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검경 기싸움 내막

나쁜 놈 vs 더 나쁜 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과 경찰이 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보 공유와 협력이 원활하면 성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수사기관이기에 ‘더 나쁜 놈’을 잡아야 한다. 이는 곧 조직 간 경쟁의 화근이 된다. 검찰과 경찰이 그렇다. 직접수사권이 어느 정도 회복된 현재의 검찰은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경찰의 성과를 자신들이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서 발생했던 롤스로이스 사건의 불씨가 커졌다. 마약으로 시작해 조직폭력배 집단, 불법에 가담한 병원, 업체까지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재까지 압수수색한 병원만 10여곳이 넘는다. 사건 핵심 인물인 롤스로이스 운전자는 구속 기소됐지만 예상치 못한 여러 의혹으로 검찰과 경찰까지 달라붙었다.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던 사건에 검찰과 광역수사단까지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마약서
조폭으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무고한 행인을 쳐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신모(28)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맡았다. 조폭 수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고 평가받는 신준호 부장검사가 수사를 지휘하게 되면서 신씨가 속한 ‘MZ 조폭’ 집단의 실체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중앙지검은 지난 6일 신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신씨는 지난달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남의 한 성형외과서 시술을 빙자해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뒤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서 운전대를 잡았다.

이후 오후 8시10분쯤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서 20대 여성을 차로 치고,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자신이 방문한 성형외과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러 사고 현장을 잠시 떠났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과 관련해 말 맞추기를 하려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신씨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사고 현장 CCTV와 계좌·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신씨의 병원 결제내역 조작 시도, 휴대전화 폐기 등 증거인멸 정황을 발견했다.

신씨는 ‘또래 모임’으로 불리는 소위 ‘MZ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는 중이다. 신씨 자택서 1억원이 넘는 현금이 나왔고, 그가 20·30대 주축의 조직 폭력 모임서 활동하며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다수의 불법 사업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신 부장검사는 하얏트호텔서 난동을 부렸던 수노아파 조직원 39명을 무더기로 기소한 인물이다. 지난 6월 수사 결과 브리핑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파르르 떠는 등 조폭을 향한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 신준호 부장검사 ‘MZ 조폭’ 수사 지휘
“선처 없다. 관련자 및 모든 의혹 철저히 수사”

그는 언론 인터뷰서 “몸에 문신하고 지역구 1등이네, 전국구 별이네 이딴 소리 하면서 모여 노는 게 좀 꼴같잖았다. 자기들끼리 과시하는 게 조폭 세계의 저질 문화다. (조폭들 모습이)아니꼬웠다. 비위가 상했다”며 “이제 조폭과의 전쟁이 사실상 선포됐다. 앞으로는 조폭에 연계됐다고 하면 선처는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신씨가 다녀간 병원들도 수사 대상이다. 그가 다녀간 한 병원은 최근 5년간 환자들에게 마약류를 1만개 이상 처방해왔다. 해당 병원은 경찰이 약물 오남용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한 병원 중 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신씨가 다녀간 강남 논현동 소재의 병원은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환자들에게 디아제팜·미다졸람·졸피뎀·케타민·멘터민·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1만281여개 처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원이 마약류 처방을 내린 환자는 5년간 총 2300여명이었고, 처방 횟수는 4900회에 달한다. 특히 가장 많은 환자들에게 처방된 마약류는 ‘우유주사’로도 불리는 전신 마취제 프로포폴이었다. 프로포폴은 1200명에게 2300회에 걸쳐 처방돼 6600개가 투약됐다. 또 마취제의 일종인 미다졸람은 해당 병원에서 총 600여명에게 1600회에 걸쳐 1800개가 투약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에게 약물을 처방한 병원 10곳 이상을 압수수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 목적이라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코인 사기를 통해 10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사건 직후 경찰서로 신씨를 면회 온 20대 초·중반의 지인들 전부 수억원대의 슈퍼카를 몰고 온 장면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다. 신씨와 그 지인들은 ‘코인 리딩방’ ‘코인투자 컨설팅’ ‘청담동 라운지 카페’ 운영 등을 통해 초기 자본을 형성해왔다.

성형외과
타깃, 왜?

그와 함께 코인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박모(24)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수십억원씩 들어 있는 계좌들을 보여주며 ‘돈 자랑’을 하기도 했다. 박씨 등은 해당 영상서 신씨가 몰았던 롤스로이스 SUV 차량과 람보르기니 등도 자랑했다.

신씨의 코인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는 코인 투자업체를 운영하는 A씨와 B 코인의 판매 대행 계약을 맺고 B 코인 3억4000만개를 넘겨받아 이를 코인 시장서 판 뒤 판매 대금을 해외거래소 계정으로 빼돌린 정황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A씨와 이들의 계약서에는 코인 판매 금액의 50%를 A씨에게 주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신씨와 박씨는 코인을 다 팔고도 수익을 A씨에게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코인 판매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암호화폐 해외거래소인 바이낸스 계정에 빼돌려 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A씨에게서 넘겨받은 B 코인은 전체 유통 물량(당시 5억개)의 60~70%에 달했다. 신씨와 박씨가 판매할 당시 B 코인 가격은 30원을 오르내렸는데, 넘겨받은 물량을 한꺼번에 팔아버리면서 현재는 코인 가격이 1원을 오갈 정도로 떨어진 상태다.

이들은 판매할 코인을 넘겨받아 A씨에게 코인 판매를 원활하게 하려면 매수벽을 세워야 한다며 현금 24억원을 조달하게 했다. A씨는 판매 당일 24억원의 자금으로 매수 호가 주문을 넣어 매수벽을 세웠고, 신씨 등은 그러는 사이 A씨에게서 넘겨받은 코인 전량을 판매했다. A씨에게 ‘매수벽에 사용된 원금을 보전하겠다’는 말은 결국 거짓말이었다.

A씨는 이들에게 속아 자금으로 사용한 24억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한 상태다. 강남경찰서는 신씨 등이 ‘코인 먹튀’ 목적으로 A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신씨는 롤스로이스 사건이 나기 이전부터 강남서에 ‘코인 사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경찰은 신씨 등이 A씨 외에도 다른 코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코인 먹튀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피해자 수는 적지만 금액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사고
가해자 지인?


경찰은 올해 초 신씨와 박씨가 A씨의 B 코인 거래 때 사용한 코인지갑 3개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해당 코인지갑은 제3자의 것이었다. 신씨 일당과 A씨간 계약서에는 양자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제3자에게 코인을 전송할 수 없다고 돼있지만, 이들은 계약 당시부터 이미 차명 ‘코인 지갑’으로 거래했다.

신씨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다. 서울 강남구서 주차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하고 자신의 람보르기니 차량을 타고 달아난 30대 남성 홍모씨는 또한 그의 지인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강남경찰서 수사 결과 홍씨는 마약 간이검사서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 등 3종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건 당시 홍씨는 자신의 차 안에서 윗옷을 들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며 위협했다고 한다. 다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흉기를 목격한 시민들의 신고로 홍씨는 이날 저녁 7시40분께 신사동 한 음식점 앞에서 체포됐다.

목격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체포 당시 홍씨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약에 취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관련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마약 운전’에 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방지3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간 마약류 등을 오·남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약물운전 처벌은 음주운전과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규정돼있었다.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업무 외의 목적으로 처방한 사람에 관한 처벌 수위도 낮아서 실효성 있는 처벌을 위해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지속돼왔다.

강남서, 불법 투약 병원·코인사기 정황 포착
기관 간 갈등 “실적으로 보여줘야” 성과 경쟁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약물운전에 따른 처벌 수준을 현행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해 약물운전에 경각심을 높이고 교통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했다.

또 특별범죄 가중처벌 등의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음주운전과 약물운전을 분리하고, 약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또는 무기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업무 외의 목적 등으로 마약류 등의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에 처벌을 강화하도록 규정해 무분별한 처방이 방지될 수 있도록 했다.

롤스로이스 사건을 두고 검찰은 주로 조폭 수사, 경찰은 마약 불법 투약과 관련한 성형외과와 코인 사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방향은 다르지만 수사 과정서 타 기관에 도움이 될 유의미한 정황을 포착하면 협력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경찰 간부는 “현재 롤스로이스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어떻게든 검찰보다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간부가 많다”고 주장했다.

두 기관 간 갈등은 오늘내일하지 않는다. 최근에도 수사준칙 개정안을 두고 비슷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논쟁은 입법예고가 끝나는 다음달 1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경찰이 보완수사를 전담한다’는 원칙을 지우고 검찰과 경찰이 사건의 특성에 따라 분담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검찰서 사건 수리 후에 한 달이 지난 사건, 상당한 수사가 이뤄진 사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수사 지연을 막기 위해 검찰은 한 달 안에 보완수사 요구 여부를 결정하고, 경찰은 3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도록 했으며,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을 때 경찰은 3개월 안에 수사해야 한다.

검경 갈등
재연되나

경찰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검찰이 사건을 받아서 마무리할 수 있다.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하고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의무적으로 접수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개정안으로 외형상 검찰 수사권한이 넓어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경찰은 이번 수사준칙 개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서울청 간부는 “경찰이 좋아할 내용이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의 목소리가 강해지려면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찰과 방향이 달라도 같은 사건을 수사할 경우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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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