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윤석열정부 1년 성적표

검찰로 시작해 검찰로 끝났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정부 취임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각종 문제가 터져 나와도 가까스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었으나 앞으로가 문제다. 가시적인 결과를 내놔야 할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서다. 시점이 시점인 만큼 전 정부 탓도 할 수 없다. 윤정부는 앞으로 남은 4년 동안 민생 문제 등을 해결하고, 대선 공약들을 잘 지킬 수 있을까?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율 50%로 시작하며 정권교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출범 이후 외교, 대통령실의 인사, 경제 문제 등 여러 악재들로 인해 꾸준히 지지율이 하락해왔다. 이런 가운데 어느덧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1년 동안 윤 대통령은 여러 개혁을 목표로 달려왔다. 

그러나 윤석열표 개혁들은 어쩐지 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 대북정책, 외교, 경제, 부동산, 복지, 대통령실 인사 분야를 키워드로 선정해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대북

윤정부의 대북정책은 문재인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다. 문정부서 북한과 대화를 끊임없이 하려 했던 것과 비교하면 윤정부 들어선 공식적인 대화 자체가 한 번도 없었다. ‘담대한 구상’은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때부터 끊임없이 강조해온 목표로 취임식서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윤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도발 수위는 더 높아졌으며, 횟수는 더 잦아졌다. 최근에는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윤정부는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기조가 뚜렷하다. 앞선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1년 내 핵무장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윤정부와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처럼 적대적 관계로 바뀌었다는 것.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맞다. 차이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과 위협으로 규정하는 데 있다.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 모든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어떤 지원을 하게 된다고 해도 독이 든 사과다. 윤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은 이명박정부 시기에 비핵·개방·3000과 비슷한 논리”라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과거 문정부도 사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선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는데, 현 정부도 마찬가지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제시하고 있는 탓에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핵 폐기 결단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남북한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하고자 했던 프로젝트다. 결국 과거의 논리를 현 정부서 상당히 흡사하게 구상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 6명에 물으니…
“못하고 있다” 이구동성

그는 “과거 문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에 지나치게 매달렸다. 긍정적인 것은 이번 정부가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핵 보유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한미동맹은 굳건해야 하지만 우리 안보를 한미동맹에 의존하면 북한의 핵 공포하에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유엔 안보리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동안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해도 제재가 채택이 되지 않았다. 북한으로선 지금이 마음 놓고 무기 시험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이런 탓에 추후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외교

윤정부는 문정부의 외교정책을 한미동맹 약화, 대중 굴종 외교, 주종의 남북 관계라는 프레임으로 적극적으로 공격해왔다. 윤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는 상생과 공영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나라를 살리는 경제, 안보 확립, 국격에 걸맞은 기여다.

최근 전 세계적인 외교 기조는 ‘안보가 경제’라는 측면보다는 ‘경제가 안보’라는 흐름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의 도·감청 사건, 한일정상회담에서는 굴욕 외교라는 후폭풍이 거셌다. 직전 한미정상회담도 윤 대통령에게는 양국 간 동맹 강화라는 기조에도 불구하고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제대로 힘쓰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제 들러리였다는 혹평까지 내려진다.

중국, 러시아와는 더욱 사이가 틀어진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외신과의 인터뷰서 적대적 행위에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무역 규모가 15위고, 중국은 한국이 상당량의 중간재를 수출하는 국가다. 앞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당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던 바 있는 만큼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어문학 교수는 “한마디로 진영 편향 외교다. 미국과 일본만 만났다. 겉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다른 국가와의 협상이나 어젠다가 없다. 중국과 30분 만난 건 상견례에 지나지 않는다. 분명 후보 시절 국익을 앞세워 실리외교를 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윤정부가 결국 변수를 찾아내지 못하고 미국, 일본도 이익이 없으면 한국을 설득시킬 이유가 사라진다.

앞서 연속적인 정상회담서 윤정부는 외교적 성과가 있었다고 말하지만, 가시적 성과를 위해서는 우리가 ‘자율성’을 갖고 서로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 133조원 투자를 약속하고 왔던 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은 뒤통수를 맞고 왔다. 

대북, 핵 보유하는 방향으로 가야?
외교, 진영 편향…자율성 가져야

김 교수는 “외교 옵션이 점점 적어지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친구는 아무리 잘못해도 친구라는 논리밖에 세워지지 않는다”며 “실리를 따르지 않고, 같은 진영인지만 눈치 보면 일본이 (과거사를)반성하지 않고, 미국에는 요구하지 못한 채 다 줘버리는 상황만 생긴다. 원자력도 윤정부가 내세우는 주요 사업 중 하나인데 이러다가는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복합기업으로 불리는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정부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미국 에너지부에 낸 체코 원전 수술 신고서가 반려되면서, 협력 의향서까지 체결한 폴란드 원전 수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정부가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와 공조 강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려고는 하고 있으나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는 윤정부가 인수위 기간 마련한 국정운영의 큰 줄기 중 하나다. 경제 체질을 선진시켜 혁신 성장의 디딤돌을 놓고, 핵심전략산업 육성으로 경제 재도약을 견인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또 현 세대의 희생, 고통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개혁 과제들도 미루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윤정부 출범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반도체 산업은 침체기로 빠져 들었고, 수출은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적자 상황까지 벌어졌고, 원화 가치마저 하락했다. 민생경제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처참하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코로나라는 핑계를 댈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그렇지 않다”며 “10여년 동안 이런 국면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은 경제위기다. 위기를 덮고, 가리는 데 급급해 해결책이 안 나온다”고 평가했다. 

우 교수는 한국의 재정도 위기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세수가 다 걷히지 않았을 뿐더러, 감세 상황까지 벌어져 10년 동안 최저라고 분석했다.

경제위기로 정부는 지출을 줄이거나 돈을 빌리거나 때론 국채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 경제가 보통인 상황에선 지출을 줄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불경기 때는 정부가 나서 돈을 인위적으로 풀어야 한다. 


경제, 처참…역경기적 정책 필요
부동산, 액션은 긍정…속도 조절 

우 교수는 “정부가 돈을 못 쓰게 한다. 추경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추경호 부총리와 윤 대통령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렸다. 경제가 안 좋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할 역할이 있는데 못하는 것”이라며 “경제는 늘 실질을 찾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터진다. 물구덩이가 마르기 시작하면 가장자리부터 마른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괜찮지만 서민경제는 굉장히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역경기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상 경기가 좋을 때는 정부의 역할은 크지 않으며 정부의 개입 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생긴다. 한마디로 경제를 평탄화시키는 작업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문정부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6번이나 대책을 내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정부지 집값은 붙들지 못했다. 부동산 문제는 지난 대선서 가장 주목받았던 의제로 윤 대통령 역시 자신있게 대책을 내놨다.

분양시장 규제로 로또 청약을 막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조합원의 과다이익을 막겠다는 게 골자였다. 세금 규제, 주택 보유 매매 부담을 늘려 주택시장의 수요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주택은 5년간 270만호를 전국에 짓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액션을 취하는 부분은 긍정적이나 통상 ‘공급 부족’이라는 말은 실제 집이 부족한 게 아니라 집값이 오를 때 나오는 이야기”라며 “파격적인 조세 규제 완화, 부동산 세제개편 부분도 이야기한 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보유세는 조금씩 내려가고 있는데 거래세 같은 게 낮아진 걸로 보이지 않는다. 양도세도 거의 그대로다”고 진단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 교수 역시 속도가 느리다는 부분을 지적했다. 한 교수는 “특이적 요소가 너무 많이 개입돼있다. 긍정적인 면은 있을 수 있지만, 시장 왜곡을 일으키고 있다. 속도 조절 측면을 지키지 않았다”며 최 교수와 비슷하게 규제 완화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수위를 조절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그립을 쥐었다는 셈이다.

복지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다. 역대 정부서 출산율 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과는 늘 역부족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정부를 거치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무려 200조원이 넘는다.

윤 대통령이 내세운 연금개혁도 마찬가지다. 적립금은 전 세계 2위 수준인 1000조원이지만 2050년경 고갈이 예상된다. 현재 연금개혁은 3대 개혁 중 하나로 선정해 추진 중이지만, 문제는 적잖은 저항이 예상돼 정부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선 연금개혁을 두고 끊임없이 손을 대겠다고 말해왔으나 늘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어떤 정당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았다. 

복지, 전환·혁신 없으면 그대로
인사, 검찰공화국 총선 때 위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혁안이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선거 직전에 진영 논리가 생겨왔다. 복지개혁은 후세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여전히 복지 분야는 알박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되지 않았다. 정책을 생산하는 통로 틀 자체가 동맥경화에 걸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복지정책이 좋다, 나쁘다는 치열한 논쟁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결국 복지정책 분야에서는 1년 평가도 의미가 없다. 정책 생산 과정 자체가 정체돼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 복지제도를 건드리기 위해서는 집권 초기에 정책들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공약을 내세우기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정치권도 알고 있었고, 연금개혁특위도 있었다. 그러나 특위 마지막 회의서 나온 얘기가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했다는 수준이다.

한국의 평균 국민연금 급여액은 60만원 수준으로 기여금은 노동자 9%, 회사 9%인데 소득 대체율은 40%밖에 안 된다.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생산(GNP) 대비 공적 복지예산은 낮은 수준에 속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느 정권이든 동일했다. 윤정부도 방향 전환, 혁신이 없으면 앞으로 4년은 그대로 간다. 그 사이에 우리 복지는 더 후퇴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며 “곧 1년이 지나고, 행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끝났을 시점이다. 어젠더를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

윤정부는 정권 시작 초기부터 대통령실 인사와 관련된 문제가 상당했다. 측근, 검찰 출신의 인선은 여론 악화의 주범이었다. 국정운영 부정 평가 부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난 부분도 바로 ‘인사 문제’였다.

최근에는 아예 검사 출신 측근들을 총선에 대거 투입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인수위 시절 전문성을 갖고, 능력 있는 인재를 널리 등용시키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르게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검찰 출신을 우대했다는 평가서 자유로울수 없어 보인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내각이나 대통령실 비율로 따져봤을 때는 얼마 안 될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요직에 앉힌 부분을 살필 필요가 있다. 검사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상대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 문제는 차기 총선서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지지율이 높으면 탕평 인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결국 정치권으로 (검찰 출신을)진입시키기 위해 무리한 공천이 진행되면 위험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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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