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송사 휘말린 김수미

‘김수미’ 브랜드 막 돌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배우 김수미씨와 그 아들 정명호씨가 식품업체로부터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김수미의 초상권을 무단을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 측은 ‘연예인 망신 주기’라며 반박하고 있으며 해당 업체는 ‘연예인 망신 주기는 실익이 없다’며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우 김수미씨는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80년부터 방영한 국민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역으로 무려 21년 동안 열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해당 드라마로 1986년에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원일기> 종영 후에도 일용 모친역을 발판으로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구축, 김수미만의 몸사림 없는 당찬 연기, 걸걸한 입담의 코믹 연기로 드라마,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큰 활약을 했다.

걸걸한 입담
할머니 캐릭터

대표작으로는 <백년손님> <아베의 가족> <성난 눈동자> <새아씨> <박순경> <아버지와 아들> <남자의 계절> <오박사네 사람들> <젊은이의 양지> <아스팔트> <사나이> <미망> <만남> <뱀파이어 아이돌> <전설의 마녀> <간 큰 가족> <맨발의 기봉이> <마파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 <헬머니> 등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김씨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요리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준급 요리 실력을 토대로 2008년 간장게장 및 김치 사업을 시작해 홈쇼핑서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2010년엔 홈쇼핑 외에 온라인으로 판매처를 확대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을 런칭, 동시간대 시청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김치와 게장, 젓갈 등의 반찬을 제조·판매하는 식품유통 기업 나팔꽃F&B(이하 나팔꽃)를 설립했다. 해당 업체는 연 매출 270억원 규모의 중소식품기업이다.

김씨가 지분 20%, 그의 아들 정명호씨가 지분 40%를 보유해 김씨 모자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회사 지분 40%는 기타 주주로 구성돼있다.

나팔꽃은 김수미의 김치 ‘엄마생각’,  ‘그때 그맛’ 등의 브랜드 상품을 마트와 홈쇼핑서 판매하며, 특히 최근에는 김치 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팔꽃 F&B는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지난 3월에는 일본에 ‘수미네밥집’을 오픈하며 국제적인 성공을 거뒀고, 오는 11월 말에는 미국에 ‘수미반찬’ 가게를 오픈할 예정이었다.

회사 측과 김씨 모자 간 갈등은 정씨가 대표이사직서 해임된 이후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끌어온 3인의 이사 중 송모 이사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양측은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나팔꽃은 김씨와 그의 아들 정씨를 배타적 독점 사용권을 타 업체에 팔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용산경찰서는 김씨와 정씨가 나팔꽃과 10년간 독점 계약한 ‘김수미’ 브랜드 상표권을 타인에게 판매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배타적 독점 사용권 타 업체에 판매”
아들과 함께 무단판매·횡령 혐의 피소

나팔꽃 측은 고소장을 통해 “김수미와 정씨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회에 걸쳐 나팔꽃씨엔앰, 나팔꽃미디어 등 정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무단으로 김수미 브랜드를 판매해 약 5억6500만원의 이득과 사업 지분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나팔꽃은 “피고소인들의 상표권 판매사기 행위가 발각된 뒤 처음에는 김수미 브랜드의 이미지 손실을 우려해 회사 내부적으로 자체 수습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여러 피해자들이 문제 삼고 회사가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자 부득이 이들 모자에게 책임을 묻게 된 것”이라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나팔꽃에 따르면 김수미 브랜드 판매사기 피해 사례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1년간 OO명삼, OO꾸찌뽕, OOO한의원, OO물산, OOBNC, OO푸드, OO푸드빌 등 10건에 달한다. 계약주체는 정씨가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 나팔꽃씨엔엠(2건)과 나팔꽃미디어(8건)이다.

또 나팔꽃은 정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회사자금의 입출금을 맡으면서 총 6억2300만원가량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중에는 ‘정명호 가지급금’이라고 회계 처리해 무단으로 돈을 인출한 혐의(약 1억198만원), ‘선생님댁 김장’ ‘선생님 댁 유기그릇 세트’ 등으로 회계 처리하고 지급 의무 없는 금액을 대신 지급한 혐의(약 1억6900만원), 단기대여금 명목 횡령(약 3억670만원), 허위 용역 대금 지급(약 4529만원) 등이 포함됐다.

나팔꽃은 김씨 역시 개인 세금을 납부할 자금이 부족해지자 회사 은행 계좌서 임의로 3억원을 인출해 횡령했다고도 주장했다.

게다가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씨와 정씨가 결혼할 당시 며느리에게 준 고가 선물, 집 보증금이나 월세, 김수미 홈쇼핑 방송 코디 비용과 거마비 등을 회삿돈으로 처리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 측은 나팔꽃의 고소가 연예인 망신 주기라고 반박했고 회사 측은 ‘연예인 망신 주기는 실익이 없다’고 재반박에 나서며 진흙탕 싸움을 진행 중이다. 

대표 해임 
법적 공방

김씨와 정씨는 나팔꽃의 대표인 송씨가 그동안 수차례 자신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김씨와 A씨가 이에 불응하자 김씨가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언론에 망신 주기와 여론몰이를 시도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씨 측 법률대리인 가로재 법률사무소 장희진 변호사는 지난 23일 “정씨는 2023년 11월 송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횡령 및 사기 등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면서 “송씨가 사문서위조를 통해 대표이사로 등기됐다는 판단 등에 대해 나팔꽃 F&B 관할인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송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사건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송씨가 김씨와 정씨를 고소하고,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수차례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씨와 정씨가 이에 불응하자 김씨가 연예인인 점을 악용해 망신 주기와 여론몰이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삿돈이 김수미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정씨의 결혼자금 일부로 쓰였단 주장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김수미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억측과 허위사실유포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인했다.

정 전 대표도 <더팩트>에 “지난해부터 회사 내부 갈등이 있는 건 맞지만 지금 나팔꽃 측이 저와 어머니를 고소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저를 고소한 현재 대표이사의 치명적인 잘못이 드러나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고 제가 먼저 상대측에 횡령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두 건의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김씨 측은 나팔꽃에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나팔꽃 측은 김씨 측이 입장문을 발표한 날 오후 재반박 입장문을 내놨다.

나팔꽃은 입장문을 통해 “사실 2019년 중반부터 정씨는 김수미 브랜드를 경쟁업체에 이용케 하고 뒷돈을 받는 사기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왔지만 회사로서는 김수미 브랜드 가치의 훼손·손상을 막기 위해 이를 문제삼지 않고 법적 대응을 자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정씨는 2022년 9월 이후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 하와이 등지서 가족과 호화생활을 하며 회사 운영에 무관심하다가 갑자기 2023년 11월 8일 회사의 공인인증서 등을 무단 교체하면서 회사업무를 마비시켰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부득이 정씨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자 정씨가 기존의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문제 삼아 근거없는 민·형사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정씨의 그간의 위법행위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누구 말이…
진실공방

나팔꽃은 “회사는 1인(김수미) 단독 셀럽의 브랜드를 이용해 운영하고 있기에 김수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회사에서 부득이 김수미를 고소하는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일부 언론서 보도되는 ‘연예인 망신 주기’는 회사에 실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미 김수미의 초상권, 영화 출연 등으로 두 차례 사기 의혹을 받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영화제작사 필름블랙라벨 측은 정씨가 일본 투자자로부터 5억엔(약 50억원)을 투자받아 어머니가 주연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1000만엔(약 1억원)을 받아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정씨는 “사기는 어불성설”이라며 “당초 계획보다 일이 조금 늦어진 것은 맞지만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고 곧 투자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영화 제작과 관련해 일정이 늦어진다고 들었지만 난데없이 사기 고소를 당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아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단돈 1원도 본인이 쓰거나 유용한 게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지난 2020년 김씨의 초상권 등을 활용해 ‘김수미 다시팩’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한 식료품 생산업체 A로부터 계약 불이행에 의한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고소장서 A 업체는 정씨로부터 김씨의 초상권을 이용해 2년간 활용해 제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수익금을 5대5로 분배하기로 약정했으나 정씨가 사업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년간 독점 계약했는데…”  
“연예인 망신주기 여론몰이” 

이에 정씨 측은 “독점적 식품 비즈니스의 권한을 준 적이 없으며 이미 해결한 문제로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닌데 어머니 이름값과 유명세에 흠집을 내 압박하려고 고소를 진행했으며, 이 때문에 회사와 어머니 김수미의 명예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기에 강력하게 법적 대응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판정 났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우리 며느리가 결혼하고 2년 정도 됐을 때 아들이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고 매스컴에 나왔다. 지금은 무혐의로 판정 났다. 그때 며느리 마음이 상할까 봐 내가 며느리 앞으로 내 집을 증여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에 마음이 돌아서서 이혼하게 되면 법적인 위자료 5000만원밖에 못 받는다. 그래서 ‘넌 이 돈으로 아기하고 잘 살아라. 아무 때고 정말 살기 싫으면 살지 말라’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만약의 이야기”라며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산다. 내가 시어머니한테 받은 대로 며느리한테 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나팔꽃은 정씨가 나팔꽃의 대표로 있을 당시에 꽃게 납품 대금 1억8000만원 상당을 미지급했다며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인천광역시 중구 연안부두에 위치한 수산물 유통 전문회사 피쉬마스터는 2022년 11월 나팔꽃F&B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1억7750만원의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2월4일 국산 암꽃게 3000kg, 절단꽃게 1000kg 등 1억800만원 어치, 사흘 뒤인 12월7일에는 암꽃게 2000kg, 절단 꽃게 500kg 등 6950만원어치를 나팔꽃에 납품했는데, 나팔꽃이 꽃게 납품 대금(1억775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지연손해금까지 포함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게 피쉬마스터의 주장이다.

그러자 나팔꽃F&B는 “피쉬마스터와 꽃게 납품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며, 피쉬마스터를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나팔꽃 측은 재판 과정서 “원고(피쉬마스터)는 J수산유통에 꽃게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하자 피고(나팔꽃F&B)를 계약 당사자로 해서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나
사기 혐의…

이어 “피고는 원고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꽃게 대금은 이미 D수산에 지급한 바 있으며, D수산이 꽃게를 전부 납품하지 못하자 S사가 D수산을 대신해 꽃게를 납품한 것”이라며 소 기각 판단을 구했다.

정씨는 지난 2023년 11월까지 나팔꽃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지만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해임됐으며 현재는 나팔꽃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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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