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왕’ 김승연 한화 회장의 ‘다음 승부수’

멀어져간 대우조선해양 인수 “신(新)성장동력 찾아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대한생명 등을 인수하면서 ‘승부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라고 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결국 접어야만 했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되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합병 불패신화를 써왔던 그였기에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어느 순간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승부사’ 김 회장의 다음수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인수·합병 불패신화가 깨졌다. 그것도 “내 인생 최대 승부수”라고 할 정도로 공들였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4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의 인수·합병 불패신화는 깨지지 않는 철옹성처럼 여겨졌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밀어붙이는 그의 뚝심은 ‘승부사 김승연’이라 칭함에 지나침이 없어 보였다. 본입찰 참여 당시 한화는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9조원 수준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자금조달 계획서를 산업은행 측에 제출했다. 낙찰가는 6조5000억원. 이후 산은과 합의로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세계경제가 더 나빠지면서 자금조달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생겼다. 그의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한화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인수대금에 미달하는 자금조달규모를 제시하고 부족분은 5년 후에 분할매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임직원에게 특별 메시지를 통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에 걸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하며 “각 사는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절박한 심정으로 상시적인 위기대응 체제를 철저히 구축해나가야 한다”며 조직내부의 결속에 나섰다.
그러나 산은은 한화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달 22일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 무산을 공식 선언했다. 선친에 이어 만 29세의 나이로 한화그룹 회장에 등극한 김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불려왔다. 한양화학,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동양백화점(현 한화타임월드), 대한생명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러나 대우조선 매각실패로 인해 김승연 회장의 무패신화가 무너져 버렸다.
김 회장의 신화가 깨지던 날 오후 한화는 경영기획실 금춘수 사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대표이사 및 경영기획실 임원 등 35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 자리에 없었다. 단지 금 실장 입을 통해 “그동안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범그룹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된 데 대해 아쉽다”며 “앞으로 각 사는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대우조선해양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 회장이 자리에 없었던 이유는 한화 도쿄법인 등을 방문하느라 국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던 지난달 13일 일본으로 출국, 20여일 후인 같은 달 31일 입국했다. 일본에서 체류하는 동안 김 회장은 인수 무산을 염두에 두고 신성장동력이 될 만한 사업 분야 등을 고민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귀국 후 그는 “올해는 내실을 다지고 내년에는 성장전략을 수립해 도약의 원년으로 삼자”고 당부했다.
한화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귀국한 이후 “지난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뛰자”며 “경기상황이 악화된 만큼 올해는 내실경영이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 이후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을 대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도록 힘쓰자”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한화는 비상경영을 선포, 생존과 도약을 위한 ‘그레이트 챌린지 2011’ 프로젝트의 세부 시행안을 마련해 올 사업계획부터 본격 실시키로 했다.
‘그레이트 챌린지 2011’은 전사적으로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각 사업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들보다 앞서는 경쟁력을 구비해 2011년에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하자는 한화의 비상경영 계획이다.
한화가 기존 사업계획에서 매출 및 당기순이익에 초점을 맞춰오다가 현금흐름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영계획을 재정립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후 지난 4일 한화는 부사장 1명, 전무 7명, 상무 26명, 상무보 46명 등 임원 80명에 대해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획 및 신사업 부문에 대한 승진 폭을 확대했다. 또한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김 회장의 의도가 이번 인사에 숨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대우조선 인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승부사’ 김 회장의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

김 회장의 다음 행보는 쌍용건설 인수·합병?
한화 “내실 다지는 데 주력할 뿐 검토도 안 해”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당부했다는 점과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키워온 만큼 인수·합병 시도는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회장은 대우조선 인수가 무산될 즈음부터 “대우조선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주문해왔다.
그런 이유로 현재 나와 있는 매물 가운데 쌍용건설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쌍용건설은 대우조선에 비해 인수자금면에서 부담이 적고 한화건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토목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한화가 눈독을 들이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쌍용건설은 동국제강이 인수·합병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악화로 결국 무산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12월 동국제강에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체결했던 주식매매 MOU에 대한 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서의 법적 자격을 상실했다.
당시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을 인수·합병하기 위한 인수자금은 4620억원.
인수 금액 면에서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제시한 가격 6조3000억원에 비해  ‘만만한’ 금액이다. 한화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여력과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부담이 적은 인수 대상인 셈.
해외토목 분야 경쟁력도 쌍용건설의 매력이다. 쌍용건설은 중동 주요국가에서 건설 라이선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 한화 입장에서는 한화건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외토목 역량을 쌍용건설 인수를 통해 메울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해외 건설보다 국내 건설에 특화된 건설사와 합칠 경우 사업 구성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화 측은 올해 당장 쌍용건설 등을 대상으로 인수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분간은 무리한 확장보다는 재무안정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
한화 관계자는 “현재 쌍용건설 인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 한 해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임원 승진 인사 단행
‘그레이트 챌린지 2011’에 맞춘 내실 다지기 돌입

한화그룹은 지난 4일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부사장 1명, 전무 7명, 상무 26명, 상무보 46명 등 전체 80명이 승진됐다. 지난해 84명에 비해 5% 정도 축소된 규모다.
한화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Great Challenge 2011’ 프로젝트에 맞춰 영업부문과 생산부문 등 현장 위주의 인재를 발탁했다. 전체 임원수도 10% 정도 축소 조정했으며 글로벌 경영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기획 및 신사업 부문에 대한 승진 폭을 확대했다.
계열사별로는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한화와 한화석유화학의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화 측은 “향후에도 필요한 경우 수시로 임원 인사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강호 대한생명 전략기획실장은 대신생명,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대한생명을 인수한 직후인 지난 2003년에 대한생명으로 입사한 강호 실장은 경영기획실장, 상품고객실장 등을 거치면서 대한생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과 시스템 개선 등에 기여해 회사가 업계 2위로 올라서고 누적적자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
김연석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장은 탁월한 현장관리 역량을 발휘해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CA(염소), OXY(이염화에틸렌) 사업 등 각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연료비 등 16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을 실현했다. 재임기간 동안 현장밀착 경영을 통해 노사 무분규 사업장을 유지하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권태 재무실장은 한화의 모기업인 한화의 CFO(자금관리이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회사의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신용평가 등급 향상 등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한화증권의 백대욱 헝가리은행장은 헝가리은행의 여신잔고 및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했고, 철저한 신용리스크 관리를 통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영업이익을 27% 증가시키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병영 한화·무역 철강사업팀장은 철강영업 17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매출액 3500억원(전년비 272%), 이익 110억원(전년비 440%)을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보가 됐다.
강기수 경영기획실 상무보는 기업 홍보전문가로서 그룹 전체 홍보기획 및 실행에 있어 탁월한 역량과 성과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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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