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알쏭달쏭 민낯 남현희

모르고 만났나 알고도 받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짧은 팔다리의 악재를 극복한 펜싱 국민 영웅이 몰락하고 있다. 재벌 3세이며 대단한 투자자를 사칭한 전청조와 사랑에 빠진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의 이야기다. 남현희는 자신의 유명세를 빌려주고 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에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희대의 사기꾼인 전청조와의 결혼 발표부터 10일간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다뤘다.

“그 악마를 제가 믿고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저 또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 말이다. 이처럼 남현희는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전청조가 검거된 후 남현희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며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수강생에서
약혼남으로

남현희는 대한민국의 전 펜싱 국가대표였다. 그는 아시아 최초 국제펜싱연맹 세계랭킹 1위였으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서 메달 99개를 획득한 한국의 펜싱 영웅이다. 2020년 8월부터 TV예능 <노는 언니> <골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현희는 은퇴 후 서울 강남서 펜싱 학원을 운영했다. 28세 여성인데 펜싱을 남현희에게 직접 배우고 싶다는 전청조의 요청으로 이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펜싱 수업을 진행하며 친구로, 친구서 동거인으로 관계는 점점 깊어졌다.

지난 8월21일, 남현희는 SNS로 이혼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연인(전청조)이 생겼음을 알렸다. 남현희는 선수 시절인 2011년 11월20일 사이클 선수 공효석과 결혼했고 2013년 4월25일 딸을 출산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벌 3세이자 15세 연하인 전청조와 재혼한다고 밝혔다.


남현희는 이 시기 전청조에게 받은 각종 명품과 2억9000만원서 3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 벤테이가 등 고가의 선물을 자신의 SNS에 자랑하듯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재혼 발표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언론사 홈페이지나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에 약혼자인 전청조에 관해 사기, 사기 미수, 재벌 3세 사칭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남현희는 지난달 24일 SNS를 통해 “축하 주시는 분들, 걱정 주시는 분들 모두 그저 감사하다. 저 이제는 정말 행복하고 싶다. 딸과 행복하게 살 거다. 여기서 많은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 정말 못된 사람 많은 거 같다. 걱정해주시는 것만큼 하나씩 하고픈 말 풀면서 세상 더 잘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보도된 기사를 통해 거짓 또는 악의적이거나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날 전청조의 사기에 관해 뒷받침해주는 증거와 자료들이 언론에 공개됐다. 전과도 점차 밝혀졌다. 전청조는 ‘원금 보장 투자 사기’ ‘결혼 사기’ ‘재벌 3세 사칭’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현금을 편취했다. 전청조에 관한 다수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재혼 발표 후 혼외자·성전환·임신 수면 위로
“악마에게 속았다” 폭로 상황 180도 뒤집혀

남현희는 논란이 거세지자 “다 전씨가 하자고 주도해서 움직인 것들이 거의 다”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전청조가 상위 0.001%의 고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펜싱 사업이기 때문에 집도 시그니엘로 이사해야 하고 명품을 입어야 하고 고가의 차를 타야 한다며 자신을 조종했다”고 설명했다. 남현희는 전청조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이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전청조가 가짜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인 것처럼 속였으며 “내가 파라다이스를 물려받을 건데 나도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러나 사설탐정 겸 유튜버 ‘카라큘라’가 전청조 사기 사건 관련 남현희의 공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건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카라큘라는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커뮤니티에 ‘남현희 감독님, 정말로 무고한 피해자 맞습니까’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카라큘라는 벤틀리 소유주, 펜싱협회, 대기업 아나운서 출신 며느리, 펜싱 학원비 등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카라큘라는 “남현희가 전청조에게 선물받은 벤틀리는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3억8000만원 상당의 ‘남현희 소유’ 차량이며 이와 더불어 채무 변제금과 명품 선물까지 합치면 남현희는 전씨에게서 최소 10억원을 제공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청조가 평소 타고 다니던 벤츠 마이바흐 차량은 남현희 명의로 계약된 리스 차량이다. 심지어 마이바흐가 아닌 벤츠 S450 차량으로, 엠블럼만 가짜로 붙인 짝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전청조가 펜싱계에 30억원을 투자한다는 빌미로 펜싱협회장을 함께 만나서 차기 회장 자리 약속받고 밥도 먹고 술도 먹은 것도 남현희는 원치 않았던 일인데 전청조가 푸시해서 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사기 공범?
진흙탕 싸움

다만 펜싱협회 관계자는 전청조와 만남을 가진 것은 맞지만 문제가 될까 우려해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남현희 측이 투자 대가로 차기 협회장 자리를 요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카라큘라는 “펜싱 클럽에 자녀를 보낸 모 대기업 일가의 며느리이자 아나운서 출신으로 유명한 학부모를 전청조에게 소개해준 것도 남현희 본인 아니냐”며 “본인 개인 빚 1억4000만원은 왜 전청조가 대신 갚아줬나? 이것도 본인은 원하지 않은 건데 전청조가 억지로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펜싱 클럽서 교육생들에게 사업자 통장이 아닌 개인 통장으로 교육비를 받으셨던데 설마 이것도 전청조가 억지로 시킨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기친 돈으로 함께 호의호식하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난 뒤 ‘난 몰랐다’는 눈물의 호소와 의혹을 제기하는 자들에게는 무더기 경찰 고소(했다)”라며 “화가 난 일가 친척들이 집으로 달려가 말싸움이 벌어지고 새벽 4시에 경찰이 출동할 만큼, 난리가 났던데 혹시 벤틀리가 전청조가 사준 올캐시 현금 차량인 걸 그동안 가족들에게 숨겼던 것이냐”고 남현희의 모순적인 행동을 지적했다.


입을 다물고 있던 전창조도 남현희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은 더욱 깊어졌다. 전청조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유명 그룹의 혼외자이자 재벌 3세가 아닌 할머니와 함께 자란 ‘법적 여성’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앱 개발 등 투자 사기로 고소·고발된 사건에 대해 금전적 이득을 챙긴 사실도 인정하면서도 받은 투자금 대부분은 남현희와 남현희의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남현희 대출금 갚아주고, 남현희 차 사주고 남현희 딸에게 용돈 등으로 쓰이기도 했고, 남현희 어머님한테 매달 용돈 드렸고, 남현희 명품 뭐 이런 것들 카드값 내주고”라면서 “따로 모아놨거나 그런 돈은 없다”고 반박했다.

전청조는 남현희가 재벌 3세가 아니라는 자신의 실체를 지난 2월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재벌 3세로 사칭하려 기자 역할 대행을 고용한 사실을 남현희가 알아챘고, 그 당시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놨다는 것이다.

또 현재 법적으로 여성이 맞고 성전환이 끝난 게 아니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법적으로 여자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고, 남자가 되기 위해 현재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대질조사 요구
수사 상황은?

지난 7월 가슴 절제 수술을 했는데, 이는 남현희가 먼저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남현희가)저한테 줄곧 ‘너가 가슴 때문에 남들한테 여자라고 들키겠어’라는 말을 했고, 진심으로 (남현희를)사랑했기 때문에 저 또한 큰 결심을 해서 수술을 하러 간 거였다”고 말했다.


또 남현희에게 가짜 임신테스트기를 건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도 함께 찾았는데, 의사로부터 ‘유산이 된 것 같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전청조는 “임신테스트기는 모두 경호원분들이 사서 전달했고 두 줄이 나왔다”고 했다. 남현희가 자신과의 관계로는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아이를 낳자고 한 이유에 대해 전청조는 “누구 아이라도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현희는 전청조의 범행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청조와 대질조사를 경찰에 요구했다. 남현희 측 변호인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조사에도 응하겠다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요청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재판 과정서 직접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 하지만 공범 의심을 받는 남현희가 억울함을 벗겠다는 뜻으로 이를 신청했으며 전청조와 직접 만나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청조를 고소·고발한 다수 건에 관한 수사는 서울송파경찰서 관할로 병합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전청조에 관한 체포영장과 통신내역 등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다음날 서울동부지법은 오후 1시45분경 전청조에게 청구된 체포·통신·압수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압수영장은 청구된 2건 중 1건만 발부됐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전청조를 경기도 김포 소재의 친척집서 체포했다. 앞서 지난 2일, 경찰은 전청조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언론 플레이’ 서로에게 자충수
사기 가담 여부…조만간 조사

경찰에 따르면 전청조에 의한 사기 범행 피해자 수는 15명으로 피해 규모는 19억원이 상회한다. 전청조는 조사 과정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청조는 사기 혐의와 별건으로 스토킹 혐의, 아동폭행 혐의로 성남중원경찰서에서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현희가 전청조에게 받은 벤틀리 차량이 남현희의 명의로 등록돼있고 전청조가 운영한 펜싱학원 수익을 본인 계좌로 받았다는 정황이 곳곳서 나오면서 남현희가 공범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남현희는 아직 입건되지 않았다. 다만 남현희에 대한 고소도 진행된 만큼 조만간 입건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청조가 범죄수익을 남현희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한 만큼 남현희는 사기 및 범죄수익 관련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현희와 전청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남현희의 사기 행위에 대한 공조 및 가담 여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현희가 전창조의 사기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의 신용을 이용하도록 하고 이익을 분배받았다면 사기죄에 대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망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방조범으로 같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남현희가 전청조의 피해자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줬다는 증언이다. 남현희가 전청조의 기망 행위를 인지하고도 전청조가 데려온 사기 피해자들에게 요리를 해줘 신뢰를 쌓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남현희에 대한 고소도 같이 진행되고 있기에 단순 참고인으로 볼 수 없다. 전청조의 앞선 진술도 있기에 남씨가 사기 및 범죄수익 관련 피의자로 전환될 것 같다”며 “남현희가 요청한 대질조사를 통해 스스로 ‘혐의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현희, 전청조의 주장이 상이한 만큼 중요한 증거가 있다.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이 MBN서 공개한 전청조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전청조는 남현희가 경찰에 제출한 자신의 ‘세컨폰’에 공모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해당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도 진상규명에 열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30일 정례 간담회서 “전청조 관련 사건을 국가수사본부 차원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남씨의 공범 여부도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라고 말했다. 송파경찰서는 현재 남현희 측과 참고인 조사와 고소인 조사 시점을 조율 중이다. 

여전히 피해자
공범입증 쟁점

남현희는 여전히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현희는 송파경찰서에 전창조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고소장 및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에 대해서도 무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앞서 김 의원은 경찰에 전청조의 사기와 관련해 “남현희는 전청조로부터 명품 가방 등을 선물받았고, 전청조가 (투자금을 돌려 달라는)피해자들에게 ‘남현희에게 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관계로 보인다”며 남현희의 공범 여부를 수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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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