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검경 기싸움 내막

나쁜 놈 vs 더 나쁜 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과 경찰이 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정보 공유와 협력이 원활하면 성공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수사기관이기에 ‘더 나쁜 놈’을 잡아야 한다. 이는 곧 조직 간 경쟁의 화근이 된다. 검찰과 경찰이 그렇다. 직접수사권이 어느 정도 회복된 현재의 검찰은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경찰의 성과를 자신들이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서 발생했던 롤스로이스 사건의 불씨가 커졌다. 마약으로 시작해 조직폭력배 집단, 불법에 가담한 병원, 업체까지 수사선상에 올랐다. 현재까지 압수수색한 병원만 10여곳이 넘는다. 사건 핵심 인물인 롤스로이스 운전자는 구속 기소됐지만 예상치 못한 여러 의혹으로 검찰과 경찰까지 달라붙었다.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하던 사건에 검찰과 광역수사단까지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마약서
조폭으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무고한 행인을 쳐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신모(28)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맡았다. 조폭 수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고 평가받는 신준호 부장검사가 수사를 지휘하게 되면서 신씨가 속한 ‘MZ 조폭’ 집단의 실체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중앙지검은 지난 6일 신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신씨는 지난달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남의 한 성형외과서 시술을 빙자해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뒤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서 운전대를 잡았다.

이후 오후 8시10분쯤 신사동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서 20대 여성을 차로 치고,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자신이 방문한 성형외과에 피해자 구조를 요청하러 사고 현장을 잠시 떠났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과 관련해 말 맞추기를 하려 현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신씨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사고 현장 CCTV와 계좌·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신씨의 병원 결제내역 조작 시도, 휴대전화 폐기 등 증거인멸 정황을 발견했다.

신씨는 ‘또래 모임’으로 불리는 소위 ‘MZ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는 중이다. 신씨 자택서 1억원이 넘는 현금이 나왔고, 그가 20·30대 주축의 조직 폭력 모임서 활동하며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다수의 불법 사업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신 부장검사는 하얏트호텔서 난동을 부렸던 수노아파 조직원 39명을 무더기로 기소한 인물이다. 지난 6월 수사 결과 브리핑서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파르르 떠는 등 조폭을 향한 분노를 참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문가 신준호 부장검사 ‘MZ 조폭’ 수사 지휘
“선처 없다. 관련자 및 모든 의혹 철저히 수사”

그는 언론 인터뷰서 “몸에 문신하고 지역구 1등이네, 전국구 별이네 이딴 소리 하면서 모여 노는 게 좀 꼴같잖았다. 자기들끼리 과시하는 게 조폭 세계의 저질 문화다. (조폭들 모습이)아니꼬웠다. 비위가 상했다”며 “이제 조폭과의 전쟁이 사실상 선포됐다. 앞으로는 조폭에 연계됐다고 하면 선처는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신씨가 다녀간 병원들도 수사 대상이다. 그가 다녀간 한 병원은 최근 5년간 환자들에게 마약류를 1만개 이상 처방해왔다. 해당 병원은 경찰이 약물 오남용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한 병원 중 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신씨가 다녀간 강남 논현동 소재의 병원은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환자들에게 디아제팜·미다졸람·졸피뎀·케타민·멘터민·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1만281여개 처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병원이 마약류 처방을 내린 환자는 5년간 총 2300여명이었고, 처방 횟수는 4900회에 달한다. 특히 가장 많은 환자들에게 처방된 마약류는 ‘우유주사’로도 불리는 전신 마취제 프로포폴이었다. 프로포폴은 1200명에게 2300회에 걸쳐 처방돼 6600개가 투약됐다. 또 마취제의 일종인 미다졸람은 해당 병원에서 총 600여명에게 1600회에 걸쳐 1800개가 투약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에게 약물을 처방한 병원 10곳 이상을 압수수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 목적이라고 해도 필요 이상으로 처방한 것은 아닌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코인 사기를 통해 10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사건 직후 경찰서로 신씨를 면회 온 20대 초·중반의 지인들 전부 수억원대의 슈퍼카를 몰고 온 장면들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다. 신씨와 그 지인들은 ‘코인 리딩방’ ‘코인투자 컨설팅’ ‘청담동 라운지 카페’ 운영 등을 통해 초기 자본을 형성해왔다.

성형외과
타깃, 왜?

그와 함께 코인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는 박모(24)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수십억원씩 들어 있는 계좌들을 보여주며 ‘돈 자랑’을 하기도 했다. 박씨 등은 해당 영상서 신씨가 몰았던 롤스로이스 SUV 차량과 람보르기니 등도 자랑했다.

신씨의 코인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는 코인 투자업체를 운영하는 A씨와 B 코인의 판매 대행 계약을 맺고 B 코인 3억4000만개를 넘겨받아 이를 코인 시장서 판 뒤 판매 대금을 해외거래소 계정으로 빼돌린 정황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A씨와 이들의 계약서에는 코인 판매 금액의 50%를 A씨에게 주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신씨와 박씨는 코인을 다 팔고도 수익을 A씨에게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코인 판매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꾼 뒤 암호화폐 해외거래소인 바이낸스 계정에 빼돌려 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A씨에게서 넘겨받은 B 코인은 전체 유통 물량(당시 5억개)의 60~70%에 달했다. 신씨와 박씨가 판매할 당시 B 코인 가격은 30원을 오르내렸는데, 넘겨받은 물량을 한꺼번에 팔아버리면서 현재는 코인 가격이 1원을 오갈 정도로 떨어진 상태다.

이들은 판매할 코인을 넘겨받아 A씨에게 코인 판매를 원활하게 하려면 매수벽을 세워야 한다며 현금 24억원을 조달하게 했다. A씨는 판매 당일 24억원의 자금으로 매수 호가 주문을 넣어 매수벽을 세웠고, 신씨 등은 그러는 사이 A씨에게서 넘겨받은 코인 전량을 판매했다. A씨에게 ‘매수벽에 사용된 원금을 보전하겠다’는 말은 결국 거짓말이었다.

A씨는 이들에게 속아 자금으로 사용한 24억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한 상태다. 강남경찰서는 신씨 등이 ‘코인 먹튀’ 목적으로 A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신씨는 롤스로이스 사건이 나기 이전부터 강남서에 ‘코인 사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경찰은 신씨 등이 A씨 외에도 다른 코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코인 먹튀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피해자 수는 적지만 금액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사고
가해자 지인?


경찰은 올해 초 신씨와 박씨가 A씨의 B 코인 거래 때 사용한 코인지갑 3개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지만 해당 코인지갑은 제3자의 것이었다. 신씨 일당과 A씨간 계약서에는 양자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제3자에게 코인을 전송할 수 없다고 돼있지만, 이들은 계약 당시부터 이미 차명 ‘코인 지갑’으로 거래했다.

신씨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또 터졌다. 서울 강남구서 주차 시비가 붙은 상대방을 흉기로 위협하고 자신의 람보르기니 차량을 타고 달아난 30대 남성 홍모씨는 또한 그의 지인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강남경찰서 수사 결과 홍씨는 마약 간이검사서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 등 3종 양성 반응이 나왔다.

사건 당시 홍씨는 자신의 차 안에서 윗옷을 들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며 위협했다고 한다. 다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흉기를 목격한 시민들의 신고로 홍씨는 이날 저녁 7시40분께 신사동 한 음식점 앞에서 체포됐다.

목격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체포 당시 홍씨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약에 취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관련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마약 운전’에 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방지3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간 마약류 등을 오·남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약물운전 처벌은 음주운전과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규정돼있었다.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업무 외의 목적으로 처방한 사람에 관한 처벌 수위도 낮아서 실효성 있는 처벌을 위해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지속돼왔다.

강남서, 불법 투약 병원·코인사기 정황 포착
기관 간 갈등 “실적으로 보여줘야” 성과 경쟁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약물운전에 따른 처벌 수준을 현행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해 약물운전에 경각심을 높이고 교통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했다.

또 특별범죄 가중처벌 등의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음주운전과 약물운전을 분리하고, 약물운전으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5년 이상 또는 무기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업무 외의 목적 등으로 마약류 등의 처방전을 발급한 경우에 처벌을 강화하도록 규정해 무분별한 처방이 방지될 수 있도록 했다.

롤스로이스 사건을 두고 검찰은 주로 조폭 수사, 경찰은 마약 불법 투약과 관련한 성형외과와 코인 사기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방향은 다르지만 수사 과정서 타 기관에 도움이 될 유의미한 정황을 포착하면 협력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경찰 간부는 “현재 롤스로이스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어떻게든 검찰보다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간부가 많다”고 주장했다.

두 기관 간 갈등은 오늘내일하지 않는다. 최근에도 수사준칙 개정안을 두고 비슷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논쟁은 입법예고가 끝나는 다음달 11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경찰이 보완수사를 전담한다’는 원칙을 지우고 검찰과 경찰이 사건의 특성에 따라 분담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검찰서 사건 수리 후에 한 달이 지난 사건, 상당한 수사가 이뤄진 사건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했다.

수사 지연을 막기 위해 검찰은 한 달 안에 보완수사 요구 여부를 결정하고, 경찰은 3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도록 했으며,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을 때 경찰은 3개월 안에 수사해야 한다.

검경 갈등
재연되나

경찰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검찰이 사건을 받아서 마무리할 수 있다. 경찰의 고소·고발 반려 제도를 폐지하고 수사기관이 고소·고발장을 의무적으로 접수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개정안으로 외형상 검찰 수사권한이 넓어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경찰은 이번 수사준칙 개정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서울청 간부는 “경찰이 좋아할 내용이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의 목소리가 강해지려면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검찰과 방향이 달라도 같은 사건을 수사할 경우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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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