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새 생명 주고 떠난 천사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26 15:02:27
  • 호수 14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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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갔지만 숨쉬고 있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39명. 올 한 해 동안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숫자다. 한 사람이 장기기증을 해서 최소 3명의 사람을 살렸다고 하면, 올 한 해 장기기증으로 인해 새 생명을 얻은 사람은 100명이 넘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장기기증으로 선택한 가족은 “어디서든 살아있길 바란다”는 마음이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명인 반면, 뇌사 장기 기능자는 405명에 불과했다.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약 2000명씩 늘고 있는데 기증자는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장기이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증자가 없어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고도 설명된다. 장기이식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장기이식에 대한 국민의 인식개선 때문이다. 

해마다 
줄어들어

국내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률은 2021년 4.5%로 미국은 15배인 60%에 달한다. 뇌사 장기기증 제도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0월3일 국립 장기조직 혈액관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9년 4만253명, 2020년 4만3182명, 2021년 4만5843명, 지난해 4만9765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반면 뇌사 기증자 장기이식 수는 2019년 450명,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 지난해 405명이었다. 지난 9월 기준 뇌사 판정 장기 기증자는 380여명으로 집계돼 연말까지 합산하면 지난해보다 다소 증가했지만, 이식 대기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충분한 숫자는 아니다.


국제장기기증이식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한국 인구 100만명 당 장기기증자 수(pmp)는 ▲2020년 9.22명 ▲2021년 8.56명 ▲지난해 7.88명 등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달리 해외 뇌사 장기 기증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뇌사 장기 기증자 pmp는 ▲2019년 36.88명 ▲2020년 38.03명 ▲2021년 41.6명 ▲지난해 44.5명으로 2~3명 꼴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8년에 비하면 지난해 8명이 늘었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스페인 인구 100만명 당 기증자 수는 46.03명으로 2년 전보다 9명 정도 늘었다(2021년 40.8명, 2020년 37.97명).

프랑스도 지난해 24.70명으로 2년 전(23.15명)보다 1명 늘었으며 영국은 지난해 21.08명으로 역시나 3명이 늘어난 수치였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해 기증자가 100만명 당 7.88명으로 미국의 17%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년 전과 비교하면 1.3명 감소했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것은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률이다. 장기조직 기증 희망등록은 뇌사 상태 또는 사망 이후에 장기 및 인체조직을 기증하겠다고 본인의 의사를 밝히는 행위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희망등록률은 4.5%로 기록됐다. 장기기증 선진국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60%에 달하는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장기기증에 대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라는 인식 변화가 생겨야 한다. 희망등록을 했다고 무조건 기증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적인 기술은 이미 높아져 있지만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더 개선되지 않아 등록률이 낮고, 사회적 논의가 정체된 상태다. 희망등록률이 저조해지면 법적 기준이나 제도도 마련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이지만 천사는 언제나 존재한다. 지난 21일 기준, 올 한 해 장기기증을 하고 천사가 된 사람은 39명이었다. 이들의 연령, 성별, 직업은 다양하지만 많은 생명을 살렸다는 것과 선한 결정을 내린 가족이 옆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기기증 대기자 5만명
지난해 기증자는 405명뿐

올해 첫 번째 장기 기증자는 송세윤(6)군이다. 지난해 12월28일 제주대학교병원서 송군이 뇌사장기 기증으로 심장, 폐장, 신장(좌‧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짧지만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송군은 태어나자마자 장티푸스 질환으로 수술했다. 그렇다고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수술 후 여느 아이와 다르지 않게 건강하게 자랐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1일 송군은 갑작스럽게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심장마비가 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회복이 어려운 뇌사 상태였다. 가족은 갑자기 쓰러진 아이를 그대로 떠나보낼 수 없어 어디선가라도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제주서 태어난 송군은 밝고 활동적이며, 자기보다 어린아이들을 돌보며 항상 양보하는 성격으로 돈까스와 짜장면을 좋아하는 착한 아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자동차를 좋아해 아픈 자동차를 고쳐주는 정비사를 꿈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군의 어머니 송승아씨는 “세상 엄마 중에 저처럼 아이가 아파서 힘들어하는 엄마들도 있을 텐데, 세윤이의 몸 일부가 어디선가 살아서 숨을 쉬고 기증받은 아이와 그 가족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아들을 떠나보내며 “세윤아. 엄마야. 이제 엄마 걱정하지 말고, 하늘나라에서는 다른 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아. 매일 사탕, 초콜릿 먹지 말라고 잔소리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해. 세윤아. 엄마가 사랑해. 늘 엄마가 생각할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난 4월14일에는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던 A(11)군이 장기기증을 통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A군은 간장과 신장(좌‧우)을 3명에게 기증했다. 경남 창원서 외아들로 태어난 A군은 24주 만에 출생해 100일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었다.

태어날 때 힘든 고생을 한 소중한 아이라 가족 모두 사랑으로 키웠고,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줄 아는 친절하고 다정한 아이였다고 한다.  A군은 지난 4월3일, 등교를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시내버스에 치여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39명…
선한 결정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라고 두려웠을 A군이 사고 순간, 바로 떠나지 않고 기다려준 것은 주변에 사랑을 주고 가려고 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11년의 세월을 열심히 살아온 아들이 짧게라도 세상에 발자취를 남기길 원했다.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길 아이도 원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A군의 어머니는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엄마가 끝까지 지켜준다고 했는데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다음 생에는 네가 원하는 최고의 몸으로 태어나서 이번 생애에 못다 이룬 꿈을 꼭 이루길 엄마가 기도할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내 아들.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김미경(43)씨는 어린이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두고 뇌사 상태에 빠져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씨는 지난 4월26일 중앙대병원서 심장, 간장,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숨졌다. 김씨는 지난 4월15일 자택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김씨가 하루라도 더 살아 숨쉬길 바라며 안타까워했지만, 김씨 몸의 일부라도 이 세상에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경기도 광명서 1남1녀 중 첫째로 태어난 김씨는 활발하고 남의 어려운 일을 보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착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어린이집 교사로 20년 넘게 근무하는 동안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는 어린이집 교사 일을 하면서도 바쁜 남동생 내외를 위해 어린 조카 2명을 돌보고, 바쁜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는 든든한 딸이었다.

김씨의 어머니 김순임씨는 “엄마가 우리 딸 고생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하고, 늘 가슴속에 품고 살게. 천국에 가 있으면 따라갈 테니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며 눈물을 훔쳤다.

30대 아빠인 김민규(38)씨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뇌사 상태가 돼 4명의 생명을 살린 후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지난 4월7일 이대 서울병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신장(좌·우), 폐를 기증했다. 평소 건강했던 김씨가 뇌출혈 진단을 받은 것은 지난 3월28일이었다.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비보를 듣게 됐다.

“그곳에선 
아프지 마”

바로 병원서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은 가족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8살배기 어린 딸에게 아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아팠던 가족은 딸이 아빠를 ‘아픈 사람들을 살리고 하늘나라에 간 멋지고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김씨는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고 딸과 잘 놀아주던 자상한 아빠였다. 주위에선 ‘딸바보’라고 불렸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가지 못하고 돕고 베푸는 사람이었다고 유족은 전했다.

김씨의 아내 정민정씨는 떠난 남편이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지내길 기원한다. 딸 지아에게는 아빠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에서 살아 숨 쉬고 있으니 지아와 언제나 함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도 뇌사 장기기증을 했다. 지난 6월27일 서울 아산병원서 이주용(24)씨가 뇌사장기기증을 통해 6명의 생명을 살리고 별이 돼 떠났다. 이씨는 4학년 1학기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가족과 식사 후 방으로 들어가던 중 쓰러졌다.

이를 발견한 동생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이씨의 가족은 이씨가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고, 젊고 건강한 이들이 어디선가라도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이씨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췌장, 안구(좌·우)를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

가족들은 이씨가 쓰러진 날, 몇 차례나 위기가 있었는데 기증하는 순간까지 견뎌준 것이 존경스럽고 고마운 일이라고 감사해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대로 떠나갔다면 견디지 못했을 텐데 이별의 준비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어디선가 살아 숨쉰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게 하느님이 지켜준 것 같았다고도 했다. 

이씨의 외할머니가 오랜 기간 신장 투석을 받고 있어서, 병마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기증받은 사람과 가족이 행복하길”
“사랑과 생명이 잘 전달될 수 있길”

서울서 2남 중 첫째로 태어난 이씨는 밝고 재밌는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 인기가 많았던 데다, 집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어울리며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 가족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씨는 다방면에 재주가 많았는데 활자 중독일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고, 조깅과 자전거를 즐겨하며 꾸준한 운동을 해왔다. 또, 구리시 구립시립청소년 교향악단과 고려대 관악부서 플루트를 연주하며 음악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씨의 어머니는 “주용아, 정말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 매일 아침 주용이의 방을 보면 아직 잠들어 있을 거 같고, 함께 있는 것 같아. 엄마가 못 지켜준 거 미안하고, 떠나는 순간은 네가 원하는 대로 된 거라고 생각해”라며 “우리 주용이 너무 사랑하는 거 알지? 주용이가 엄마 우는 거 싫어하는지 아는데, 조금만 울 테니 이해해 줘. 사랑해 주용아”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씨의 기증 과정을 담당한 조아름 코디네이터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주용님이 깊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사랑이 새 삶을 살게 되는 수혜자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며, 숭고한 생명나눔이 잘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떠나기도 했다.

지난달 1일 뇌사 상태였던 박세진(59)씨가 단국대병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

박씨는 지난 10월27일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쓰러졌다. 뇌출혈로 인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상태가 됐다. 가족들은 박씨가 다시 일어날 수 있길 기도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수술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족들은 평소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 박씨가 삶의 끝에서 좋은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박씨의 신체 일부분이라도 누군가의 몸 속에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천안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박씨는 쾌활했고, 어려운 시절을 지내와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박씨의 배우자 김영도씨에 따르면 박씨는 한국전력서 환경미화 근로자로 17년간 일을 하면서 어디 한 번 놀러 가지도 못했다. 또 10년 전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89세가 되도록 모시면서 힘들다는 불평 한 번 없었던 자상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남의 일?
나의 일!

김씨는 “나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아 미안하다. 다음에 더 좋은 세상서 호강시켜 줄 테니, 그때까지 하늘서 잘 지내고 있어 달라. 사랑한다”고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올 한 해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면서 “주신 사랑과 생명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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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