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격차> “당신도 무연고자 될 수 있다” 소외된 자들의 죽음에 관하여…

[기사 전문]

진행자: 혹시 여러분은 이웃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홀로 임종을 맞은 뒤 일정 기간 후에 발견되는 죽음인 ‘고독사’. 우리나라의 고독사 사망자는 2019년 659명에서 2021년 953명으로,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즉 사회의 음지에서 일어나는 소외된 죽음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죠.

특수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를 운영하는 유품정리사 김새별씨가 그 현장의 모습을 설명합니다.

김새별(유품정리사): 쉰 아홉 살 드신 남성 분이 고시텔에서 이렇게 돌아가셨어요. 근데 사실 그 나이쯤 되고 그러면 직장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대부분 하시는 일이 청소용역 또는 경비용역.

결국은 이제 회사에서 나오게 되셔서 일이 없으니까, 고시텔에서 본인이 갖고 있는 돈으로... 최소한의 돈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데만 집중을 하셨더라고요. 근데 제가 볼 때는 약주 이런 걸 드시지는 않았는데 굶어서 돌아가신 것 같아요. 아사죠. 많지는 않은데 더러 있어요.


전체적인 통계라고 하긴 그렇지만 제가 느낄 때 40~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한 70% 정도 되고, 20%가 청년들의 극단적 선택. 한 10%가 노인 고독사죠.

예전에는 독거노인이라 그랬잖아요. 가족이 없는 노인 분들, 혼자 사는 노인 분들. 그런데 지금은 ‘홀몸 노인’이라고 그러죠. 가족이 있어도 혼자 사니까.

홀몸 노인에 대한 어떤 복지가 좋아지고 방문이나 이런 걸 통해서 계속 관리하고, 모니터링하니까 노인 고독사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럼에도 한 10% 정도를 잡는 이유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노인 고독사를 다 막을 순 없어요. 사각(지대)이 없을 수가 없죠.

청년들이 고독사 하는 곳은 90%는 집이 쓰레기장 같고요. 사실 우리가 접근해야 될 부분 중 하나가 ‘고독사, 사회적 문제, 이웃 간의 단절, 가족 간의 단절’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게 ‘주변 사람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고 관심 가져 달라’고 얘기하잖아요.

근데 사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외부와 단절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스스로 벽을 만들고 다가오지 못하게, 얼굴 한번 보고 인사를 나누려고 해도 너무 차갑고 무서우니까 사람들이 못 다가가는 거죠. 그러니까 저는 이게 돌아가신 분의 책임이 큰 것 같아요.

진행자: 이외에도 ‘사회적 차별에 의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소외 계층’입니다.

부모를 여의거나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인 ‘고아’는 그중 큰 영역을 차지하는데요. 고아권익연대 조윤환 대표가 입을 열었습니다.


조윤환 대표(고아권익연대): 제가 한 일곱 살 여섯, 일곱 살 정도 됐을 때 저보다 한 살 어린 고아 후배가 있었어요. 제 옆에서 이 아이가 죽었어요. 자고 있는데 이 아이가 오줌을 쌌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고아원에서 오줌을 싸면 좀 큰 사건이거든요. “큰일 났다. 빨리 치워!” 그랬는데 근데 이 친구가 안 일어나요. 이유는 간단해요. 너무 추워서 감기로 죽은 거예요. 시설이 너무 안 좋으니까 간단하게 제때 의료 조치조차도 받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했는데... 시설 측에서는 왜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냐? 이 아이가 살아 있어야만 지원금이 이 아이의 이름으로 나오거든요.

재작년에 28세 여성이 죽었던 사건은 너무나 안타깝죠. 연락이 안 돼 실종 신고했는데 사망했다 하더라고요. 경찰서에서. ‘사인이 뭐냐’고 했더니 경찰서에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판결하고 있다. 자세한 얘기는 못 해 준다‘고 하더라고요. 적극적으로 수사를 부탁한다고 했더니 ‘그 부분은 더 이상 우리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고아들의 죽음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진상규명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 진상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모습이 너무 안 좋아요. 일반 가정에서 컸다면... 아무리 경찰에서 “수사 제대로 했다”고 해도 끝까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거예요. 근데 고아들은 그렇게 해 줄 사람들도 없고, 국가도 관심이 없어요.

그분은 결국 자살 처리됐고… 그래서 실체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한 건데 결국 못 한다고 하더라고요.

(한 분은)어려서부터 고아원에 버려지고, 고아원에서 초등교육도 못 받고 중등교육도 못 받고 고아원에서 노예로 사는 거죠. 살다가 고아원이 폐쇄되니까 갈 곳이 없잖아요. 폐쇄된 고아원에 갔어요. 그분이 살았던 흔적이 그대로 있더라고요. 이분은 지금도 아무도 몰라요. 이게 무연고자예요.

국가는 이 사람의 데이터는 있잖아요. 이 사람이 계속 나이는 먹어가죠. 150세까지 사망신고가 안 되니까. 우리나라에 150세로 살고 계신 분들이 꽤 돼요 지금. 행안부(행정안전부)에 150세 이상인데 사망신고가 안 된 호적들이 꽤 많대요. 가족이 있다면 실종신고해서... 어쨌든 실종신고가 약 10년이 되면, 10년인가 20년이 되면 자동으로 사망 처리가 된대요. 근데 실종 신고까지 안 된 애들은 그냥 누적되는 거예요. 나이만 먹는 거예요.

고아가 죽으면 경찰서에서도 수사하기 싫어해요. 폭행당했든 강력범죄를 당했던 관심이 없어요. 어차피 그걸 찾아 봤자 누구도 관심 없으니까.

우리 현대 사회의 복지 가치에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있잖아요. 여전히 고아들한테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이야기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요.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아예 실종신고조차 안 되는 것.

대한민국 고아 신분은 죽음조차도 애도 받지 못하는(사람들). 나쁘게 말하면 ‘국가의 실적’ ‘빨리 죽게 만들어야 하는 존재’. 이건 격차가 아니라 비참한 거죠. 바닥 중의 바닥이고...

진행자: 죽음마저 외면당하는 소외 계층의 현실. 이에 더해, 극심한 차별로 평범한 생활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먼 타지에서 돈을 벌러 한국에 온 사람들, 바로 ‘이주노동자’입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외국인 부검률은 17.4%로, 한국인 부검률 2.9%보다 6배 높았습니다. 즉 한국에서 외국인이 부검 당할 가능성이 한국인보다 6배 높다는 것입니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 속헹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줍니다. 그녀는 불법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농업노동자로, 2020년 겨울 밤 돌연사했습니다. 당시 김달성 목사가 우연히 해당 사건을 접하게 됐는데요.


김달성 대표(포천이주노동자센터): 그게 2020년 12월20일에 사망한 거예요. 속헹씨와 네 동료 여성 노동자들이 함께 일했던 농장 있죠. 그 농장의 한가운데에 까만 차광 막을 뒤집어쓴 불법 가건물이 숙소였었죠. 샌드위치 패널(판넬) 가건물이에요.

중요한 초점이, 속헹씨가 20일에 사망했다는 건데 이틀 전부터 기숙사에 난방이 가동이 안 됐다는 거예요. 그게 핵심이었어요. 영하 16도 한파가 며칠 동안 계속되는 그때였어요. 그리고 또 하나 핵심은 뭐냐, ‘평상시에 지병이 없었다’

나는 즉각적으로 이 사망사건에 대한 대책위를 구성했죠. 그랬는데 근로계약서를 나중에 받아보니까 한 달에 (인당)15만원씩 기숙사비를 내는 것으로 기록돼있고...

진행자: 김달성 목사의 노력으로, 2022년 5월 마침내 산업재해가 승인됐습니다. 영하 16도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쓸쓸히 숨을 거둔 속헹씨. 그녀는 한 달 후 캄보디아로 돌아갈 비행기표를 예매한 상태였습니다.

김달성 대표(포천이주노동자센터): 속헹씨 사망한 그 사업주는 아직도 해요. 끄떡없어요. 고발했는데 ‘불법시설물을 제공했다’는 것만 문제 삼아서 한 200만원 벌금만 받고 말았어요. 사람 죽여도 끄떡없습니다.

진행자: 만약 연고자가 없는 사람이 사망할 경우, 그는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됩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은 안치실에서 바로 화장장으로 이송됩니다. 즉 이들에게는 ‘장례’라는 애도의 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죠.

단, 서울시에서는 2018년부터 대부분의 무연고 사망자에게 공영장례를 지원하는데요. 그 배경에는 한 시민단체의 지대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소외된 자들의 ‘애도 받을 권리’를 지키는 사람들, ‘나눔과나눔’입니다.

김민석 팀장(나눔과나눔):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요. 제도적인 기준에 부합해야 되고, 두 번째는 경제적인 기준에 부합해야 해요. 시장에서 요구하는. 그 두 가지 자격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런 사람들이 무연고 사망자가 되고 있는 거잖아요.

무연고 사망자가 한 해에 3000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데요. 그걸 단순히 3000명의 무연고 사망자라고 볼 순 없어요. 고인 한 명당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아도 서너 사람의 인연이 있을 거거든요. 그렇게만 잡아도 우리는 한 해 만명이 넘어가는 박탈된 애도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양산해내고 있는 거예요.

진행자: 나눔과나눔은 연고자의 범위를 ‘혈연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적 조건에 부합하더라도, 단지 직계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김민석 팀장(나눔과나눔): '무연고 사망자'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가 굉장히 세요. 고인이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게 그리고 빈곤하게, 우리가 생각했을 때 너무 안타깝고 슬픈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실제로 장례 현장에서 만나보면 모두가 그렇지 않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관계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 각자의 삶이 있었는데 그것도 다 지워 버리는 거예요. 죽은 이후에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그 협소한 범위의 연고자가 없다는 이유 딱 하나로.

실제로 굉장히 저명한 교수님이 돌아가셔서, 근데 자녀가 없이 돌아가셨던 거예요.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동료 교수,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명망 높고 이름 있는 사람들이 30명 넘게 빈소에 찾아왔어요.

조카가 장례 치를 의사가 충분히 있고 경제적 능력도 되고 마음도 있는데 굳이 그 사람에게서 장례 치를 권리를 빼앗아서 무연고 사망자로 만들어서 공영장례를 치르고 있는 거죠.

저희 아버지한테 장례를 치를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 쭉 얘기를 하니까 아버지도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왜 조카가 장례를 못 치러?” “왜 이모나 삼촌, 조카, 며느리는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연고자가 아닌 거야?” “왜 친구들은 장례를 치를 수가 없어?”

이런 사례는 계속 늘어나겠죠. 저부터도 1인 가구이고... 제가 무연고 사망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부모님보다 먼저 죽는 것.

공영장례가 보편적인 제도가 된다고 하면 그 사람들이 적어도 한 가지 불안은 줄일 수 있는 거죠. ‘내가 죽었을 때 돈이 있건 없건, 혹은 주변에 장례를 치러 줄 사람이 있건 없건 우리 사회가 나를 존엄하게 존중하면서 배웅할 거다’라는 믿음이 생기는 거죠.

진행자: 소외된 죽음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하고, 그 이후의 과정을 책임지는 사람들. 각자의 일을 할 때 그들이 느끼는 심경은 어떨까요?

김새별(유품정리사): 처음에 시작할 때는 멋모르고 그냥 집만 정리하고 그러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사진이 없는 집이 없어요. 근데 왜 사진이라는 것들이 좋은 사람들하고 좋은 곳에 놀러 갔을 때 그 좋았던 기억을 평생 간직하고 싶어서 찍는 게 사진이거든요. 그런 사진들을 보면서 그분의 인생, 그분의 노트들, 일기장들을 보면서 그분의 모든 인생을 알게 돼요.

휴먼 다큐처럼 그런 느낌이 들어요. 어떤 인생을 살았는데 최근에 어떤 고비가 있었고, 예를 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하시는 분들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생각도 들고... 모든 게 보이는 것 같아요.

조윤환 대표(고아권익연대): 고아들이 죽었을 때 국가가 대응하는 거나 시스템을 보면 ‘이렇게 무관심할 수 없다’ 전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고아원 출신이라고 하는 순간 ‘국가의 결과물’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최대한 그 흔적을 없애려는 같아요.

시설에서 자란 고아 출신 성인들은 어쩌면 ‘국가가 입양한 자식’이기 때문에, 죽을 때도 (국가와)함께였으면 좋겠다.

김민석 팀장(나눔과나눔): 일단 장례를 치른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면, 돌아가신 분을 존엄하게 배웅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이 세상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전환하는 일종의 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장례라는 게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로 기능해야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됐을 때 이 공영장례가 빈곤한 사람 혹은 외롭고 쓸쓸하게 사망한 사람에게 제공되는 일반적인 장례보다 못한 장례가 아니라... 그게 일종의 낙인을 만들고 있거든요. 그런 낙인 없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되는 걸 저희는 희망하고 있고, 그렇게 사회가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진행자: 빈곤 때문에, 우울 때문에, 혹은 협소한 제도적 범위 때문에... 소외된 죽음은 우리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사망자 수는 31만7800명. 2011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약 23% 증가한 수치입니다. 우리는 죽음이 늘어나는 사회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출생을 위해 소모된 예산은 380조2000억원. 그러나 죽음은 오롯이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지며, 그 예산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가는 삶의 시작 뿐만 아니라 삶의 끝 역시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취재팀: 장지선
사진팀: 고성준/박성원
영상팀: 배승환/김희구/강운지/김미나
프로젝트: 죽음의 격차 (죽어서도 차별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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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