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겁 없는 신인 이한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12 10:47:01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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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그랬다 “네 얼굴로 뭘 한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여성이 성형을 통해 3가지 인생을 살아가며 살인까지 벌이는 극적인 연출이 인상깊다는 평이 많다. 동명의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배우 이한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인공 김모미로 분한 ‘만찢녀’ 이한별은 더 못생겨질수록 극찬을 받았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연을 꿰찬 이한별은 “무명 시절 없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오디션서 번번히 낙방하던 그는 김모미처럼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했다. “네 얼굴로 가수를 한다고?”라며 엄마의 외면을 받았던 모미처럼 실제 이한별도 쓴웃음으로 견뎌왔다.

못생긴 여자
마스크 벗다

이한별은 고현정 등 대선배들이 함께하기에 “흥행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란 눈치다.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정상에 오른 이 작품에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잇는 대작이라며 사회 비판, 블랙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와 외모지상주의, 사회 비판, 학교폭력을 비롯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우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프랑스 매체 <GRAZIA>는 “잘 만들어진 K-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내재하며, 보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주제를 다뤘다”며 “아름다움이 요구하는 해악과 개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사회적 압력에 주목한다”고 보도했다.


이한별은 신인 배우인 자신에 관한 세계적 관심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서 “공개되기 전에 미리 완성본을 봤는데, ‘내가 (연기를)잘한 게 맞나’ ‘대중은 어떻게 볼까’ 생각했다”면서 “연기 당시엔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런데도 아쉬운 점이 보여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한별이 연기하는 20대 후반의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연예인의 길을 접고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지만, 대중의 관심을 갈망한다. 퇴근 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BJ 마스크걸로 분해 꿈을 실현한다. 

작품 속에서 화려한 BJ의 모습과 초췌한 회사원 김모미의 이중성을 연기하는 모습도 놀랍다. 이한별은 “민낯에 광대를 부각하는 흑칠을 해가며 수정 작업을 반복했다”며 “촬영 중에는 ‘너무 못 생겨 보이면 어떡하지’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못생겨질수록 웹툰 속 김모미에 가까워졌다.

앞서 <마스크걸>은 3인1역이라는 독특한 기획이 알려지며 공개 전부터 궁금증을 유발했다. 고현정과 나나의 캐스팅 소식이 차례로 전해지며 두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또 한 명의 배우가 누구일지 관심이 쏠렸다. 원작을 접했던 팬들은 “설마 김모미 성형 전 모습이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이냐며 미스 캐스팅을 지적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전 세계적 인기
제작발표회까지 숨겨왔던 ‘괴물 신인’

숨은 의도였을까? 제작진은 제작발표회 때까지 이한별의 존재를 숨겼다. 베일을 벗은 이한별을 본 팬들은 “어디서 이런 배우를 찾았냐”는 반응이었다. 포털에 프로필도 없었던 신인배우였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공개 후 이한별은 인생 첫 캐릭터로 ‘못생긴 여자’를 맡게 됐지만 “연기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본 연극을 통해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소극장서 한 배우가 몇 시간 동안 혼자 걸어 다니며 1인극을 펼쳤는데, 눈이 반짝였고 침을 튀기며 대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었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그는 대학 졸업 후 고향인 경북 구미를 떠나 서울로 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편영화 등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으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이한별은 “당시엔 작은 성취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불안감과 함께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아졌고, 금전적인 압박도 느낄 무렵이었는데 그때 <마스크걸> 오디션 기회가 왔다”며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최선을 다하되,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오디션에 임했다”고 말했다.

미스 캐스팅?
말 많았지만…

4개월가량 이어진 오디션 끝에 ‘김모미 A’로 낙점됐다. 김용훈 감독은 지난달 중순 제작발표회서 “이한별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연기하고 싶은 그의 커다란 열망이 김모미가 느끼는 감정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모뿐 아니라 내면도 닮아 있었다.

30대에 늦깎이로 첫 작품에 캐스팅된 이한별은 “(딱히)롤모델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같이 한 선배님들을 보며 내 안에서 좋은 기준이 세워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던 배우 안재홍(주오남 역)에 관해 “현장서 아이디어가 많고, (내가)캐릭터 표현에 있어 헤매고 있으면 옆에서 연기 합을 맞춰주고 조언도 해줬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완벽한 드라마 속에서 비호감 캐릭터 역할을 소화하면서 ‘은퇴작이냐’는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만큼 ‘미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극 중 안재홍은 김모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직장 동료 주오남 역을 맡았다. 퇴근 후 인터넷방송을 시청하던 주오남은 BJ 마스크걸을 보던 중 그의 정체가 자신의 직장 동료 김모미임을 직감하고 그를 향한 집착과 망상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주오남이 상상 속에서 김모미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최근 SNS상에 떠돌며 화제를 일으켰다. 일명 ‘오타쿠’라고 불리는 주오남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익힌 일본어로 김모미에게 “아이시떼루(사랑한다)”라고 고백한다. 심지어 대본에 없는 대사를 리허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한별도 <마스크걸> 명장면으로 안재홍의 고백신을 꼽았다.

이한별은 “대본에는 (안재홍이)‘모미씨를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게 끝이었는데 ‘주오남이라면 어떻게 고백할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애드리브였다”며 “주오남은 어디선가 자신이 본 만화의 장면과 현실이 혼재돼있는 인물이라 ‘아이시떼루’라고 고백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배들과?
“현실감 없어”


이한별은 “(현장서)주오남이 ‘아이시떼루’ 하는 걸 봤기 때문에 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됐다. 정말 찐으로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상대역인 안재홍에 대해 이한별은 “감사한 게 너무 많다. 리딩 때부터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기다려주시면서 해주신 부분도 많다. 대사도 먼저 맞춰주셨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김모미 역을 맡았던 고현정, 나나에 대해선 “고현정 선배님과 같은 작품을 넘어,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현실감이 없었다”면서도 “촬영이 가까워지면서 같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누가 되지 않게 잘해서 시너지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같은 인물을 연기했기에 세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출 순 없었지만 제작발표회나 홍보 일정 속에서 고현정과 나나는 이한별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김모미 캐릭터에 관해선 “대본을 보며 모미에게 뭔가 애틋함,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어떤 이유로 그 꿈을 펼치지 못한 인물이고, 그럼에도 그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를 꿈꿨던 자신과 가수를 꿈꿨던 김모미의 열정이 동일시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투영된 것이다. 이한별은 극 중 김모미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지만, 몰입도를 위해 많은 이의 노력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이한별이 웹툰의 김모미처럼 보일 수 있게 수차례 분장을 고쳤다. 현장 스태프들은 이한별의 광대 부분을 부각하는 메이크업을 통해 초췌한 모습을 만들어갔다. 

외모지상주의 아닌 
인간 양면성 보여줘

“내가 점점 못나질수록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반응을 보니 나까지 동화돼서 신났다”는 이한별은 작품을 위해 운동은 물론, 춤까지 배우며 칼을 갈았다. 주 5회 운동과 춤, 연기 연습에 몰입하며 치열했던 노력을 떠올렸다.

그는 “사실 알바를 병행하기가 힘들다고 생각돼 그만두고 ‘일단 한 번 해보자’ 하고 오디션에 매진했다”며 “특히, BJ 마스크걸이 추는 춤을 소화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주제곡처럼 나오는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을 완벽히 소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습은 촬영 준비 과정서도, 촬영 중에도 계속해서 했다. ‘리듬 속의 그 춤을’과 손담비씨의 ‘토요일밤에’는 계속 듣고 다녔다”며 “어릴 때는 무용을, 커서는 발레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걸>로 데뷔해 스타덤에 오른 이한별의 다음 행보도 궁금해진다. 이한별은 “<마스크걸>이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작품이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저 또한 기대가 된다.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감독은 “인간의 양면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서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이 <마스크걸>의 진짜 이야기 아닌가 싶다”며 “(김모미가)‘가면을 쓴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 이런 양면성, 이중성을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중 시점으로 다룬 것”이라고 밝혔다.

외모로 받는 차별적인 사회 시선 때문에 김모미가 변해가고,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마스크걸>은 이 과정을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김모미로 변신해 보여준다. 

다음 행보
모두 주목

김 감독은 김모미가 삶을 통해 맞이하는 변화들이 단순히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보지 않았다. <마스크걸>은 자식을 잃은 사람이 타인의 자식을 해하는 부조리함과 외모로 차별받은 사람이 타인의 외모적 약점으로 성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 감독은 “외모지상주의보다 조금 더 들어간 그 안에는 인간의 양면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라마 보고 원작 찾는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마스크걸>과 <무빙>이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원작을 다시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로 처음 접한 팬들이 원작을 찾는 ‘흥행 선순환’은 여러 작품서 엿볼 수 있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넷플릭스 드라마로 방영되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 9~18일에 비해 방영 이후인 지난달 19~28일 국내 조회수가 121배, 거래액은 166배 늘었다.

일본서 <마스크걸> 웹툰을 서비스하는 ‘라인망가’서도 방영 한 달 전에 비해 방영 이후 10일간 합산거래액이 112배 늘었다.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흥행 중인 <무빙>은 방영 전에 비해 방영 이후인 지난달 9~29일 일평균 매출이 카카오페이지서 12배, 카카오웹툰서 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회수는 카카오페이지 22배, 카카오웹툰 9배 증가했다.

강풀 작가가 2015년 완결한 작품임을 고려하면, 드라마에서 얻은 인기가 웹툰으로 되돌아왔다고 해석된다.

최근 넷플릭스서 시즌2를 공개한 <D.P 개의날>은 방영 한 달 전 10일간에 비해 방영 직후 10일간 조회수가 78배, 거래액이 60배 늘었다. 

웹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기존 웹툰 플랫폼을 이용하던 독자들과 다른 ‘신규 유입층’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웹툰 드라마화로 흥행을 맛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 등 주 플랫폼들은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의 영상화 작업에 나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원작의 스토리와 특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직접 영상콘텐츠를 기획·제작하기도 한다.

지난해 선보인 드라마 <사내맞선>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IP로 영상을 만들면 원작으로 확보된 팬덤이 영상의 인기를 보장하고, 또 영상을 본 뒤 다시 웹툰으로 유입되는 시너지를 낸다”며 “웹툰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팬덤이 형성되고,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흥행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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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