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간당간당한 이동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1.20 12:56:32
  • 호수 14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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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봐도 파면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을 구체화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언론탄압 기술자 이동관 방통위원장 아웃!”을 외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단독으로 장관 탄핵이 가능한 의석수(168석)를 가진 민주당은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분주해진 모양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은 취임 당시부터 거론됐다. 자녀 학교폭력 사건 개입 의혹과 이명박정권 당시 언론탄압 중심에 섰던 전력 때문일 것이다. 노골적인 발언도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이 위원장은 <뉴스타파>를 가리켜 ‘유사언론’ ‘기관지’라고 규정하며 인터넷 언론규제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장악 기술자’라는 오명을 의식하는 모양이다. 

언론 탄압
모르쇠 일관

방통위가 주도하는 언론규제 논의가 언론탄압이 아니냐는 지적에 “언론탄압 프레임에 너무 위축이 돼서 제대로 할 역할을 못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과거 MB정부 시절 ‘언론탄압’ 의혹 제기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그는 임명 직후 돌변했다.

지난 9월4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2022년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무마 의혹 관련 <뉴스타파> 보도를 “국기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와 별개로 엄중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8월23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위원장과 검찰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와 ‘허위 인터뷰’한 뒤 이를 보도하게 하는 대가로 1억6500만원을 수수했다고 봤다.

그러나 이는 인터뷰가 아닌, 신 전 위원장과 김씨 사이에 오간 대화 녹취록을 토대로 한 보도다.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눈 시점은 2021년 9월15일이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대장동 수사를 시작하기 전이다. 

이 위원장은 9월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서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의 관련 질문을 받고 “지적하신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범죄행위라 생각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다른 일도 아닌 대선 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짜뉴스(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돈을 받고 조작해서 인터넷 매체가 가짜뉴스를 퍼트린다. 그걸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곳에서 받아서 증폭시키고 특정 진영에 편향적인 매체들이 보도하고 그것이 환류가 되는 가짜뉴스의 악순환 사이클”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인 2022년 3월6일 <뉴스타파>의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를 두고 한 말이다. 

당시 보도의 핵심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장동 대출 관련자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었다. 조우형의 부탁을 받은 김만배가 박영수를 통해 윤석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였고, 당시 검찰은 조씨를 조사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2015년 조씨는 재수사 끝에 징역형을 받았다.


후보 검증 차원서 의혹 제기가 가능한 보도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당선됐고, 대선 판을 흔들었다고 해석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행적을 추적한 보도를 지적하고 <뉴스타파> 폐간을 외치는 이 위원장을 두고 ‘대통령의 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MB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언론·민간인 사찰 문건을 보고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각 방송사는 자체 선거기획단을 꾸렸다. 이 위원장은 국정원에 지시해 방송사 선거기획단 구성원의 성향을 분류하고 ‘좌편향 제작진 배제’ 등 언론 통제 방안을 실행했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 6월 ‘국정원 언론장악 문건’ 일부를 공개하며 “해당 문건의 내용을 보면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이 만든)보도지침의 망령이 다시 부활한 듯하다. 이동관 특보는 방송통신위원장에 절대 임명돼서는 안 될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으로 작성 시점은 2010년 1월13일이다.

고 의원은 “해당 문건은 서두에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정보도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도활동 강화 필요’하다고 밝혀, 언론통제를 통한 선거개입 목적으로 문건이 작성된 것을 알 수 있다”며 “언론인 사찰을 자행해 방송사 내부 동향을 파악하고 블랙 리스트를 작성, 비판적 언론인을 배제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임 사유 차고도 넘친다”
분주한 민주당 탄핵 구체화

해당 문건을 보면, 국정원은 ‘방송사별 선거기획단 실태’라며 문화방송(MBC)의 경우 “좌편향 인물 포진으로 왜곡·편파보도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에 대한 ‘평가 및 고려사항’으로 “방송사 선거기획단에 좌편향 기자들이 침투, 과열·혼탁 선거가 우려되므로 경영진에 대한 주의환기 및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 강구로 건전보도 유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방송사 경영진과 협조, 좌편향 제작진 배제 및 자체 모니터링 강화” 등을 실행 방안으로 제시했다.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서 그는 국정원으로부터 언론·민간인 사찰 문건을 보고받았다는 의혹에 관해 “홍보수석실에 (국정원 직원이)누가 한 명이 와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당시에는 몰랐다”고 잘라 말했다.

인사청문회서 이 위원장은 고 의원이 “국정원에 요청한 것들이 많았다”는 국정원 직원의 제보가 있는데 부인하는지, 긍정하는지 묻자 “단호하게 부인할 뿐 아니고 저희 홍보실 내에서 어떤 사람도 그런 증언을 했거나 재판 과정서 이야기한 사람이 없다”며 “그러니까 제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윤영찬 의원이 국정원을 통한 언론사 장악을 지적하며 “MB정부 당시 언론의 자유를 파괴한 국정원 및 방통위, 그리고 청와대 등의 행태가 타당했다고 평가하는가”라는 질의에도 “언론의 자유를 파괴한 적이 없으며, 언론의 자유는 계속해서 보장돼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위원장이 과거 공영방송 운영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은 2017~2018년 진행된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수사·재판기록 곳곳에 담겨있다. 그는 KBS 개입 의혹에 대해 “요청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주장에 배치되는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도 다수 존재한다.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수사기록에 첨부된 ‘참고인 진술조서’를 보면, 국정원 국익전략실 여론팀서 근무했던 A씨는 KBS 관련 문건 작성 경위에 대해 “2010년 5월28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요청해 작성된 것”이라며 “청와대서 이 보고서를 요청한 이유는 당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의 KBS 내부 인사를 솎아내겠다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국정원의 2010년 6월3일자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 문건의 중간 결재자였다. 당시 KBS는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씨가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조직개편 및 후속 인사가 예정된 시점이었다.

국정원 장악 
문건 보니…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서 인사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분석 보고서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청와대 요청으로 후속 인사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이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문건을 직접 작성한 정보분석관 B씨도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좌편향 등 부적격 간부에 대해 파악해달라는 취지로 보고서 작성 지시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KBS 문건에는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PD 등 직원 10여명이 ‘좌편향 간부’로 분류돼 이름과 성향이 적혀 있다. 

B씨는 ‘좌편향’이라는 규정 역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정연주 전 사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 노조 활동을 했던 인물 등을 좌편향 인사로 분류했다”면서 “청와대 지시사항 및 국정원 지휘부 지시사항 자체가 당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좌편향 인사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들은 ‘인사지침’이 KBS에 전달되는 과정에도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요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실행한다면 홍보수석실서 직접 KBS 사장에게 취지를 전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KBS 담당 IO(국정원 정보관)의 나이가 40대 후반에 불과하고 직급도 4급으로 낮았다”면서 “이런 급의 인사가 KBS 사장을 찾아 내부 인사에 관여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정도 급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B씨는 좌편향 간부로 분류된 KBS 직원 퇴출 여부에 대해 “(일부는)보직변경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홍보수석실이 문건 작성을 요청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으나 이 위원장이 MB정부 홍보수석일 때 국정원으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사례는 수십건에 이른다.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MBC 좌편향 출연자 추가 퇴출 확행’ ‘좌편향 방송인에 대한 온정주의 확산조짐 엄단’ 등이다.

‘언론장악’을 두고 국정원과 청와대 홍보수석실 사이 활발한 소통이 있었다는 사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2월 국정원 전부서장 회의서 “<○○일보>의 편집국장에 대해 청와대 홍보수석실에다가 그 사람 평가를 지원한 게 거기서 끝나야 하는데 그것이 다시 옆으로 흘러가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위원장이 언론탄압 대명사로 불리는 이유는 나열하기 어렵다. 이미 국정원, 청와대 문건 등을 통해 방송사 인사에 개입하고 프로그램을 교체시켰다.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외치는 그에게 있어 윤정권에 불리한 뉴스는 모두 가짜뉴스인가? 진보성향 특정 일간지의 광고 수주 동향까지 파악하도록 지시한 그가 언론의 자유를 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녀 학폭
흐지부지 

이 위원장은 자녀 학교폭력 의혹을 방송한 언론사를 향해 공영방송의 자정 능력 제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공영방송의 자정 능력을 제고할 지는 불 보듯 뻔하다. MB정부 때처럼 언론 인사에 개입하고, 프로그램을 폐지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이는 명백히 ‘방송법’ 위반이다.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에 관해 이 위원장은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자녀 학폭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발표했던 자료부터 엉성했다. 이 위원장은 “학교 선도위원회 결정으로 자녀에 대해 학기 중 전학 조치가 내려짐”이라고 했지만 선도위 결정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또 “전직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선도위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며 구체적으로 위증했다.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의 학폭 사건 처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민주당 정필모 의원의 “후보자 자녀의 사례가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사례와 다르다고 생각하냐”는 질의에도 “물리적 다툼은 있었으나, 일방적 가해 상황이 아니었고 1학년 때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의 아내도 자녀 학폭 사건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기록부 내용을 고쳐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한 것이다. 이 위원장 자녀의 1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는 언론과 인터뷰서 “2011년 말과 이 후보자의 아들이 학교폭력과 관련해 전학 가기 직전인 2012년 초, 이 후보자의 부인이 두 차례 이상 전화해 아들의 지각 기록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평소 이 후보자의 아들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도 아침 등교시간에 자주 늦어, 생활기록부에 ‘지각이 잦다’는 사실을 기재했다. 이를 알게 된 이 위원장 부인이 기록 자체를 없애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위원장 측은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개인정보라면서 청문위원들에게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 탄핵에 대해 민주당은 사활을 건 모양새다. 고 의원은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해임 사유가 차고도 넘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동관 방통위는 공영방송 보궐이사나 감사를 검증 절차 없이 임명한 사실이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범죄 유무 확인을 위한 동의서에 사인한 날짜보다 임명동의서에 사인한 날짜가 더 앞서 있는 문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대놓고 진보 언론 죽이기 “선 넘었다”
임명 76일 만에…‘식물 방통위’ 되나

이어 “범죄 유무 조회 요청이 9월6일에 있었는데, 임명동의서는 9월5일자다. 심지어는 범죄유무확인서, 개인정보수집제공동의서, 임명동의서가 모두 한날에 이뤄진 것들이 수두룩하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이동관 방통위는 민간 독립기구인 방심위에 대한 직권을 남용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지난 9월4일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 등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얘기했다. 방통위법 18조에 의하면 방심위는 독립적으로 사무를 수행하게끔 돼있는데 이동관 위원장은 본인의 권한을 넘어 방심위에게 지침을 두고 개입한 것”이라며 해임 사유를 밝혔다.

한편, 이 위원장 탄핵은 방송법과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4월14일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공영방송 정치독립법(일명 방송3법)의 본회의 직회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나 26일 헌재가 기각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현재 민주당은 지난 9일 본회의서 방송3법 개정안 처리를 예고한 상황이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대통령 스스로 ‘공영방송 장악 의사’를 드러냈다며 여론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은 이 같은 여론을 바탕으로 방통위원장 탄핵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위원장이 탄핵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통위는 사실상 ‘식물 부처’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일 예정됐던 전체 회의도 전일 취소됐다. 이날 전체회의 안건은 ‘MBN 재승인 여부’ ‘지상파, 종편·보도 PP 재승인 조건 이행실적 점검 결과 발표’ 등이 포함돼있었다. 

방통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5인의 상임위원이 전체회의를 통해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합의제 기구로 현재는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등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회의가 ‘위원회의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 위원장이 소집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회의 소집 자체가 불가능하다.

MBN의 경우 방통위의 재승인, KBS·MBC·SBS 등 민영방송사의 재허가, YTN 주식을 낙찰받은 유진그룹에 대한 심사도 차질을 빚게 된다. 방통위는 취소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국회 탄핵 분위기 등을 고려해 취소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30일 본회의에 이동관 탄핵안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다음달 1일에도 본회의가 예정된 만큼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72시간 이내’ 표결 규정을 충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만약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추후 열리는 본회의서 가결되면 그 즉시 이 위원장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 경우 방통위의 정부부처로서의 기능은 전면 중단되는 것이다. 

198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기자로 활동한 이 위원장은 보수 언론인으로 입지를 다졌다.  1993년 도쿄 특파원으로 부임해 3년반 동안 주재하면서 일본의 자민당 정권 붕괴 등 정치적 격변과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경제 사회상의 변화, 한신 대지진 등 격동의 현장을 취재 보도했다.

“무조건 아웃”
사활 걸었다

도쿄 특파원 재임기간 ‘에토 다카미 총무청장관의 식민지배 미화 발언’ 등의 특종보도로 한국기자상, 서울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1997년 귀국한 이후 청와대 출입기자,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거치며 <동아일보> 대표단의 두 차례 방북 취재를 주도했다. 정치부장 시절이던 2004년 한국 사회의 좌편향 흐름에 반대,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뉴라이트 운동’을 기획 보도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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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