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허경영이 만든 ‘불로 패키지’ 정체

영원히 죽지 않는 불로불사 우유?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부패하지 않는 식품이 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가 만든 ‘불로유’가 그것.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반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를 붙이고 허경영 이름을 부르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허 대표의 에너지가 담은 불로유가 탄생한다. 지지자들은 불로유가 영원히 썩지 않을 것이며 암도 치유한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는 국가혁명당 허경영 대표의 종교시설로 불리는 ‘하늘궁’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스스로를 ‘신인’으로 부르는 허 대표의 자택도 있다. 허 대표는 처음부터 종교 지도자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이 아니다. 원래는 소수의 팬클럽만 존재했으나, 2007년 공직선거법 위반, 허위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체포돼 1년6개월 징역을 선고받고 2009년에 출소한 뒤부터 판도가 바뀌었다. 

“마셔 봐”
암도 거뜬

당시 허 대표는 경제공화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조지 부시 대통령 취임 만찬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결혼하기로 했다”고 발언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출소 후 자신을 신격화하는 발언을 강연서 하기 시작했고 추종자들이 모여들어 종교가 됐다. 허 대표는 “내가 구속되던 날 남대문이 불에 탔고, 출소하는 날은 개기일식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놀라워했다”고 주장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마이클 잭슨 사망 3일 전, 그의 영혼이 나를 찾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대표를 신인이라고 부르는 지지자들은 허경영의 눈만 봐도 병이 낫고 행운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를 후원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융통하기도 했다. 본인도 스스로를 하늘서 내려온 신인이며 인류를 심판하러 왔다고 말했으니 말 그대로 허 대표는 스스로 ‘종교’가 됐다.


허 대표는 본인이 초우주 에너지로 사람을 치유하고, 시공을 초월하며, 사람의 수명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인이란 우주 공간을 지배하는 신의 화신으로 허 대표는 세계 통일을 하기 위해 12억 광년 떨어진 백궁서 지구로 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허 대표는 지지자들을 치료하는 행위를 한다. 지지자들은 자신의 몸에 허 대표의 손끝만 닿아도 병을 낫게 한다고 동의했고, 이에 허 대표는 지지자의 머리채를 잡고 상체를 눕혔다가 일으키거나, 몸 곳곳을 세게 때리고 포옹하며 몸을 쓰다듬었다. 이런 행동이 ‘치유를 위한 행동’이다.

지지자는 허 대표의 치유 행위가 특별한 에너지를 받는 활동이라며, 이를 통해 에너지를 받은 사람은 “아팠던 몸이 나았다” “심각한 병이 싹 나았다” “모두 허경영 신인님 덕분”이라며 감탄했다. 

지지자 대부분은 허 대표를 유튜브로 접했다. 허경영 개인 채널만 5개며, 전문가는 2시간에 하나씩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 댓글에는 “세계 통일 황제, 허경영, 허경영, 허경영”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등의 댓글이 많았다.

“12억 광년 떨어진 백궁서 지구로 왔다”
생우유에 허경영 부르고 스티커 붙이면? 

가장 최근(지난 20일 기준)에 올라온 영상서 허 대표는 “내가 (지구에)오래 있어야 하는데 마음을 바꾸고 있다. 안티들이 하는 행동이 도대체 뭐야? 무슨 근거로 시비를 거는 거냐? 내가 돈을 숨기고 있다고 그런다”며 “내가 지구에 있는 시간을 260년 줄일 생각이다. 내가 아침에 안 나오면 그러면 내 몸은 시체가 돼있을 것이다. 내가 여러분보다 먼저 가려고 그런다. 가만히 있으니 신인을 가짜로 보냐? 이 방(영상 속) 금고는 내 방에 있는 게 아니다. 생사람 잡지 말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갑자기 성경 속 마태복음을 읽으며 “예수가 자신을 예언한 것”이라며, 고린도전서 15장52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라는 구절을 강조했다.


허 대표는 이 구절 ‘썩지 않을 것이 다시 살아나고’를 두고 “이것이 불로유다. 우리는 불로산삼도 있다. 여기에 세계 UN 봉사단 이사장이 앉아있다. 이 사람이 우리나라 산삼 일인자인데 산삼을 위해 평생을 보냈다. 원래는 대통령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산삼에 빠졌다. 이천에 산삼농장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썩지 않는 것은 불로유다. 불로유나 불로산삼은 내 이름을 넣은 것이다. 수박도 내 이름을 넣으면 커진다. 나중에 불로산삼 먹은 사람과 안 먹은 사람은 얼굴이 다르다. 나는 장사하면 잘할 거야. 그래서 사람들이 사기꾼 소리 하나 봐. 정치, 종교, 장사 다 잘하니”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는 하나님이 보낸 자가 있다고 했다. 그자가 바로 ‘우유를 썩지 않게 하는 자’다. 우유가 영원히 안 썩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자 말고는 할 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게 신인”이라며 “성자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래도 못 알아보면 기가 막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몇 년 있다가 가려고 한다. 여러분이 나에게 안티가 생긴 대가가 오는 것이다. 내가 말한 메시지는 모두 선언”이라고 소리쳤다.

고린도전서
15장52절

허 대표는 성경 구절의 ‘썩지 않은 것’을 ‘불로유’와 ‘불로산삼’라고 주장한다. 특히 해당 영상에서는 불로산삼 판매에 관한 홍보를 하기도 했다. 불로산삼 한 박스에 14만8000원이고 3개를 사면 1개를 끼워주고 44만4000원이다.

여기서 말하는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무엇일까? 

먼저 불로유와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새롭게 만든 식품이 아니다. 불로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좌랜드’에 불로유를 만드는 허경영 스티커를 사야 한다. 가격은 5000원으로 허 대표의 얼굴과 이름이 적힌 스티커 20장이 들어있다.

해당 제품 상세 정보란에는 불로유를 먹고 피부병이 완치됐다는 사진 두 장이 있다. 상단의 사진은 피부가 심각할 정도로 빨갛게 일어나 있었고, 하단 사진은 평범한 다리 사진이다.

또 본좌랜드는 우유 팩을 열어놓고 ‘허경영이라고 불러준 우유’와 ‘허경영이라고 불러주지 않은 우유’를 구분해 부패 정도를 확인했다. 허경영을 부른 우유는 깨끗한 하얀색을 유지했고, 아닌 것은 시커멓게 썩었다. 즉,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우유에 허경영 스티커를 붙이고 상온에 오랫동안 유지하면 불로유가 된다는 것인데, 허 대표는 썩지 않기 때문에 ‘불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허 대표는 자신의 영상을 통해 “내 사진과 이름에는 농축된 (에너지)게 있다. 내가 우리나라 유명한 식품 분석 연구소서 불로유를 검사했다. 한 달 동안 한 검사인데 우유 영양분 변화가 없다. 밖에서 몇 달 된 걸 가져가서 테스트한 건 데도 이렇다”며 “세균도 하나도 없다. 6개월, 1년 된 우유인데도 멀쩡하다. 항암치료하는 사람이 불로유를 먹었는데 속이 메스꺼운 게 없고 머리카락도 안 빠진다. 항암치료하기 전보다 더 밥을 잘 먹는다”고 주장했다.

안티 글
“보지 마”

그러면서 “조금 있으면 (불로유)논문도 나온다. 논문 하나 내는 데 몇 억씩 비용이 들어간다. 신인이 아니면 이런 농축된 에너지가 말, 이름, 사진에 들어갈 수 없다. 사진 붙인다고 에너지 나오는 것 봤냐? 적외선은 있지만, 이렇게 암흑물질과 우주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불로유에 대해선 인터넷에 올라온 ‘불로유가 썩었다’는 내용의 글은 읽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냈다. 

그는 “불로유가 썩는다고 하는 것은 보지 마.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천사한테 물어봐. 다음에 뭐로 태어날지, 이 우주를 만든 사람이 그 사람인지도 물어봐. 어떤 사람은 아침에 ‘불로유 썩었다는 글을 봤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하러 온 사람도 있다”며 “지구서 가장 아름다운 한반도에 신인이 왔는데, 본인의 알량한 지식으로 나를 재볼 수 있나. 불로유는 썩지 않는다. 그런데 병을 옮기면 우유가 분리된다. 그러면 먹기가 불편하니까 병을 옮기지 마. 불로유는 오래되면 될수록 더 특수한 효과가 더해진다”고 강조했다.

몇 몇의 지지자들은 불로유 효능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본인을 췌장암 4기 환자라며 기적적으로 회복했다고도 주장했다.

해당 지지자는 “나는 처음 신인님을 만난 것이 지난 대통령선거 때다. 선거판에 뛰어들어 부지런히 전단지 작업을 했다. 그 후 어느 날, 암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췌장암 수치는 428까지 올라갔고, 체중은 32㎏까지 빠졌다”며 “이미 간까지 전이된 상태로 몸은 뼈와 가죽만 남았다. 이때 지역위원장이 우리 집에 찾아와 ‘췌장암도 나을 수 있다’고 불로유 한 박스를 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후 매일 허경영을 부르며 정성 들여 먹었고 그러면서 일곱번의 항암치료 중 구토를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빠지지 않았고 손톱 밑이 까맣게 된 것도 회복됐다. 무엇보다도 진통제와 통증 주사도 필요 없었다. 항암으로 인한 변비의 고통도 없어졌고, 묵직했던 부종도 없어졌다. 췌장암 수치는 428서 54로 급격히 떨어졌고, 간으로 전이된 부위도 좋아졌다.

5000원에 팔리는 ‘불로유’
박스 14만8000원 ‘불로산삼’


심지어 사람만 효능을 본 게 아니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고양이가 불로유를 먹고 털이 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 신도는 “우리 고양이는 복부비만이라 몸이 무거워 매일 방석에 기대어 있다. 그래서 배와 양쪽 뒷다리에는 털이 없는데, 병원 의사가 고양이 탈모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고양이가 불로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털이 나지 않던 부위에 털이 났다”며 “양쪽 다리랑 배 안쪽에 털이 부스스하게 나고 있다. 너무 신기하다. 그래서 요즘은 고양이한테 불로유를 먹이면서 ‘허경영 신인 암흑에너지 불로유’라며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허 대표 지지자들이 불로유를 극찬하고 있지만, 온라인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이들은 허 대표가 말하는 안티들인데 대부분 불로유에 대해 비난했다.

이들은 “신인의 증거가 불로유라고 했는데 이미 불로유는 썩고 있다. 작년 겨울에 만들었다는데 여름이 다가오니 썩는다. 너희 센터장이 만든 불로유가 지금 썩는 것 안 보이냐? 언제까지 허경영을 믿을 거냐” “불로유 먹으면 장염만 걸리는 게 아니라 위세척은 필수다” “불로유 항암 효능에 관한 의학 논문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암환자가 불로유를 마시고 병이 나았다면 섭취 전후 CT 사진이 있어야 한다. 증언만 있는데 불로유의 항암 효능을 믿는 게 말이 되냐” 등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불로유는 상한 우유가 맞다. 부모님이 불로유를 먹는데 내가 버렸다. 버리면서도 차라리 진짜 우유길 바랐는데, 흐르는 점도를 보면 최소한 3개월 묵힌 상한 우유였다. 냄새도 심각했다. 나이가 들면 위벽이 얇아져 건강 조심해야 한다. 허경영은 최소한 음식으로 사기를 치면 안 됐다. 너무 역겹다” 등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허 대표의 ‘불로’가 불로유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불로산삼은 허 대표가 직접 나서서 홍보하고 있다. 허 대표는 “불로유와 불로산삼을 같이 먹으면 피부가 정말 좋아진다. 산에 산삼 100억원어치 심어놨다. 장소는 비밀이다. 여러분들이 아는 사람에게 이걸 팔아야 한다. 불로산삼 팔아서 (하늘궁)건축하는 데 써야 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빨리 팔아서 
하늘궁 건축”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관계자는 “허경영은 기독교 이단이다. 허경영처럼 물건을 파는 것은 이단 종교가 교인들의 돈을 끌어모으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구원파, 통일교도 모두 교인에게 장사했다”며 “허경영 종교에 빠진 사람의 가족이 상담소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은 돈 때문에 찾아온다. 이단에 수억원을 갖다 바치는 사람도 있다. 아주 흔한 사이비의 형태”라고 말했다.

한편, 허 대표의 지지자 중 한 명은 불로유와 불로산삼의 효능이 알려지고 허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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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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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