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새 생명 주고 떠난 천사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26 15:02:27
  • 호수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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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갔지만 숨쉬고 있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39명. 올 한 해 동안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숫자다. 한 사람이 장기기증을 해서 최소 3명의 사람을 살렸다고 하면, 올 한 해 장기기증으로 인해 새 생명을 얻은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장기기증으로 선택한 가족은 “어디서든 살아있길 바란다”는 마음이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명인 반면, 뇌사 장기 기능자는 405명에 불과했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약 2000명씩 늘고 있는데 기증자는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증자가 없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고도 설명된다. 장기이식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장기이식에 대한 국민의 인식개선 때문이다. 

해마다 
줄어들어

국내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률은 2021년 4.5%로 미국은 15배인 60%에 달한다. 뇌사 장기기증 제도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0월3일 국립 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9년 4만253명, 2020년 4만3182명, 2021년 4만5843명, 지난해 4만9765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뇌사 기증자 장기이식 수는 2019년 450명,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 지난해 405명이었다. 지난 9월 기준 뇌사 판정 장기 기증자는 380여명으로 집계돼 연말까지 합산하면 지난해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이식 대기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충분한 숫자는 아니다.

국제장기기증이식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한국 인구 100만명 당 장기기증자 수(pmp)는 ▲2020년 9.22명 ▲2021년 8.56명 ▲지난해 7.88명 등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달리 해외 뇌사 장기 기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뇌사 장기 기증자 pmp는 ▲2019년 36.88명 ▲2020년 38.03명 ▲2021년 41.6명 ▲지난해 44.5명으로 2~3명 꼴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에 비하면 지난해 8명이 늘었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스페인 인구 100만명 당 기증자 수는 46.03명으로 2년 전보다 9명 정도 늘었다(2021년 40.8명, 2020년 37.97명).

프랑스도 지난해 24.70명으로 2년 전(23.15명)보다 1명 늘었으며 영국은 지난해 21.08명으로 역시나 3명이 늘어난 수치였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기증자가 100만명 당 7.88명으로 미국의 17%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년 전과 비교하면 1.3명 감소했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것은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률이다.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은 뇌사 상태 또는 사망 이후에 장기 및 인체조직을 기증하겠다고 본인의 의사를 밝히는 행위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희망등록률은 4.5%로 기록됐다. 장기기증 선진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60%에 달하는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장기기증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인식 변화가 생겨야 한다. 희망등록을 했다고 무조건 기증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적인 기술은 이미 높아져 있지만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더 개선되지 않아 등록률이 낮고, 사회적 논의가 정체된 상태다. 희망등록률이 저조해지면 법적 기준이나 제도도 마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천사는 언제나 존재한다. 지난 21일 기준, 올 한 해 장기기증을 하고 천사가 된 사람은 39명이었다. 이들의 연령, 성별, 직업은 다양하지만 많은 생명을 살렸다는 것과 선한 결정을 내린 가족이 옆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기기증 대기자 5만명
지난해 기증자는 405명뿐

올해 첫 번째 장기 기증자는 송세윤(6)군이다. 지난해 12월28일 제주대학교병원서 송군이 뇌사장기 기증으로 심장, 폐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송군은 태어나자마자 장티푸스 질환으로 수술했다. 그렇다고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수술 후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게 건강하게 자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1일 송군은 갑작스럽게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심장마비가 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회복이 어려운 뇌사 상태였다. 가족은 갑자기 쓰러진 아이를 그대로 떠나보낼 수 없어 어디선가라도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제주서 태어난 송군은 밝고 활동적이며, 자기보다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항상 양보하는 성격으로 돈까스와 짜장면을 좋아하는 착한 아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자동차를 좋아해 아픈 자동차를 고쳐주는 정비사를 꿈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군의 어머니 송승아씨는 “세상 엄마 중에 저처럼 아이가 아파서 힘들어하는 엄마들도 있을 텐데, 세윤이의 몸 일부가 어디선가 살아서 숨을 쉬고 기증받은 아이와 그 가족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아들을 떠나보내며 “세윤아. 엄마야. 이제 엄마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는 다른 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아. 매일 사탕, 초콜릿 먹지 말라고 잔소리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세윤아. 엄마가 사랑해. 늘 엄마가 생각할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난 4월14일에는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던 A(11)군이 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A군은 간장과 신장(좌‧우)을 3명에게 기증했다. 경남 창원서 외아들로 태어난 A군은 24주 만에 출생해 100일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었다.

태어날 때 힘든 고생을 한 소중한 아이라 가족 모두 사랑으로 키웠고,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친절하고 다정한 아이였다고 한다.  A군은 지난 4월3일, 등교를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시내버스에 치여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39명…
선한 결정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라고 두려웠을 A군이 사고 순간, 바로 떠나지 않고 기다려준 것은 주변에 사랑을 주고 가려고 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11년의 세월을 열심히 살아온 아들이 짧게라도 세상에 발자취를 남기길 원했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길 아이도 원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A군의 어머니는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가 끝까지 지켜준다고 했는데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다음 생에는 네가 원하는 최고의 몸으로 태어나서 이번 생애에 못다 이룬 꿈을 꼭 이루길 엄마가 기도할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내 아들.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김미경(43)씨는 어린이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두고 뇌사 상태에 빠져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씨는 지난 4월26일 중앙대병원서 심장, 간장,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졌다. 김씨는 지난 4월15일 자택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김씨가 하루라도 더 살아 숨쉬길 바라며 안타까워했지만, 김씨 몸의 일부라도 이 세상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광명서 1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난 김씨는 활발하고 남의 어려운 일을 보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착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어린이집 교사로 2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는 어린이집 교사 일을 하면서도 바쁜 남동생 내외를 위해 어린 조카 2명을 돌보고, 바쁜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는 든든한 딸이었다.

김씨의 어머니 김순임씨는 “엄마가 우리 딸 고생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하고, 늘 가슴속에 품고 살게. 천국에 가 있으면 따라갈 테니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며 눈물을 훔쳤다.

30대 아빠인 김민규(38)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뇌사 상태가 돼 4명의 생명을 살린 후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지난 4월7일 이대 서울병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신장(좌·우), 폐를 기증했다. 평소 건강했던 김씨가 뇌출혈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3월28일이었다.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비보를 듣게 됐다.

“그곳에선 
아프지 마”

바로 병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은 가족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8살배기 어린 딸에게 아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팠던 가족은 딸이 아빠를 ‘아픈 사람들을 살리고 하늘나라에 간 멋지고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김씨는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고 딸과 잘 놀아주던 자상한 아빠였다. 주위에선 ‘딸바보’라고 불렸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가지 못하고 돕고 베푸는 사람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김씨의 아내 정민정씨는 떠난 남편이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지내길 기원한다. 딸 지아에게는 아빠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에서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지아와 언제나 함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도 뇌사 장기기증을 했다. 지난 6월27일 서울 아산병원서 이주용(24)씨가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6명의 생명을 살리고 별이 돼 떠났다. 이씨는 4학년 1학기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족과 식사 후 방으로 들어가던 중 쓰러졌다.

이를 발견한 동생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이씨의 가족은 이씨가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젊고 건강한 이들이 어디선가라도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이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췌장, 안구(좌·우)를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이씨가 쓰러진 날, 몇 차례나 위기가 있었는데 기증하는 순간까지 견뎌준 것이 존경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감사해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대로 떠나갔다면 견디지 못했을 텐데 이별의 준비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어디선가 살아 숨쉰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게 하느님이 지켜준 것 같았다고도 했다. 

이씨의 외할머니가 오랜 기간 신장 투석을 받고 있어서, 병마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기증받은 사람과 가족이 행복하길”
“사랑과 생명이 잘 전달될 수 있길”

서울서 2남 중 첫째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재밌는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인기가 많았던 데다, 집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울리며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 가족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씨는 다방면에 재주가 많았는데 활자 중독일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고, 조깅과 자전거를 즐겨하며 꾸준한 운동을 해왔다. 또, 구리시 구립시립청소년 교향악단과 고려대 관악부서 플루트를 연주하며 음악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씨의 어머니는 “주용아, 정말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 매일 아침 주용이의 방을 보면 아직 잠들어 있을 거 같고, 함께 있는 것 같아. 엄마가 못 지켜준 거 미안하고, 떠나는 순간은 네가 원하는 대로 된 거라고 생각해”라며 “우리 주용이 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주용이가 엄마 우는 거 싫어하는지 아는데, 조금만 울 테니 이해해 줘. 사랑해 주용아”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씨의 기증 과정을 담당한 조아름 코디네이터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주용님이 깊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사랑이 새 삶을 살게 되는 수혜자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숭고한 생명나눔이 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나기도 했다.

지난달 1일 뇌사 상태였던 박세진(59)씨가 단국대병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

박씨는 지난 10월27일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쓰러졌다.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박씨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길 기도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수술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족들은 평소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 박씨가 삶의 끝에서 좋은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박씨의 신체 일부분이라도 누군가의 몸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천안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씨는 쾌활했고, 어려운 시절을 지내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박씨의 배우자 김영도씨에 따르면 박씨는 한국전력서 환경미화 근로자로 17년간 일을 하면서 어디 한 번 놀러 가지도 못했다. 또 10년 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89세가 되도록 모시면서 힘들다는 불평 한 번 없었던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남의 일?
나의 일!

김씨는 “나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아 미안하다. 다음에 더 좋은 세상서 호강시켜 줄 테니, 그때까지 하늘서 잘 지내고 있어 달라. 사랑한다”고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올 한 해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면서 “주신 사랑과 생명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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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