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름 돋는’ 이선균 협박녀의 두 얼굴

배우 협박 모자라 본지에 으름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고 이선균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었다가 구속된 박모씨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박씨는 <일요시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자신이 이씨에게 금전을 요구했다는 기사 내용은 명백한 허위라는 것. 결백을 주장하던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지 않고 도주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선균씨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앞서 그는 관련 내용으로 박씨와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 등에게 협박을 받아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경찰에 고소한 상태였다. 

5000만원
뜯어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이선균씨를 협박한 혐의로 체포돼 이미 조사가 이뤄졌던 상태다. 박씨는 지난해 10월경 이선균씨에게 2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해 결국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박씨는 이선균씨와 전혀 모르는 사이였으나, 연락처를 알아내 협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씨는 “(마약을 투약한)김씨를 구속시킬 건데 돈도 받아야겠다”며 “김씨에게 준 돈을 모두 회수하고 (나한테 줄)2억원으로 마무리하자”고 이선균씨에게 말했다고 한다.

협박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박씨는 <일요시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박씨가 이선균씨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긴 ‘2023년 11월13일자 <단독> ‘이선균 협박 의혹’ 룸살롱 여실장의 변명’ 기사가 명백한 허위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23일 박씨는 위임인 김나우 변호사(법무법인 빛)를 통해 <일요시사>에 해당 기사를 삭제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김나우 변호사 측은 내용증명을 통해 “위임인(박씨)은 그 누구에게도 금전을 요구한 사실이 없고, 성명불상의 해커와 공모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김씨의 진술서를 통해 기사를 보도했음에도 불구, “허위 사실에 기반한 추측성 보도를 했다”며 “박씨의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를 2023년 11월24일 15:00까지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기사를 삭제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법적 절차를 통해 <일요시사>와 김성민 기자, 오혁진 기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음”이라고 말했다.

생전에 이선균씨도 박씨와 김씨가 공갈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했다. 지난해 9월 “모르는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돈으로 막아야 할 거 같다”는 말에 김씨에게 먼저 3억원을 건넸기 때문이다. 이로써 박씨와 김씨는 고인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변호사 통해 “기사 고쳐” 요구
언급한 언론사에 법적대응 예고

경찰은 김씨를 협박한 인물을 박씨로 의심하면서도 또 다른 협박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씨가 사망했으나 공갈 사건은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일단 박씨와 김씨가 공모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이전에도 다른 유부남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그 빌미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씨는 마약 전과 6범인 김씨와 교도소서 처음 만났다. 출소 후 김씨의 오피스텔 윗집에 살며 친하게 지내왔다. 이후 둘은 이선균씨 마약 투약 의혹 사건으로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선균씨를 협박해 5000만원을 뜯었다가 구속된 박씨는 김씨의 마약 투약 증거를 경찰에 건넸다. 일각에선 박씨가 감형을 위해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박씨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김씨의 머리카락 등 증거물을 함께 제공했다. 이선균씨에게 약물과 투약 장소 등을 제공한 김씨는 박씨의 제보로 인해 지난해 10월19일 경찰에 체포됐고 사흘 뒤 구속됐다.

경찰은 박씨가 친하게 지낸 김씨를 제보한 배경에 돈 문제와 이선균씨 협박 사건이 깔려있다고 봤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씨의 진술 자료에 따르면 “이선균씨가 건넨 돈 가운데 5000만원은 아파트 23층에 사는 박씨가 요구한 것”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자신을)협박한 해커와 박씨가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김씨는 해커가 박씨에게 보낸 SNS 메시지를 통해 공범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박씨가 해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내게 보여줬다”며 “메시지에는 ‘(김씨에게)당장 텔레그램 차단 풀라고 해. 안 그럼 연예인과 김씨가 찍은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박씨와 매일 만날 만큼 친했기에 모든 것을 보여준 사이”라며 “박씨는 번호를 바꾼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해커가 어떻게 박씨에게 카톡을 하느냐”고 해커와 박씨가 공범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교도소서 
처음 만나

김씨 측근에 따르면 현재 3억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김씨는 “이선균씨에게 받은 3억원을 해커에게 건네주려 했으나, 해커를 만나지 못해 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커가 약속 시간과 장소를 인천 인근으로 정한 뒤 밤 12시까지 박씨와 함께 나오라고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박씨와 해커의 공모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비슷한 시기에 이선균씨에게 2억원을 요구하며 협박해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이선균씨의 아내 전혜진에게도 접근해 돈을 갈취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연예뒤통령 이진호’에서는 ‘그녀가 보낸 소름돋는 카톡 입수’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해 10월4일 박씨와 김씨가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에서 박씨는 김씨에게 “오늘 새벽까지 2억원 안 들고 오면 이선균네 아내한테 연락할 거다. 네 주변 애들한테 다 알린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박씨가 이선균씨에게 보낸 협박성 메시지도 공개됐다. 해당 메시지에는 “김씨 때문에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했다. 오늘 (제)연락을 김씨에게 전달해서 또 2차 피해가 온다면 김씨 폰에서 나온 녹음 원본을 유포할 것”이라는 협박성 내용이 담겼다.

특히 “전혜진 번호도 이미 제 일주일간의 집착으로 알아냈다”며 이선균씨 아내에게도 협박할 의사를 내비쳤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선균씨에게 “김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시켜 당신이 B씨에게 준 3억원을 모두 찾아 주겠다. 그 대신 나에게 2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선균씨는 박씨에게 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이선균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난해 12월27일 경찰에 체포됐다. 박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소재를 파악하고 사전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발부된 구인장을 집행해 박씨를 체포했다. 박씨는 전날 오후 인천지법서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 사유를 밝히지 않고 불출석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3억원
행방은?

체포된 박씨는 지난해 12월28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찰 호송차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박씨는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이를 안은 채 심사장으로 이동했다. 영장실질심사에 어린 자녀를 안고 출석하자 ‘아기 방패’ 논란에 휩싸였다.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박씨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대아협 측은 고발장서 “박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며 사건과 관계없는 만 1세 아동을 동반했다”며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이는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선균씨를 협박해 금품을 빼앗은 박씨가 과거 독립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범죄연구소>는 지난 3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서 박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카라큘라는 “(이선균 사건의)본질은 마약이 아니라 공갈·협박”이라며 “이 공갈·협박을 최초로 설계하고 실행한 자는 박씨”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혼모인 박씨는 그간 만나왔던 여러 남자에게 ‘이 애가 네 애’라고 하면서 양육비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카라큘라의 주장대로라면 박씨는 2010년대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다. 출연작으로는 2012년 개봉한 영화 <재앙의 시작>(주연), 2015년 개봉한 영화 <파랑새>(단역) 등이 있다.

다만, 수사기관의 확인이 없는 현재로서는 박씨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박씨는 자신의 신상을 공개한 카라큘라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카라큘라는 커뮤니티에 “박씨가 변호인을 통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소식을 박씨 지인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주연·단역 활동 공개 프로필 눈길 
아역배우 출신…‘아기 방패’ 논란

카라큘라는 “이선균은 마약 전과 6범 김모씨의 진술만으로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과 신상이 공개됐고 경찰의 공개 소환으로 포토 라인에 불러 세워져 온 국민 앞에 쌩 난도질당했다”며 “누구는 천만 배우니까 증거 없이 혐의만으로도 온통 까발려지게 되고 누구는 무명 배우니까 명확한 증거가 차고 넘쳐도 공개되면 안 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자신의 프로필을 버젓이 걸어둔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카라큘라는 “네이버 인물 등록에 협박범 박씨 본인이 자기 얼굴 사진까지 직접 제공해 대중에게 자신을 ‘배우’라고 당당히 밝혔는데 왜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거냐”며 박씨의 뻔뻔한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카라큘라가 공개한 배우와 박씨가 동일 인물이라 하더라도 개인에 의한 신상공개는 처벌받을 수 있다. 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는 현행법상 강력 범죄·성범죄에 한해 이뤄지며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서 심의를 열어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선균씨 측도 루머에 법적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고인의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일 “3개월여간 이어진 일부 매체의 이선균을 향한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보도에 매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당사는 지난해 12월27일 밤 허위 내용을 사실인 양 보도한 기자를 고소했다. 해당 기자님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이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해주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튜브 등을 통해 이선균 사건에 관한 루머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돼 2차, 3차 피해가 속출했다. 경찰 수사 과정서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피의 사실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됐고, 악의적인 소문으로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출처가 확실하지 않거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보도된 모든 기사 및 온라인상에 게재된 모든 게시물에 대해서 수정과 삭제를 요청드린다”며 “부디 빠른 조치 취해주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쏟아진 루머
피해 속출?

이선균씨는 지난해 12월27일 오전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근처 차량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두 달 전 그는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29)의 주거지서 대마초와 케타민을 투약한 혐의 등을 받아왔다.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이선균씨는 지난해 10월28일과 11월4일에 이어 12월24일 세 번째 경찰 소환조사를 마쳤다. 사망 하루 전날인 12월26일까지도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 억울함을 호소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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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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