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넥스지 VS 어울림’ 끝나지 않은 저작권 전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28 14:24:31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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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10년 진흙탕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솔넥스지(현 넥스지)와 어울림정보기술(어울림)의 ‘저작권 분쟁’이 재점화됐다. 최근 어울림 측에 유리한 근거가 제시되면서다. 최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어울림 측의 시큐웍스V4.0 저작권 등록 과정서 필수 자료가 누락된 사실을 인정했다. 양사는 방화벽 운영체제인 시큐웍스V4.0의 소유권을 놓고 10년째 공방 중이다.

통상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을 등록할 때는 저작권법에 따라 소스코드와 실행파일이 필수로 첨부돼야 한다. 소스코드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설계도를 의미한다. 시큐웍스V4.0이 최초 등록된 건 2011년 9월.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이하 저작위)는 홍보 브로셔만 검토하고 저작권을 내줬다. 넥스지가 매수한 저작권은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껍데기 
사갔다?

넥스지는 2001년 설립된 국내 VPN(가상사설망) 시장 1위 업체다. 2013년 9월 한솔그룹의 정보시스템업체인 ‘한솔인티큐브’ 등에 인수됐다. 합병을 통해 한솔넥스지가 출범했다. 그해 11월 어울림서 퇴사한 개발자 20여명은 다넷정보기술이라는 업체를 설립했다. 2013년 10월 한솔넥스지는 다넷정보기술을 인수했다.

한솔넥스지는 당시 어울림 소유의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경매로 매수해 “차세대방화벽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선포했다.

어울림이 개발한 시큐웍스V4.0 시리즈는 관공서 등에 납품한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으로 등급과 용도에 따라 R2·R3·R4로 나뉘어 있다. 

2013년 말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이 시큐웍스V4.0 R2·R3·R4를 포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큐어웍스V4.0을 사용 중인 고객사 800여곳 중 500여곳에 관한 유지보수로 연간 60억원을 벌었다. 고객사들은 어울림이 기존에 납품한 거래처였다.

1997년 설립된 어울림정보기술은 어울림그룹 산하 기업이다. 주로 방화벽, VPN 등을 개발한 정보보안 기업이다.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 등을 생산한 어울림모터스의 모회사기도 하다.

넥스지와 어울림의 분쟁은 박동혁 어울림 대표가 2013년 공금횡령 등으로 구속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어울림 측은 “한솔넥스지가 ‘핵심 인력’과 ‘기술’을 빼돌려 불법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끝까지 싸웠다.

‘시큐웍스V4.0’ 등록 과정 필수자료 누락
홍보자료만 받고?…위원회 “말도 안 돼”

어울림의 분열 기미가 포착된 건 2012년 3월 주주총회부터다. 앞서 직원 200여명은 회사 지분 20%가량을 확보했다. 이후 주총에 나타나 이사 선임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이들은 집단 퇴사하면서 퇴직금 지급소송을 냈다. 어울림의 통장 계좌, 시큐웍스V4.0 저작권에 관한 압류 신청을 이어갔다. 박 대표가 발목을 잡힌 시기였다. 그는 퇴직금 지급을 위해 압류를 풀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대표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유무를 압류되기 전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어울림 내에 시큐웍스V4.0이라는 단일 제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시큐웍스V4.0 R2·R3·R4 등의 시리즈를 통칭하기 위해 시큐웍스V4.0이라는 단어를 썼을 뿐이다. 

저작위에 확인한 결과, 시큐웍스V4.0은 2011년 9월에 등록됐다. 법인 공인인증서를 통해 누군가 저작권을 등록했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법인 공인인증서 관리를 맡았던 총무팀 직원 김모씨로부터 정황을 듣게 된다. 김씨는 “2011년 9월8일 최모 부장이 찾아와 ‘급히 처리할 것이 있으니 컴퓨터를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자리를 내줬다”고 진술했다. 이날은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이 최초 등록된 날이다.

2차 감정
90% 동일

최 부장이 어울림 법인 공인인증서를 사용해 저작권을 등록한 것이다. 당시 최 부장은 한솔넥스지로 이직했다가 현재는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시큐웍스V4.0 R2·R3·R4의 저작권을 2005년에 등록했다. 2011년 9월 등록된 시큐웍스V4.0과 다른 저작권이다. 당시 최 부장은 시큐웍스V4.0을 등록할 때 홍보 브로셔 이미지만 등록했다. 기술적 근거자료 없이 단순 설명서로만 저작권을 받은 셈이다.

박 대표는 “어떻게 홍보 브로셔만 받고 저작권을 내주냐”며 저작위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저작위는 사실을 인정하며 경정을 요청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저작위 공문에 따르면 “(시큐웍스V4.0)등록 신청 당시 등록명세서 기재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소스파일을 제출하지 않고 브로셔를 제출했으므로 저작권법 시행령 제29조 제1항에 따라 이를 경정해 제출할 것을 요청한다”고 적혀 있다.

박 대표는 어울림서 납품한 시큐웍스V4.0 R2·R3·R4와 무관한 소스코드를 저작위에 넘겼다. 최근 법원이 저작위에 요청한 2차 감정서도 시큐웍스V4.0 R2·R3·R4와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등록 내용은 다르게 나타났다.

다만,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은 압류된 상태라 회수할 수 없었다. 경정이 완료되자, 2013년 말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의 저작권을 매수한다.

한솔넥스지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소스코드가 없다고 해서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2014년 한솔이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정당하게 인수했고, 이를 인정해준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고 일축했다.

어울림 출신
모두 나갔다

박 대표는 “어울림이 2005년 저작권을 취득한 시큐웍스V4.0 R2·R3·R4를 한솔넥스지가 무단 판매했다”며 “자신들이 경락받은 시큐웍스V4.0 저작권과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저작위는 허술한 저작권 등록 과정에 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저작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프로그램 저작권을 신청할 때 소스코드나 실행파일을 등록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며 “10년도 지난 일이지만, 말도 안 된다”고 단언했다.

쟁점은 시큐웍스V4.0과 시큐웍스V4.0 R2·R3·R4의 관련성이다. 시큐웍스V4.0 R2·R3·R4 저작권은 현재까지 어울림의 소유다.

반면, 한솔넥스지 측은 “시큐웍스V4.0이 시큐웍스V4.0 R2·R3·R4 등을 총칭하는 제품명”이라고 주장했다.

어울림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첫 번째 근거는 저작권에 등록된 파일의 용량이다. 먼저, 어울림의 시큐웍스V4.0 R2·R3·R4는 저작권 등록 당시 각각 실행파일과 소스파일이 첨부됐다. 한솔넥스지의 주장대로라면 시큐웍스V4.0의 저작권 내용물이 시큐웍스V4.0 R2·R3·R4을 포함한 파일의 크기여야 한다.

저작권 프로그램 등록부를 살펴보면 시큐웍스V4.0 R2·R3·R4의 용량은 2982만1579바이트다. 이에 비해 시큐웍스V4.0의 소스파일 용량은 1102만6988바이트다. 결론은 두 저작권의 내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500억 이상 손해배상액?
“승소했는데 뭐가 문제냐”

특히, 시큐웍스V4.0의 프로그램 등록 설명에는 “고성능 Multi-Core CPU를 사용한 경계선 방어형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으로 Firewall, VPN, IPS, QoS, Anti-Virus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고 적혀 있다.

시큐웍스V4.0 R2·R3·R4의 경우 ‘전용 서버 하드웨어에 설치되어 내부 네트워크 자원에 대한 보안과 사용자들의 접근제어를 수행하고 암호화된 가상의 사설망을 제공하는 시스템 프로그램’이다.

다시 말해 한솔넥스지는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인수해놓고 이와 무관한 시큐웍스V4.0 R2·R3·R4를 무단으로 판매한 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서 저작위에 의뢰한 2차 감정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솔넥스지가 판매한 제품이 어울림 소유의 시큐웍스V4.0 R2·R3·R4 소스코드와 90% 일치한 것으로 나왔다.

2015년 어울림은 한솔넥스지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오히려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 

한솔넥스지는 “프로그램 업데이트 권한과 유지보수 권한 등 시큐웍스V4.0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든 제품에 대한 저작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인수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제품 판매 및 유지보수 활동을 해 저작재산권을 침해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박 대표는 “(한솔은)어울림 출신 퇴직자들이 설립한 회사를 인수하고, 시큐웍스V4.0 R2·R3·R4와 별개인 시큐웍스V4.0 저작권을 인수해 우리 제품을 판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솔넥스지는 2017년 한솔그룹과 분리되면서 넥스지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 어울림은 넥스지를 상대로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어울림 측 변호사에 따르면 약 5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액이 나올 전망이다. 한솔넥스지는 어울림이 납품한 시큐웍스V4.0 R2·R3·R4의 유지보수로만 500억원 이상을 벌었다.

공방전
재점화

시큐웍스V4.0을 매수한 2014년 기준, 유지보수비로 발생한 연평균 매출은 약 60억원이다. 하드웨어까지 포함한 매출은 150억원 이상이다.

넥스지 측은 “어울림 출신 직원은 모두 퇴사했다”며 “한솔넥스지가 승소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박 대표의 입장을 반박할 어울림 출신 직원들은 현재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술 복제 코오롱베니트

소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한 대기업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코오롱그룹 계열사 IT서비스 전문업체인 ㈜코오롱베니트(대표 강이구)는 개인기업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베꼈다가 지난해 유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4단독 이용제 판사는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베니트 법인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지난해 2월10일 밝혔다. 

코오롱베니트 측 책임자 이모씨와 프로그램 복제 등을 수행한 외부 업체 책임자 김모씨에게도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면서 “다만 초범이라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코오롱베니트 측은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앞서 2017년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고모(전 솔컴 인포컴스 대표)씨가 개발한 TP모니터 계열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을 코오롱베니트가 복제해 ‘수출용 증권시장 감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미들웨어(Middleware)는 컴퓨터 제작 회사가 사용자의 특정한 요구대로 만들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운영체제와 응용 소프트웨어의 중간서 조정과 중개의 역할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다. 

코오롱베니트는 해당 프로그램을 한국거래소(KRX)에 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담당한 이씨와 관련 용역에 참여한 김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히, KRX는 이 시스템을 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에 수백억원대에 판매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서울신문> 보도 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수십년간 보류돼왔다.

지난해 10월 민사소송서 법원이 코오롱베니트의 기술 침해를 인정해 배상금 2000만원 지급을 명령하면서 속개됐다.

고모씨는 2016년 11월 “코오롱베니트가 2년 전부터 ‘심포니 넷트’ 베이스 라이브러리(소스 프로그램)를 몰래 사용하고 개발자를 비밀리에 고용해 역공학(복제)하는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고씨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은 은행의 뱅킹 업무 및 철도 승차권 예약과 같이 동시 사용자가 폭주할 경우 업무 처리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감시·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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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