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헬스장서 트레이너에게 보디 프로필 도전을 권유받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다가 섭식장애가 생긴 사연입니다.
폭식증은 음식을 조절할 수 없는 식이장애 중 하나다. 폭식증이 생기면 폭식 행동과 몸무게 증가를 막으려는 목적으로 구토 행동을 반복한다. 이를 줄여서 ‘먹토(먹고 토하기)’ ‘먹뱉(음식을 씹고 뱉는다)’이라고 부른다. 폭식증이 생기는 남녀 비율은 1:15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11세부터 35세까지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병한다.
섭식장애
폭식증 환자는 맛을 보지 않고 기계적으로 먹는다. 복통과 구역질이 날 때까지 먹은 다음 몸무게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에 손을 넣어 억지로 토하거나 변비약, 이뇨제 등 약물을 사용한다.
폭식 시에는 달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폭식 후 죄책감, 자신에 대한 혐오감, 열등감, 낮은 자존감 등을 느낀다. 폭식증 환자는 폭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숨기고, 체중 조절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외형적으론 날씬한 경우가 많다.
폭식증 환자는 ▲일정 시간 동안 일반적인 사람보다 확연히 많이 먹거나 ▲음식을 먹는 중 자제할 수 없고 ▲자신의 몸매와 체중에 의한 자기 평가가 지나친 것이 반복된다. 거식증이나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거식증과 폭식증 환자는 극단적 체중 감소로 탈모, 피부 건조,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신장과 심장 기능의 장애 등 합병증을 겪는다. 너무 마른 여성의 경우 대뇌에서 호르몬 분비를 차단해 월경이 끊길 수 있다.
또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뇌 위축이 일어나 집중력 저하나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쉽게 초조해하고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해 충동도 느낀다. 다만, 폭식증 환자는 잦은 구토로 식도나 위가 찢어지기도 한다.
누구도 스스로 병에 걸리길 원하진 않는다. 하지만 폭식증은 예뻐지고 싶고, 마르고 싶은 마음을 헤집고 찾아온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마음에 헬스장을 찾은 A씨는 현재 폭식증으로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해 10월 헬스장을 등록했다. 가장 멋있는 몸 상태에서 보디프로필을 찍는 것은 A씨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했다. 코로나19 기간엔 살이 많이 쪘지만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헬스는 예전부터 종종 했던 운동이었다. 운동은 A씨의 취미생활이다.
우울증, 탈모, 자해 충동 등
촬영 끝나고 찾아온 폭식증
다시 등록한 헬스장서 체성분 검사로 몸 상태를 확인했다. 체지방률이 30%였다. 이전에는 20%대였으니, 코로나 기간에 10%p가 늘었다. A씨는 바로 개인 PT를 등록했다. 그러자 트레이너는 “이왕 다이어트하는 거 보디 프로필을 찍는 것으로 목표로 두자”고 권유했다.
트레이너는 A씨에게 5개월 뒤 보디 프로필을 찍자며, 식단을 짜줬다. 한 끼에 닭가슴살 100g, 고구마 100g, 샐러드가 한 끼의 전부였다.
이미 급격하게 살이 찐 몸으로는 운동이 힘들었다. 과거에 운동을 좋아했던 A씨는 이미 없었고, 매일 헬스장서 운동하는 것이 죽을 맛이었다. 식사나 친구를 만나는 등의 기본적 욕구가 제한되니, 체중 강박이 시작됐다. A씨는 헬스장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체성분 검사를 했다. 500g이라도 살이 찌는 날이면 마음이 지옥이었다.
A씨는 “이때 보디 프로필을 포기했어야 했다. 그런데 한 번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마음에 포기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PT 수업을 마치고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을 때 트레이너가 운동 강도를 높이면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운동이 끝난 뒤에는 폭식 충동에 휩싸였다. 바로 집에 가지 못하고 포장마차나 마트를 서성거렸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뒤면 보디 프로필을 찍어야 하니,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방울토마토나 오이였다.
집에서 방울토마토나 오이 등 저열량 음식을 먹을 때면 우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닭가슴살, 고구마는 너무 오래 먹어서 보기만 해도 토할 것 같았다. 특히 보디 프로필 찍는 날이 임박했을 때는 트레이너가 A씨에게 물도 마시지 못하게 했다. 이 모든 게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지옥같은 5개월이 흘렀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었다. 체지방률이 19%까지 내려갔고, 복근이 선명해졌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몸이었고, 예쁜 옷도 입을 수 있게 돼 행복했다. 그렇게 보디 프로필을 찍었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배달시켜 먹고 토하는 나날
“심각하면 입원 치료 받아야”
단기간에 살을 뺀 A씨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다. 자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면서 식탐이 무섭게 고개를 들었다. 보상심리였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 한 번에 2~3개의 메뉴를 시켰으며 항상 술도 빠지지 않았다. 마치 음식을 먹는 폭주 기관차가 된 것 같았다.
그나마 초반에는 체중이 급격하게 늘지 않았다. A씨는 안심하고 폭식으로 나날을 보냈다. 배가 터지도록 먹으니, 살이 찌는 걸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두 달 만에 70㎏을 훌쩍 넘겼다. 그나마 가족이나 친구를 만날 때는 음식을 많이 먹지 않았지만, 주말이 고비였다. 고열량 음료와 디저트를 배달로 잔뜩 시켜놓고 정신없이 먹었다.
이때 A씨는 불현듯 ‘살이 찔 것 같다’는 압박감을 받고 화장실로 가 먹었던 음식을 모두 토해냈다. A씨의 몸은 잔뜩 부었고 살도 쪘다. 눈은 퀭하게 변했다. 처음 구토한 날 A씨는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다.
바로 인근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더니, 담당 의사는 A씨에게 우울증이라고 했다. 현재 A씨는 섭식장애 클리닉서 약물처방과 심리상담을 병행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보디 프로필이 도전이 A씨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 것이다.
정신질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거식증과 폭식증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일부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일부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섭식장애는 체중감소, 구토 등으로 인해 2차적인 문제도 생긴다. 심각한 경우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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