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알쏭달쏭 민낯 남현희

모르고 만났나 알고도 받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짧은 팔다리의 악재를 극복한 펜싱 국민 영웅이 몰락하고 있다. 재벌 3세이며 대단한 투자자를 사칭한 전청조와 사랑에 빠진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의 이야기다. 남현희는 자신의 유명세를 빌려주고 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에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희대의 사기꾼인 전청조와의 결혼 발표부터 10일간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다뤘다.

“그 악마를 제가 믿고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저 또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 말이다. 이처럼 남현희는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전청조가 검거된 후 남현희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며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수강생에서
약혼남으로

남현희는 대한민국의 전 펜싱 국가대표였다. 그는 아시아 최초 국제펜싱연맹 세계랭킹 1위였으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서 메달 99개를 획득한 한국의 펜싱 영웅이다. 2020년 8월부터 TV예능 <노는 언니> <골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현희는 은퇴 후 서울 강남서 펜싱 학원을 운영했다. 28세 여성인데 펜싱을 남현희에게 직접 배우고 싶다는 전청조의 요청으로 이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펜싱 수업을 진행하며 친구로, 친구서 동거인으로 관계는 점점 깊어졌다.

지난 8월21일, 남현희는 SNS로 이혼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연인(전청조)이 생겼음을 알렸다. 남현희는 선수 시절인 2011년 11월20일 사이클 선수 공효석과 결혼했고 2013년 4월25일 딸을 출산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벌 3세이자 15세 연하인 전청조와 재혼한다고 밝혔다.


남현희는 이 시기 전청조에게 받은 각종 명품과 2억9000만원서 3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 벤테이가 등 고가의 선물을 자신의 SNS에 자랑하듯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재혼 발표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언론사 홈페이지나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에 약혼자인 전청조에 관해 사기, 사기 미수, 재벌 3세 사칭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남현희는 지난달 24일 SNS를 통해 “축하 주시는 분들, 걱정 주시는 분들 모두 그저 감사하다. 저 이제는 정말 행복하고 싶다. 딸과 행복하게 살 거다. 여기서 많은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 정말 못된 사람 많은 거 같다. 걱정해주시는 것만큼 하나씩 하고픈 말 풀면서 세상 더 잘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보도된 기사를 통해 거짓 또는 악의적이거나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날 전청조의 사기에 관해 뒷받침해주는 증거와 자료들이 언론에 공개됐다. 전과도 점차 밝혀졌다. 전청조는 ‘원금 보장 투자 사기’ ‘결혼 사기’ ‘재벌 3세 사칭’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현금을 편취했다. 전청조에 관한 다수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재혼 발표 후 혼외자·성전환·임신 수면 위로
“악마에게 속았다” 폭로 상황 180도 뒤집혀

남현희는 논란이 거세지자 “다 전씨가 하자고 주도해서 움직인 것들이 거의 다”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전청조가 상위 0.001%의 고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펜싱 사업이기 때문에 집도 시그니엘로 이사해야 하고 명품을 입어야 하고 고가의 차를 타야 한다며 자신을 조종했다”고 설명했다. 남현희는 전청조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이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전청조가 가짜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인 것처럼 속였으며 “내가 파라다이스를 물려받을 건데 나도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러나 사설탐정 겸 유튜버 ‘카라큘라’가 전청조 사기 사건 관련 남현희의 공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건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카라큘라는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커뮤니티에 ‘남현희 감독님, 정말로 무고한 피해자 맞습니까’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카라큘라는 벤틀리 소유주, 펜싱협회, 대기업 아나운서 출신 며느리, 펜싱 학원비 등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카라큘라는 “남현희가 전청조에게 선물받은 벤틀리는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3억8000만원 상당의 ‘남현희 소유’ 차량이며 이와 더불어 채무 변제금과 명품 선물까지 합치면 남현희는 전씨에게서 최소 10억원을 제공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청조가 평소 타고 다니던 벤츠 마이바흐 차량은 남현희 명의로 계약된 리스 차량이다. 심지어 마이바흐가 아닌 벤츠 S450 차량으로, 엠블럼만 가짜로 붙인 짝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전청조가 펜싱계에 30억원을 투자한다는 빌미로 펜싱협회장을 함께 만나서 차기 회장 자리 약속받고 밥도 먹고 술도 먹은 것도 남현희는 원치 않았던 일인데 전청조가 푸시해서 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사기 공범?
진흙탕 싸움

다만 펜싱협회 관계자는 전청조와 만남을 가진 것은 맞지만 문제가 될까 우려해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남현희 측이 투자 대가로 차기 협회장 자리를 요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카라큘라는 “펜싱 클럽에 자녀를 보낸 모 대기업 일가의 며느리이자 아나운서 출신으로 유명한 학부모를 전청조에게 소개해준 것도 남현희 본인 아니냐”며 “본인 개인 빚 1억4000만원은 왜 전청조가 대신 갚아줬나? 이것도 본인은 원하지 않은 건데 전청조가 억지로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펜싱 클럽서 교육생들에게 사업자 통장이 아닌 개인 통장으로 교육비를 받으셨던데 설마 이것도 전청조가 억지로 시킨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기친 돈으로 함께 호의호식하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난 뒤 ‘난 몰랐다’는 눈물의 호소와 의혹을 제기하는 자들에게는 무더기 경찰 고소(했다)”라며 “화가 난 일가 친척들이 집으로 달려가 말싸움이 벌어지고 새벽 4시에 경찰이 출동할 만큼, 난리가 났던데 혹시 벤틀리가 전청조가 사준 올캐시 현금 차량인 걸 그동안 가족들에게 숨겼던 것이냐”고 남현희의 모순적인 행동을 지적했다.


입을 다물고 있던 전창조도 남현희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은 더욱 깊어졌다. 전청조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유명 그룹의 혼외자이자 재벌 3세가 아닌 할머니와 함께 자란 ‘법적 여성’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앱 개발 등 투자 사기로 고소·고발된 사건에 대해 금전적 이득을 챙긴 사실도 인정하면서도 받은 투자금 대부분은 남현희와 남현희의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남현희 대출금 갚아주고, 남현희 차 사주고 남현희 딸에게 용돈 등으로 쓰이기도 했고, 남현희 어머님한테 매달 용돈 드렸고, 남현희 명품 뭐 이런 것들 카드값 내주고”라면서 “따로 모아놨거나 그런 돈은 없다”고 반박했다.

전청조는 남현희가 재벌 3세가 아니라는 자신의 실체를 지난 2월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재벌 3세로 사칭하려 기자 역할 대행을 고용한 사실을 남현희가 알아챘고, 그 당시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놨다는 것이다.

또 현재 법적으로 여성이 맞고 성전환이 끝난 게 아니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법적으로 여자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고, 남자가 되기 위해 현재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대질조사 요구
수사 상황은?

지난 7월 가슴 절제 수술을 했는데, 이는 남현희가 먼저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남현희가)저한테 줄곧 ‘너가 가슴 때문에 남들한테 여자라고 들키겠어’라는 말을 했고, 진심으로 (남현희를)사랑했기 때문에 저 또한 큰 결심을 해서 수술을 하러 간 거였다”고 말했다.


또 남현희에게 가짜 임신테스트기를 건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도 함께 찾았는데, 의사로부터 ‘유산이 된 것 같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전청조는 “임신테스트기는 모두 경호원분들이 사서 전달했고 두 줄이 나왔다”고 했다. 남현희가 자신과의 관계로는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아이를 낳자고 한 이유에 대해 전청조는 “누구 아이라도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현희는 전청조의 범행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청조와 대질조사를 경찰에 요구했다. 남현희 측 변호인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조사에도 응하겠다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요청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재판 과정서 직접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 하지만 공범 의심을 받는 남현희가 억울함을 벗겠다는 뜻으로 이를 신청했으며 전청조와 직접 만나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청조를 고소·고발한 다수 건에 관한 수사는 서울송파경찰서 관할로 병합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전청조에 관한 체포영장과 통신내역 등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다음날 서울동부지법은 오후 1시45분경 전청조에게 청구된 체포·통신·압수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압수영장은 청구된 2건 중 1건만 발부됐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전청조를 경기도 김포 소재의 친척집서 체포했다. 앞서 지난 2일, 경찰은 전청조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언론 플레이’ 서로에게 자충수
사기 가담 여부…조만간 조사

경찰에 따르면 전청조에 의한 사기 범행 피해자 수는 15명으로 피해 규모는 19억원이 상회한다. 전청조는 조사 과정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청조는 사기 혐의와 별건으로 스토킹 혐의, 아동폭행 혐의로 성남중원경찰서에서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현희가 전청조에게 받은 벤틀리 차량이 남현희의 명의로 등록돼있고 전청조가 운영한 펜싱학원 수익을 본인 계좌로 받았다는 정황이 곳곳서 나오면서 남현희가 공범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남현희는 아직 입건되지 않았다. 다만 남현희에 대한 고소도 진행된 만큼 조만간 입건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청조가 범죄수익을 남현희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한 만큼 남현희는 사기 및 범죄수익 관련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현희와 전청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남현희의 사기 행위에 대한 공조 및 가담 여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현희가 전창조의 사기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의 신용을 이용하도록 하고 이익을 분배받았다면 사기죄에 대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망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방조범으로 같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남현희가 전청조의 피해자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줬다는 증언이다. 남현희가 전청조의 기망 행위를 인지하고도 전청조가 데려온 사기 피해자들에게 요리를 해줘 신뢰를 쌓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남현희에 대한 고소도 같이 진행되고 있기에 단순 참고인으로 볼 수 없다. 전청조의 앞선 진술도 있기에 남씨가 사기 및 범죄수익 관련 피의자로 전환될 것 같다”며 “남현희가 요청한 대질조사를 통해 스스로 ‘혐의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현희, 전청조의 주장이 상이한 만큼 중요한 증거가 있다.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이 MBN서 공개한 전청조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전청조는 남현희가 경찰에 제출한 자신의 ‘세컨폰’에 공모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해당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도 진상규명에 열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30일 정례 간담회서 “전청조 관련 사건을 국가수사본부 차원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남씨의 공범 여부도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라고 말했다. 송파경찰서는 현재 남현희 측과 참고인 조사와 고소인 조사 시점을 조율 중이다. 

여전히 피해자
공범입증 쟁점

남현희는 여전히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현희는 송파경찰서에 전창조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고소장 및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에 대해서도 무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앞서 김 의원은 경찰에 전청조의 사기와 관련해 “남현희는 전청조로부터 명품 가방 등을 선물받았고, 전청조가 (투자금을 돌려 달라는)피해자들에게 ‘남현희에게 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관계로 보인다”며 남현희의 공범 여부를 수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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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