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하성 약점 잡은 임혜동

깽값으로 4억 받고 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자타공인 최고의 야구선수로 인정받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선수(28)에 악재가 꼈다. 친동생처럼 아끼던 전직 후배 선수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김하성은 지속적인 공갈협박을 당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경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이하 MLB)서 뛰고 있는 김하성에 대한 공갈·명예훼손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김하성 측과 사건 당사자인 전직 야구선수 임혜동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임씨를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갈·명예훼손
일파만파 확산

1996년 9월7일 경기도 의정부서 출생한 임씨는 청량중과 신일고를 졸업했다. 신일고 당시 에이스였던 그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고교 시절 시속 144㎞의 공을 던지는 등 당시에는 유망한 투수였다. 당시 3라운드서 지명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구위 문제와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순위가 밀렸다.

임씨는 2015년 2차 8라운드 전체 78번으로 넥센 히어로즈에 지명됐다. 8라운드 지명자치고는 6000만원이라는 많은 계약금을 받았다.


하지만 지명 이후 단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2015년 퓨처스리그서 7경기 등판해 승 없이 1패, 10과 1/3이닝 방어율 10.45를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아예 퓨쳐스리그에도 올라오지 못했다. 결국 2016년 시즌 종료 후 웨이버 공시되며 방출됐다.

이후 임씨는 김하성이 소속됐던 매니지먼트 회사에 들어가 그의 로드매니저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로 막역한 사이였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임씨는 김하성을 ‘우리 형’이라고 불렀으며 야구를 그만두려던 임씨를 붙잡으며 입단 테스트까지 주선했다. 김하성은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틈나는 대로 임혜동에게 적게는 5만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여러 차례 입금해주며 챙기기도 했다.

김하성은 MLB로 향할 때 임씨를 개인 매니저로 고용하는 등 브로맨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본인의 에이전트 회사 정식 직원이 아니었던 임혜동과 함께하기 위해 본인 수입으로 월급 300만원을 줬고, 식비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가 좋던 김하성이 임씨를 공갈·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한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 2021년 2월 발생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 강남의 한 술집서 술을 마시다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논란의 술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A씨는 SB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둘이)말다툼이 조금 있었다. 혜동이가 ‘쳐봐, 쳐봐’ 이러니까 ‘하지 마라. 왜 그러냐’면서 제가 말리다 얼굴 쪽을 맞았다”며 “그걸 본 하성이가 ‘너 뭐하는 거야’하면서 서로 멱살을 잡고 밀치게 됐다”고 회상했다. 

미국 진출 직전 술자리 몸싸움
합의 후 계속된 공갈협박, 왜?


이어 “서로 정말 엄청 친한 사이다. 친한 사이끼리 주먹다짐을 못하니까 남자들 자존심 싸움처럼 ‘네가 먼저 쳐봐’하며 넘어뜨리려고 하는 다툼이 있었다”면서 “일방적 폭행이 있거나 그런 거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폭행이었다면 병원을 갔겠지만, 혜동이도 ‘하성이형, 제가 죄송하다. 선을 넘어서 형 미안해’라고 하고 하성이도 ‘형도 너한테 말 너무 막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이후 이들은 서로 화해한 뒤 함께 밥을 먹고 사우나까지 하고선 이튿날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부연했다.

함께 미국으로 갔던 이들의 관계는 무너졌다. 김하성 측은 임씨가 2021년 12월과 2022년 2월에 합의금을 받고도 “코로나 기간에 집합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냐”며 지속적으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하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최선은 임씨가 합의금을 받은 후에도 계속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최선은 “2021년 당시 임씨가 김하성의 군인 신분을 이용해 협박하며 합의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며 “직간접적으로 연락하거나 불이익한 일체의 행위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27일 그를 공갈 협박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임씨는 지난 7일 김하성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동료 선수와 술자리 다툼이 아니라 로드매니저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김하성이 가장 잘하는 게 나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무릎 꿇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심하게 구타당한 건 세 차례고 그 외 가벼운 폭행과 술자리서 술병을 던지거나 운전 중 뒤통수를 때리는 건 너무 일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년 동안 연락하지도, 금전 요구도 단 한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때렸길래?

이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서 임씨는 폭행 피해 증거로 얼굴, 배 등에 난 상처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021년 12월 김하성에게 4억원을 받고 합의했는데, 최근 그가 비밀 유지 의무 약속을 위반해 위약금 청구소송을 진행하자 오히려 자신이 고소당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하성 측도 즉각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 따르면 “(임혜동)주장이 사실이라면 고소장을 정식 제출하라”면서 “김하성은 조사에 성실히 임해 결백함을 밝히고, 허위 내용의 고소에 대해선 무고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하성은 지난 8일 <디스패치>에 임씨가 증거로 내놓은 사진 속 상처가 가정폭력 때문임을 보여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ㅋㅋㅋㅋㅋ UFC 뛰고 왔냐” “형 이건 아니죠 ㅋㅋㅋㅋㅋ” 등 친분이 있는 카톡을 나눴다.

카카오톡 메시지 마지막서 임씨는 “아버지가 먼저 욕했어요” “가정폭력의 현실입니다”라며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집안서 아버지한테 폭행당한 사진인데 김하성에게 폭행당한 사진으로 거짓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동안 맞았던 것들이나 이런 것들의 증거들을 취합하다가 아마도 그 사진(집안 폭행)이 묶음으로 잘못 들어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묶음 그대로 변호사님한테 전달했을 때 제가 추가 설명을 안했기 때문에 변호사님이 그걸 기자들한테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잘못 전달된 부분이다. 바로 이제 정정 요청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잘못 전달한 게 맞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하성이 잘못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제가 공갈협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입증해야 할 것 같다”며 “잘못을 명명백백히 따져야 한다고 하면 저는 형사 절차를 밟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김하성의 법률대리인 측은 임씨에 대한 새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군인 신분
뭐가 무서워?

법률대리인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김하성은 최근 후배인 전 프로야구 선수를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 조사를 마쳤다”며 “2021년 당시 상대 선수는 김하성이 군인 신분인 점을 이용해 협박하며 합의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고, 상대 선수가 직간접적으로 연락하거나 불이익한 일체의 행위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상대 선수는 또다시 김하성에게 연락하는 등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반복했다”며 “이에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형사 고소에 이른 것이고 이와 별도로 합의 위반에 따른 위약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및 가압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김하성이 일방적으로, 그리고 상습적으로 상대 선수를 폭행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하성은 지난 11일, 임씨를 명예훼손으로 추가 고소했다. 김씨 측은 추가 고소 사유로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거짓 증거사진을 언론에 제보한 행위’를 적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임씨의 공갈 등 범죄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김씨가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임씨를 고소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치 피고소인인 임씨가 일방적,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발언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더 이상의 허위 사실 유포가 이뤄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임씨는 미국 로드매니저로 일할 당시 김하성이 노예처럼 부렸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임씨는 “미국서 2개월 동안 소파서 잤다”며 “미국서 4시간이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임씨는 부조리를 못 견디고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병역특혜로 협박해 합의금
‘진실공방’ 경찰 조사 시작

김하성 측은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좋은 숙소를 잡지 못해 임씨가 소파 베드서 잠을 잤으며 부친의 건강 문제로 임씨가 먼저 귀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김하성은 지난달 27일 공갈 협박 혐의로, 지난 11일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임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다른 프로야구 선수 2명과 에이전트 임직원 2명 등 김하성과 임씨 주변인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조사한 참고인은 총 5명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2일 경찰은 임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사기관은 통상 경미한 사건 피의자의 출국은 금지하지 않는다. 임씨의 출국금지는 경찰이 이번 사건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다. 

다만 김하성과 임씨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두 사람, 참고인들의 진술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나 정황을 토대로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여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아직 피고소인(임혜동) 소환 전이라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조만간 피고소인인 임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선수와 임씨의 대질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대질조사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피고소인(임혜동)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대질조사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금액적 측면이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갈 범행에 의한 물질적인 이득이 5억원을 넘어가게 되면 특경법이 적용돼 가중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폭행으로 합의금을 받은 이후 상대가 유명인임을 빌미로 계속 협박을 했다면 가중처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속속 나오는 
그날 증인들

공갈죄와 협박죄는 목적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공갈죄는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협박죄는 상대방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처벌 수위도 다르다. 형법 제350조에 따르면 공갈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법 제283조에서는 협박죄를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합의금으로 사치?

김하성 선수를 공갈 협박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야구선수 임혜동이 김하성에게 받은 돈으로 사치를 부린 정황이 드러났다.

또 다른 야구선수 B씨는 <디스패치>에 “차도 바꾸고 카지노도 가고 명품 가방도 샀다. 정말로 돈을 받긴 받았구나 싶더라”라며 임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카카오톡서 임씨는 B씨에게 “카지노서 1000(만원) 날렸다”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명품 가방을 구매한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또 임씨는 김 선수가 아닌 또 다른 빅리거를 협박해 돈을 받아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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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