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44)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란 격

그는 그때 일이 영 꺼림칙한지 잠깐 굳은 표정을 짓다가 나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통화를 끝낸 진 사장이 자리에 와서 앉고 대화는 계속되었다.

“식사에 초대되어 음식을 먹고 나서 얘기들을 나누는데 처형이 돈 얘기를 꺼냈습니다. 사업은 해야겠는데 자금이 부족하니 자신들 대신 대출을 받아서 빌려달라고 말입니다. 늦어도 1년 안에는 반드시 갚아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 말에 제 집사람이 난처해하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서가 나서서 구체적으로 요구를 하는 겁니다. 자신들은 지금까지 많은 대출을 받아서 금융권에서는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동서는 신용이 좋으니 대출이 가능할 거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저 역시 신용대출을 받은 것이 있어 더 이상 곤란하다고 말했지요. 그러자 동서는 자신들이 빌라 건축을 위해 구입한 땅은 제1금융권인 은행에만 담보가 제공되어 제1금융권에서는 추가담보제공이 불가능하지만, 제2금융권에서는 후순위로 담보제공이 가능하여 얼마만큼의 대출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저와 같이 대출이 많지 않고 사업을 하여 어느 정도 신용이 있는 자라야만 된다는 겁니다.”

“아하, 그래서 최 사장님이 보증을 서주었군요?”
가만히 듣고 있던 진 사장이 당시 상황을 알 수 있겠다는 듯이 말을 가로채며 거들었다. 그러자 최 사장은 멋쩍은 미소를 띠고 진 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닐세, 진 사장. 차라리 보증을 섰다면 그런대로 대응하기가 수월할 지도 몰라. 결국 우리부부는 동서부부에게 대접받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네. 그 대출 요구를 묵살할 수 없어 결국은 내가 승낙했기 때문이지. 다음 날 우리 네 사람은 동서가 미리 정해놓은 새마을 신용금고에서 다시 만났다네. 그곳에서 나는 아무소리도 하지 못하고 동서가 요구하는 대로 내 명의로 3억원을 대출 받을 수밖에 없었어. 물론 그 동서 자신이 빌라를 짓기 위해 구입해 놓은 땅을 후순위 담보로 제공하긴 했지만…”

보증 딜레마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내가 묻자 최 사장이 일이 꼬인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제 명의로 대출받은 3억원을 그 자리에서 돈 한 푼도 만져보지 못하고 곧바로 동서에게 건네주었지요. 그런데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는 말처럼 동서부부는 대출을 받기 전에는 우리 집에 뻔질나게 들락거리며 갖은 아양을 떨더니, 대출을 받은 다음 날부터는 발걸음을 끊다시피 하다가 나중에는 연락도 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사업상 바빠서 그러려니 하고 이해를 하였지요. 무엇보다 동서가 사업이 잘 되어 대출금만 상환일자에 갚고, 나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서운한 것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상환약정일자가 지났는데도 상환을 하지 않고 제대로 이자도 불입을 하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집사람이 자기 언니에게 찾아가 빨리 상환을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게 되었지요. 더욱이 제가 신용불량에 걸리면 사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통사정도 했습니다. 동서부부는 처음엔 미안하다고 하면서 어떤 경우라도 제가 신용불량에 걸리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며 호언장담했지만…. 그저 말뿐이었고, 결국은 원금은커녕 이자마저 내지 않고 대출금상환일자를 넘기게 되었지요.”


그의 말에 옆에 앉은 진 사장이 자신의 일처럼 흥분하고 있었다.
“에이, 나쁜 놈이네.”
나 역시 이 양반이 참 고약한 일에 걸렸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까 속으로 궁리를 했다.
진 사장이 흥분하는 모습을 잠깐 쳐다보던 최 사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마 내가 들어주고 진 사장이 흥분하니 위로가 되는 모양이었다.

“신용금고에서는 대출금을 상환 하지 못하자 저를 신용불량자로 등재하였다는 통보를 보내왔고요, 그게  집으로 날아오자 저희부부는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릅니다. 설마 했던 제가 어리석었지요. 그러자 저보다도 제 집사람이 더 방방 뛰었지요. 언니에게 당했으니 저를 볼 면목이 없고 괘씸하기도 하여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자살까지 하겠다는 걸 도리어 제가 간신히 진정시켰지요. 그 후 저와 집사람이 동서부부를 수차례 찾아가 갖은 방법으로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은 아예 배 째라는 겁니다.”

그는 생각만 해도 배신감이 솟구쳐 오르는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숨과 함께 들끓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 최 사장의 모습을 옆에서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진 사장이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다시 열을 토했다.
“에이 나쁜 사람들! 가족끼리 어떻게 그럴 수가…. 하여간 세상에 믿을 놈이 없다니까.”
진 사장이 흥분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평소 호탕하고 의협심 강한 그로서는 가까이 지내는 최 사장이 남도 아닌 가족들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속상할 일이었다.

나 역시 어이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진 사장처럼 욕을 하며 감정을 표출할 수는 없었다. 나는 냉정을 되찾으며 실마리를 풀기 위해 애를 썼다.
“그래도 일부는 상환했을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신용금고에서 담보권행사를 해서 땅을 경매처분 하여 상환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닙니까?” 내가 궁금해 하며 물었다.

은혜를 원수로

“그렇게라도 했으면 오죽이나 좋았겠습니까? 저희부부는 동서부부의 말만 믿고 설마하며 기다렸지요. 동서는 처음엔 이자를 몇 번 불입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이자를 한 푼도 불입하지 않았습니다. 원금일부를 상환하고 이자를 밀리지 않게 잘 납부했다면 부족한 부분은 저희부부가 일부라도 책임져 상환해줄 수도 있었지요. 그런데 아예 내 배 째라고 하니까 괘씸해서라도 대신 상환해줄 수가 없었어요. 그 많은 돈을 제가 상환할 입장도 못되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부부가 새마을신용금고에 찾아가 항의를 했습니다. 내가 비록 차주로써 대출금을 상환할 책임은 면할 수 없지만, 담보 제공된 물건을 경매처분하면 될 텐데 어째서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냐고 따졌지요. 그러자 신용금고 측에서 하는 말이 ‘담당자가 실수를 했는지 모르지만, 지상권설정을 하지 않아 제대로 된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또한 ‘담보물건 대지 위에 이미 빌라가 지어져 세대주들이 입주한 상태’라면서, ‘지상권설정이 없는 대지담보물건 후순위채권자인 신용금고 측에서 대지에 대해 경매를 진행하였으나 선순위채권자들이 경락배당금을 모두 가져가고 자신들은 몇 달분 이자만 겨우 배당받았다’고 합니다.”

최 사장은 마치 기록해둔 자료를 읽는 것처럼 비교적 차분하게 경위를 설명했다. 얘기를 들을수록 갑갑해지는 상황이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으로 좋은 일 하고 당하는 꼴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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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