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취 진동’ 냄새나는 대장동, 왜?

‘하수 스캔들’ 과태료 때리면 땡?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원주민 L씨는 매일 매일 하수구 뚜껑을 열어본다. 오늘은 좀 나아졌을까? 그대로다. 해결책은 딱히 없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생물을 투여하는 게 전부다. 구청에 해결책을 물어도 별다른 답이 없다. 이제는 개인하수처리시설 전문가가 다 됐다. 21세기. 2023년에 누가 내 집 앞 오수 때문에 고통받을 줄 알았을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자리한 조용한 한 빌라. 바로 앞에는 하천이 흐른다. 앞으로 흐르는 동막천의 물로 이곳 주민들은 농사도 짓는다. 어렸을 때는 물에 들어가 물장구를 칠 만큼 맑았다. 대장동 원주민 L씨(대장동 우계이씨 31대손) 역시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문 열고 
나가면…

그러나 최근 빌라에 터를 잡은 L씨와 이곳의 주민들에게 악몽이 닥쳤다. 몇 명 살지도 않는 조용한 빌라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과태료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L씨의 집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다리를 지나야 비로소 보인다. 차에서 내려 동막천을 마주했을 때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여름이 다 지났음에도 악취는 계속 났다. 

물에는 이끼 대신 찌꺼기가 채 걸러지지 못한 채 관에 걸려 있어 냄새가 더욱 심했다. 물을 배출하는 커다란 관에서는 오염수가 그대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뿌연 오염수는 그대로 낙생저수지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L씨는 “이 관을 통해 인분까지 나온다. 물 사용량이 많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 더욱 심해진다. 겨울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냄새가 덜하지만, 여전하다. 이대로라면 하천 오염이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지난해 7월경이다. 누군가로부터의 민원으로 빌라 내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수질이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처음 주민들은 정화조 청소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수구를 열어봤다. 열어본 하수구에는 새카만 물이 고여 있었고, 거기엔 각종 오염물질이 거의 그대로 방치된 채 악취를 뿜어냈다. 

결국 성남시 물순환과로부터 ‘물을 더럽게 써서 그렇다’는 답변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차 과태료는 120만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물을 더럽게 쓴 탓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나름대로 물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물을 정화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을 기울였다.

이마저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물순환과서 알려준 수질개선 업체 3개사와 주민이 알아본 업체 1개사를 통해 수질개선 작업을 의뢰했으나 모두 의뢰를 거절했다.

결국 L씨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케미컬 업체를 알게 됐고, 미생물을 주입하는 장치를 설치 및 매주 대량의 종균제(폐수정화용 고활성 미생물 제제로서 오수 및 유기성 산업폐수를 처리·정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미생물 약품)를 투입하는 작업을 3개월간 진행했다. 

L씨는 매일 아침 배달된 미생물(짚신벌레, 아메바 같은 종류)을 양손 가득 들고 하루에 100ℓ씩 아침·저녁으로 개인하수처리시설에 쏟아부었다. 개인하수처리시설 침전물 제거에는 8톤 차량 5대를 동원할 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하루에 몇 번씩 하수구 열어봐
빌라 요건에 충족 못 하는 시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차 수질 측정 결과도 기준초과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오히려 1차로 수질 측정을 했을 때보다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3차 역시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이달 10월까지 이곳 주민들이 받은 과태료는 1800만원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수질관리를 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L씨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대장동과 석운동은 공공하수관이 연결돼있지 않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위해서다. 공공하수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자기 땅이라도 건축물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다. 결국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이란 건물서 발생한 오수를 침전 및 분해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빌라에 사는 주민이 평생 하수구를 열어볼 일이 얼마나 될까? L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하루에 두 번씩 하수구를 열어봤다. 열어본 횟수만 100회가 넘는다. 매일 수질 걱정에 하수구 두껑을 열다보니 하수구 뚜껑 역시 몇 개가 깨졌다. 

도면도 함께 뒤졌다. 도면상 L씨의 빌라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30톤(150인용)과 14톤(70인용)짜리로 시공돼있었다. 2m 높이의 정도 시설이다. 알고 보니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용량이 빌라서 나오는 오수를 처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것. L씨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내부가 파손됐는지 내부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L씨는 “그나마 현재 수질이 조금은 나아진 편이다. 검은색 물은 미생물이 없다는 뜻이다. 미생물이 있는 것은 갈색빛을 띤다. 단순히 주민들이 오염을 시킨 게 아니라 시공이 잘못됐다고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수도법을 근거로 1일 오수 발생량 2톤 이상인 주택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시공해 오수를 흘러 보내게 돼있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정화조가 앞에 있고, 뒤에 정화시설이 있는 구조다. 오염물질을 걸러 방류해 유기물질이 쌓여 있으면 다시 정화할 수 있는 곳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고통받는
원주민들

해당 빌라의 전체 통의 용량은 30톤으로 시공과 동일하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폭기(반응조나 저류지 내 오수나 처리물에 산소를 공급하여 미생물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 처리 능력은 그보다 낮은 8톤이었기 때문이다. 폭기를 담는 통만 컸던 셈이다.

L씨가 거주하는 빌라 주민은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세대 중 33%만 거주한다. 많은 인원이 살고 있지도 않음에도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오염도는 심각하다. 인근 다른 빌라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직접 하수구 뚜껑을 열어봤을 때 오염도는 더욱 심각했다. 석유 같은 검은색으로 아예 오수가 고여 있는 지경이었다. 심지어 폭기는 부숴져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하수도법에 명시돼있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오수 발생량은 1인당 200ℓ로 규정하고 있다. 1세대는 440ℓ로 계산한다. 

우리나라는 거실 수를 보통 하나로 계산하는데, 계산법은 N=2.7+(r-2)*0.5(N=세대 인원, r=주택의 거실 수)다. 이때 세대 인원은 2.2라는 결과값이 나온다.


이 빌라는 1차 24세대로 계산법을 적용하면 10.5톤의 오수발생량이 도출되고, 2차 15세대는 6.6톤의 오수발생량이 평균 발생량이다. 간단한 계산으로도 폭기 용량보다 많은 오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 결과처럼 해당 빌라는 10.5톤 이상의 폭기가 필요한 곳이다. 단순히 주민들의 잘못인 줄 알았으나 처리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상식적으로 만수가 돼있는 상태서 8톤의 능력을 가진 시설로는 10.5톤 이상의 오수가 유입되면 정화가 되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주민들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의 폭기 용량이 왜 갖춰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들은 기술지원까지 받아가며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나섰다. 

책임 돌리기
법적인 한계

당시 기술지원은 경기도 환경보건연구원서 공무원과 함께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현장에 참여한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빌라 1차 24세대의 개인하수처리시설 정화 능력은 8톤, 빌라 2차 15세대의 정화 능력은 3.77톤이다. 현재 세대의 오수를 정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씨는 준공 당시 구청의 공무원들이 나와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L씨는 “(공무원들이 나와)사진을 찍고 규격에 맞게 했는지 시운전을 하면서 물이 정확하게 정화됐는지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당구청서 환경부에 인증받은 제품을 환경부서 인증한 시공업체서 서류 몇 장으로 결재를 요청하니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L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요청한 시험 성적서와 시운전 자료는 구청서 갖고 있지 않았다. 참을 수 없던 주민들은 결국 구청에 항의하러 찾아갔지만,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바뀌는 게 없었다.

L씨와 주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청서 허가를 해줬으니, 악취 문제도 개선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하수도법과 관련해 수질 측정은 1년에 4회 이뤄지는데, 수질 측정을 중지 또는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수질개선이 시설의 능력이 떨어져 개선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또 그동안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고도 입을 모으고 있다.

구청은 여전히 이곳 주민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중이다. 주민들은 ‘과태료 부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내 현재 진행 중이다.

“잘못해놓고 떠넘긴다”
분당구청 안일한 대처

주민들은 과태료 소송서 패배하고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수질 측정 대상이 돼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지속적으로 과태료를 내야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과태료를 내면서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버티자는 의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연결 역시 지속적으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L씨와 주민들은 분당구청뿐 아니라 시공사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개인하수처리시설을 매립할 때, 환경부 인증 제품을 사용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용량인데 과연 제대로 따져본 게 맞냐는 의구심에서다.

<일요시사>는 해당 빌라에 개인하수처리시설 시공을 한 업체에 직접 물었다. 해당 업체는 “분당구청에 문의하라”며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빌라의 처리 능력에 떨어지는 제품을 설치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업체 관계자는 “정당하게 오수량을 산정해서 합당한 공사를 해 준공까지 난 사안”이라며 “사후관리를 못한 주민 탓이며 과학적으로 산정된 근거에 따라 시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2007년 하수도법이 개정되면서 수질 기준 초과로 발생하는 과태료는 오롯이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도록 법이 변경됐다. 이때 환경부서 인증받은 업체만 제작 및 시공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개정법은 여러 폐단을 낳았다. 전국적으로 심각한 오폐수 문제 발생은 당연했고, 불량하수처리시설도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도 등록 제품에 대한 준공 취소는 거의 불가능했다.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비로소 성능 검사와 관련된 법안이 강화됐다. 

통상 건축 허가가 신청되면 편의상 건축과서 하수처리시설, 정화조 허가가 나간다. 과거에는 제품이 인증, 등록이 돼있으면 시험 조사가 다 통과돼 그대로 사용했다.

책임 소재의 여지가 있는 분당구청에도 이 빌라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검증됐다고 건축과서 하나하나 확인하는 게 아니다. 등록된 제품을 써 당연히 검증된 것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분당구청의 말 대로라면 제품이 이미 인증됐기 때문에 구청서 별다른 처리를 할 의무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관계자는 “그 당시 법의 테두리가 조금 세밀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욱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부연했다. 

소유주들은 분당구청서 준공 승인을 내줘 주택을 분양받은 것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범법자가 돼있었다.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지역은 현재 난개발을 막기 위해 건축허가 등이 이뤄지기 어렵다. 2016년 분당구청은 해당 빌라 인근에 건축물 허가를 승인해주면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시에 관련 조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멋대로 건축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을 많이 받았다.

“시공업자
알았을 것”

기술지원에 나섰던 경기도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등록 제품이기 때문에 허술한 과정에 따라 등록이 나 문제가 생겼다. 건축주와 주민들 입장에서는 성능검사를 받은 제품을 선택해 묻었는데,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시공업자가 정상적으로 중공 채수했을 때 방류 기준이 초과되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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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단독 인터뷰] ‘김건희 디올백 몰카’ 최재영 목사에 물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 목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함정 취재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북한 개입설’을 거론하면서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최재영 목사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남북 문제나 국제 정세 등을 김건희 여사에게 조언하려 접촉했다.” 지난달 30일 최재영 목사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전달했던 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성공에 대한 축하의 의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양평 사건’에 관한 김 여사의 대처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폭로의 계기가 된 것이다. 극단적 관점 고치려 조언 최 목사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모처서 진행됐다. 그는 여러 번을 북한에 다녀온 미국 시민권자인 재미교포다. NK(New Korea) Vision 2020이라는 단체의 대표와 손정도 목사기념학술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관점이 굉장히 극단적이라고 평가한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한 내용 중 선제타격론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북, 반김, 반통일, 친일, 친미 스탠스가 뚜렷했다. 한국은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안 되는 나라”라며 “중립적으로 현명한 외교·안보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는 통일과 대북정책을 이원화해왔다. 이 두 가지는 명백하게 다르다. 하지만 현재의 통일부는 두 개를 하나로 묶은 상황이다. 통일부가 아니라 북한 자체를 적대시하는 대북부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지난해 1월부터 카카오톡 메신저 등을 통해 김 여사에게 극단적으로 바라보면 해결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인 신뢰를 계기로 윤 대통령 취임식 행사는 물론, 신라호텔 영빈관서 열린 와인 만찬에도 초청됐다. 환대를 받은 최 목사는 취임식 40일 뒤인 지난해 6월20일 윤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를 하기 위해 김 여사를 찾았다. 같은 해 9월13일에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찾은 최 목사는 김 여사를 만났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준비되지 않아 윤 대통과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김 여사는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업무를 처리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최 목사는 소형카메라가 내장된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고 이를 통해 김 여사와의 만남을 촬영했다. 당시 코바나컨텐츠 앞에서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최 목사에 대한 보안검색을 진행했지만 최 목사의 손목시계를 풀도록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총 5차례 김 여사에 줄 선물을 준비했다. 두 번은 디올과 샤넬 명품이었고, 나머지 세 번은 자신이 쓴 책과 5만~6만원 상당의 술, 비싸지 않은 일반 의류였다. 김 여사는 6월에는 직접, 9월에는 비서를 시켜 최 목사와 면담 약속을 잡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그를 만나 명품 선물을 받았다. 취임 40일 후 6월·9월 인사차 방문 소형카메라 내장 손목시계 차고 촬영 최 목사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4개월 간 총 10차례 정도 김 여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 중 딱 두 번만 면담이 이뤄졌다. 명품 선물을 준비했던 지난해 6월과 9월이다. 이후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가방은 ‘김건희 7시간 녹취록’ 폭로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로부터 건네졌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건네줬던 명품들과 두 번째 만남을 촬영했던 손목시계 카메라 등의 출처도 이 기자였다. 이 기자는 “목사님이 김 여사를 자주 만나서(취재를 위해) 그 사람 행보를 좀 알고 싶었다”며 “최 목사가 김씨와 더 친해지게 만들기 위해 해당 물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최 목사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던 지난해 3월, 같은 진보진영서 활동하며 김 여사와 사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기자에게는 <서울의 소리> 관계자를 통해 내가 먼저 연락했다. 처음에는 김 여사와 이 기자가 만나 화해하게 하려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여사와 최 목사 간의 카카오톡 대화록을 보면 김 여사는 이 기자를 극도로 싫어했다. 김 여사는 최 목사에게 “인간도 아니다. 공손하게 양해를 구했고 사연까지 말했다. 어머님이 구속됐을 때라서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전달하려던 건 최 목사만이 아니다. 최 목사가 김 여사를 접견한 날 쇼핑백을 준비한 인물 3명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남성 2명과 여성 1명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쇼핑백 3개 중 하나는 ‘Shilla Duty Free’라는 영문이 보이는 신라면세점 쇼핑백이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들고 있던 쇼핑백 안에는 김 여사에게 주려는 선물이 있었던 건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면담자들 최 목사는 “김 여사를 접견할 다음 차례 사람들이었다. 내가 사무실을 나오자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연이어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부인이 가져간 물품에 대해 내용물까지 확인하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보안 절차 특성상 다수의 경호원이 두 차례나 자신이 가져간 명품들을 확인했다. 그때마다 당황함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안검색을 했다”며 “김 여사가 여러 사람과 면담해왔다면 그만큼 선물을 준비했던 사람도 더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했다. 논란이 된 지 일 주일이 돼가고 있으나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튜브 채널의 일방적 주장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논란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일단 ‘로키’로 대응하면서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함정 취재 문제를 제기하며 북한 배후설, 독수독과론 등으로 초점을 이동시키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서 최 목사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한 이력을 언급하며 “<서울의 소리>가 어디서 공작금을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선물 구입을 위해)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가방 의혹과 관련해 이른바 독수독과론을 내세워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동영상이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이므로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 등 위법 여부를 따져보더라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정치공작’으로 규정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BBS라디오서 “선대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우면서 찾아오고 하면서 결국에는 함정을 파서 정치공작을 펼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식의 취재나 정치공작에 대해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리적 문제? 공익적 목적? 최 목사는 김 여사와 접촉한 날 최측근들을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논란이 됐던 수행원들이었다. 이들은 코바나컨텐츠 출신으로 정모씨는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와 함께 코바나컨텐츠서 여론조작 의혹을 받던 인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씨는 김 여사의 ‘그림자’로 알려졌다. 최측근으로서 김 여사의 일정과 각종 계획을 도맡아 관리해왔다. 지난해 이 기자가 김 여사와 접촉할 때도 정씨를 통해 일정을 확인했다. 정씨는 코바나컨텐츠 정식 직원이 아니었다. 프리랜서 신분으로 김 여사와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회사에 자주 출입하며 사실상 김 여사 ‘비서’ 역할을 자임해왔다. 이 기자도 코바나컨텐츠를 드나들면서 정씨를 여러 번 대면했다. 그는 “김 여사를 포함한 일부 코바나컨텐츠 직원과 심 박사, 정씨가 이 자리서 ‘댓글 작업’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 외에도 공식적인 대선 캠페인에도 참여한 바 있다. 특히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서 윤 대통령의 SNS 계정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지만, 김 여사의 외부 행보가 번번이 논란을 부르자 여권 내부서도 김 여사를 보좌할 공식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서 찍은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사건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더한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폐지 전, 언론을 통해 ‘제2부속실(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을 되살려 김 여사 일정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할지(모르겠다)”며 “저도(대통령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왜 갑자기 폭로했나 “함정 취재? 알 권리 먼저” 이어 ‘김 여사 회사 직원들이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됐다는 논란을 묻는 말에 “(처가)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맞받았다. 이번 사건은 김 여사의 명품 수수 논란 외에도 함정 취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장인수 전 MBC 기자가 함정 취재에 대해 <서울의 소리>에 출연해 했던 발언을 반박했다. 장 전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가 함정 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함정 취재를 하지 않고는 취재원 접근이나 취재가 불가능할 경우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권력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세계적으로) 함정 취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동의할 수 없다”며 한국기자협회가 ‘윤리적 언론은 취재 대상을 존중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고 한 언론윤리헌장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함정 취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정당한 취재라고 보기 힘들다. 다만 윤리적 문제와 공익적 목적이 부딪힐 때, 우리 사회는 취재 결과물에 대해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옳고 그름에 관한 정의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통상 위법을 동원한 취재, 신분을 속인 취재나, 기자 대리인을 통한 취재 등을 말한다. 이번 <서울의 소리> 보도는 수사기관의 함정 수사를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 과정서 경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때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위법적 함정 수사인 ‘범의 유발형’도 떠오른다.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는 일부러 범죄를 유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당사자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서울의 소리>의 취재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함정 취재’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고 있다. 명품백을 직접 사서 최 목사에게 제공했다는 등 취재 취지와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정치 공작? 북한 개입? 그러나 수사기관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낙인찍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 여사가 함정 취재의 피해자라고 인정하면 사실상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의 소리>의 취재 과정에 관해 법적 대응을 하는 순간 이슈가 지속돼 버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소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면 김 여사가 받은 명품백의 행방 등 사실관계가 특정돼야 한다. 자칫 수사기관이 김 여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대통령실이 쉽사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