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국인 최초 골드글러브 김하성

빅리그 황금장갑 낀 ‘어썸 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하성이 꿈을 이뤘다. 세계 최고 야구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MLB)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골드글러브인 동시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첫 골드글러브다. MLB 진출 초기 불안한 공격력을 보완해 실버 슬러거 후보에도 올랐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내야서 다재다능함의 모델이다.” MLB닷컴이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수상을 두고 이같이 호평했다. 김하성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부문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 선수 최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서 높은 수비율 보이며 ‘어썸 킴’으로 불렸다.

다재다능
괴물 신인

김하성은 1995년 10월17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까지 고향인 부천서 다니다가 경기도 내 야탑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야탑고에 진학한 후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기용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 2학년에는 주로 유격수와 3루수로 나섰다. 기회는 많았지만 1, 2학년 합산 타율이 2할 초반일 정도로 타격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다가 3학년이 되면서 날아 올랐다. 2루수와 유격수로 출장하면서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을 발판 삼아 2014 KBO 신인 드래프트서 1, 2라운드에 거론됐고, 넥센 히어로즈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아 전체 29번째 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프로에 입단한 뒤에는 임병욱, 하영민, 이용하와 함께 2014년 애리조나 캠프에 참여했다. 신인 중에서는 홀로 오키나와 캠프까지 따라갔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5경기 동안 18타수 10안타 4타점 6득점을 올리며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대주자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내년 신인 중 가장 먼저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하성의 경기를 보고 “대졸 선수인 줄 알았는데 고졸 선수”라며 “고졸 선수가 저렇게 플레이하는 건 본 적이 없다. 몇 십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센스있는 내야수”라고 평가했다.

김하성은 1년 차 고졸 신인 선수임에도 감독과 코치진의 신뢰를 받았다. 주로 넥센 히어로즈의 유격수인 강정호의 백업으로 출전했다. 그가 1년 차에 출전한 경기 수는 60경기에 달한다. 1년 차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가 빛을 발한 건 2015년도부터다. 주전이었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포스팅돼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윤석민, 김지수, 백승룡, 임병욱과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2015년에는 신인왕에 도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단 5년 이내에 누적 투구 이닝 30이닝 이하인 투수와 60타석 이하인 타자에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준다. 2014년에는 60경기에 나서 59타석을 서며 아슬아슬하게 기준에 부합했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유틸리티 부문 수상

그해 김하성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신인왕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2년 차에 144경기 중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 홈런 19개 도루 22개를 기록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강정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꿨다고 평가했다. 히어로즈는 해당 성적으로 김하성의 연봉을 구단 최초로 300% 인상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수상과는 연이 없었다.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모두 2위로 수상에 실패했다. 특히 김하성의 2018년 성적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18년 전반기 팔렘방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KBO 올스타전서 제러드 호잉을 단 1표 차로 제치고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즌 후에는 드디어 두산 베어스 김재호를 제치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그 동안 받지 못했던 상을 몰아서 받는 듯했다.

하지만 2위를 기록한 김재호와 비교했을 때 클래식 누적 스탯인 안타, 홈런, 타점 등에서는 더 뛰어나지만 비율스탯인 타율, 출루율, 장타율, 조정득점창출력(WRC+)은 모두 밀려 논란이 일었다. 

김하성은 논란을 겪고 더 강해졌다. 2019년 타율 3할7리, 19홈런, 득점 112(1위), 타점 104(2위), 33도루(2위)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2020년 시즌에도 타율 3할6리,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거포 유격수’의 계보를 이어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KBO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유격수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하성의 야망은 국내 최고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에 진출한 지 7년 만에 세계 최고 리그인 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LB서도 김하성의 진출을 눈여겨봤다. MLB닷컴은 김하성을 전 동료였던 강정호와 비교하며 콘택트와 수비, 그리고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고 젊은 인재라고 평가했다.

절치부심
MLB 진출

김하성은 7시즌 동안 KBO서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강정호가 9시즌 동안 기록한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고 평가받는다. 강정호는 MLB 진출 첫해 아시아 우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의 기록을 세웠다. 김하성의 안정적인 MLB 진출을 기대했던 이유다. 

김하성은 2021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구단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신시내티 레즈 등이었다.

김하성은 이 중 MLB서 리그 최정상급 내야진을 갖춘 샌디에이고서의 경쟁을 선택했다. 샌디에이고의 3루에는 매니 마차도가, 유격수 자리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매니 마차도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당시 그는 3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수준급으로 맡아 오리올스 내야수 전설인 브룩스 로빈슨, 칼 립켄 주니어의 후계자로 불렸다. 그는 올스타 6회, 아메리칸 리그 3루수 골드 글러브 2회, 아메리칸 리그 플래티넘 글러브, 내셔널 리그 3루수 실버 슬러거, All-MLB 퍼스트 팀 2회 등을 수상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샌디에이고서 유격수를 맡고 있다. 그는 아직 프로로 데뷔도 하지 않은 2016년 제임스 실즈와 트레이드 대상이 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넘어왔다. 또 2019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순위 2위에 선정되며 전미 탑급 유망주로 뽑혔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3위에도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김하성의 MLB 첫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공격 부분에서는 타율 2할2리, 홈런 8개로 저조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김하성은 이를 감추기 위해 염색에 장발을 했다. 원정경기 때 호텔 방으로 돌아와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정상 수비
공격력 의문?

김하성은 “인생서 정신적으로 가장 낮은 지점이었다”고 첫 시즌을 회상했다.

수비에서는 빛을 발했다. 저조한 공격력에도 수비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리그 액티브 로스터에 붙어있을 수 있었다. 그해 김하성은 유격수로 260이닝, 3루수로 165.2이닝, 2루수로 148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가장 널리 쓰이는 선수의 수비 능력 평가 기준인 UZR(Ultimate Zone Rating)서 1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기준 유격수 ML 24위, 3루수 ML 9위, 2루수 ML 1위를 달성했다.

꿈의 리그서 첫해를 수비력으로 버텨낸 그는 공격력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밤마다 고속 피칭 머신을 상대로 수백번씩 스윙 연습을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MLB 투수들의 강속구에 반응할 수 있는 선구안을 기른 것이다.

김하성은 MLB 데뷔 이듬해인 지난 시즌 WRC+이 70서 105로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과 약물 징계로 인해 1년 내내 주전으로 나서기도 했다. 수비력은 더욱 발전해 내셔널 리그 골드 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이제야 KBO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하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더욱 발전했다. 우선 공격에서는 타율이 지난해에 비해 1푼 올랐으며, 특히 볼넷을 75개나 얻어냈다. 더욱 발전한 선구안을 보여준 셈이다. 이 덕에 출루율이 0.025 가량 크게 상승했으며, 장타율도 0.400에 거의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산인 OPS(On-base Plus Slugging)가 지난해에 비해 0.050가량 올라갔다.

원래 기대받던 수비의 경우에도 타격이 각성된 7월에 반대급부로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그 외 기간에 꾸준히 리그 정상급 지표를 보여줬다. 미국야구연합회(SABR)이 만든 수비 통계 자료(SABR Defensive Index, SDI)서 내셔널리그 전체 9위, 2루수 1위에 랭크됐다. 

샌디에이고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공을 잡아내는 김하성을 수비 핵심으로 두고 전천후로 활용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2루수로 856.2이닝, 3루수로 253.1이닝, 유격수로 153.1이닝을 소화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허슬플레이를 하며 ‘어썸 킴’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올 시즌 후반 MLB닷컴서도 김하성을 최고의 2루수로 소개하기도 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 높은 수비율
실버슬러거 유틸리티 부문도 후보

어썸 킴 김하성이 올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이 증명됐다. 지난 6일 MLB 사무국은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2루수,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하성은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했다. 유틸리티 부문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신설됐다.

2011년 이후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아시아 출신 선수는 구로다 히로키(2011년), 추신수(2012년), 다나카 마사히로(2018년), 마에다 켄타와 아키야마 쇼고(이상 2020년), 김하성(2022~2023년)에 불과하다.

한국인 선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받은 것도 올해 김하성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시아 출신 외야수’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2001년부터 10년 연속으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공격과 수비를 함께 평가하는 KBO리그의 골든글러브와 달리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포지션별로 최고의 수비를 선보인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각 구단 코칭스태프 투표와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제공하는 수비 지표를 각각 75%, 25% 반영한다. 그만큼 김하성에 대한 평가가 높다는 뜻이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는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가 브라이언 스톳(필라델피아 필리스)과 김하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수상 후 소속사인 서믹매니지먼트를 통해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기대했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며 “한국 야구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도 등록됐다. 실버슬러거는 타율·홈런·타점을 종합해 포지션별로 가장 타격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김하성은 공수와 상관없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셈이다.

소속팀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감독과 코치의 투표를 거쳐 각 수비 위치서 가장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어지는데, 투수가 타격하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에는 실버슬러거 투수상이 없다. 지난해부터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투수 자리를 유틸리티 부문이 채웠다.

사실 김하성의 실버 슬러거 수상은 쉽지 않다. 경쟁자들의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베츠는 타율 3할7리, 39홈런, 107타점, OPS 0.987로 리그 최우수선수(MVP)급 성적을 냈고, 벨린저는 타율 3할7리, 26홈런, 97타점, OPS 0.881로 재기에 성공했다. 스티어의 성적은 타율 2할7푼1리, 23홈런, 86타점, OPS 0.820이다. 

자타공인
공수 활약

내년 3월 김하성이 다시 한국서 경기에 나선다. 오는 2024년 3월 20일과 3월21일 양일간 MLB World Tour의 일환으로 서울시리즈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가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와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은 LA다저스가 맞대결을 펼친다. 

김하성도 한국 땅에서의 경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국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야구를 대표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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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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