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송사 휘말린 김수미

‘김수미’ 브랜드 막 돌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배우 김수미씨와 그 아들 정명호씨가 식품업체로부터 횡령 혐의로 피소됐다. 김수미의 초상권을 무단을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김씨 측은 ‘연예인 망신 주기’라며 반박하고 있으며 해당 업체는 ‘연예인 망신 주기는 실익이 없다’며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수사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우 김수미씨는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80년부터 방영한 국민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의 ‘일용엄니’역으로 무려 21년 동안 열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해당 드라마로 1986년에 MBC 연기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원일기> 종영 후에도 일용 모친역을 발판으로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구축, 김수미만의 몸사림 없는 당찬 연기, 걸걸한 입담의 코믹 연기로 드라마,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큰 활약을 했다.

걸걸한 입담
할머니 캐릭터

대표작으로는 <백년손님> <아베의 가족> <성난 눈동자> <새아씨> <박순경> <아버지와 아들> <남자의 계절> <오박사네 사람들> <젊은이의 양지> <아스팔트> <사나이> <미망> <만남> <뱀파이어 아이돌> <전설의 마녀> <간 큰 가족> <맨발의 기봉이> <마파도> <가문의 영광 시리즈> <헬머니> 등 수많은 작품들이 있다.

김씨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요리 실력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준급 요리 실력을 토대로 2008년 간장게장 및 김치 사업을 시작해 홈쇼핑서 12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2010년엔 홈쇼핑 외에 온라인으로 판매처를 확대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8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요리 프로그램 <수미네 반찬>을 런칭, 동시간대 시청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김치와 게장, 젓갈 등의 반찬을 제조·판매하는 식품유통 기업 나팔꽃F&B(이하 나팔꽃)를 설립했다. 해당 업체는 연 매출 270억원 규모의 중소식품기업이다.

김씨가 지분 20%, 그의 아들 정명호씨가 지분 40%를 보유해 김씨 모자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회사 지분 40%는 기타 주주로 구성돼있다.

나팔꽃은 김수미의 김치 ‘엄마생각’,  ‘그때 그맛’ 등의 브랜드 상품을 마트와 홈쇼핑서 판매하며, 특히 최근에는 김치 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팔꽃 F&B는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지난 3월에는 일본에 ‘수미네밥집’을 오픈하며 국제적인 성공을 거뒀고, 오는 11월 말에는 미국에 ‘수미반찬’ 가게를 오픈할 예정이었다.

회사 측과 김씨 모자 간 갈등은 정씨가 대표이사직서 해임된 이후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가 대표이사에서 해임되고 회사 설립 당시부터 이끌어온 3인의 이사 중 송모 이사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양측은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나팔꽃은 김씨와 그의 아들 정씨를 배타적 독점 사용권을 타 업체에 팔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용산경찰서는 김씨와 정씨가 나팔꽃과 10년간 독점 계약한 ‘김수미’ 브랜드 상표권을 타인에게 판매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배타적 독점 사용권 타 업체에 판매”
아들과 함께 무단판매·횡령 혐의 피소

나팔꽃 측은 고소장을 통해 “김수미와 정씨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회에 걸쳐 나팔꽃씨엔앰, 나팔꽃미디어 등 정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무단으로 김수미 브랜드를 판매해 약 5억6500만원의 이득과 사업 지분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나팔꽃은 “피고소인들의 상표권 판매사기 행위가 발각된 뒤 처음에는 김수미 브랜드의 이미지 손실을 우려해 회사 내부적으로 자체 수습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여러 피해자들이 문제 삼고 회사가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자 부득이 이들 모자에게 책임을 묻게 된 것”이라고 고소 배경을 설명했다.

나팔꽃에 따르면 김수미 브랜드 판매사기 피해 사례는 2019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1년간 OO명삼, OO꾸찌뽕, OOO한의원, OO물산, OOBNC, OO푸드, OO푸드빌 등 10건에 달한다. 계약주체는 정씨가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 나팔꽃씨엔엠(2건)과 나팔꽃미디어(8건)이다.

또 나팔꽃은 정씨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당시 회사자금의 입출금을 맡으면서 총 6억2300만원가량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 중에는 ‘정명호 가지급금’이라고 회계 처리해 무단으로 돈을 인출한 혐의(약 1억198만원), ‘선생님댁 김장’ ‘선생님 댁 유기그릇 세트’ 등으로 회계 처리하고 지급 의무 없는 금액을 대신 지급한 혐의(약 1억6900만원), 단기대여금 명목 횡령(약 3억670만원), 허위 용역 대금 지급(약 4529만원) 등이 포함됐다.

나팔꽃은 김씨 역시 개인 세금을 납부할 자금이 부족해지자 회사 은행 계좌서 임의로 3억원을 인출해 횡령했다고도 주장했다.

게다가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씨와 정씨가 결혼할 당시 며느리에게 준 고가 선물, 집 보증금이나 월세, 김수미 홈쇼핑 방송 코디 비용과 거마비 등을 회삿돈으로 처리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 측은 나팔꽃의 고소가 연예인 망신 주기라고 반박했고 회사 측은 ‘연예인 망신 주기는 실익이 없다’고 재반박에 나서며 진흙탕 싸움을 진행 중이다. 

대표 해임 
법적 공방

김씨와 정씨는 나팔꽃의 대표인 송씨가 그동안 수차례 자신에 대한 형사고소를 취하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김씨와 A씨가 이에 불응하자 김씨가 연예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언론에 망신 주기와 여론몰이를 시도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김씨 측 법률대리인 가로재 법률사무소 장희진 변호사는 지난 23일 “정씨는 2023년 11월 송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횡령 및 사기 등 혐의로 서울 성동경찰서에 고소했다”면서 “송씨가 사문서위조를 통해 대표이사로 등기됐다는 판단 등에 대해 나팔꽃 F&B 관할인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송씨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사건 경과에 대해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송씨가 김씨와 정씨를 고소하고,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수차례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씨와 정씨가 이에 불응하자 김씨가 연예인인 점을 악용해 망신 주기와 여론몰이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삿돈이 김수미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정씨의 결혼자금 일부로 쓰였단 주장에 대해서도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김수미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억측과 허위사실유포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부인했다.

정 전 대표도 <더팩트>에 “지난해부터 회사 내부 갈등이 있는 건 맞지만 지금 나팔꽃 측이 저와 어머니를 고소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저를 고소한 현재 대표이사의 치명적인 잘못이 드러나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고 제가 먼저 상대측에 횡령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두 건의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김씨 측은 나팔꽃에 명예훼손 등의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나팔꽃 측은 김씨 측이 입장문을 발표한 날 오후 재반박 입장문을 내놨다.

나팔꽃은 입장문을 통해 “사실 2019년 중반부터 정씨는 김수미 브랜드를 경쟁업체에 이용케 하고 뒷돈을 받는 사기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왔지만 회사로서는 김수미 브랜드 가치의 훼손·손상을 막기 위해 이를 문제삼지 않고 법적 대응을 자제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정씨는 2022년 9월 이후 회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고 하와이 등지서 가족과 호화생활을 하며 회사 운영에 무관심하다가 갑자기 2023년 11월 8일 회사의 공인인증서 등을 무단 교체하면서 회사업무를 마비시켰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부득이 정씨를 대표이사에서 해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자 정씨가 기존의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문제 삼아 근거없는 민·형사소송을 제기했고,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정씨의 그간의 위법행위를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누구 말이…
진실공방

나팔꽃은 “회사는 1인(김수미) 단독 셀럽의 브랜드를 이용해 운영하고 있기에 김수미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회사에서 부득이 김수미를 고소하는 심정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일부 언론서 보도되는 ‘연예인 망신 주기’는 회사에 실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미 김수미의 초상권, 영화 출연 등으로 두 차례 사기 의혹을 받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영화제작사 필름블랙라벨 측은 정씨가 일본 투자자로부터 5억엔(약 50억원)을 투자받아 어머니가 주연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1000만엔(약 1억원)을 받아간 뒤 돌려주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당시 정씨는 “사기는 어불성설”이라며 “당초 계획보다 일이 조금 늦어진 것은 맞지만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고 곧 투자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김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영화 제작과 관련해 일정이 늦어진다고 들었지만 난데없이 사기 고소를 당했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아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단돈 1원도 본인이 쓰거나 유용한 게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지난 2020년 김씨의 초상권 등을 활용해 ‘김수미 다시팩’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한 식료품 생산업체 A로부터 계약 불이행에 의한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고소장서 A 업체는 정씨로부터 김씨의 초상권을 이용해 2년간 활용해 제품을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조건으로 수익금을 5대5로 분배하기로 약정했으나 정씨가 사업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큰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년간 독점 계약했는데…”  
“연예인 망신주기 여론몰이” 

이에 정씨 측은 “독점적 식품 비즈니스의 권한을 준 적이 없으며 이미 해결한 문제로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닌데 어머니 이름값과 유명세에 흠집을 내 압박하려고 고소를 진행했으며, 이 때문에 회사와 어머니 김수미의 명예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됐기에 강력하게 법적 대응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판정 났다.

김씨는 이와 관련해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우리 며느리가 결혼하고 2년 정도 됐을 때 아들이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고 매스컴에 나왔다. 지금은 무혐의로 판정 났다. 그때 며느리 마음이 상할까 봐 내가 며느리 앞으로 내 집을 증여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에 마음이 돌아서서 이혼하게 되면 법적인 위자료 5000만원밖에 못 받는다. 그래서 ‘넌 이 돈으로 아기하고 잘 살아라. 아무 때고 정말 살기 싫으면 살지 말라’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만약의 이야기”라며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산다. 내가 시어머니한테 받은 대로 며느리한테 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나팔꽃은 정씨가 나팔꽃의 대표로 있을 당시에 꽃게 납품 대금 1억8000만원 상당을 미지급했다며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인천광역시 중구 연안부두에 위치한 수산물 유통 전문회사 피쉬마스터는 2022년 11월 나팔꽃F&B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1억7750만원의 물품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12월4일 국산 암꽃게 3000kg, 절단꽃게 1000kg 등 1억800만원 어치, 사흘 뒤인 12월7일에는 암꽃게 2000kg, 절단 꽃게 500kg 등 6950만원어치를 나팔꽃에 납품했는데, 나팔꽃이 꽃게 납품 대금(1억775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어 지연손해금까지 포함해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는 게 피쉬마스터의 주장이다.

그러자 나팔꽃F&B는 “피쉬마스터와 꽃게 납품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으며, 피쉬마스터를 알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나팔꽃 측은 재판 과정서 “원고(피쉬마스터)는 J수산유통에 꽃게를 납품하고 대금을 받지 못하자 피고(나팔꽃F&B)를 계약 당사자로 해서 대금을 받아내기 위해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나
사기 혐의…

이어 “피고는 원고와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꽃게 대금은 이미 D수산에 지급한 바 있으며, D수산이 꽃게를 전부 납품하지 못하자 S사가 D수산을 대신해 꽃게를 납품한 것”이라며 소 기각 판단을 구했다.

정씨는 지난 2023년 11월까지 나팔꽃의 대표이사로 재직했지만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해임됐으며 현재는 나팔꽃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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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