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겁 없는 신인 이한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12 10:47:01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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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그랬다 “네 얼굴로 뭘 한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여성이 성형을 통해 3가지 인생을 살아가며 살인까지 벌이는 극적인 연출이 인상깊다는 평이 많다. 동명의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배우 이한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인공 김모미로 분한 ‘만찢녀’ 이한별은 더 못생겨질수록 극찬을 받았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연을 꿰찬 이한별은 “무명 시절 없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오디션서 번번히 낙방하던 그는 김모미처럼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했다. “네 얼굴로 가수를 한다고?”라며 엄마의 외면을 받았던 모미처럼 실제 이한별도 쓴웃음으로 견뎌왔다.

못생긴 여자
마스크 벗다

이한별은 고현정 등 대선배들이 함께하기에 “흥행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란 눈치다.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정상에 오른 이 작품에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잇는 대작이라며 사회 비판, 블랙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와 외모지상주의, 사회 비판, 학교폭력을 비롯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우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프랑스 매체 <GRAZIA>는 “잘 만들어진 K-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내재하며, 보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주제를 다뤘다”며 “아름다움이 요구하는 해악과 개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사회적 압력에 주목한다”고 보도했다.


이한별은 신인 배우인 자신에 관한 세계적 관심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서 “공개되기 전에 미리 완성본을 봤는데, ‘내가 (연기를)잘한 게 맞나’ ‘대중은 어떻게 볼까’ 생각했다”면서 “연기 당시엔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런데도 아쉬운 점이 보여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한별이 연기하는 20대 후반의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연예인의 길을 접고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지만, 대중의 관심을 갈망한다. 퇴근 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BJ 마스크걸로 분해 꿈을 실현한다. 

작품 속에서 화려한 BJ의 모습과 초췌한 회사원 김모미의 이중성을 연기하는 모습도 놀랍다. 이한별은 “민낯에 광대를 부각하는 흑칠을 해가며 수정 작업을 반복했다”며 “촬영 중에는 ‘너무 못 생겨 보이면 어떡하지’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못생겨질수록 웹툰 속 김모미에 가까워졌다.

앞서 <마스크걸>은 3인1역이라는 독특한 기획이 알려지며 공개 전부터 궁금증을 유발했다. 고현정과 나나의 캐스팅 소식이 차례로 전해지며 두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또 한 명의 배우가 누구일지 관심이 쏠렸다. 원작을 접했던 팬들은 “설마 김모미 성형 전 모습이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이냐며 미스 캐스팅을 지적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전 세계적 인기
제작발표회까지 숨겨왔던 ‘괴물 신인’

숨은 의도였을까? 제작진은 제작발표회 때까지 이한별의 존재를 숨겼다. 베일을 벗은 이한별을 본 팬들은 “어디서 이런 배우를 찾았냐”는 반응이었다. 포털에 프로필도 없었던 신인배우였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공개 후 이한별은 인생 첫 캐릭터로 ‘못생긴 여자’를 맡게 됐지만 “연기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본 연극을 통해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소극장서 한 배우가 몇 시간 동안 혼자 걸어 다니며 1인극을 펼쳤는데, 눈이 반짝였고 침을 튀기며 대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었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그는 대학 졸업 후 고향인 경북 구미를 떠나 서울로 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편영화 등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으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이한별은 “당시엔 작은 성취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불안감과 함께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아졌고, 금전적인 압박도 느낄 무렵이었는데 그때 <마스크걸> 오디션 기회가 왔다”며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최선을 다하되,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오디션에 임했다”고 말했다.

미스 캐스팅?
말 많았지만…

4개월가량 이어진 오디션 끝에 ‘김모미 A’로 낙점됐다. 김용훈 감독은 지난달 중순 제작발표회서 “이한별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연기하고 싶은 그의 커다란 열망이 김모미가 느끼는 감정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모뿐 아니라 내면도 닮아 있었다.

30대에 늦깎이로 첫 작품에 캐스팅된 이한별은 “(딱히)롤모델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같이 한 선배님들을 보며 내 안에서 좋은 기준이 세워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던 배우 안재홍(주오남 역)에 관해 “현장서 아이디어가 많고, (내가)캐릭터 표현에 있어 헤매고 있으면 옆에서 연기 합을 맞춰주고 조언도 해줬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완벽한 드라마 속에서 비호감 캐릭터 역할을 소화하면서 ‘은퇴작이냐’는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만큼 ‘미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극 중 안재홍은 김모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직장 동료 주오남 역을 맡았다. 퇴근 후 인터넷방송을 시청하던 주오남은 BJ 마스크걸을 보던 중 그의 정체가 자신의 직장 동료 김모미임을 직감하고 그를 향한 집착과 망상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주오남이 상상 속에서 김모미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최근 SNS상에 떠돌며 화제를 일으켰다. 일명 ‘오타쿠’라고 불리는 주오남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익힌 일본어로 김모미에게 “아이시떼루(사랑한다)”라고 고백한다. 심지어 대본에 없는 대사를 리허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한별도 <마스크걸> 명장면으로 안재홍의 고백신을 꼽았다.

이한별은 “대본에는 (안재홍이)‘모미씨를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게 끝이었는데 ‘주오남이라면 어떻게 고백할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애드리브였다”며 “주오남은 어디선가 자신이 본 만화의 장면과 현실이 혼재돼있는 인물이라 ‘아이시떼루’라고 고백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배들과?
“현실감 없어”


이한별은 “(현장서)주오남이 ‘아이시떼루’ 하는 걸 봤기 때문에 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됐다. 정말 찐으로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상대역인 안재홍에 대해 이한별은 “감사한 게 너무 많다. 리딩 때부터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기다려주시면서 해주신 부분도 많다. 대사도 먼저 맞춰주셨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김모미 역을 맡았던 고현정, 나나에 대해선 “고현정 선배님과 같은 작품을 넘어,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현실감이 없었다”면서도 “촬영이 가까워지면서 같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누가 되지 않게 잘해서 시너지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같은 인물을 연기했기에 세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출 순 없었지만 제작발표회나 홍보 일정 속에서 고현정과 나나는 이한별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김모미 캐릭터에 관해선 “대본을 보며 모미에게 뭔가 애틋함,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어떤 이유로 그 꿈을 펼치지 못한 인물이고, 그럼에도 그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를 꿈꿨던 자신과 가수를 꿈꿨던 김모미의 열정이 동일시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투영된 것이다. 이한별은 극 중 김모미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지만, 몰입도를 위해 많은 이의 노력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이한별이 웹툰의 김모미처럼 보일 수 있게 수차례 분장을 고쳤다. 현장 스태프들은 이한별의 광대 부분을 부각하는 메이크업을 통해 초췌한 모습을 만들어갔다. 

외모지상주의 아닌 
인간 양면성 보여줘

“내가 점점 못나질수록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반응을 보니 나까지 동화돼서 신났다”는 이한별은 작품을 위해 운동은 물론, 춤까지 배우며 칼을 갈았다. 주 5회 운동과 춤, 연기 연습에 몰입하며 치열했던 노력을 떠올렸다.

그는 “사실 알바를 병행하기가 힘들다고 생각돼 그만두고 ‘일단 한 번 해보자’ 하고 오디션에 매진했다”며 “특히, BJ 마스크걸이 추는 춤을 소화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주제곡처럼 나오는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을 완벽히 소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습은 촬영 준비 과정서도, 촬영 중에도 계속해서 했다. ‘리듬 속의 그 춤을’과 손담비씨의 ‘토요일밤에’는 계속 듣고 다녔다”며 “어릴 때는 무용을, 커서는 발레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걸>로 데뷔해 스타덤에 오른 이한별의 다음 행보도 궁금해진다. 이한별은 “<마스크걸>이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작품이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저 또한 기대가 된다.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감독은 “인간의 양면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서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이 <마스크걸>의 진짜 이야기 아닌가 싶다”며 “(김모미가)‘가면을 쓴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 이런 양면성, 이중성을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중 시점으로 다룬 것”이라고 밝혔다.

외모로 받는 차별적인 사회 시선 때문에 김모미가 변해가고,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마스크걸>은 이 과정을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김모미로 변신해 보여준다. 

다음 행보
모두 주목

김 감독은 김모미가 삶을 통해 맞이하는 변화들이 단순히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보지 않았다. <마스크걸>은 자식을 잃은 사람이 타인의 자식을 해하는 부조리함과 외모로 차별받은 사람이 타인의 외모적 약점으로 성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 감독은 “외모지상주의보다 조금 더 들어간 그 안에는 인간의 양면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라마 보고 원작 찾는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마스크걸>과 <무빙>이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원작을 다시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로 처음 접한 팬들이 원작을 찾는 ‘흥행 선순환’은 여러 작품서 엿볼 수 있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넷플릭스 드라마로 방영되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 9~18일에 비해 방영 이후인 지난달 19~28일 국내 조회수가 121배, 거래액은 166배 늘었다.

일본서 <마스크걸> 웹툰을 서비스하는 ‘라인망가’서도 방영 한 달 전에 비해 방영 이후 10일간 합산거래액이 112배 늘었다.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흥행 중인 <무빙>은 방영 전에 비해 방영 이후인 지난달 9~29일 일평균 매출이 카카오페이지서 12배, 카카오웹툰서 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회수는 카카오페이지 22배, 카카오웹툰 9배 증가했다.

강풀 작가가 2015년 완결한 작품임을 고려하면, 드라마에서 얻은 인기가 웹툰으로 되돌아왔다고 해석된다.

최근 넷플릭스서 시즌2를 공개한 <D.P 개의날>은 방영 한 달 전 10일간에 비해 방영 직후 10일간 조회수가 78배, 거래액이 60배 늘었다. 

웹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기존 웹툰 플랫폼을 이용하던 독자들과 다른 ‘신규 유입층’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웹툰 드라마화로 흥행을 맛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 등 주 플랫폼들은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의 영상화 작업에 나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원작의 스토리와 특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직접 영상콘텐츠를 기획·제작하기도 한다.

지난해 선보인 드라마 <사내맞선>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IP로 영상을 만들면 원작으로 확보된 팬덤이 영상의 인기를 보장하고, 또 영상을 본 뒤 다시 웹툰으로 유입되는 시너지를 낸다”며 “웹툰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팬덤이 형성되고,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흥행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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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