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혈세 빼먹는 ‘중국인 유학생’ 추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11 12:35:58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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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중국으로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학가를 점령했다. 이들은 대학 재정난을 해소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주로 부동산, 국민건강보험,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가만히 있어도 세금은 줄줄 새고 있다. 이를 방지하는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이미 구멍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잠시 주춤했던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가 16만명 선으로 회복됐다. 지난 4월19일 교육부의 ‘2022년 교육기본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재적 외국인 유학생은 16만6892명으로 집계됐다. 2004년 1만6832명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한국행
이유는?

지난 10년 연도별 외국인 유학생 수를 살펴보면 ▲2013년 8만5923명으로 시작해서 ▲2916년에는 10만4262명으로 1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 꾸준히 늘어나다가 코로나였던 ▲2020년 15만3695명 ▲2021년 15만 2281명이었다가 ▲지난해 16만6892명으로 늘었다.

전체 40.4%(6만7439명)로 전체 유학생 중 중국인이 가장 많다. 전년 대비 0.1%(91명) 증가했다. 그 뒤로는 ▲베트남 22.7%(3만7940명) ▲우즈베키스탄 5.2%(8608명) ▲몽골 4.4%(7348명) ▲일본 3.4%(5733명) 순으로 나타나 아시아 국가의 유학생 비율이 높았다.

학위 과정 유학생 중 가장 많은 것은 중국인 유학생이다. 비율은 48.5%(6만521명)로 전년 대비 1.2%(747명) 증가했다. 2위인 베트남인 유학생은 21.6%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그 뒤로는 ▲우즈베키스탄 6.6%(8249명) ▲몽골 3.8%(4800명) ▲일본 1.9%(2430명) 순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유학을 하는 배경엔 높은 교육열, 고학력 사회 도래, 체면 의식 중시, 중국 내 세계적인 고등교육기관 부족, 이민 준비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돈이 많은 집 자녀만 유학을 하는 게 아니라 입시 경쟁과 고학력 사회라는 시장화 초기 현상 때문에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외국 유학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중국인은 대부분 자녀를 유학보낼 때 영어권 국가를 선호하지만, 중국인이 선택한 유학 대상국은 일본이 2위, 한국이 6위로 비영어권 국가도 선전하고 있다. 이는 실제 유학을 선택하는 기준엔 선호도 외에 생활비, 거리, 문화적 동질성, 입학 준비 용이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인이 한국 유학을 선택하는 이유로 ▲낮은 생활비 ▲높은 안전도 ▲가까운 거리 ▲동일한 문화권 ▲낮은 수준의 역사 갈등 ▲낮은 입학 문턱 등이 꼽혔다. 특히 중국인 부모 입장에선 한국이 총기사고가 없다는 점 때문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한국 K-팝 유행은 학위 과정 유학생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지만, 비학위 과정 연수생이 한국을 선택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대학 재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는 것이다. 

먼저 부동산이다. 한국은 올해 초부터 전세 사기로 골머리를 앓았다. 전세 사기 가해자 중에는 중국인 유학생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인 유학 10배 증가…절반 중국인
전국 지방 소도시 아파트 골라 투자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전국의 아파트는 총 2만9792건이다. 2015년 2979건이던 외국인 아파트 매입 건수는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8년 3497건, 2019년은 3930건으로 소폭 증가세를 보였고, 2020년 5640건으로 43.5% 상승했다.

매입자들 중 단연 1등은 중국인 유학생이다. 유학 비자나 단기 비자만 있어도 국내 부동산을 살 수 있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들이 대거 부동산을 거래한 결과다. 실제로 중국인이 한국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례는 흔하다. 

서울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35억원에 서울 성수동의 아파트를 3년 전 29억원에 산 사례가 있고, 27억원이 넘는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를 10년 전 8억원에 산 사례도 있다.

정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는 시행령을 개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1일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공포해 매수인이 국내에 주소 또는 거소를 두지 않을 경우 위탁관리인을 지정·신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이번 개정에는 국토부가 외국인의 국내 거주 여부와 세대 구성 정보 확인을 위해 출입국 기록 및 건강보험정보를 관계 행정기관에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미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 시행령 개정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년 전인 2021년 A씨는 부모님 집 근처인 지방 소도시로 거주지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서울보다 전세 가격이 저렴했고, 거실 창밖으로 산이 보이는 조용한 동네였다. 

A씨가 살던 서울집은 빌라로 안방 창 너머 옆집 옥상이 보였다. 작은 방 창문은 옆집과 너무 붙어서 열 수도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서울서 사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서울을 떠나자 바로 마음에 드는 가격의 아파트가 있어 A씨는 해당 아파트를 계약하기로 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처음 느낀 것은 집을 계약할 때였다. 계약하기로 한 날, 부동산 사무실서 부동산중개사가 A씨에게 “계약하려는데 임대인이 외국인이라서 복잡하다. 그래서 시세보다 싸게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인은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다. A씨는 “처음 본 임대인은 딱 봐도 어려 보였다. 30대 초반 중국인으로 한국말로 대화는 못 했고 들을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유학 비자로
부동산 거래

계약자는 중국인으로 서울서 대학원을 다니는 유학생이었다. 실무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자가 처리하려고 했다. 전세 계약도 중국인 임대인이 아닌 대리인이 하겠다는 걸 A씨가 우겨서 만난 것이었다.

A씨는 호기심에 중국인 유학생이 왜 집을 많이 샀는지 물었고, 대리인은 “임대인이 자기 명의로 된 집이 많다. 아파트 갭투자로 돈을 많이 벌었다. 새로 분양한 인근 아파트는 프리미엄이 엄청나게 붙었는데 거기도 투자했다”고 대답했다.


중국인 유학생 임대인이 전국의 아파트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A씨는 불안했다. 중국인 유학생 임대인은 A씨의 전세 보증금을 받아 분양 잔금을 치를 거라고 했다. 아직 등기도 안 된 아파트라 위험 변수가 많았다. 고민 끝에 A씨는 임대인을 거치지 않고 시공사에 직접 입금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사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니 가능했다.

중국인 유학생 임대인과 대리인은 A씨에게 “왜 우리를 믿지 못하냐. 기분 나쁘다”고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다행히 이들은 A씨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후 계약 갱신 기간이 다가왔다. A씨는 새 아파트가 마음에 들었지만, 당시 아파트 매물이 쏟아지면서 기존 아파트 전세가가 추락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A씨는 이사를 결정했다. 이사를 결정하는 데에는 임대인이 중국인 유학생이라는 것도 작용했다.

A씨는 계약만료 3개월 전에 거절 의사를 밝혔고, 임대인은 부동산에 집을 내놓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A씨는 중국인 유학생 임대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고객님의 사정으로 착신이 정지됐습니다”라는 안내 멘트만 흘러나왔다. 카카오톡으로 연락해도 답장이 없었다.

계약 당시의 대리인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부터 중국인 유학생 임대인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 가입돼있었던 것이지만, 서류가 통과되는 데만 50일이 걸렸다. 


A씨는 중국인 유학생에게 언제 이사갈 것이고 현관 비밀번호는 무엇으로 변경됐는지 미리 알려야 했다. 어차피 중국인 유학생이 중국에 갔다고 생각한 A씨는 형식적으로 카톡을 보냈다.

황당한 일은 또 발생했다. HUG 담당자는 중국인 유학생과 대리인이 “비밀번호가 계속 틀린다. 제대로 명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A씨에게 전했다. A씨는 삼자대면을 요구했지만, 상대는 시간만 끌었고, 결국 A씨는 사비로 디지털 도어록을 열었다.

이 일로 A씨는 3개월여 동안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했고, 임대차등기명령을 하느라 사비가 들었다. 집주인에게 받아야 하는 장기수선충당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추나요법
후기 공유

건강보험 문제도 존재한다. “한국 한의원에선 단돈 1만원에 안마를 받을 수 있다. 단, 국민건강보험부터 가입하라.” 중국판 인스타그램 샤오홍슈서 20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여성 B씨가 영상 강의를 통해 말했다.

B씨는 게시된 영상서 “어떻게 하면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을 최대한 이용해 한의원서 안마를 싸게 받을 수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가 한의원서 받았다는 안마는 추나요법이었다. 추나요법이란 한의사가 추나 테이블 등의 보조 기구를 이용해 환자의 신체구조·기능적 문제를 치료하는 수기요법이다.

B씨뿐 아니라 중국인이 한국서 건강보험료 혜택으로 추나요법을 싸게 받았다는 후기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이들이 한국서 저렴히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고 전하는 공통된 요령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한의원서 추나요법을 받는 것이다. 

B씨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면 단돈 1만원으로 안마(추나요법)를 받을 수 있다. 한의사가 문진할 때 ‘뼈가 어긋난 것 같다’ ‘허리가 아프다’ ‘목이 아프다’ ‘근육통이 있다’는 식으로 상태를 말하면 된다”고 전했다. 

심지어 “대인공포증이 생겼다”고 한의사에게 말해도 추나요법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한국서 생활하는 중국인 유학생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다른 게시자는 “매달 건강보험료로 4만원을 내고 있는데, 건강보험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겠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B씨는 해당 한의원서 처음 추나요법을 받을 땐 한의사가 시행했지만, 두 번째 방문했을 땐 의사가 아니라 간호사가 추나요법과 전신 안마를 해줬다고 글에 언급했다. 또 B씨는 자신이 즐겨 다녔다는 서울의 한 한의원 정문 사진과 함께 한의원 이름, 주소를 한국어·중국어로 공유했다.

한 네티즌이 댓글로 “한국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안마를 받을 수 있다는 거냐”고 묻자 그는 “추나요법은 신체 치료가 목적이지만, 안마도 같이 해준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중국인 유학생도 ‘한국서 유학할 때 국민건강보험으로 밑천 뽑는 전략’이란 제목과 함께 4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2년에 한 번씩 공짜로 건강검진 받기 ▲상급종합병원도 부담 없이 이용하기 ▲치과서 스케일링 받고 사랑니 뽑기 ▲한의원서 안마받기 등이다.

싸다 했더니…보증금 떼먹고 잠적
“1만원에 안마” 건강보험 가입 꼼수

실제로 상당수 중국인이 한국 한의원서 추나요법을 안마 대용으로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빠르게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 첫해였던 2019년 ‘단순 추나요법’을 받은 사람은 61만6306명서 지난해 83만2248명으로 4년 새 35%나 급증했다. 또 그해에 단순 추나요법으로 발생한 진료금액은 439억7398만1000원서 737억4747만4000원으로 67.6% 증가했다.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학교 수업 중에도 중국인 유학생은 골칫거리다.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에서는 지난 3월 신학기부터 ‘중국 유학생 전용’ 전공 강의를 두 개 개설했다. 중국인 강사가 중국어로 진행하는 이 수업들은 중국 국적의 학생만 수강할 수 있다.

한국어와 영어가 서툰 중국 학생들이 일반 전공 강의를 따라가지 못해 만든 일종의 고육책이다.

반면, 이 소식을 들은 한국 학생들의 의견은 양쪽으로 갈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중국인 유학생과 같은 수업을 들으며 조별 발표를 하는 등의 고생을 하지 않아서 좋다는 의견’과 ‘한국 대학에 왔으면 한국 수업에 적응해야 한다. 그 수업 때문에 한국 학생이 피해를 본다’는 의견이었다.

외국인 유학생 중 특히 중국인은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 입장에선 중요한 수입원이다. 정원 외 선발 인원에 속하기 때문에 인원 제한 없이 무제한 선발이 가능하고, 등록금 인상 관련 규제도 받지 않는다. 유치만 하면 등록금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서 공부할 준비가 안 된 유학생까지 무분별하게 입학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불법 체류자의 증가를 막기 위해 언어 능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는 학생만 선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4년제 대학 기준으로 입학 시 한국어능력시험(토픽) 3급과 토플 530점이 충족돼야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토픽 3급을 딴 유학생조차도 일상생활 대화가 가능한 수준일 뿐 기초 교양수업을 따라가는 데는 역부족하다. 대학 재정에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인 유학생을 언어 능력 때문에 내치기 어려운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했던 시기 중국인 유학생들의 기숙사 격리 방역 비용을 지원했다. 다만 식사는 따로 지원하지 않았다. ‘중국 입국 유학생 관리’를 위한 예비비 42억원을 지출안으로 의결한 것이다.

지출 내역은 유학생 관리를 위한 현장 인력 2376명의 인건비 25억원을 지원했다. 현장 인력은 유학생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모니터링했다. 

역차별
논란도

방역물품 구입비용은 15억원을 지원, 기숙사 방역 비용이 12억원, 현장 인력에게 지급하는 방역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 체온계 구입이 3억원이다. 이 밖에 유학생이 입국한 후 공항서 행동요령을 안내하고 1회용 마스크 지급 등을 위해 필요한 부스 운영 비용도 2억원으로 책정됐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한국 학생들 사이에선 “정부나 학교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것에 비하면 한국 학생은 지원받는 게 없다. 정부나 학교가 역차별하는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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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