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허위 월세 계약한 세입자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11 09:18:01
  • 호수 1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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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에 가린 ‘월세 사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요시사>는 ‘일요신문고’ 지면을 통해 억울한 사람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라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허위 월세 계약으로 ‘강제퇴거’를 당해도 대책이 없는 월세 세입자의 사연입니다.

최근 전세 사기 이슈로 인해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세입자 비중이 커지고 있다. KB부동산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5.5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1월 100을 기준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임대 권한

반면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월 100을 기준으로 지난 1월 94.3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세는 지난해 4분기부터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서울의 전용면적 60㎡(소형) 오피스텔 월세 거래(순수 전세 제외) 9954건 중 1071건(10.8%)은 월세가 100만원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1년 이후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월세 100만원 이상인 서울 소형 오피스텔의 1분기 거래량은 2011년 24건에 불과했다. 이후 2017년 174건으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560건으로 증가한 뒤 올해 1000건을 돌파한 것이다.

전세를 피해 월세 계약을 하면 과연 부동산 사기에 안전할까? 정답은 ‘아니오’다. 지난 1월, 집을 구했다는 A씨는 전세 사기를 피해 안전하게 집을 계약하기 위해 월세 집을 구했지만 사기당했다. 그는 지난 1월31일, 월세 매물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 어플을 이용해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했다.

공인중개사는 A씨에게 “내일 바로 월세 매물을 보자. 방이 엄청 저렴하고 신축 건물이어서 보는 사람이 즉시 가져갈 집”이라고 설명했다. 방은 실제보다 더 좋았다. 공인중개사는 A씨에게 “이런 집은 찾을 수도 없다”고 말했고, A씨는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0만원
계약 2개월 뒤 “신탁 부동산”

월세 계약은 건물 내 분양사무실서 진행됐다. 위탁자와 부동산 중개인이 같이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 당시 계약금인 보증금 총 1000만원의 10%인 100만원을 위탁자 통장으로 이체했고 계약을 체결했다. 잔금은 입주하는 날 보내기로 했다. 월세 금액은 70만원이다.

A씨는 집에 만족했다. 그렇게 입주 후 살고 있었는데 지난 3월, 건물에 현수막이 붙었다. 현수막에는 “건물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것이었다. 승강기에는 운행 정지(유효기간 경과)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A씨는 전문가에게 자문을 얻은 뒤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열람했다. 건물은 ‘㈜○○신탁’ 신탁회사로 소유권이 이전돼있었다. 또 신탁원부 발급을 받으니 ▲위탁자(부동산 소유자) ▲신탁자(부동산 실제 권리자) ▲수익자가 모두 다르게 돼있었고, 신탁원부에는 ‘위탁자는 수탁자 및 우선수익자의 사전 동의 없이 신탁부동산을 대상으로 임대차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기재돼있었다. 


A씨와 계약한 사람은 위탁자가 계약을 진행한 것 자체가 허위계약이 되며, 원칙적으로도 위탁자는 임대 권한이 없었다.

A씨가 이 문제에 대해 위탁자에게 전화하자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임대차 계약 동의서를 받을 수 없어서 보증금을 기존보다 싸게 내놓은 것”이라며 “만약 동의서를 받을 수 있었으면 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올렸을 것이다. 공인중개사한테는 이런 조항에 합의한 사람만 중개해달라고 이미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가 집을 계약할 때 공인중개사는 이 같은 설명이나 고지를 하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이나 신탁원부 등에 대한 서류를 보여주거나 설명해주지도 않았다. 

‘건물 유치권 행사’ 신탁사로 소유 이전
‘최우선변제권’ ‘퇴거명령 보호’ 불가

A씨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고 난 뒤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소액임차인이고, 소액임차인은 문제가 생겨도 나라서 최우선변제권을 주니까. 그러나 신탁 건물은 계약 자체가 복잡하다. 이런 상황의 집인 걸 알면 누가 계약을 진행하겠나? 전세 사기가 극성이라 당하지 않으려고 월세 계약을 했는데 황당하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중개인은 아직도 부동산 어플을 통해 매물을 올려 손님을 모집하고 다른 피해자를 양성하고 있다. 신탁된 부동산을 위탁자가 신탁자 동의 없이, 중개인과 공모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편취했다”며 “나는 보증금 1000만원에 대한 어떤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고, 소유자인 신탁회사의 명도청구에 대항할 수 없으며 퇴거 명령 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결국 공인중개사가 중개비를 받기 위해 허위계약 체결을 주도한 것으로, A씨에게 알려줘야 할 기본적인 정보를 고지하지 않았다. 신탁회사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위탁자는 임대 권한이 없다는 내용 ▲신탁원부 ▲등기부등본 ▲설명서 ▲사전승낙 등을 고지받지 못했다.

물론 지금 당장 A씨에게 거주 문제는 없다. 하지만 A씨가 사인을 하지도 않은 신탁원부(특약사항)에는 ‘신탁계약 체결 전에 위탁자와 임차인 간에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그 상태로 유효하며 위탁자는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첨부한 임대차 확인서를 수탁자에게 제출해야 한다’거나 ‘위탁자가 임의로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수탁자에게 그 효력을 주장하지 못하며, 수탁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위탁자가 배상해야 한다’ 등의 조항들이 적혀 있다.

전문가는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개인 나몰라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신탁등기된 부동산은 일반 부동산보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편이라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 관계는 임대인, 임차인이 당사자가 되는데, 신탁등기가 설정된 임대차계약의 경우에는 위탁자, 수탁자(일반적인 신탁회사), 수익자, 임차인이 당사자가 된다. 수탁자가 아닌 위탁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임대차계약의 효력 자체가 부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우 당연히 우선변제권이나 최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다. 보통 신탁회사의 동의를 받는데 그렇다고 해서 보증금이 보호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신탁등기를 악용한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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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탄핵 선고 이후…’ 대폭동 주의보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시간이 갈수록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심판관의 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미 후폭풍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갈등 수준이 임계점까지 치솟으면 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운마저 감도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헌재는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세번째 탄핵 심판 사건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때는 최종 변론 이후 14일, 박 전 대통령 때는 11일 만에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변론은 지난달 25일로 마무리됐다. 벌써 2주 넘게 지난 셈이다. 이전보다 길어졌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례를 윤 대통령 사건에 대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여권의 주도로 국회서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는 탄핵안을 기각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여권이 나서서 탄핵 소추안 통과를 이끌었고 헌재도 인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 판결 직후 직무에 복귀해 임기를 채웠고 박 전 대통령은 파면돼 직을 상실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특검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형사 처분까지 받았다. 사상 초유의 일이 매일 일어나던 시기였다. 당시 특검팀에 수사팀장으로 참여했던 윤 대통령은 8년 만에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처지가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같은 달 14일 통과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탈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도 소용없는 ‘내란죄’ 혐의가 윤 대통령을 옭아맸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뿐인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때 역할을 한 군·경찰 관련자들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일부 국무위원은 야권의 탄핵소추에 직무가 정지됐다. 모든 상황이 윤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여론의 움직임을 미묘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탄핵소추 전 10% 후반대를 오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렸고 국민의힘의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힘이 실렸다. 거리로 나온 찬반 집회 여론조사와 다른 양상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 중 하나로 들고 나온 ‘부정선거’ 의혹이 극우 유튜버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쪽은 거리로 나와 세를 과시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이 주축이 된 탄핵 반대 집회에 수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 응답이 여전히 높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55.6%,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43%로 집계됐다. 국민의 과반이 탄핵에 찬성한다고 답한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응답 비율이 탄핵 반대보다 낮았던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응답층과 중도층, 무당층이 탄핵 찬성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보수라고 답한 응답층은 탄핵 반대쪽에 무게감을 더하는 중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다른 양상을 띠는 게 이 지점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 전부터 이미 지지율이 급전직하해서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IMF 사태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 6%보다도 낮은 4%까지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지지율이다. 당시 보수층이 ‘궤멸했다’는 표현이 나온 이유다. 박 전 대통령 때와 달리 현재 보수층은 강하게 결집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한때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설 때도 보수층이 뭉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수층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것이다. 거세지는 반대 여론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이들이 거리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여론조사와 달리 탄핵 찬성 집회 인원보다 더 많은 수가 운집하고 있다. 3·1절에 서울 광화문·여의도 등지에 모인 시민은 12만명(경찰 추산)에 달했다. 2만명(경찰 추산)이 모인 같은 날 서울 안국역 등지서 열린 탄핵 찬성 집회와 비교해 6배가량 많은 수다. 문제는 헌재의 선고 결과에 따라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박 전 대통령 때도 헌재의 선고 당일 2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측은 2017년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한 직후 불복을 선언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경찰 버스를 탈취해 차벽을 50여차례 들이받았고 이 과정서 대형 스피커가 떨어지면서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60대 남성 1명도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된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다른 70대 남성 2명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결국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찰력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탄핵 심판 선고 전후로 외부인이 헌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벽으로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선고 당일 종로·중구 일대를 특별범죄 예방 강화구역으로 선포하고 8개 지역으로 나눠 질서 유지와 인파 관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저항권 폭동 예고? 일각에서는 아무리 대비해도 폭력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월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통해 예고편을 봤다는 것이다. 지난 1월18일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난동을 벌인 사건이다. 지지자들은 법원의 기물을 파손하고 영장 판사를 찾아다녔다. 법원이 공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일에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국민저항권’을 내세워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다. 저항권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에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정의된다. 실정법상에 승인된 권리는 아니지만, 서부지법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변호하는 변호사도 저항권을 언급하는 등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측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여기에 서울중앙지법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석방되면서 탄핵 기각을 외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기간이 만료된 후 기소가 이뤄졌다고 보고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일수’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즉시항고 등을 통해 법원의 결정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자유의 몸이 됐다. 또 재판부서 구속 취소 인용 배경으로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권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는 경찰만 가능하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는 물론 향후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수사와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52일 만에 구치소서 나와 관저로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내려 90도 인사를 하고 지지자들과 악수하는 모습 등이 탄핵 반대를 외치는 측의 집결을 부추기는 일종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원로들 “헌재 판결 승복해야” 윤, 최후 변론서도 언급 안 해 실제 지난 9일 대통령 관저 인근서 열린 집회서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석방되며 탄핵 재판은 하나 마나가 됐다. 끝났다”며 “만약 헌재가 딴짓을 했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한칼에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4500명이 모였다. 정치권의 행보가 탄핵 찬성과 반대 양측 모두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판결 이후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빨리 임명해야 한다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의 탄핵소추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지난 11일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가용할 수 있는 투쟁 수단을 총동원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면서 민생을 지키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이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상황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지자뿐만 아니라 정치권서도 헌재의 선고에 반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0일에는 여야 정치원로 등이 국회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간담회 직후 발표한 성명문을 통해 “지금 우리는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빠져드는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구국의 차원에서 모든 국민이 곧 있게 될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다수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을 위해 헌재서 어떤 판결을 내리든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최후 변론에 진정성이 담기려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67분 동안 최후 변론을 할 당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도 헌재 판결 이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구상만 밝혔을 뿐이다. 정치권이 부추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로 불씨를 던진 양쪽 진영의 갈등은 각종 변수를 발판 삼아 장작이 돼 활활 타오르고 있다. 보수, 진보 양측 모두 통합보다는 분열을 자양분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제 갈등 수위는 임계점까지 치솟았다. 헌재의 판결이 폭발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