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름 돋는’ 이선균 협박녀의 두 얼굴

배우 협박 모자라 본지에 으름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고 이선균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었다가 구속된 박모씨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박씨는 <일요시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자신이 이씨에게 금전을 요구했다는 기사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는 것. 결백을 주장하던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지 않고 도주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선균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앞서 그는 관련 내용으로 박씨와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 등에게 협박을 받아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경찰에 고소한 상태였다. 

5000만원
뜯어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이선균씨를 협박한 혐의로 체포돼 이미 조사가 이뤄졌던 상태다. 박씨는 지난해 10월경 이선균씨에게 2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해 결국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박씨는 이선균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으나, 연락처를 알아내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씨는 “(마약을 투약한)김씨를 구속시킬 건데 돈도 받아야겠다”며 “김씨에게 준 돈을 모두 회수하고 (나한테 줄)2억원으로 마무리하자”고 이선균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협박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박씨는 <일요시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씨가 이선균씨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2023년 11월13일자 <단독> ‘이선균 협박 의혹’ 룸살롱 여실장의 변명’ 기사가 명백한 허위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23일 박씨는 위임인 김나우 변호사(법무법인 빛)를 통해 <일요시사>에 해당 기사를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김나우 변호사 측은 내용증명을 통해 “위임인(박씨)은 그 누구에게도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없고, 성명불상의 해커와 공모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김씨의 진술서를 통해 기사를 보도했음에도 불구, “허위 사실에 기반한 추측성 보도를 했다”며 “박씨의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2023년 11월24일 15:00까지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삭제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를 통해 <일요시사>와 김성민 기자, 오혁진 기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음”이라고 말했다.

생전에 이선균씨도 박씨와 김씨가 공갈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했다. 지난해 9월 “모르는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돈으로 막아야 할 거 같다”는 말에 김씨에게 먼저 3억원을 건넸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씨와 김씨는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변호사 통해 “기사 고쳐” 요구
언급한 언론사에 법적대응 예고

경찰은 김씨를 협박한 인물을 박씨로 의심하면서도 또 다른 협박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씨가 사망했으나 공갈 사건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박씨와 김씨가 공모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이전에도 다른 유부남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그 빌미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씨는 마약 전과 6범인 김씨와 교도소서 처음 만났다. 출소 후 김씨의 오피스텔 윗집에 살며 친하게 지내왔다. 이후 둘은 이선균씨 마약 투약 의혹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선균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었다가 구속된 박씨는 김씨의 마약 투약 증거를 경찰에 건넸다. 일각에선 박씨가 감형을 위해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박씨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김씨의 머리카락 등 증거물을 함께 제공했다. 이선균씨에게 약물과 투약 장소 등을 제공한 김씨는 박씨의 제보로 인해 지난해 10월19일 경찰에 체포됐고 사흘 뒤 구속됐다.

경찰은 박씨가 친하게 지낸 김씨를 제보한 배경에 돈 문제와 이선균씨 협박 사건이 깔려있다고 봤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씨의 진술 자료에 따르면 “이선균씨가 건넨 돈 가운데 5000만원은 아파트 23층에 사는 박씨가 요구한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자신을)협박한 해커와 박씨가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김씨는 해커가 박씨에게 보낸 SNS 메시지를 통해 공범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박씨가 해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내게 보여줬다”며 “메시지에는 ‘(김씨에게)당장 텔레그램 차단 풀라고 해. 안 그럼 연예인과 김씨가 찍은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박씨와 매일 만날 만큼 친했기에 모든 것을 보여준 사이”라며 “박씨는 번호를 바꾼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해커가 어떻게 박씨에게 카톡을 하느냐”고 해커와 박씨가 공범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교도소서 
처음 만나

김씨 측근에 따르면 현재 3억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김씨는 “이선균씨에게 받은 3억원을 해커에게 건네주려 했으나, 해커를 만나지 못해 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커가 약속 시간과 장소를 인천 인근으로 정한 뒤 밤 12시까지 박씨와 함께 나오라고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박씨와 해커의 공모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비슷한 시기에 이선균씨에게 2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해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이선균씨의 아내 전혜진에게도 접근해 돈을 갈취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에서는 ‘그녀가 보낸 소름돋는 카톡 입수’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0월4일 박씨와 김씨가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에서 박씨는 김씨에게 “오늘 새벽까지 2억원 안 들고 오면 이선균네 아내한테 연락할 거다. 네 주변 애들한테 다 알린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박씨가 이선균씨에게 보낸 협박성 메시지도 공개됐다. 해당 메시지에는 “김씨 때문에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했다. 오늘 (제)연락을 김씨에게 전달해서 또 2차 피해가 온다면 김씨 폰에서 나온 녹음 원본을 유포할 것”이라는 협박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전혜진 번호도 이미 제 일주일간의 집착으로 알아냈다”며 이선균씨 아내에게도 협박할 의사를 내비쳤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선균씨에게 “김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시켜 당신이 B씨에게 준 3억원을 모두 찾아 주겠다. 그 대신 나에게 2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선균씨는 박씨에게 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선균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2월27일 경찰에 체포됐다. 박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소재를 파악하고 사전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발부된 구인장을 집행해 박씨를 체포했다. 박씨는 전날 오후 인천지법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사유를 밝히지 않고 불출석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3억원
행방은?

체포된 박씨는 지난해 12월28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 호송차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박씨는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이를 안은 채 심사장으로 이동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어린 자녀를 안고 출석하자 ‘아기 방패’ 논란에 휩싸였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박씨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대아협 측은 고발장서 “박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며 사건과 관계없는 만 1세 아동을 동반했다”며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이는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선균씨를 협박해 금품을 빼앗은 박씨가 과거 독립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는 지난 3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서 박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카라큘라는 “(이선균 사건의)본질은 마약이 아니라 공갈·협박”이라며 “이 공갈·협박을 최초로 설계하고 실행한 자는 박씨”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혼모인 박씨는 그간 만나왔던 여러 남자에게 ‘이 애가 네 애’라고 하면서 양육비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카라큘라의 주장대로라면 박씨는 2010년대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다. 출연작으로는 2012년 개봉한 영화 <재앙의 시작>(주연), 2015년 개봉한 영화 <파랑새>(단역) 등이 있다.

다만, 수사기관의 확인이 없는 현재로서는 박씨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박씨는 자신의 신상을 공개한 카라큘라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카라큘라는 커뮤니티에 “박씨가 변호인을 통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소식을 박씨 지인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주연·단역 활동 공개 프로필 눈길 
아역배우 출신…‘아기 방패’ 논란

카라큘라는 “이선균은 마약 전과 6범 김모씨의 진술만으로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과 신상이 공개됐고 경찰의 공개 소환으로 포토 라인에 불러 세워져 온 국민 앞에 쌩 난도질당했다”며 “누구는 천만 배우니까 증거 없이 혐의만으로도 온통 까발려지게 되고 누구는 무명 배우니까 명확한 증거가 차고 넘쳐도 공개되면 안 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버젓이 걸어둔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카라큘라는 “네이버 인물 등록에 협박범 박씨 본인이 자기 얼굴 사진까지 직접 제공해 대중에게 자신을 ‘배우’라고 당당히 밝혔는데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거냐”며 박씨의 뻔뻔한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카라큘라가 공개한 배우와 박씨가 동일 인물이라 하더라도 개인에 의한 신상공개는 처벌받을 수 있다.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현행법상 강력 범죄·성범죄에 한해 이뤄지며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서 심의를 열어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선균씨 측도 루머에 법적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고인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3개월여간 이어진 일부 매체의 이선균을 향한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보도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사는 지난해 12월27일 밤 허위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다. 해당 기자님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이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튜브 등을 통해 이선균 사건에 관한 루머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돼 2차, 3차 피해가 속출했다. 경찰 수사 과정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피의 사실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됐고, 악의적인 소문으로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출처가 확실하지 않거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도된 모든 기사 및 온라인상에 게재된 모든 게시물에 대해서 수정과 삭제를 요청드린다”며 “부디 빠른 조치 취해주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쏟아진 루머
피해 속출?

이선균씨는 지난해 12월27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근처 차량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두 달 전 그는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29)의 주거지서 대마초와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 등을 받아왔다.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선균씨는 지난해 10월28일과 11월4일에 이어 12월24일 세 번째 경찰 소환조사를 마쳤다. 사망 하루 전날인 12월26일까지도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 억울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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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