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경영이 만든 ‘불로 패키지’ 정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로불사 우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부패하지 않는 식품이 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가 만든 ‘불로유’가 그것.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를 붙이고 허경영 이름을 부르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허 대표의 에너지가 담은 불로유가 탄생한다. 지지자들은 불로유가 영원히 썩지 않을 것이며 암도 치유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는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의 종교시설로 불리는 ‘하늘궁’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스스로를 ‘신인’으로 부르는 허 대표의 자택도 있다. 허 대표는 처음부터 종교 지도자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이 아니다. 원래는 소수의 팬클럽만 존재했으나, 2007년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체포돼 1년6개월 징역을 선고받고 2009년에 출소한 뒤부터 판도가 바뀌었다. 

“마셔 봐”
암도 거뜬

당시 허 대표는 경제공화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만찬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발언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출소 후 자신을 신격화하는 발언을 강연서 하기 시작했고 추종자들이 모여들어 종교가 됐다. 허 대표는 “내가 구속되던 날 남대문이 불에 탔고, 출소하는 날은 개기일식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놀라워했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마이클 잭슨 사망 3일 전, 그의 영혼이 나를 찾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대표를 신인이라고 부르는 지지자들은 허경영의 눈만 봐도 병이 낫고 행운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를 후원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융통하기도 했다. 본인도 스스로를 하늘서 내려온 신인이며 인류를 심판하러 왔다고 말했으니 말 그대로 허 대표는 스스로 ‘종교’가 됐다.


허 대표는 본인이 초우주 에너지로 사람을 치유하고, 시공을 초월하며, 사람의 수명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인이란 우주 공간을 지배하는 신의 화신으로 허 대표는 세계 통일을 하기 위해 12억 광년 떨어진 백궁서 지구로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허 대표는 지지자들을 치료하는 행위를 한다. 지지자들은 자신의 몸에 허 대표의 손끝만 닿아도 병을 낫게 한다고 동의했고, 이에 허 대표는 지지자의 머리채를 잡고 상체를 눕혔다가 일으키거나, 몸 곳곳을 세게 때리고 포옹하며 몸을 쓰다듬었다. 이런 행동이 ‘치유를 위한 행동’이다.

지지자는 허 대표의 치유 행위가 특별한 에너지를 받는 활동이라며, 이를 통해 에너지를 받은 사람은 “아팠던 몸이 나았다” “심각한 병이 싹 나았다” “모두 허경영 신인님 덕분”이라며 감탄했다. 

지지자 대부분은 허 대표를 유튜브로 접했다. 허경영 개인 채널만 5개며, 전문가는 2시간에 하나씩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 댓글에는 “세계 통일 황제, 허경영, 허경영, 허경영”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등의 댓글이 많았다.

“12억 광년 떨어진 백궁서 지구로 왔다”
생우유에 허경영 부르고 스티커 붙이면? 

가장 최근(지난 20일 기준)에 올라온 영상서 허 대표는 “내가 (지구에)오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을 바꾸고 있다. 안티들이 하는 행동이 도대체 뭐야? 무슨 근거로 시비를 거는 거냐? 내가 돈을 숨기고 있다고 그런다”며 “내가 지구에 있는 시간을 260년 줄일 생각이다. 내가 아침에 안 나오면 그러면 내 몸은 시체가 돼있을 것이다. 내가 여러분보다 먼저 가려고 그런다. 가만히 있으니 신인을 가짜로 보냐? 이 방(영상 속) 금고는 내 방에 있는 게 아니다. 생사람 잡지 말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갑자기 성경 속 마태복음을 읽으며 “예수가 자신을 예언한 것”이라며, 고린도전서 15장52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라는 구절을 강조했다.


허 대표는 이 구절 ‘썩지 않을 것이 다시 살아나고’를 두고 “이것이 불로유다. 우리는 불로산삼도 있다. 여기에 세계 UN 봉사단 이사장이 앉아있다. 이 사람이 우리나라 산삼 일인자인데 산삼을 위해 평생을 보냈다. 원래는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산삼에 빠졌다. 이천에 산삼농장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썩지 않는 것은 불로유다. 불로유나 불로산삼은 내 이름을 넣은 것이다. 수박도 내 이름을 넣으면 커진다. 나중에 불로산삼 먹은 사람과 안 먹은 사람은 얼굴이 다르다. 나는 장사하면 잘할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사기꾼 소리 하나 봐. 정치, 종교, 장사 다 잘하니”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는 하나님이 보낸 자가 있다고 했다. 그자가 바로 ‘우유를 썩지 않게 하는 자’다. 우유가 영원히 안 썩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자 말고는 할 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신인”이라며 “성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래도 못 알아보면 기가 막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몇 년 있다가 가려고 한다. 여러분이 나에게 안티가 생긴 대가가 오는 것이다. 내가 말한 메시지는 모두 선언”이라고 소리쳤다.

고린도전서
15장52절

허 대표는 성경 구절의 ‘썩지 않은 것’을 ‘불로유’와 ‘불로산삼’라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영상에서는 불로산삼 판매에 관한 홍보를 하기도 했다. 불로산삼 한 박스에 14만8000원이고 3개를 사면 1개를 끼워주고 44만4000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무엇일까? 

먼저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새롭게 만든 식품이 아니다. 불로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좌랜드’에 불로유를 만드는 허경영 스티커를 사야 한다. 가격은 5000원으로 허 대표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스티커 20장이 들어있다.

해당 제품 상세 정보란에는 불로유를 먹고 피부병이 완치됐다는 사진 두 장이 있다. 상단의 사진은 피부가 심각할 정도로 빨갛게 일어나 있었고, 하단 사진은 평범한 다리 사진이다.

또 본좌랜드는 우유 팩을 열어놓고 ‘허경영이라고 불러준 우유’와 ‘허경영이라고 불러주지 않은 우유’를 구분해 부패 정도를 확인했다. 허경영을 부른 우유는 깨끗한 하얀색을 유지했고, 아닌 것은 시커멓게 썩었다. 즉,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를 붙이고 상온에 오랫동안 유지하면 불로유가 된다는 것인데, 허 대표는 썩지 않기 때문에 ‘불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허 대표는 자신의 영상을 통해 “내 사진과 이름에는 농축된 (에너지)게 있다. 내가 우리나라 유명한 식품 분석 연구소서 불로유를 검사했다. 한 달 동안 한 검사인데 우유 영양분 변화가 없다. 밖에서 몇 달 된 걸 가져가서 테스트한 건 데도 이렇다”며 “세균도 하나도 없다. 6개월, 1년 된 우유인데도 멀쩡하다. 항암치료하는 사람이 불로유를 먹었는데 속이 메스꺼운 게 없고 머리카락도 안 빠진다. 항암치료하기 전보다 더 밥을 잘 먹는다”고 주장했다.

안티 글
“보지 마”

그러면서 “조금 있으면 (불로유)논문도 나온다. 논문 하나 내는 데 몇 억씩 비용이 들어간다. 신인이 아니면 이런 농축된 에너지가 말, 이름, 사진에 들어갈 수 없다. 사진 붙인다고 에너지 나오는 것 봤냐? 적외선은 있지만, 이렇게 암흑물질과 우주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불로유에 대해선 인터넷에 올라온 ‘불로유가 썩었다’는 내용의 글은 읽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냈다. 

그는 “불로유가 썩는다고 하는 것은 보지 마.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천사한테 물어봐. 다음에 뭐로 태어날지, 이 우주를 만든 사람이 그 사람인지도 물어봐. 어떤 사람은 아침에 ‘불로유 썩었다는 글을 봤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러 온 사람도 있다”며 “지구서 가장 아름다운 한반도에 신인이 왔는데, 본인의 알량한 지식으로 나를 재볼 수 있나. 불로유는 썩지 않는다. 그런데 병을 옮기면 우유가 분리된다. 그러면 먹기가 불편하니까 병을 옮기지 마. 불로유는 오래되면 될수록 더 특수한 효과가 더해진다”고 강조했다.

몇 몇의 지지자들은 불로유 효능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본인을 췌장암 4기 환자라며 기적적으로 회복했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지지자는 “나는 처음 신인님을 만난 것이 지난 대통령선거 때다. 선거판에 뛰어들어 부지런히 전단지 작업을 했다. 그 후 어느 날, 암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췌장암 수치는 428까지 올라갔고, 체중은 32㎏까지 빠졌다”며 “이미 간까지 전이된 상태로 몸은 뼈와 가죽만 남았다. 이때 지역위원장이 우리 집에 찾아와 ‘췌장암도 나을 수 있다’고 불로유 한 박스를 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후 매일 허경영을 부르며 정성 들여 먹었고 그러면서 일곱번의 항암치료 중 구토를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았고 손톱 밑이 까맣게 된 것도 회복됐다. 무엇보다도 진통제와 통증 주사도 필요 없었다. 항암으로 인한 변비의 고통도 없어졌고, 묵직했던 부종도 없어졌다. 췌장암 수치는 428서 54로 급격히 떨어졌고, 간으로 전이된 부위도 좋아졌다.

5000원에 팔리는 ‘불로유’
박스 14만8000원 ‘불로산삼’


심지어 사람만 효능을 본 게 아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고양이가 불로유를 먹고 털이 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 신도는 “우리 고양이는 복부비만이라 몸이 무거워 매일 방석에 기대어 있다. 그래서 배와 양쪽 뒷다리에는 털이 없는데, 병원 의사가 고양이 탈모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고양이가 불로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털이 나지 않던 부위에 털이 났다”며 “양쪽 다리랑 배 안쪽에 털이 부스스하게 나고 있다. 너무 신기하다. 그래서 요즘은 고양이한테 불로유를 먹이면서 ‘허경영 신인 암흑에너지 불로유’라며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허 대표 지지자들이 불로유를 극찬하고 있지만, 온라인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이들은 허 대표가 말하는 안티들인데 대부분 불로유에 대해 비난했다.

이들은 “신인의 증거가 불로유라고 했는데 이미 불로유는 썩고 있다. 작년 겨울에 만들었다는데 여름이 다가오니 썩는다. 너희 센터장이 만든 불로유가 지금 썩는 것 안 보이냐? 언제까지 허경영을 믿을 거냐” “불로유 먹으면 장염만 걸리는 게 아니라 위세척은 필수다” “불로유 항암 효능에 관한 의학 논문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암환자가 불로유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면 섭취 전후 CT 사진이 있어야 한다. 증언만 있는데 불로유의 항암 효능을 믿는 게 말이 되냐” 등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불로유는 상한 우유가 맞다. 부모님이 불로유를 먹는데 내가 버렸다. 버리면서도 차라리 진짜 우유길 바랐는데, 흐르는 점도를 보면 최소한 3개월 묵힌 상한 우유였다. 냄새도 심각했다. 나이가 들면 위벽이 얇아져 건강 조심해야 한다. 허경영은 최소한 음식으로 사기를 치면 안 됐다. 너무 역겹다” 등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허 대표의 ‘불로’가 불로유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직접 나서서 홍보하고 있다. 허 대표는 “불로유와 불로산삼을 같이 먹으면 피부가 정말 좋아진다. 산에 산삼 100억원어치 심어놨다. 장소는 비밀이다. 여러분들이 아는 사람에게 이걸 팔아야 한다. 불로산삼 팔아서 (하늘궁)건축하는 데 써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빨리 팔아서 
하늘궁 건축”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관계자는 “허경영은 기독교 이단이다. 허경영처럼 물건을 파는 것은 이단 종교가 교인들의 돈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구원파, 통일교도 모두 교인에게 장사했다”며 “허경영 종교에 빠진 사람의 가족이 상담소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은 돈 때문에 찾아온다. 이단에 수억원을 갖다 바치는 사람도 있다. 아주 흔한 사이비의 형태”라고 말했다.

한편, 허 대표의 지지자 중 한 명은 불로유와 불로산삼의 효능이 알려지고 허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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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