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⑬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르포

국가가 일생을 정리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스님의 거침없는 독경과 달리 제단으로 향하는 이들의 걸음은 주춤거렸다. 국화꽃을 놓고 물 한 잔을 올리는 손길도 조심스러웠다. 재배를 올리고 돌아서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제단을 바라보는 눈시울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부디 편안히 영면하시라는 청아한 소리 너머로 나비가 날아들었다.

죽다, 숨지다, 사망하다, 운명하다, 별세하다, 서거하다, 타계하다, 작고하다, 그리고 처리되다. 무연고 사망자는 처리의 대상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제12조는 ‘무연고 시신 등의 처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연고 시신 등을 처리한 때에는’ ‘처리 방법 등에 관해’ ‘처리하는 경우’ 등의 표현이 눈에 띈다. 

늘어나는
무연고자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은 애도할 권리와 애도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다.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한다. 공영장례는 사체의 안치부터 염습·입관, 화장 후 봉안까지의 절차뿐 아니라 고인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유족과 지인 등이 고인을 애도할 수 있도록 공공이 빈소를 마련하고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3월22일 서울시에서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를 공포하면서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무연고 사망자와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의 장례를 치를 수 없는 저소득 시민을 위한 공영장례 지원은 서울시가 전국 최초다. 이전까지 무연고 사망자는 안치실에서 화장장으로 바로 이동하는 무빈소 직장 형태의 장례를 치러왔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사체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사람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3603명으로 2020년(2947명)과 비교해 656명 늘었다.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등 매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중 70%는 연고자가 사체 인수를 거부한 이른바 ‘만들어진’ 무연고 사망자다. 


나눔과나눔은 올해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243일 동안 722명의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354번의 공영장례를 지원했다. 175명의 공영장례에서 무연고 사망자 가족, 친구, 이웃이 함께 했고 112명의 영정 사진을 올렸다.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76.2%(550명)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확인됐다.

10월17일은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이날 오후 1시부터 경기 파주의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추모의집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이하 사노위)의 진행으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가 열렸다.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함을 모아놓은 무연고추모의집은 1년에 딱 한 번 추모제 날에만 개방된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무연고 추모의집
추모객 찾아 유골함 보고 인사 올려

지난달 17일은 평균기온이 4도 이상 떨어져 쌀쌀한 날씨였다. 3호선 구파발역 버스정류장에는 두툼한 코트를 입은 두 여성이 팔짱을 낀 채 나란히 앉아 있었다. ‘용미리 묘지 입구’ 정류장으로 가는 간선버스 774번에 두 여성과 함께 올라탔다. 다음 정류장에서 모자를 쓰고 파란 점퍼를 입은 남성이 버스에 탔다.

버스는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이 계속 나아갔다. 40분 정도 흘렀을까. 용미리 묘지 입구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 구파발역에서 본 두 여성과 파란 점퍼의 남성, 손에 뭔가를 잔뜩 든 한 여성 등 7~8명이 한꺼번에 내렸다. 파란 점퍼의 남성의 말을 걸어왔다. “1시에 뭘 한다는데… 무연고… 아내가…” 

지난 4월 아내를 잃은 남성은 5분 남짓 함께 걷는 내내 아들들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아들이 잘 먹고 잘사는 데도 불구하고 엄마를 모시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통이 터지는 듯했다. 그는 조계종 사노위 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안내판도 표식도 없이 덩그러니 놓인 건물만 멍하니 바라봤다. 무연고추모의집이었다. 


30여명쯤 모인 추모객은 맨 바닥에 앉아 스님의 독경 소리를 들었다. 서로 팔짱을 끼고 있던 두 여성도 제단 근처에 앉아 있었다. ‘한 분씩 나와서 인사를 드려도 된다’는 사회자의 말에 금세 줄이 길게 생겼다. 버스에서부터 손에 잔뜩 비닐봉지를 들고 있던 여성은 막걸리를 꺼내 제단 옆에 놨다. 

양한웅 사노위 집행위원장은 “무연고추모의집은 상시 개방이 아니라 1년에 한 번만 열립니다. 왜 닫아놓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추모객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도록 계속 열어둬야지, 1년에 한 번이 말이 됩니까? 그리고 표지판도 없습니다”라며 “여기에 모실 수 있는 분이 2000분밖에 안 돼요. 2000분이 넘으면 유골함을 처리해 버립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처리되는
사체들

추모객은 고인과 살아생전 함께 정을 나눈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유골함을 모신 무연고추모의집으로 들어가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나눔과나눔 관계자가 내부에서 추모객에게 유골함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줄은 길게 늘어섰지만 누구 하나 재촉하지 않았다. 유골함을 보고 나온 추모객의 눈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두 명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가 진행됐다. 서울 동대문구에 살던 1963년생 이○○(60세)씨는 지난달 8일 요양병원에서 직장암으로 숨을 거뒀다. 서울 성북구에 살던 1960년생 이○○(63세)씨는 지난 8월11일 내재적 질병으로 거주지에서 사망했다.

고인들은 생전에 일면식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여러 사람의 애도 속에 나란히 떠났다. 

2평 남짓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위한 ‘그리다’ 빈소는 장례의식을 진행하는 나눔과나눔, 장례서비스업체 해피엔딩 관계자, 수녀님과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전 10시 정각에 고인 소개를 시작으로 장례의식이 시작됐다. 묵념 이후 향을 피우고 고인에게 마지막 식사를 올리는 상식의 예를 진행했다. 이어 술을 올린 뒤 상주가 두 번 절했다. 

임정 나눔과나눔 팀장이 축문을 읽었다. “아무리 슬퍼도 헤어져야 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인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외롭고 힘들었을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영원히 가시는 길이 아쉬워 이렇게 술 한 잔 올려 드렸습니다. 잠시 후면 장지로 떠나도록 돼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으나 고이 길 떠나소서.”

모르지만
국화꽃 헌화

빈소에 있는 모두가 고인을 애도하며 헌화했다. 사진 없이 비어있는 영정사진 앞에 놓인 두 고인의 위패 옆으로 국화꽃이 나란히 놓였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이날만큼은 우리 모두가 그들의 조문객이었다. 그들은 살아생전 한 번도 본 적 없었을 사람들에게 분명한 애도를 받았다. 

임정 팀장은 “서울시립승화원에 공영장례를 위한 빈소가 마련된 이후 지나가던 시민이 불쑥 들어와 술을 올리고 절을 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유족이 또 다른 고인을 위해 애도를 전하는 ‘애도의 선순환’ 현장이 된 셈이다. 

고인 예식을 마치고 사체를 운구해 화장장으로 이동했다. 임정 팀장과 수녀님은 둘로 나뉘어 관망실로 향했다. 화장장으로 들어가는 관을 보면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곧이어 두 고인은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1시간30분 후 두 고인은 말 그대로 ‘한줌의 재’가 됐다.


60세 이씨는 무연고추모의집에 봉안, 63세 이씨는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 산골됐다.

3년째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는 임정 팀장은 원래 장례지도사로 일했다. 장례지도사로 활동하던 때 오랫동안 안치실에 놓인 사체를 보게 됐는데 나중에야 무연고 사망자인 사실을 알았다. 수소문 끝에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을 알게 됐고 자원봉사를 하다 정식 직원이 됐다.

무빈소 직장 방식에서
애도 시간과 공간 제공

놀라운 점은 임 팀장이 나눔과나눔에서 처음으로 모신 무연고 사망자가 바로 병원 안치실에 오래 놓여있던 고인이었다는 사실이다.

나눔과나눔은 사회가 무연고 사망자를 보는 시각에 편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은 “무연고 사망자라고 하면 굉장히 외롭고 쓸쓸하게, 그리고 빈곤하고 안타까운 슬픈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장례 현장에서 만나보면 그렇지 않다. 사망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었고 분명한 자신의 삶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연고자’라는 제도적인 기준과 경제적인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 두 가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무연고 사망자가 되고 있다. 이른바 ‘제도가 만들어낸 피해자’다. 이 지점에서 죽음 이후의 격차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에게 생긴 ‘죽음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장례의식에는 고인을 배웅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고인과 관계를 맺었던 이들이 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명복을 비는 행위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이 의식이 없다면 고인과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박탈된 애도’를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나눔과나눔은 장례를 가족과 가구의 영역을 넘어 사회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책임질 수 없는 국가로, 그 정도 여력도 없는 국가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물론 가야 할 길은 멀다. 아직 지자체 중에는 공영장례 조례가 없는 곳도 많다. 서울의 시스템으로 서울만큼 하고 있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예산의 규모도 다른 지자체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무덤까지
배웅했다

63세, 60세의 짧은 생을 살다간 두 고인은 사망할 때는 외로웠을 수도 있다. 요양병원 병상에서, 집에서 배웅하는 사람 한 명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승으로 떠나는 길만큼은 외롭고 쓸쓸하지 않았을 듯하다. 그들은 더 이상 무연고자가 아니었다. 국가가 그들의 연고자였고 조문객이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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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