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겁 없는 신인 이한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9.12 10:47:01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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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그랬다 “네 얼굴로 뭘 한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이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여성이 성형을 통해 3가지 인생을 살아가며 살인까지 벌이는 극적인 연출이 인상깊다는 평이 많다. 동명의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배우 이한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인공 김모미로 분한 ‘만찢녀’ 이한별은 더 못생겨질수록 극찬을 받았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연을 꿰찬 이한별은 “무명 시절 없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오디션서 번번히 낙방하던 그는 김모미처럼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했다. “네 얼굴로 가수를 한다고?”라며 엄마의 외면을 받았던 모미처럼 실제 이한별도 쓴웃음으로 견뎌왔다.

못생긴 여자
마스크 벗다

이한별은 고현정 등 대선배들이 함께하기에 “흥행을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놀란 눈치다.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정상에 오른 이 작품에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잇는 대작이라며 사회 비판, 블랙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와 외모지상주의, 사회 비판, 학교폭력을 비롯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매우 일관성 있게 이야기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프랑스 매체 <GRAZIA>는 “잘 만들어진 K-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내재하며, 보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주제를 다뤘다”며 “아름다움이 요구하는 해악과 개인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사회적 압력에 주목한다”고 보도했다.


이한별은 신인 배우인 자신에 관한 세계적 관심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언론과 인터뷰서 “공개되기 전에 미리 완성본을 봤는데, ‘내가 (연기를)잘한 게 맞나’ ‘대중은 어떻게 볼까’ 생각했다”면서 “연기 당시엔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그런데도 아쉬운 점이 보여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한별이 연기하는 20대 후반의 김모미는 외모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연예인의 길을 접고 평범한 회사에 들어가지만, 대중의 관심을 갈망한다. 퇴근 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BJ 마스크걸로 분해 꿈을 실현한다. 

작품 속에서 화려한 BJ의 모습과 초췌한 회사원 김모미의 이중성을 연기하는 모습도 놀랍다. 이한별은 “민낯에 광대를 부각하는 흑칠을 해가며 수정 작업을 반복했다”며 “촬영 중에는 ‘너무 못 생겨 보이면 어떡하지’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못생겨질수록 웹툰 속 김모미에 가까워졌다.

앞서 <마스크걸>은 3인1역이라는 독특한 기획이 알려지며 공개 전부터 궁금증을 유발했다. 고현정과 나나의 캐스팅 소식이 차례로 전해지며 두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또 한 명의 배우가 누구일지 관심이 쏠렸다. 원작을 접했던 팬들은 “설마 김모미 성형 전 모습이 미스코리아 출신 고현정”이냐며 미스 캐스팅을 지적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마스크걸> 전 세계적 인기
제작발표회까지 숨겨왔던 ‘괴물 신인’

숨은 의도였을까? 제작진은 제작발표회 때까지 이한별의 존재를 숨겼다. 베일을 벗은 이한별을 본 팬들은 “어디서 이런 배우를 찾았냐”는 반응이었다. 포털에 프로필도 없었던 신인배우였기 때문에 더욱 놀랐다.

공개 후 이한별은 인생 첫 캐릭터로 ‘못생긴 여자’를 맡게 됐지만 “연기할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본 연극을 통해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소극장서 한 배우가 몇 시간 동안 혼자 걸어 다니며 1인극을 펼쳤는데, 눈이 반짝였고 침을 튀기며 대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 열정적이었다. 나도 저런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소회했다.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그는 대학 졸업 후 고향인 경북 구미를 떠나 서울로 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편영화 등에서 연기 경험을 쌓았으나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이한별은 “당시엔 작은 성취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너무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는 불안감과 함께 스트레스로 몸이 안 좋아졌고, 금전적인 압박도 느낄 무렵이었는데 그때 <마스크걸> 오디션 기회가 왔다”며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최선을 다하되, 이미 운명은 정해져 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오디션에 임했다”고 말했다.

미스 캐스팅?
말 많았지만…

4개월가량 이어진 오디션 끝에 ‘김모미 A’로 낙점됐다. 김용훈 감독은 지난달 중순 제작발표회서 “이한별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연기하고 싶은 그의 커다란 열망이 김모미가 느끼는 감정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외모뿐 아니라 내면도 닮아 있었다.

30대에 늦깎이로 첫 작품에 캐스팅된 이한별은 “(딱히)롤모델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같이 한 선배님들을 보며 내 안에서 좋은 기준이 세워졌다”고 언급했다. 특히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던 배우 안재홍(주오남 역)에 관해 “현장서 아이디어가 많고, (내가)캐릭터 표현에 있어 헤매고 있으면 옆에서 연기 합을 맞춰주고 조언도 해줬다”고 말했다.

안재홍은 완벽한 드라마 속에서 비호감 캐릭터 역할을 소화하면서 ‘은퇴작이냐’는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만큼 ‘미친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극 중 안재홍은 김모미의 비밀을 알고 있는 직장 동료 주오남 역을 맡았다. 퇴근 후 인터넷방송을 시청하던 주오남은 BJ 마스크걸을 보던 중 그의 정체가 자신의 직장 동료 김모미임을 직감하고 그를 향한 집착과 망상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주오남이 상상 속에서 김모미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최근 SNS상에 떠돌며 화제를 일으켰다. 일명 ‘오타쿠’라고 불리는 주오남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익힌 일본어로 김모미에게 “아이시떼루(사랑한다)”라고 고백한다. 심지어 대본에 없는 대사를 리허설로 만들었다는 후문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한별도 <마스크걸> 명장면으로 안재홍의 고백신을 꼽았다.

이한별은 “대본에는 (안재홍이)‘모미씨를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게 끝이었는데 ‘주오남이라면 어떻게 고백할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애드리브였다”며 “주오남은 어디선가 자신이 본 만화의 장면과 현실이 혼재돼있는 인물이라 ‘아이시떼루’라고 고백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배들과?
“현실감 없어”


이한별은 “(현장서)주오남이 ‘아이시떼루’ 하는 걸 봤기 때문에 더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됐다. 정말 찐으로 놀라서 쳐다보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상대역인 안재홍에 대해 이한별은 “감사한 게 너무 많다. 리딩 때부터 제가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기다려주시면서 해주신 부분도 많다. 대사도 먼저 맞춰주셨다”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김모미 역을 맡았던 고현정, 나나에 대해선 “고현정 선배님과 같은 작품을 넘어,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현실감이 없었다”면서도 “촬영이 가까워지면서 같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누가 되지 않게 잘해서 시너지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같은 인물을 연기했기에 세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출 순 없었지만 제작발표회나 홍보 일정 속에서 고현정과 나나는 이한별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김모미 캐릭터에 관해선 “대본을 보며 모미에게 뭔가 애틋함,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어떤 이유로 그 꿈을 펼치지 못한 인물이고, 그럼에도 그 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에서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배우를 꿈꿨던 자신과 가수를 꿈꿨던 김모미의 열정이 동일시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투영된 것이다. 이한별은 극 중 김모미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지만, 몰입도를 위해 많은 이의 노력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이한별이 웹툰의 김모미처럼 보일 수 있게 수차례 분장을 고쳤다. 현장 스태프들은 이한별의 광대 부분을 부각하는 메이크업을 통해 초췌한 모습을 만들어갔다. 

외모지상주의 아닌 
인간 양면성 보여줘

“내가 점점 못나질수록 더 좋아했던 것 같다.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런 반응을 보니 나까지 동화돼서 신났다”는 이한별은 작품을 위해 운동은 물론, 춤까지 배우며 칼을 갈았다. 주 5회 운동과 춤, 연기 연습에 몰입하며 치열했던 노력을 떠올렸다.

그는 “사실 알바를 병행하기가 힘들다고 생각돼 그만두고 ‘일단 한 번 해보자’ 하고 오디션에 매진했다”며 “특히, BJ 마스크걸이 추는 춤을 소화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주제곡처럼 나오는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을 완벽히 소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습은 촬영 준비 과정서도, 촬영 중에도 계속해서 했다. ‘리듬 속의 그 춤을’과 손담비씨의 ‘토요일밤에’는 계속 듣고 다녔다”며 “어릴 때는 무용을, 커서는 발레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걸>로 데뷔해 스타덤에 오른 이한별의 다음 행보도 궁금해진다. 이한별은 “<마스크걸>이 강한 이미지를 남기는 작품이어서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 저 또한 기대가 된다.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김 감독은 “인간의 양면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매체와의 인터뷰서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이 <마스크걸>의 진짜 이야기 아닌가 싶다”며 “(김모미가)‘가면을 쓴다’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 이런 양면성, 이중성을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중 시점으로 다룬 것”이라고 밝혔다.

외모로 받는 차별적인 사회 시선 때문에 김모미가 변해가고, 원치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마스크걸>은 이 과정을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김모미로 변신해 보여준다. 

다음 행보
모두 주목

김 감독은 김모미가 삶을 통해 맞이하는 변화들이 단순히 외모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보지 않았다. <마스크걸>은 자식을 잃은 사람이 타인의 자식을 해하는 부조리함과 외모로 차별받은 사람이 타인의 외모적 약점으로 성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김 감독은 “외모지상주의보다 조금 더 들어간 그 안에는 인간의 양면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라마 보고 원작 찾는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마스크걸>과 <무빙>이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원작을 다시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드라마로 처음 접한 팬들이 원작을 찾는 ‘흥행 선순환’은 여러 작품서 엿볼 수 있다.

네이버 웹툰에 따르면 <마스크걸>은 넷플릭스 드라마로 방영되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 9~18일에 비해 방영 이후인 지난달 19~28일 국내 조회수가 121배, 거래액은 166배 늘었다.

일본서 <마스크걸> 웹툰을 서비스하는 ‘라인망가’서도 방영 한 달 전에 비해 방영 이후 10일간 합산거래액이 112배 늘었다.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흥행 중인 <무빙>은 방영 전에 비해 방영 이후인 지난달 9~29일 일평균 매출이 카카오페이지서 12배, 카카오웹툰서 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조회수는 카카오페이지 22배, 카카오웹툰 9배 증가했다.

강풀 작가가 2015년 완결한 작품임을 고려하면, 드라마에서 얻은 인기가 웹툰으로 되돌아왔다고 해석된다.

최근 넷플릭스서 시즌2를 공개한 <D.P 개의날>은 방영 한 달 전 10일간에 비해 방영 직후 10일간 조회수가 78배, 거래액이 60배 늘었다. 

웹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기존 웹툰 플랫폼을 이용하던 독자들과 다른 ‘신규 유입층’이 다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웹툰 드라마화로 흥행을 맛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웹툰 등 주 플랫폼들은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의 영상화 작업에 나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 원작의 스토리와 특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직접 영상콘텐츠를 기획·제작하기도 한다.

지난해 선보인 드라마 <사내맞선>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직접 기획하고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IP로 영상을 만들면 원작으로 확보된 팬덤이 영상의 인기를 보장하고, 또 영상을 본 뒤 다시 웹툰으로 유입되는 시너지를 낸다”며 “웹툰 독자층이 넓어지면서 새로운 팬덤이 형성되고,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흥행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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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