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2023 재벌기업 희비 결산

뜨고 지는 현실에 상반된 표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재벌기업들의 1년 성적표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심각한 불황의 여파를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건실한 성장을 거듭한 곳도 눈에 띈다.

올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재벌기업 사이에서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당초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부정적 이슈가 악재로 작용한 기업도 눈에 띈다. 반대로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건실한 수익구조를 만들어낸 기업도 제법 보인다. 

악재와 호재
엇갈린 명암

롯데그룹은 주력 부문에서 부진이 부각됐으며, 특히 롯데케미칼의 매출 하락이 확연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2조2761억원을 기록했던 롯데케미칼은 올해 연말 기준 매출 19조9830억원(3분기 누적 14조7503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년과 비교해 2조원 이상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롯데쇼핑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는 흐름이었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매출은 3조7391억원, 영업이익은 14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매출 4조132억원·영업이익 1500억원) 대비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5.3% 감소한 수치다. 앞서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2%, 30.8% 줄어든 바 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마트의 실적 부진이 그룹 전체에 악재로 작용한 모습이다. 이마트는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2조1000억원, 영업이익 38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0.2%에 불과했다.


이마트는 2021년부터 이베이코리아, W컨셉코리아, 스타벅스(지분 인수) 등을 품는 대규모 M&A를 단행하면서 4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특출난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 예로 2021년 43억원 흑자를 거뒀던 이베이코리아는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직후였던 지난해에 655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322억원 적자가 쌓였다.

심각성을 인지한 신세계그룹은 지난 9월 계열사 대표이사를 절반 가까이 교체하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실적 반등요소를 찾지 못하자, 오너 차원에서 인적 쇄신 칼을 빼든 것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신통치 못한 실적을 나타냈다.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3조7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넘게 감소했다. 

다만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 19일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내년과 내후년 각각 65%,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힘겨웠던
한해 농사

카카오그룹, 다우키움그룹, 태영건설그룹 등은 실적이 아니라, 부정적인 방향으로 부각된 이슈가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준 케이스다. 궁극적으로 그룹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이 났다는 게 뼈아프게 다가왔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잡음이 잇따르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의 여파가 지대했는데, 그룹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혼란이 계속되면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자 했던 그룹 중장기 전략에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 지난 20일 카카오페이는 미국 증권사인 ‘시버트’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계약 변경 사항을 공시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글로벌 금융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4월 시버트의 지분 51%를 두 차례에 걸쳐 약 1039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카카오페이는 807만5607주(19.9%)를 1차 거래를 통해 확보했고 내년 중 2차 거래를 통해 나머지 주식 2575만6470주을 인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카오 그룹의 경영진이 지난 10월부터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시버트의 태도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다우키움그룹은 올해에만 두 번에 걸쳐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해 이름을 올리면서 신뢰도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4월 ‘라덕연 사태’가 불거진 무렵 김익래 회장이 주가조작 의혹에 휘말렸던 게 결정적이었다.

쉽지 않았던 생존 활로 찾기
“웃고 울고” 극명히 갈린 성적

당시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자신이 보유한 다우데이타 지분을 처분하면서 600억원대 차익을 거뒀고, 내부정보를 이용해 매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 회장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차익 환원의 뜻을 밝힌 채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10월에는 핵심 계열사인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와 관련되면서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당시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이 키움증권의 계좌를 활용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사건으로 키움증권에서 약 4943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대매매로 610억원만 회수하는 데 그쳤다. 

태영건설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태영건설의 PF 부실 리스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소문이 빗발쳤고, 심지어 부도·워크아웃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태영건설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3891억원, 영업이익 977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만 놓고 보면 꽤나 양호한 상태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311% 증가한 수치다. 다만 실적과 별개로 재무 상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올해 3분기 기준 태영건설의 총차입금은 1조2600억원, 부채비율은 478%에 달했다. PF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이다.

잘 되거나
나쁘거나

앞에서 열거한 대기업이 실적 악화, 부정적 이슈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반면,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에코프로그룹 등은 눈부신 성장세를 나타냈다.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역대 최다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올해 11월까지 미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랑은 151만57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연말까지 160만대 이상 판매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힘입어 올해 1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15조3723억원으로 전년 대비 56.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활약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부문에서의 안정적 수익 확보, 유럽으로의 친환경 산업재 판매량 증가 등을 기반으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포스코에너지를 흡수 합병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통합 이전 영업이익 합산치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9025억원)과 포스코에너지의 영업이익(2710억원)을 더하면 1조1735억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올해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그룹은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차전지 관련 기업으로 분류되는 ‘에코프로 3형제(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가 화제성 면에서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시총 순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9조1780억원) ▲에코프로비엠(9조75억원) ▲엘앤에프(6조2491억원) ▲카카오게임즈(3조6738억원) ▲HLB(3조3076억원) 순이었다. 해당 순위는 올해 들어 다소 바뀌었다. 지난 16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은 1위, 에코프로는 2위에 이름을 올렸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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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