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경, 이태원 참사 희생·생존자 금융정보조회, 왜?

달랑 통보만...구체적 이유 설명 안 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수사기관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전체와 생존자의 금융정보를 들여다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금융거래 조회 사실을 지난달 처음 통지받았다.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마무리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경찰은 서울서부지검이 보완수사 과정에서 요청했다고 해명했으나 생존자와 일부 유가족은 조회 이유조차 제대로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식들의 금융정보를 아무런 동의도 없이 들여다본 건 수사기관이 우릴 범죄자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 최근 기자와 만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말이다. 이들은 지난해 수사기관의 ‘마약 부검’ 제안으로 고통스러워했다. 생존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달 초에도 금융정보조회통지서를 받은 이도 있다. ‘수사·조사 목적’이라는 설명 외에는 조사 이유가 분명치 않았다. 사실상 검찰과 경찰이 2차 가해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화 안 하면
모른다

경찰은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400여명의 금융정보를 들여다봤다. 희생자 전원과 부상을 당했던 생존자를 합한 수로 아직 통지서를 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수사 또는 조사 목적으로 수사기관이 개인의 금융정보를 열람하면 최장 6개월까지 통지를 유예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서울서부지검 이태원 참사 수사팀의 요청을 받고 일부 희생·생존자의 카드 정보와 거래내역 등을 조회했다. 특히 희생자는 카카오뱅크 금융정보만 조회됐고 생존자는 자신의 명의로 등록된 은행사 금융정보도 조회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부지검은 별도 수사팀을 형사3부(김창수 부장검사)에 꾸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해왔다. 이 수사팀은 변필건 서부지검 차장검사가 직접 지휘하고 한석리 검사장이 직접 보고를 받는 체제로 알려졌다. 수사 실무 책임은 대형 참사 수사 전문가인 최정민 검사(부부장급)가 맡았다.


희생자의 금융정보조회통지서는 유족에게 전달됐고 생존자들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한 생존자는 “3~4년간 쓰지 않던 카드와 계좌가 조회됐다는 통지서를 받았을 때 금융 관련 범죄의 피의자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무서웠다. 통지서에는 ‘수사·조사 목적’이라는 설명 외에는 조회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문의가 온 유족분들에게 왜 금융정보가 조회됐는지 충분히 설명했다”며 “적법한 수사다”고 말했다.

전달받은 생존자·유족 “보이스피싱 당한 줄 알았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 통신 조회로 충분”

경찰은 유족 측에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청에 응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에 대한 ‘혐의 입증’을 위해 조회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또 교통카드로 쓰일 수 있는 신용·체크카드 정보 외의 계좌정보는 금융사 직원 개인의 실수로 전달받았고 즉시 파기 후 해당 금융사에 항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요시사>와 통화한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수사기관이나 당국이 압수수색 영장에 따른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달라고 하는 정보를 주지 A를 달라고 해서 B나 C를 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언급한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지난 3일 서부지검은 송은영 이태원역장과 이권수 전 동묘영업사업소장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월13일 경찰의 무정차 요청과 공사 상부의 검토 지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사상자 규모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송 역장과 이 전 소장을 불구속 송치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형사책임 인정에 필요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며 “지하철역의 안전을 최우선 업무로 담당하는 이들이 역내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정차 조처를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지하철 밖의 압사 사고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무정차 요청에 대한 이태원역장과 용산경찰서 관계자 등의 진술이 상반되나 다른 행사 때와 같은 유관기관의 무정차 요청 사전공문 발송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유족들이 통지서를 받고 구체적 이유를 듣지 못했다”며 “자세한 이유를 듣지 못한 유족들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자식들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이 우릴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뒤 다른
수사 진행

수사기관의 금융정보조회가 이들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었다면 교통카드로 쓰일 수 있는 신용·체크카드 정보와 거래내역이 아닌 통신조회로도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통신조회까지만 해도 됐을 일”이라며 “노력한 결과가 유족과 생존자 측에서 2차 가해로 느껴졌을 것이다. 신중하지 못한 수사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송 역장과 이 전 소장은 기소되지 않았던 만큼 유족들은 수사기관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특수본은 지난해에도 희생자 전원의 카드 사용기록을 들여다보려 했다. 특수본은 지난해 두 차례 희생자 158명의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결제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특수본이 신청한 영장에는 이태원역 무정차 조치 여부와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태원으로 올 때 이용한 교통수단과 골목 안팎에서의 이동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당시에 카드 기록이 참사와 직접 관련성이 없고 ‘발급 카드 전체’라는 범위가 포괄적이었기에 영장을 반려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영장을 반려했던 검찰이 서울청에 금융정보조회를 요청한 점도 석연치 않은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에 소재한 한 변호사는 “검찰이 과거 영장을 반려해놓고 요청한 건 앞뒤가 다른 수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검찰과 경찰 간 힘겨루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지난해 특수본의 영장이 모호했기에 반려했다고 해도 자신들의 판단을 뒤집은 행위라는 건 명백하다”며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고 했다.

금융정보조회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의견도 달랐다. 경찰은 금융정보조회를 생존자가 아닌 희생자로 제한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검찰이 산정 기준을 알 수 없는 약 300명의 생존자까지 금융정보조회 대상 명단에 올렸다. 검찰이 생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수사에 앞장섰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영장 반려 후 뒤집기...경찰 부실수사 판단?
“비밀리에 마약 수사하는 건 아닌지 의심”

이 때문에 참사 유족들 사이에서는 수사기관이 지금도 비밀리에 마약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해 검찰과 경찰이 유족에게 희생자 시신의 부검을 제안한 바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9일 참사가 발생한 직후 유족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희생자 시신의 부검을 제안받은 사례는 최소 18건이다. ‘마약’을 언급하는 등 범죄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부검 여부를 묻기도 했다.

방법은 검사·경찰관이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에 찾아오거나 전화로 묻는 등 방식은 다양했다.

광주지검 사례가 대표적이다. 광주지검 한 검사는 장례식장에서 장례 준비를 논의하던 유족에게 찾아가 부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유족이 왜 부검해야 하는지 되묻자 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마약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근거나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한 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참사 다음날 새벽 한 유족은 서울지역의 응급실에 있다가 경찰관으로부터 부검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유족이 부검하지 않겠다고 하자 해당 경찰관은 ‘검사가 마약과 관련해서 부검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유족이 화를 내자 경찰관은 ‘자신이 검사에게 부검 의사가 없다고 전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유족은 검사로부터 ‘마약 등 수사를 위해서 부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멍이 많고 누가 봐도 압사에 의한 사망인데 왜 부검을 해야 하느냐’고 답했다. 다른 유족은 사고 직후 시신이 옮겨진 경기지역 병원에서 서울 내 장례식장으로 희생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범죄나 마약에 연루됐을 수 있으니 부검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

부검 권유
2차 가해

서울지역의 한 병원에 있던 또 다른 유족은 검사로부터 ‘사인을 알기 위해서 부검을 해야 한다. 마약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유족은 ‘사인이 명확한데 왜 부검이 필요하느냐. 부검은 2차 가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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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