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볼인 줄 알고도 경기를 이어간(오구 플레이) 후 나중에 자수해 물의를 빚었던 ‘장타 퀸’ 윤이나(22)가 내년에 다시 필드에 설 길이 열렸다. 대한골프협회(KGA)는 지난 9월26일 공정위원회를 열어 윤이나에게 내려졌던 출장 금지 3년 징계를 1년6개월로 감경하기로 결정했다.
KGA 공정위는 윤이나가 협회의 징계 결정에 순응하고, 징계 이후 50여시간의 사회봉사활동과 미국 마이너리그 골프투어 13개 대회서 받은 상금 전액을 기부하는 등 진지한 반성이 있고, 구제를 호소하는 5000여건의 탄원서와 국내 여론 등을 고려했다고 감경 이유를 밝혔다.
안도의 한숨
이에 따라 윤이나의 징계는 다음 해 2월18일 종료된다. 윤이나는 지난해 6월 DB그룹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경기 중 자신의 것이 아닌 공으로 경기를 치르고 신고하지 않았다. 뒤늦게 자진 신고했으나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에 대회 주관사인 대한골프협회는 지난 8월19일 KGA 대회 출전 정지 3년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도 윤이나에게 출전 정지 3년을 결정했다.
내년 2월 징계 풀릴 듯
5000건 탄원 여론 반영
2021년 프로로 데뷔한 윤이나는 점프투어 4개 대회서 우승 한 번을 포함해 모든 대회 톱5에 들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드림투어로 뛰어올라 13개 대회서 2승 포함 8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려 ‘괴물 신인’으로 급부상했다.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정규투어서 활약했다. 300야드가 넘는 폭발적인 장타를 앞세워 KPGA 투어 데뷔 3개월 만인 지난해 7월17일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 우승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170㎝ 장신에 화려한 외모로 차세대 ‘퀸’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페어플레이 정신을 위배한 대가는 혹독했다. 규칙을 어긴 지 한 달 만에 자진 신고한 것에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어린 선수인 만큼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알면서도 남의 공 쳤다가…
출장 금지 3년→1년6개월
윤이나에게 팬들은 변함없는 성원을 보냈다. 징계 이후 홀로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윤이나를 위해 주변에선 선수의 길을 포기하지 않도록 용기를 줬다. 윤이나의 잘못된 행동을 질타하면서도 선수로서 다시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운 것.
올해 들어선 구제를 위한 탄원서 서명운동이 시작됐고, 순식간에 많은 팬이 참여했다. 5000여장의 탄원서가 쌓이자 지난 8월 KGA 공정위에 제출해 구제를 신청했다.
완화된 처벌
대한골프협회가 윤이나의 징계를 감면하면서 내년 KLPGA 투어 복귀에도 관심이 쏠린다. KLPGA 투어가 대한골프협회 스포츠공정위처럼 징계를 감면하면 윤이나는 내년 시즌부터 투어로 복귀할 수 있다. 다만 KLPGA 투어는 윤이나의 징계 감면에 대해 아직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KLPGA 관계자는 “윤이나의 징계 감면에 대한 어떤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며 “따라서 아직 논의할 게 없다. 다만 대한골프협회의 결정사항도 있으니 감경 사유와 추후 구제 신청이 접수되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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