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은 껌?’ 부자 무당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24 14:29:35
  • 호수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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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식으로 손님 받는 무속인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어떤 문제든 해결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살면서 문제를 풀 수 없어 고통스럽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도 하지만, 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바로 무당을 찾아가 점사를 보거나 굿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이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민속신앙사전>에서 무속은 ‘현세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추구하는 현세 긍정의 종교’라고 정의돼있다. 무당은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불교, 기독교가 죽음 이후(사후 세계)를 신경쓰는 것과 달리, 무속은 현실서 잘사는 방법을 찾는다. 한때 정부 통계에 잡힌 무당 수가 100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잘살고
싶어서”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거나 상담을 받는 사람은 다양하다. 사업가, 정치인은 큰일을 치르기 전에 무당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일반인도 학업, 연애, 결혼, 이사 등의 이유로 무당을 찾는다. 또 ‘일상생활서 귀신을 본다’ ‘가위에 자주 눌린다’ ‘몸이 아픈데 병원서 이유를 모른다’ 등의 영적인 이유로 무당을 찾기도 한다.

무당이 점을 보러 오는 사람의 과거를 잘 맞히고, 제시한 해결책이 닥친 문제를 없앴다고 소문나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렇게 유명한 무당이 되면 예약이 최소 3개월서 길게는 2년까지 잡힌다. 하지만 국내 무당 수가 100만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모든 무당이 성공할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인기가 없는 무당은 어떤 방식으로 무당 일을 하는 것일까?


네이버 닉네임 ‘영특영석’(이하 영석)씨는 지난해 6월6일 무속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명은 ‘무사귀한 점술킹 :: 사주, 신점, 신굿, 타로, 운세, 점집, 꿈해몽’이다. 영석씨가 해당 카페를 만든 것은 자신이 무당에게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인근 카페서 만난 영석씨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주식 전문가로 1년간 주식투자를 공부하고 전국 주식투자 대회서 5위에 올랐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고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2억6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돈은 많이 벌수록 투자 비용을 키웠는데, 담보대출로 15억원을 받기도 했다.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회복했기에 스스로를 ‘오뚜기’라고 생각했고, 큰돈을 벌 때는 천재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욕심을 키우던 영석씨는 결국 주식으로 망했다. 인생에 회의감마저 들었던 이때 기댄 것이 무당이었다. 애초 영석씨 부모도 무당을 맹신해 10년 동안이나 찾아가 굿도 몇 번씩 했다. 영석씨 부모가 오랜 기간 무당을 찾자, 무당은 영석씨에게 “굿하는 방법 등을 전수해주겠다고”까지 말하던 사이였다. 

영석씨와 영석씨 부모는 주위서 돈을 투자하라고 하는데 괜찮은지 궁금한 마음에 자문을 구하기 위해 무당을 찾아갔다. 무당은 “신뢰할 수 있는 투자다. 사기꾼 아니고 돈 받을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조언했지만, 이는 틀린 점사였다. 영석씨는 직업 사기꾼에게 8000만원을 잃었다. 주식으로도 한차례 돈을 날린 상황서 재기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주식투자 망해 점집 찾아갔지만…
방송 출연자들은 진짜 영험할까?

영석씨는 “무당을 맹신하는 사람한테 점사가 틀리면 치명적이다. 나도 그랬다. 그때부터 무당을 정말 많이 만났는데, 믿을만한 무당은 극소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무당과 무당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의 정보를 모았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가 말한 ‘믿을 수 없는 무당’은 광고를 많이 하는 무당이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유튜브 무당 채널에 출연한 무당은 영험해서 출연하는 게 아니었다.

영석씨는 “무당이 출연해서 점, 굿, 퇴마 행위를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이런 곳은 공통점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연예인을 섭외해 점을 본다. 무당이 소속사에 돈을 내고 연예인이 출연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속사에서 영험한 무당을 찾아 출연 제의를 하는 게 아닌, 무당이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해 무당 채널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다. 

영석씨 설명에 따르면, 무당은 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한 시즌에 많게는 7500만원을 내며, 시즌당 10~15편 정도의 방송을 만든다. 출연이 결정되면 무당 소속사는 방송을 외주업체에 맡긴다. 그리고 광고비 때문에 케이블 방송에도 송출한다. 연예인 방송을 할 때는 연예인 인지도에 따라 500만원서 1000만원을 더 낸다.

이런 과정 때문에 무당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30% 정도다. 이런 식으로 무당 프로그램에 나온 무당은 그냥 ‘광고를 많이 쓴 무당’이다.

영석씨는 “무당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도 중간에 퇴출당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무당들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100억원은 그냥 번다. 100억원은 적게 번 걸 수도 있다. 홍보해서 유명해졌으니까. 그런데 실력은 없으면서, 홍보비로 쓴 비용 때문에 다른 무당보다 점을 보러 온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기본이
7500만원

무광고로 영험하다고 소문난 무당들은 이렇게 돈 벌 필요가 없다. 무당 프로그램에 나온 A 무당은 다른 무당보다 점사 비용이 10배 비싸다. 일반적으로 무당이 점사를 보면 1시간에 10만원이다. 하지만 그는 점사 비용만 100만원하는 특별 점사를 따로 만들었다.

특별 점사를 받지 않아도 1인당 점사 비용이 10만원이면, 4인 가족의 경우 40만원이 된다. 그렇다고 A 무당이 1시간 동안 점을 보는 것도 아니며 20~30분만 점을 본다.

영석씨는 “A 무당이 직접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하루에 점사를 많이 볼 때는 20명까지 보는데 이 경우 하루에 400만원 버는 것”이라며 “사실 점사는 큰 문제가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나 굿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무당은 처음 점사를 볼 때부터 굿을 볼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서 점을 본다. 굿을 할만한 사람이면 1시간을 채워서 점을 본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굿을 보라고 해도 흘려들을 수 있지만, 힘든 일을 겪어서 마음이 아픈 사람은 이를 그냥 넘길 수 없다.

영석씨는 “무당들이 굿을 하라고 제안하는 건 빙의, 산소 탈, 조상 천도, 상문 부정, 삼재, 9수, 신내림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를 엮는다. 굿 비용만으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도 제시한다”고 유튜브 광고 무당의 실체를 토로했다.


만약 손님이 무당에게 1000만원에 굿을 한다고 치자. 실제로 굿을 한 뒤에 사업, 대학입시 등에 성공하고, 건강이 회복된다면 하등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 ‘광고를 많이 하는 무당’에게 굿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다.

영석씨는 이런 과정이 다단계 형태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통 1000만원짜리 굿을 하면 실제로 무당이 가져가는 돈은 200만원 정도로 굿당에 50만원 정도 내고, 굿에 사용되는 용품 구입비, 차비 등의 경비도 많이 나간다. 그러나 비용 중 신 스승에게 바치는 돈이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 스승은 신 부모, 신 선생으로도 불린다. 무당이 될 사람을 도와 신내림굿을 해주는 사람으로, 무당이 되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내림굿 후에는 제대로 된 무당을 위한 길잡이가 된다. 제대로 된 신 스승이라면 제자 혼자서 무당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지만, 어떤 무당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제자를 키운다.

정해진
시스템

영석씨에 따르면 제자가 굿을 하면 신 스승과 5:5로 돈을 나누는데 비율은 신 스승 마음대로다. 스승이 8할이나 9할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으며 제자가 10명일 경우, 굿할 때마다 단돈 5만원이라도 제자 10명에게도 돈을 준다.


이 같은 시스템은 굿을 하는 주체가 누군지에 따라 다르다. 신 스승이 굿을 하면 제자와 돈을 나누지 않지만 자신이 번 돈을 신 스승이 많이 가져가도 제자는 항의할 수 없다. 신 스승은 제자에게 “네가 나한테 기술을 배우니 돈을 줘야 한다. 돈 안 주고 기술 안 배울래? 혼자 무당 생활을 할 수 있냐”고 협박을 한다. 

제자가 많은 신 스승이 돈을 많이 버는 이유는 제자들이 무당이 됐어도 생활을 유지하는 데 다시 굿을 하기 때문이다. 무당은 무당이 됐어도 ▲할아버지를 대접해야 한다 ▲굿 안 해서 부정 탔다 ▲잘 불리려면(무당으로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 굿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끝도 없이 굿을 해 신 스승이 돈을 번다.

제자가 스스로 신 스승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일은 무한 반복된다. 제자가 잘 불리면 굿을 더 많이 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신 스승만 좋은 구조다.

영석씨는 제자가 많은 무당은 제대로 된 무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당 중에 제자가 10명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내림굿을 몇 명에게 권했을까? 내가 볼 때는 최소한 200명에게 권했을 것이다. 아무나 다 신내림받으라고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무당을 찾는 사람들 중 ‘행복해서’ ‘하는 일이 잘돼서’ ‘몸이 건강해서’ 찾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무당이 “네가 신내림을 받아야 문제가 풀린다”고 말하면, 이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손님이 무당에게 “내가 이상한 꿈을 꾼다” “계속 건강이 안 좋다” “가족이 아프다”고 말하면 무당은 “네가 신내림을 받아야 인생이 풀린다”고 말하는 식이다.

무당들은 “내가 내림굿 해서 네 말문 틔워줄게” “너 먹고 살도록 만들어줄게” “너 무당 만들어줄게”라고 제안한다. 은근슬쩍 무당이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림굿을 받아도 말문이 트이지 않거나 살림살이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제자가 굿 따오면 
스승과 나눠 가져

실제로 굿내림을 받은 한 무당 제자가 신 스승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 징역을 살도록 한 사례도 있다. 

신 스승과 제자가 서로 욕하면서 싸우기도 하며, 여성 제자를 만들어서 성관계하는 것으로 유명한 B 무당도 있다. B는 이미 이혼도 여러 번 한 상태다.

B에게 신내림을 받으러 간 20대 여성은 고아로 자라, 그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B는 제자에게 “나를 가지면 큰 무당이 될 수 있다”고 꼬드겼다. 다행히 20대 여성은 그날부로 B에게서 도망쳤지만, 이런 식으로 당한 신 제자가 많다. 지금 B는 성매매 업소를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B가 신도나 신 제자에게 돈을 갈취하진 않는다. 그는 심신미약자 신도를 상대로 여러 번 굿을 했다. 당시 신도는 교통사고를 낸 상황이었다. 이 틈을 타 B는 “네가 죄를 지었으니 굿을 해야 한다”고 죄책감을 건드렸다.

이처럼 한 명의 신도에게 여러 번 굿을 하도록 하는 방식은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결국 10억원 이상 배상하라는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성매매 알선, 근로기준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의 판결을 받은 무당들도 있다. 이들은 여성 신도가 찾아오면, 신이 들어와 빙의된 것처럼 말한다. “할머니가 지금부터 얘기해줄 테니 편하게 들어”라며 신도에게 술집 아가씨로 일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원래 술집 마담 출신으로, 신도들에게 은근슬쩍 술집서 일하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귀띔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신도는 이런 상황서 술집에 나가게 됐다.

이외에도 “지금 굿을 하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가 죽는다” “네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자식한테 내려간다” “네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집안이 망한다” 등으로 신도들을 협박하는 유명 무당이 많다.

지난 8월에는 한 무당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영석씨는 “이 무당은 방송으로 유명해졌는데 사람들에게 돈 받고 굿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일이 쌓였다”며 “이런 일이 소문이 나면서 인터넷 카페서 욕을 많이 들었다.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쳤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무당이 영험하다면 광고가 필요 없다. 실력 있는 무당이 소문나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서 쉽게 소문이 퍼진다. 전부는 아니지만 광고하지 않는 무당이 영험하다는 것이다. 광고를 하는 무당 중에는 아동을 살해한 무당도 있어 점 보러가기 전 확인해야 한다. 신도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무당 역시 멀리하는 것이 좋다.

문제 많은
신내림

영석씨는 “신내림이 특히 문제가 많다. 신내림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도 받은 경우가 너무 많다. 국내 무당 중 제대로 된 무당은 극히 드물다.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보거나, 자기도 모르게 점을 본다”며 “이런 경우가 아니면 신내림을 받으면 안 된다. 또 제대로 된 무당은 상식적인 선에서 요구하고, 굿을 한다고 인생이 한 번에 풀리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무당은 평생 제자를 1~2명만 키운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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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