 4090억원 ▲지인 사칭 8만5115건, 3169억원 등이다. 특히 메신저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8만5115건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의 35.7%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도 포기한 총책 잡아
포상금은 고작 100만원뿐

메신저 종류별로는 ▲카카오톡 2만3680건, 755억원 ▲네이트온 713건, 53억원 ▲페이스북 474건, 6억5000만원 ▲지인 사칭 4만4241건, 3169억원 등이다. 다만,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시중 은행에 접수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보이스피싱 피해 환급금은 2018년 709억원서 2022년 256억원으로 63.8% 감소했다.

통상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구제신청이 있을 경우, 채권소멸 절차 등을 거쳐 지급정지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을 환급해준다. 다만, 피해자가 사기를 인지하고 구제신청을 통해 계좌가 지급정지되기 전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현금을 인출하거나 타 계좌로 이체한다.

이에 따라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피해 구제신청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오고 있다.

국감서 황 의원은 “은행서 적극적으로 이상거래를 발견해 금융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범죄에 이용되는 플랫폼 회사도 적극 관련 범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민덕희>를 본 김씨는 코미디 영화인데도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두 번째 봤을 땐 라미란 배우가 시원하게 욕을 해서 “속이 뻥 뚫렸다”고 했다. 그는 “영화화가 결정되고부터 주변서 라미란 배우가 하면 딱 맞겠다고 했다”며 “털털하고 욕 잘하는 것까지 저랑 똑같다. 같이 본 딸도 엄마 보는 줄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가 뽑은 명대사는 총책과 맞닥뜨린 덕희가 던진 한마디였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니네 눈엔 피눈물 나는 거야.’ 나도 총책한테 그 말을 똑같이 했다. 내가 멍청해서 당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서, 무너졌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일으켜 세워줘서 감사할 뿐”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절망적인 순간에 놓인 순간, 영화화 제안이 왔다. 김씨는 “(제작진이)계속 싸우면 더 아프지 않나. 영화로 잘 만들어 드리겠다는 말에 마음이 녹아 허락했다”고 말했다.

실적은
경찰이

앞서 김씨는 자신이 당한 일과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는 2016년 7월 한 언론에 출연한 이후 페이스북에 자신의 억울함을 드러냈다. 곧 영화계의 관심도 이어졌다. 제작진 측은 김씨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렇게 7년이 흘러 영화 <시민덕희>가 만들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93만424명의 누적관객을 기록 중이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예인도 당하는 보이스피싱, 홍석천도 당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겪은 실제 연예인들의 경험담이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홍석천은 <홍석천의 보석함>에 게스트로 출연한 공명과 대화를 나누던 중 자신이 실제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었음을 밝혔다.

그는 공명이 <시민덕희>서 보이스피싱 조직원 역할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자 “이 XX 봐라. 나 5년 전에 보이스피싱 당했잖아. 580만원 뜯겼다”고 분노했다.

그는 앞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서도 피해 사실을 언급했던 바 있다.

홍석천은 “방콕서 촬영 중이었는데, 친한 형한테 문자가 왔다. 돈이 필요하다해서 일주일 후에 갚는다고 했고, 58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을 불러서 계좌로 쐈다”며 “촬영 후 돌아와서 한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전화가 와서 물어봤더니 자기가 뭘 빌렸냐고 하더라. 아는 사람 이름을 털어서 피싱을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다행히 신고로 범인을 잡았지만,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앞서 방송인 박슬기도 방송에 출연해 보이스피싱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보이스피싱으로 1200만원을 잃었다며 “사기를 당한 후 일주일 동안 벽에 머리를 계속 박았다.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내 통장이 불법 도박 자금에 연루됐다더라. 박정식이라는 사람이 도박을 했는데, 그 사람이 나를 가해자로 몰았다고 했다”며 “그 사람들 말을 따라서 은행에 가서 인터넷 뱅킹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슬기는 “경찰에 신고하고 조서를 썼지만, 이미 1200만원이 빠져나간 상황이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처럼 유명 연예인마저도 그 보이스피싱 표적이 되고, 나날이 진화하는 교묘한 수법에 넘어가 거액을 잃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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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