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악취 진동’ 냄새나는 대장동, 왜?

‘하수 스캔들’ 과태료 때리면 땡?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원주민 L씨는 매일 매일 하수구 뚜껑을 열어본다. 오늘은 좀 나아졌을까? 그대로다. 해결책은 딱히 없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미생물을 투여하는 게 전부다. 구청에 해결책을 물어도 별다른 답이 없다. 이제는 개인하수처리시설 전문가가 다 됐다. 21세기. 2023년에 누가 내 집 앞 오수 때문에 고통받을 줄 알았을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에 자리한 조용한 한 빌라. 바로 앞에는 하천이 흐른다. 앞으로 흐르는 동막천의 물로 이곳 주민들은 농사도 짓는다. 어렸을 때는 물에 들어가 물장구를 칠 만큼 맑았다. 대장동 원주민 L씨(대장동 우계이씨 31대손) 역시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문 열고 
나가면…

그러나 최근 빌라에 터를 잡은 L씨와 이곳의 주민들에게 악몽이 닥쳤다. 몇 명 살지도 않는 조용한 빌라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며 과태료 폭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L씨의 집은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다리를 지나야 비로소 보인다. 차에서 내려 동막천을 마주했을 때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뿜어져 나왔다. 여름이 다 지났음에도 악취는 계속 났다. 

물에는 이끼 대신 찌꺼기가 채 걸러지지 못한 채 관에 걸려 있어 냄새가 더욱 심했다. 물을 배출하는 커다란 관에서는 오염수가 그대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뿌연 오염수는 그대로 낙생저수지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L씨는 “이 관을 통해 인분까지 나온다. 물 사용량이 많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 더욱 심해진다. 겨울에는 바람이 세게 불어 냄새가 덜하지만, 여전하다. 이대로라면 하천 오염이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지난해 7월경이다. 누군가로부터의 민원으로 빌라 내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수질이 문제가 발생한 것을 알았다. 처음 주민들은 정화조 청소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하수구를 열어봤다. 열어본 하수구에는 새카만 물이 고여 있었고, 거기엔 각종 오염물질이 거의 그대로 방치된 채 악취를 뿜어냈다. 

결국 성남시 물순환과로부터 ‘물을 더럽게 써서 그렇다’는 답변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1차 과태료는 120만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물을 더럽게 쓴 탓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나름대로 물 관리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물을 정화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노력을 기울였다.

이마저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물순환과서 알려준 수질개선 업체 3개사와 주민이 알아본 업체 1개사를 통해 수질개선 작업을 의뢰했으나 모두 의뢰를 거절했다.

결국 L씨는 온라인 카페를 통해 케미컬 업체를 알게 됐고, 미생물을 주입하는 장치를 설치 및 매주 대량의 종균제(폐수정화용 고활성 미생물 제제로서 오수 및 유기성 산업폐수를 처리·정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미생물 약품)를 투입하는 작업을 3개월간 진행했다. 

L씨는 매일 아침 배달된 미생물(짚신벌레, 아메바 같은 종류)을 양손 가득 들고 하루에 100ℓ씩 아침·저녁으로 개인하수처리시설에 쏟아부었다. 개인하수처리시설 침전물 제거에는 8톤 차량 5대를 동원할 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하루에 몇 번씩 하수구 열어봐
빌라 요건에 충족 못 하는 시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2차 수질 측정 결과도 기준초과라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오히려 1차로 수질 측정을 했을 때보다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3차 역시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7월부터 이달 10월까지 이곳 주민들이 받은 과태료는 1800만원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수질관리를 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L씨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대장동과 석운동은 공공하수관이 연결돼있지 않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기위해서다. 공공하수관이 없는 지역에서는 자기 땅이라도 건축물 개발 행위를 할 수 없다. 결국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설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이란 건물서 발생한 오수를 침전 및 분해 등의 방법으로 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빌라에 사는 주민이 평생 하수구를 열어볼 일이 얼마나 될까? L씨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하루에 두 번씩 하수구를 열어봤다. 열어본 횟수만 100회가 넘는다. 매일 수질 걱정에 하수구 두껑을 열다보니 하수구 뚜껑 역시 몇 개가 깨졌다. 

도면도 함께 뒤졌다. 도면상 L씨의 빌라의 개인하수처리시설은 30톤(150인용)과 14톤(70인용)짜리로 시공돼있었다. 2m 높이의 정도 시설이다. 알고 보니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용량이 빌라서 나오는 오수를 처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것. L씨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내부가 파손됐는지 내부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L씨는 “그나마 현재 수질이 조금은 나아진 편이다. 검은색 물은 미생물이 없다는 뜻이다. 미생물이 있는 것은 갈색빛을 띤다. 단순히 주민들이 오염을 시킨 게 아니라 시공이 잘못됐다고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수도법을 근거로 1일 오수 발생량 2톤 이상인 주택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을 시공해 오수를 흘러 보내게 돼있다. 개인하수처리시설은 정화조가 앞에 있고, 뒤에 정화시설이 있는 구조다. 오염물질을 걸러 방류해 유기물질이 쌓여 있으면 다시 정화할 수 있는 곳으로 돌려주는 역할을 한다. 

고통받는
원주민들

해당 빌라의 전체 통의 용량은 30톤으로 시공과 동일하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폭기(반응조나 저류지 내 오수나 처리물에 산소를 공급하여 미생물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 처리 능력은 그보다 낮은 8톤이었기 때문이다. 폭기를 담는 통만 컸던 셈이다.

L씨가 거주하는 빌라 주민은 5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체 세대 중 33%만 거주한다. 많은 인원이 살고 있지도 않음에도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오염도는 심각하다. 인근 다른 빌라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직접 하수구 뚜껑을 열어봤을 때 오염도는 더욱 심각했다. 석유 같은 검은색으로 아예 오수가 고여 있는 지경이었다. 심지어 폭기는 부숴져 있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일반적으로 하수도법에 명시돼있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오수 발생량은 1인당 200ℓ로 규정하고 있다. 1세대는 440ℓ로 계산한다. 

우리나라는 거실 수를 보통 하나로 계산하는데, 계산법은 N=2.7+(r-2)*0.5(N=세대 인원, r=주택의 거실 수)다. 이때 세대 인원은 2.2라는 결과값이 나온다.

이 빌라는 1차 24세대로 계산법을 적용하면 10.5톤의 오수발생량이 도출되고, 2차 15세대는 6.6톤의 오수발생량이 평균 발생량이다. 간단한 계산으로도 폭기 용량보다 많은 오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 결과처럼 해당 빌라는 10.5톤 이상의 폭기가 필요한 곳이다. 단순히 주민들의 잘못인 줄 알았으나 처리 능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상식적으로 만수가 돼있는 상태서 8톤의 능력을 가진 시설로는 10.5톤 이상의 오수가 유입되면 정화가 되지 않고 하천으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주민들은 개인하수처리시설의 폭기 용량이 왜 갖춰지지 않았는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결국 주민들은 기술지원까지 받아가며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나섰다. 

책임 돌리기
법적인 한계

당시 기술지원은 경기도 환경보건연구원서 공무원과 함께 개인하수처리시설의 문제점을 점검했다. 

현장에 참여한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빌라 1차 24세대의 개인하수처리시설 정화 능력은 8톤, 빌라 2차 15세대의 정화 능력은 3.77톤이다. 현재 세대의 오수를 정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씨는 준공 당시 구청의 공무원들이 나와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L씨는 “(공무원들이 나와)사진을 찍고 규격에 맞게 했는지 시운전을 하면서 물이 정확하게 정화됐는지 현장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분당구청서 환경부에 인증받은 제품을 환경부서 인증한 시공업체서 서류 몇 장으로 결재를 요청하니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L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요청한 시험 성적서와 시운전 자료는 구청서 갖고 있지 않았다. 참을 수 없던 주민들은 결국 구청에 항의하러 찾아갔지만,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고 여전히 바뀌는 게 없었다.

L씨와 주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개인하수처리시설의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청서 허가를 해줬으니, 악취 문제도 개선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두 번째는 하수도법과 관련해 수질 측정은 1년에 4회 이뤄지는데, 수질 측정을 중지 또는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애초에 수질개선이 시설의 능력이 떨어져 개선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또 그동안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고도 입을 모으고 있다.

구청은 여전히 이곳 주민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중이다. 주민들은 ‘과태료 부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내 현재 진행 중이다.

“잘못해놓고 떠넘긴다”
분당구청 안일한 대처

주민들은 과태료 소송서 패배하고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수질 측정 대상이 돼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지속적으로 과태료를 내야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과태료를 내면서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버티자는 의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연결 역시 지속적으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L씨와 주민들은 분당구청뿐 아니라 시공사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개인하수처리시설을 매립할 때, 환경부 인증 제품을 사용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용량인데 과연 제대로 따져본 게 맞냐는 의구심에서다.

<일요시사>는 해당 빌라에 개인하수처리시설 시공을 한 업체에 직접 물었다. 해당 업체는 “분당구청에 문의하라”며 “답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빌라의 처리 능력에 떨어지는 제품을 설치한 게 맞느냐’는 질문에 업체 관계자는 “정당하게 오수량을 산정해서 합당한 공사를 해 준공까지 난 사안”이라며 “사후관리를 못한 주민 탓이며 과학적으로 산정된 근거에 따라 시공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2007년 하수도법이 개정되면서 수질 기준 초과로 발생하는 과태료는 오롯이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하도록 법이 변경됐다. 이때 환경부서 인증받은 업체만 제작 및 시공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개정법은 여러 폐단을 낳았다. 전국적으로 심각한 오폐수 문제 발생은 당연했고, 불량하수처리시설도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까지도 등록 제품에 대한 준공 취소는 거의 불가능했다. 지난해 12월이 돼서야 비로소 성능 검사와 관련된 법안이 강화됐다. 

통상 건축 허가가 신청되면 편의상 건축과서 하수처리시설, 정화조 허가가 나간다. 과거에는 제품이 인증, 등록이 돼있으면 시험 조사가 다 통과돼 그대로 사용했다.

책임 소재의 여지가 있는 분당구청에도 이 빌라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검증됐다고 건축과서 하나하나 확인하는 게 아니다. 등록된 제품을 써 당연히 검증된 것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분당구청의 말 대로라면 제품이 이미 인증됐기 때문에 구청서 별다른 처리를 할 의무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관계자는 “그 당시 법의 테두리가 조금 세밀하지 못했다. 앞으로 더욱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부연했다. 

소유주들은 분당구청서 준공 승인을 내줘 주택을 분양받은 것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범법자가 돼있었다.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 지역은 현재 난개발을 막기 위해 건축허가 등이 이뤄지기 어렵다. 2016년 분당구청은 해당 빌라 인근에 건축물 허가를 승인해주면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시에 관련 조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멋대로 건축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을 많이 받았다.

“시공업자
알았을 것”

기술지원에 나섰던 경기도 환경보건연구원 관계자는 “등록 제품이기 때문에 허술한 과정에 따라 등록이 나 문제가 생겼다. 건축주와 주민들 입장에서는 성능검사를 받은 제품을 선택해 묻었는데, 피해자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시공업자가 정상적으로 중공 채수했을 때 방류 기준이 초과되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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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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