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TV> 37년째 향토문화 지킴이 양영두 사선문화제전위원장 인터뷰

[기사 전문]

-본인에 대해 소개해달라.

1986년 민간 주도로 사선문화제를 창립한 창립위원장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37년 동안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양영두라고 합니다. 또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대한민국 NGO 1호 단체인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직도 맡고 있습니다.

- 사선문화제란?

국민관광지 사선대라는 곳이 전라북도 임실군 관촌면에 있습니다. 진안군 마이산의 두 신선과 임실 운수산 두 신선이 이곳 사선대로 와서 매년 시를 읊조리셨는데, 네 분 선녀가 풍광이 좋은 데 찾아 내려오신 뒤에 같이 어울리면서 매년 같이 노닐었다는 명승고적 설화집에 전설 의해서 ‘사선대’라고 명명하게 됐습니다. 

이에 1985년, 정부는 사선대를 국민관광지로 지정하게 됐습니다. 이 사선대의 전설을 후손들인 우리가 향토문화재로 지키고 승화시켜나가기 위해 민간 주도의 제전 위원 100명이 모여 이듬해인 1986년에 제전위원회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첫째로 사선녀 선발을 해야겠지요. 왜냐면 사신선녀의 전설이 있는데 신선의 경지는 아직 우리가 선발을 못하고 사선녀는 한국의 전통적인 여인상을 뽑고 있습니다. 아무도 선녀를 본 일은 아무도 없습니다만, 우리가 믿고 따르는 것은 그 근원이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 이분들이 선녀 같은 분들 아니겠는가.

미인을 뽑는 게 아닙니다. 그걸 지금까지 36년 동안 계속 선발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지역에서 뽑다가 전라북도 도내서 뽑다가 전국으로 넓혀 올해까지 진행하고 있어요.

그 동안 태풍, 폭염, 사스·메르스·코로나19 등 전염병까지 국가적·국제적인 재난이 왔었지 않습니까. 저희는 이를 모두 이겨내고 한 해도 쉬지 않고 해왔습니다. 민간 주도로 했기 때문에 아마 가능했을 거예요.

- 36년의 전통, 향토 행사의 의미는?

고향 사랑의 집합이고 나아가 나라 사랑의 결집이라고 생각합니다. 36세였던 이석용 의병장이 28의사 28분의 의병들과 같이 분연히 일어나 잃어버린 대한제국을 찾자 하는 항일의병이 있었습니다. 이분이 돌아가시면서 하신 말씀이 “내가 우리나라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일본의 천왕을 공격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한스럽다” 그런 훌륭한 의사·의병들을 존경하고 존중하기 위해 정부서 이승만 대통령이 소충사(召忠寺)라는 명칭으로 사당을 짓도록 했죠. 소충사는 부를 소(召), 충성 충(忠)으로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충성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소충 사선문화상이라는 것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처음엔 사선문화상으로 시작해 1999년, 소충제 군민의날과 통합되면서 소충 사선문화상으로 승화시켜 그때부터 전국적으로 시상을 시작했습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봉사하신 분들을 위해 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광복회 출신 독립운동가 후손분들에게도 비록 임실서 드리는 향토문화상이지만 30년 이상의 전통이 있는 상을 드리면서 나라사랑·고향사랑하신 분들에게 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전국농악경연대회는 서해안이나 가까운 해안가에서 가까운 곳은 ‘우도굿’이라고, 동부 산악지대 쪽으로는 ’좌도굿’이라고 하는데요. 호남 좌도굿 농악을 전승시키기 위해 매년 전국농악경연대회를 국회의장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죠.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요. 


이 기회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순수 민간 주도의 이런 설화 및 전설 등 전통 전래문화에 대해서는 좀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발굴해서 예산을 지원하고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해요.

- 36년간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어려움이 많았죠. 초창기 10년 동안은 자치단체 지원 없이 스스로 모금을 하고 광고협찬을 받고… 사실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많았죠. 저 사람 국회의원하려고 이거(사선문화제전위원장) 하는 거 아닌가. 입신양명을 위해 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어요. ‘꾸준히 해서 그런 생각을 불식시켜야겠다’ 그런 오기와 일념도 있었죠. 그런 것들이 이렇게 오랫 동안 봉사하도록 만들지 않았나.

-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잖아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고등학교도 못 보내는 가정이 많았어요. 그때는 사재를 털어 장학금이란 형식보다는 그냥 조금씩 금일봉 형태로서 지원했죠. 이후로 끼니 해결을 못해서 굶어 죽는 독립운동가 후손들, 학교 못 가는 사람, 핍박받는 사람... 이로 인해 어느 집안은 절손되고 어느 집안은 교육도 못 받고... 막상 (일제로부터)해방은 됐는데 누가 돌보는 사람도 없고 교육은커녕 취직도 못 하고 아사지경까지 가는… 바로 얼마 전 일인데 우리는 옛날 이야기로 잊고 있거든요.

‘독립운동가 후손들 돕기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역시나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설날·추석 때가 되면 적지만 쌀이나 생활용품을 모아서 보내드리고 있어요. 감사의 뜻 100분의 1, 1000분의 1도 못 되지만 그런 후원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감사함을 느껴야겠다는 생각에 이 같은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 올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장학활동과 3월에 3·1 만세운동,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에 대해 다시 한번 사료를 들여다보는 학술강연대회, 올해사선문화제에선 노인들 중 나라를 위해서 아름답게 살아오신 분들로, 시니어 신선을 뽑는 대회도 한 번 구상하고 있어요. 사선녀대회도 변화를 줘서 아름다운 선녀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시대가 흐르면서 자꾸 변하니까요.

흥사단 입장에서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다 중단됐는데, 정치도 변화가 와서 보수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남북통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통일부가 있는 거 아니겠어요. 통일을 이루는 게 우리의 최대 꿈이니 이를 건전하게 하는 데 더 노력하겠습니다. 그 외에 흥사단의 봉사활동, 통일 꿈나무들에 대한 지원, 젊은이들에게 무작정 통일은 꿈이 아니라 우리가 통일을 대비하기 위한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그 대책은 어떻게 가져야 하는지, 정신무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좀 섬세하게 접근하려 합니다.

- 인생의 목표

한국이 현재 세계 경제력 10위 국가에 들어섰다고 하잖아요. 먹고 사는 것만 10위가 돼서는 안 되고 삶의 질이나 정치의 질, 우리가 생각하는 품격의 질도 좀 향상이 돼야죠. 삶은 좀 나아졌지만 품격 등은 좀 떨어지지 않나 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험악한 얘기보다는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희망찬 얘기를 하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언론은 좀 더 밝고 맑은 뉴스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고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 미래 비전을 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국력이 국민의 체력이기도 하지만 국민 없는 영토는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결혼 적령기 사람들이 결혼을 기피하다 보니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이를 위해 정부가 고민하고 정치권에서도 고민해서 결혼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대책 필요합니다. 정치권도 싸우지만 말고 희망을 주는 정치로, 언론도 절망적인 뉴스보다는 희망적인 뉴스를 많이 생산하는 그런 계묘년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취재: 김민주
촬영&편집: 김미나/배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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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