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한국인 최초 골드글러브 김하성

빅리그 황금장갑 낀 ‘어썸 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하성이 꿈을 이뤘다. 세계 최고 야구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MLB)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첫 골드글러브인 동시에 아시아 출신 내야수 첫 골드글러브다. MLB 진출 초기 불안한 공격력을 보완해 실버 슬러거 후보에도 올랐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내야서 다재다능함의 모델이다.” MLB닷컴이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수상을 두고 이같이 호평했다. 김하성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부문서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인 선수 최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서 높은 수비율 보이며 ‘어썸 킴’으로 불렸다.

다재다능
괴물 신인

김하성은 1995년 10월17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까지 고향인 부천서 다니다가 경기도 내 야탑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야탑고에 진학한 후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기용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 2학년에는 주로 유격수와 3루수로 나섰다. 기회는 많았지만 1, 2학년 합산 타율이 2할 초반일 정도로 타격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기다가 3학년이 되면서 날아 올랐다. 2루수와 유격수로 출장하면서 높은 출루율과 장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적을 발판 삼아 2014 KBO 신인 드래프트서 1, 2라운드에 거론됐고, 넥센 히어로즈의 2차 3라운드 지명을 받아 전체 29번째 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프로에 입단한 뒤에는 임병욱, 하영민, 이용하와 함께 2014년 애리조나 캠프에 참여했다. 신인 중에서는 홀로 오키나와 캠프까지 따라갔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5경기 동안 18타수 10안타 4타점 6득점을 올리며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대주자로 활용할 수 있다면 내년 신인 중 가장 먼저 1군에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하성의 경기를 보고 “대졸 선수인 줄 알았는데 고졸 선수”라며 “고졸 선수가 저렇게 플레이하는 건 본 적이 없다. 몇 십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센스있는 내야수”라고 평가했다.

김하성은 1년 차 고졸 신인 선수임에도 감독과 코치진의 신뢰를 받았다. 주로 넥센 히어로즈의 유격수인 강정호의 백업으로 출전했다. 그가 1년 차에 출전한 경기 수는 60경기에 달한다. 1년 차에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가 빛을 발한 건 2015년도부터다. 주전이었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포스팅돼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윤석민, 김지수, 백승룡, 임병욱과 유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2015년에는 신인왕에 도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입단 5년 이내에 누적 투구 이닝 30이닝 이하인 투수와 60타석 이하인 타자에게 신인왕 후보 자격을 준다. 2014년에는 60경기에 나서 59타석을 서며 아슬아슬하게 기준에 부합했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
유틸리티 부문 수상

그해 김하성은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신인왕 수상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2년 차에 144경기 중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 홈런 19개 도루 22개를 기록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강정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꿨다고 평가했다. 히어로즈는 해당 성적으로 김하성의 연봉을 구단 최초로 300% 인상하기도 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수상과는 연이 없었다. 신인왕과 골든글러브 모두 2위로 수상에 실패했다. 특히 김하성의 2018년 성적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2018년 전반기 팔렘방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KBO 올스타전서 제러드 호잉을 단 1표 차로 제치고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즌 후에는 드디어 두산 베어스 김재호를 제치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그 동안 받지 못했던 상을 몰아서 받는 듯했다.

하지만 2위를 기록한 김재호와 비교했을 때 클래식 누적 스탯인 안타, 홈런, 타점 등에서는 더 뛰어나지만 비율스탯인 타율, 출루율, 장타율, 조정득점창출력(WRC+)은 모두 밀려 논란이 일었다. 

김하성은 논란을 겪고 더 강해졌다. 2019년 타율 3할7리, 19홈런, 득점 112(1위), 타점 104(2위), 33도루(2위)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2020년 시즌에도 타율 3할6리, 30홈런, 109타점을 기록하며 ‘거포 유격수’의 계보를 이어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KBO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자타공인 국내 최고 유격수로 인정받은 것이다. 

김하성의 야망은 국내 최고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에 진출한 지 7년 만에 세계 최고 리그인 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MLB서도 김하성의 진출을 눈여겨봤다. MLB닷컴은 김하성을 전 동료였던 강정호와 비교하며 콘택트와 수비, 그리고 운동능력이 더 뛰어나고 젊은 인재라고 평가했다.

절치부심
MLB 진출

김하성은 7시즌 동안 KBO서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강정호가 9시즌 동안 기록한 타율 0.298, 139홈런, 545타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다고 평가받는다. 강정호는 MLB 진출 첫해 아시아 우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의 기록을 세웠다. 김하성의 안정적인 MLB 진출을 기대했던 이유다. 

김하성은 2021년 새해를 하루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그에게 관심을 보였던 구단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뉴욕 메츠, 신시내티 레즈 등이었다.

김하성은 이 중 MLB서 리그 최정상급 내야진을 갖춘 샌디에이고서의 경쟁을 선택했다. 샌디에이고의 3루에는 매니 마차도가, 유격수 자리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매니 마차도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프렌차이즈 스타였다. 당시 그는 3루수와 유격수를 모두 수준급으로 맡아 오리올스 내야수 전설인 브룩스 로빈슨, 칼 립켄 주니어의 후계자로 불렸다. 그는 올스타 6회, 아메리칸 리그 3루수 골드 글러브 2회, 아메리칸 리그 플래티넘 글러브, 내셔널 리그 3루수 실버 슬러거, All-MLB 퍼스트 팀 2회 등을 수상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샌디에이고서 유격수를 맡고 있다. 그는 아직 프로로 데뷔도 하지 않은 2016년 제임스 실즈와 트레이드 대상이 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넘어왔다. 또 2019년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유망주 순위 2위에 선정되며 전미 탑급 유망주로 뽑혔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3위에도 올랐다. 


기대를 모았던 김하성의 MLB 첫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공격 부분에서는 타율 2할2리, 홈런 8개로 저조했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겼다. 김하성은 이를 감추기 위해 염색에 장발을 했다. 원정경기 때 호텔 방으로 돌아와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정상 수비
공격력 의문?

김하성은 “인생서 정신적으로 가장 낮은 지점이었다”고 첫 시즌을 회상했다.

수비에서는 빛을 발했다. 저조한 공격력에도 수비력을 바탕으로 메이저 리그 액티브 로스터에 붙어있을 수 있었다. 그해 김하성은 유격수로 260이닝, 3루수로 165.2이닝, 2루수로 148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가장 널리 쓰이는 선수의 수비 능력 평가 기준인 UZR(Ultimate Zone Rating)서 100이닝 이상 소화한 선수들 기준 유격수 ML 24위, 3루수 ML 9위, 2루수 ML 1위를 달성했다.

꿈의 리그서 첫해를 수비력으로 버텨낸 그는 공격력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밤마다 고속 피칭 머신을 상대로 수백번씩 스윙 연습을 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MLB 투수들의 강속구에 반응할 수 있는 선구안을 기른 것이다.

김하성은 MLB 데뷔 이듬해인 지난 시즌 WRC+이 70서 105로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과 약물 징계로 인해 1년 내내 주전으로 나서기도 했다. 수비력은 더욱 발전해 내셔널 리그 골드 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야구팬들은 이제야 KBO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하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올해 더욱 발전했다. 우선 공격에서는 타율이 지난해에 비해 1푼 올랐으며, 특히 볼넷을 75개나 얻어냈다. 더욱 발전한 선구안을 보여준 셈이다. 이 덕에 출루율이 0.025 가량 크게 상승했으며, 장타율도 0.400에 거의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산인 OPS(On-base Plus Slugging)가 지난해에 비해 0.050가량 올라갔다.

원래 기대받던 수비의 경우에도 타격이 각성된 7월에 반대급부로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그 외 기간에 꾸준히 리그 정상급 지표를 보여줬다. 미국야구연합회(SABR)이 만든 수비 통계 자료(SABR Defensive Index, SDI)서 내셔널리그 전체 9위, 2루수 1위에 랭크됐다. 

샌디에이고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공을 잡아내는 김하성을 수비 핵심으로 두고 전천후로 활용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2루수로 856.2이닝, 3루수로 253.1이닝, 유격수로 153.1이닝을 소화하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넓은 수비 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허슬플레이를 하며 ‘어썸 킴’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올 시즌 후반 MLB닷컴서도 김하성을 최고의 2루수로 소개하기도 했다. 

2루수 3루수 유격수 높은 수비율
실버슬러거 유틸리티 부문도 후보

어썸 킴 김하성이 올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이 증명됐다. 지난 6일 MLB 사무국은 2023 롤링스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2루수,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김하성은 무키 베츠(LA 다저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을 수상했다. 유틸리티 부문은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신설됐다.

2011년 이후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오른 아시아 출신 선수는 구로다 히로키(2011년), 추신수(2012년), 다나카 마사히로(2018년), 마에다 켄타와 아키야마 쇼고(이상 2020년), 김하성(2022~2023년)에 불과하다.

한국인 선수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도,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골드글러브를 받은 것도 올해 김하성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시아 출신 외야수’까지 범위를 넓히더라도 2001년부터 10년 연속으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공격과 수비를 함께 평가하는 KBO리그의 골든글러브와 달리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포지션별로 최고의 수비를 선보인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미국의 골드글러브는 각 구단 코칭스태프 투표와 미국야구연구협회(SABR)가 제공하는 수비 지표를 각각 75%, 25% 반영한다. 그만큼 김하성에 대한 평가가 높다는 뜻이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에서는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가 브라이언 스톳(필라델피아 필리스)과 김하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 수상 후 소속사인 서믹매니지먼트를 통해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기대했던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게 돼 진심으로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며 “한국 야구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실버슬러거 최종 후보에도 등록됐다. 실버슬러거는 타율·홈런·타점을 종합해 포지션별로 가장 타격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올해 김하성은 공수와 상관없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셈이다.

소속팀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감독과 코치의 투표를 거쳐 각 수비 위치서 가장 타격이 좋은 선수에게 주어지는데, 투수가 타격하지 않는 아메리칸리그에는 실버슬러거 투수상이 없다. 지난해부터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투수 자리를 유틸리티 부문이 채웠다.

사실 김하성의 실버 슬러거 수상은 쉽지 않다. 경쟁자들의 성적이 워낙 좋기 때문이다. 베츠는 타율 3할7리, 39홈런, 107타점, OPS 0.987로 리그 최우수선수(MVP)급 성적을 냈고, 벨린저는 타율 3할7리, 26홈런, 97타점, OPS 0.881로 재기에 성공했다. 스티어의 성적은 타율 2할7푼1리, 23홈런, 86타점, OPS 0.820이다. 

자타공인
공수 활약

내년 3월 김하성이 다시 한국서 경기에 나선다. 오는 2024년 3월 20일과 3월21일 양일간 MLB World Tour의 일환으로 서울시리즈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그가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와 유독 한국과 인연이 깊은 LA다저스가 맞대결을 펼친다. 

김하성도 한국 땅에서의 경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조국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이저리그 야구를 대표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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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