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하성 약점 잡은 임혜동

깽값으로 4억 받고 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자타공인 최고의 야구선수로 인정받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 선수(28)에 악재가 꼈다. 친동생처럼 아끼던 전직 후배 선수를 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김하성은 지속적인 공갈협박을 당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경찰 수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이하 MLB)서 뛰고 있는 김하성에 대한 공갈·명예훼손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김하성 측과 사건 당사자인 전직 야구선수 임혜동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임씨를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갈·명예훼손
일파만파 확산

1996년 9월7일 경기도 의정부서 출생한 임씨는 청량중과 신일고를 졸업했다. 신일고 당시 에이스였던 그는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등에서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고교 시절 시속 144㎞의 공을 던지는 등 당시에는 유망한 투수였다. 당시 3라운드서 지명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구위 문제와 대학에 진학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순위가 밀렸다.

임씨는 2015년 2차 8라운드 전체 78번으로 넥센 히어로즈에 지명됐다. 8라운드 지명자치고는 6000만원이라는 많은 계약금을 받았다.


하지만 지명 이후 단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2015년 퓨처스리그서 7경기 등판해 승 없이 1패, 10과 1/3이닝 방어율 10.45를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아예 퓨쳐스리그에도 올라오지 못했다. 결국 2016년 시즌 종료 후 웨이버 공시되며 방출됐다.

이후 임씨는 김하성이 소속됐던 매니지먼트 회사에 들어가 그의 로드매니저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서로 막역한 사이였다. 

<디스패치>에 따르면 임씨는 김하성을 ‘우리 형’이라고 불렀으며 야구를 그만두려던 임씨를 붙잡으며 입단 테스트까지 주선했다. 김하성은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틈나는 대로 임혜동에게 적게는 5만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여러 차례 입금해주며 챙기기도 했다.

김하성은 MLB로 향할 때 임씨를 개인 매니저로 고용하는 등 브로맨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본인의 에이전트 회사 정식 직원이 아니었던 임혜동과 함께하기 위해 본인 수입으로 월급 300만원을 줬고, 식비까지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가 좋던 김하성이 임씨를 공갈·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한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 2021년 2월 발생했다. 이들은 당시 서울 강남의 한 술집서 술을 마시다 몸싸움을 벌였다.

당시 논란의 술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A씨는 SB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둘이)말다툼이 조금 있었다. 혜동이가 ‘쳐봐, 쳐봐’ 이러니까 ‘하지 마라. 왜 그러냐’면서 제가 말리다 얼굴 쪽을 맞았다”며 “그걸 본 하성이가 ‘너 뭐하는 거야’하면서 서로 멱살을 잡고 밀치게 됐다”고 회상했다. 

미국 진출 직전 술자리 몸싸움
합의 후 계속된 공갈협박, 왜?


이어 “서로 정말 엄청 친한 사이다. 친한 사이끼리 주먹다짐을 못하니까 남자들 자존심 싸움처럼 ‘네가 먼저 쳐봐’하며 넘어뜨리려고 하는 다툼이 있었다”면서 “일방적 폭행이 있거나 그런 거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폭행이었다면 병원을 갔겠지만, 혜동이도 ‘하성이형, 제가 죄송하다. 선을 넘어서 형 미안해’라고 하고 하성이도 ‘형도 너한테 말 너무 막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이후 이들은 서로 화해한 뒤 함께 밥을 먹고 사우나까지 하고선 이튿날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부연했다.

함께 미국으로 갔던 이들의 관계는 무너졌다. 김하성 측은 임씨가 2021년 12월과 2022년 2월에 합의금을 받고도 “코로나 기간에 집합 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함께 술을 마시지 않았냐”며 지속적으로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김하성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최선은 임씨가 합의금을 받은 후에도 계속 금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최선은 “2021년 당시 임씨가 김하성의 군인 신분을 이용해 협박하며 합의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며 “직간접적으로 연락하거나 불이익한 일체의 행위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27일 그를 공갈 협박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임씨는 지난 7일 김하성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동료 선수와 술자리 다툼이 아니라 로드매니저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김하성이 가장 잘하는 게 나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무릎 꿇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심하게 구타당한 건 세 차례고 그 외 가벼운 폭행과 술자리서 술병을 던지거나 운전 중 뒤통수를 때리는 건 너무 일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2년 동안 연락하지도, 금전 요구도 단 한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때렸길래?

이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서 임씨는 폭행 피해 증거로 얼굴, 배 등에 난 상처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021년 12월 김하성에게 4억원을 받고 합의했는데, 최근 그가 비밀 유지 의무 약속을 위반해 위약금 청구소송을 진행하자 오히려 자신이 고소당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하성 측도 즉각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에 따르면 “(임혜동)주장이 사실이라면 고소장을 정식 제출하라”면서 “김하성은 조사에 성실히 임해 결백함을 밝히고, 허위 내용의 고소에 대해선 무고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김하성은 지난 8일 <디스패치>에 임씨가 증거로 내놓은 사진 속 상처가 가정폭력 때문임을 보여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ㅋㅋㅋㅋㅋ UFC 뛰고 왔냐” “형 이건 아니죠 ㅋㅋㅋㅋㅋ” 등 친분이 있는 카톡을 나눴다.

카카오톡 메시지 마지막서 임씨는 “아버지가 먼저 욕했어요” “가정폭력의 현실입니다”라며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집안서 아버지한테 폭행당한 사진인데 김하성에게 폭행당한 사진으로 거짓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동안 맞았던 것들이나 이런 것들의 증거들을 취합하다가 아마도 그 사진(집안 폭행)이 묶음으로 잘못 들어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묶음 그대로 변호사님한테 전달했을 때 제가 추가 설명을 안했기 때문에 변호사님이 그걸 기자들한테 전달하는 데 있어서는 잘못 전달된 부분이다. 바로 이제 정정 요청했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잘못 전달한 게 맞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하성이 잘못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제가 공갈협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입증해야 할 것 같다”며 “잘못을 명명백백히 따져야 한다고 하면 저는 형사 절차를 밟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김하성의 법률대리인 측은 임씨에 대한 새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군인 신분
뭐가 무서워?

법률대리인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김하성은 최근 후배인 전 프로야구 선수를 공갈 및 공갈미수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 조사를 마쳤다”며 “2021년 당시 상대 선수는 김하성이 군인 신분인 점을 이용해 협박하며 합의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고, 상대 선수가 직간접적으로 연락하거나 불이익한 일체의 행위 등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지급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상대 선수는 또다시 김하성에게 연락하는 등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를 반복했다”며 “이에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형사 고소에 이른 것이고 이와 별도로 합의 위반에 따른 위약벌 등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및 가압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김하성이 일방적으로, 그리고 상습적으로 상대 선수를 폭행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결국 김하성은 지난 11일, 임씨를 명예훼손으로 추가 고소했다. 김씨 측은 추가 고소 사유로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거짓 증거사진을 언론에 제보한 행위’를 적시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임씨의 공갈 등 범죄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김씨가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임씨를 고소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치 피고소인인 임씨가 일방적,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발언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더 이상의 허위 사실 유포가 이뤄지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임씨는 미국 로드매니저로 일할 당시 김하성이 노예처럼 부렸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임씨는 “미국서 2개월 동안 소파서 잤다”며 “미국서 4시간이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임씨는 부조리를 못 견디고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병역특혜로 협박해 합의금
‘진실공방’ 경찰 조사 시작

김하성 측은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좋은 숙소를 잡지 못해 임씨가 소파 베드서 잠을 잤으며 부친의 건강 문제로 임씨가 먼저 귀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김하성은 지난달 27일 공갈 협박 혐의로, 지난 11일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임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다른 프로야구 선수 2명과 에이전트 임직원 2명 등 김하성과 임씨 주변인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이 현재까지 조사한 참고인은 총 5명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2일 경찰은 임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수사기관은 통상 경미한 사건 피의자의 출국은 금지하지 않는다. 임씨의 출국금지는 경찰이 이번 사건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다. 

다만 김하성과 임씨가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만큼 두 사람, 참고인들의 진술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경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나 정황을 토대로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여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아직 피고소인(임혜동) 소환 전이라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은 조만간 피고소인인 임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선수와 임씨의 대질조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대질조사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피고소인(임혜동)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대질조사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법조계에서는 금액적 측면이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라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갈 범행에 의한 물질적인 이득이 5억원을 넘어가게 되면 특경법이 적용돼 가중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폭행으로 합의금을 받은 이후 상대가 유명인임을 빌미로 계속 협박을 했다면 가중처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속속 나오는 
그날 증인들

공갈죄와 협박죄는 목적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공갈죄는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면, 협박죄는 상대방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처벌 수위도 다르다. 형법 제350조에 따르면 공갈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법 제283조에서는 협박죄를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합의금으로 사치?

김하성 선수를 공갈 협박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야구선수 임혜동이 김하성에게 받은 돈으로 사치를 부린 정황이 드러났다.

또 다른 야구선수 B씨는 <디스패치>에 “차도 바꾸고 카지노도 가고 명품 가방도 샀다. 정말로 돈을 받긴 받았구나 싶더라”라며 임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카카오톡서 임씨는 B씨에게 “카지노서 1000(만원) 날렸다”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명품 가방을 구매한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

또 임씨는 김 선수가 아닌 또 다른 빅리거를 협박해 돈을 받아낸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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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