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경, 이태원 참사 희생·생존자 금융정보조회, 왜?

달랑 통보만...구체적 이유 설명 안 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수사기관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체와 생존자의 금융정보를 들여다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금융거래 조회 사실을 지난달 처음 통지받았다.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마무리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경찰은 서울서부지검이 보완수사 과정에서 요청했다고 해명했으나 생존자와 일부 유가족은 조회 이유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식들의 금융정보를 아무런 동의도 없이 들여다본 건 수사기관이 우릴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 최근 기자와 만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말이다. 이들은 지난해 수사기관의 ‘마약 부검’ 제안으로 고통스러워했다. 생존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달 초에도 금융정보조회통지서를 받은 이도 있다. ‘수사·조사 목적’이라는 설명 외에는 조사 이유가 분명치 않았다. 사실상 검찰과 경찰이 2차 가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화 안 하면
모른다

경찰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400여명의 금융정보를 들여다봤다. 희생자 전원과 부상을 당했던 생존자를 합한 수로 아직 통지서를 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수사 또는 조사 목적으로 수사기관이 개인의 금융정보를 열람하면 최장 6개월까지 통지를 유예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서울서부지검 이태원 참사 수사팀의 요청을 받고 일부 희생·생존자의 카드 정보와 거래내역 등을 조회했다. 특히 희생자는 카카오뱅크 금융정보만 조회됐고 생존자는 자신의 명의로 등록된 은행사 금융정보도 조회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지검은 별도 수사팀을 형사3부(김창수 부장검사)에 꾸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왔다. 이 수사팀은 변필건 서부지검 차장검사가 직접 지휘하고 한석리 검사장이 직접 보고를 받는 체제로 알려졌다. 수사 실무 책임은 대형 참사 수사 전문가인 최정민 검사(부부장급)가 맡았다.


희생자의 금융정보조회통지서는 유족에게 전달됐고 생존자들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한 생존자는 “3~4년간 쓰지 않던 카드와 계좌가 조회됐다는 통지서를 받았을 때 금융 관련 범죄의 피의자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통지서에는 ‘수사·조사 목적’이라는 설명 외에는 조회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문의가 온 유족분들에게 왜 금융정보가 조회됐는지 충분히 설명했다”며 “적법한 수사다”고 말했다.

전달받은 생존자·유족 “보이스피싱 당한 줄 알았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 통신 조회로 충분”

경찰은 유족 측에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에 응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대한 ‘혐의 입증’을 위해 조회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또 교통카드로 쓰일 수 있는 신용·체크카드 정보 외의 계좌정보는 금융사 직원 개인의 실수로 전달받았고 즉시 파기 후 해당 금융사에 항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요시사>와 통화한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수사기관이나 당국이 압수수색 영장에 따른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달라고 하는 정보를 주지 A를 달라고 해서 B나 C를 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언급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지난 3일 서부지검은 송은영 이태원역장과 이권수 전 동묘영업사업소장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월13일 경찰의 무정차 요청과 공사 상부의 검토 지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송 역장과 이 전 소장을 불구속 송치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형사책임 인정에 필요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며 “지하철역의 안전을 최우선 업무로 담당하는 이들이 역내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정차 조처를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지하철 밖의 압사 사고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무정차 요청에 대한 이태원역장과 용산경찰서 관계자 등의 진술이 상반되나 다른 행사 때와 같은 유관기관의 무정차 요청 사전공문 발송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유족들이 통지서를 받고 구체적 이유를 듣지 못했다”며 “자세한 이유를 듣지 못한 유족들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자식들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이 우릴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뒤 다른
수사 진행

수사기관의 금융정보조회가 이들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었다면 교통카드로 쓰일 수 있는 신용·체크카드 정보와 거래내역이 아닌 통신조회로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통신조회까지만 해도 됐을 일”이라며 “노력한 결과가 유족과 생존자 측에서 2차 가해로 느껴졌을 것이다. 신중하지 못한 수사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송 역장과 이 전 소장은 기소되지 않았던 만큼 유족들은 수사기관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특수본은 지난해에도 희생자 전원의 카드 사용기록을 들여다보려 했다. 특수본은 지난해 두 차례 희생자 158명의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결제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특수본이 신청한 영장에는 이태원역 무정차 조치 여부와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태원으로 올 때 이용한 교통수단과 골목 안팎에서의 이동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당시에 카드 기록이 참사와 직접 관련성이 없고 ‘발급 카드 전체’라는 범위가 포괄적이었기에 영장을 반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영장을 반려했던 검찰이 서울청에 금융정보조회를 요청한 점도 석연치 않은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에 소재한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과거 영장을 반려해놓고 요청한 건 앞뒤가 다른 수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검찰과 경찰 간 힘겨루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지난해 특수본의 영장이 모호했기에 반려했다고 해도 자신들의 판단을 뒤집은 행위라는 건 명백하다”며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고 했다.

금융정보조회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의견도 달랐다. 경찰은 금융정보조회를 생존자가 아닌 희생자로 제한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검찰이 산정 기준을 알 수 없는 약 300명의 생존자까지 금융정보조회 대상 명단에 올렸다. 검찰이 생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수사에 앞장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영장 반려 후 뒤집기...경찰 부실수사 판단?
“비밀리에 마약 수사하는 건 아닌지 의심”

이 때문에 참사 유족들 사이에서는 수사기관이 지금도 비밀리에 마약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검찰과 경찰이 유족에게 희생자 시신의 부검을 제안한 바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9일 참사가 발생한 직후 유족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희생자 시신의 부검을 제안받은 사례는 최소 18건이다. ‘마약’을 언급하는 등 범죄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부검 여부를 묻기도 했다.

방법은 검사·경찰관이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에 찾아오거나 전화로 묻는 등 방식은 다양했다.

광주지검 사례가 대표적이다. 광주지검 한 검사는 장례식장에서 장례 준비를 논의하던 유족에게 찾아가 부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유족이 왜 부검해야 하는지 되묻자 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약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근거나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참사 다음날 새벽 한 유족은 서울지역의 응급실에 있다가 경찰관으로부터 부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유족이 부검하지 않겠다고 하자 해당 경찰관은 ‘검사가 마약과 관련해서 부검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유족이 화를 내자 경찰관은 ‘자신이 검사에게 부검 의사가 없다고 전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유족은 검사로부터 ‘마약 등 수사를 위해서 부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멍이 많고 누가 봐도 압사에 의한 사망인데 왜 부검을 해야 하느냐’고 답했다. 다른 유족은 사고 직후 시신이 옮겨진 경기지역 병원에서 서울 내 장례식장으로 희생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범죄나 마약에 연루됐을 수 있으니 부검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

부검 권유
2차 가해

서울지역의 한 병원에 있던 또 다른 유족은 검사로부터 ‘사인을 알기 위해서 부검을 해야 한다. 마약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유족은 ‘사인이 명확한데 왜 부검이 필요하느냐. 부검은 2차 가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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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