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⑫수백조원과 80만원 아이러니

요람은 있고 무덤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적게 태어나고 많이 죽는 ‘자연 감소’ 상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정부는 물론 국민의 관심은 오로지 ‘탄생’에 쏠려 있다. 분기별 출산율에 한탄하고 OECD 순위를 걱정한다. 그 사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출산율과 반비례해 사망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탄생은 국가의 영역으로 들어온 반면, 죽음은 여전히 개인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애초에 죽음에는 차별이 있는 거지. 왜 죽음이 공평하나? 모든 죽음이 형태가 다 다르고 그 모양새가 다른데. 누가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죽으면 평등하다’ 여기서 모티브가 된 것 같은데, 죽으면 숨 떨어져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동등한 게 하나도 없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어요?” <강신몽 가톨릭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명예교수>

인구 감소
데드크로스

지난 9월16일 경기 일산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백발의 노 법의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의문을 표했다. ‘죽음의 격차’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진심으로 궁금한 모습이었다. 평생 법의학자로 살면서 다양한 사체를 마주해온 강 명예교수에겐 ‘사람의 죽음에는 격차가 있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한 명제인 듯했다. 

지난 8월30일 제주도에서 만난 강현욱 제주의대 교수는 “학생에게 ‘세상에 누구에게나 공평한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죽음’이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죽음의 격차’라고 해서 놀랐다”며 “죽음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해석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 ‘죽음 이후의 장례’ 등에 격차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 통계’는 여러 의미에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사망자 수가 집계 이후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고,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통계 수치로 뚜렷하게 증명된 셈이다. 그러면서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1만7680명으로 1983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5030명에 이르면서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조사망률은 이미 2009년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출산율 하락과 맞물리면서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 정책은 출산율에 방점이 찍혀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에 머물렀다. 집계 이래 최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위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2017년 30만명대로 주저앉은 뒤 3년 만에 20만명대를 기록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쏟아부은 예산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을 막기 위해 약 380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단순 계산으로 1년에 25조원 이상 쓴 셈이다. 문제는 줄어드는 탄생과 반비례해 늘고 있는 죽음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죽음 이후는 오로지 개인 영역
고독사 예방 정책 걸음마 수준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정책으로 조절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국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해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민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은 “국가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죽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죽음의 원인을 분석해 같은 이유로 사람이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법의관은 2015~2021년 국과수 현장검안 사업에서 ‘가난한 죽음’을 숱하게 목격한 바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죽음의 순간-죽음 이후 등에서 정부가 그나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과정과 순간 사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고독사, 이미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노인 극단적 선택률 등에는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 1월4일 ‘서울특별시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안전망 확충을 위한 조례’에서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극단적 선택, 병사 등의 이유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일정한 시간은 3일로 정했다. 

지난 3월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진행한 ‘고독사 예방 정책, 충분한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자료집에 따르면 서울시 고독사 사망자는 83명(2018년), 69명(2019년), 51명(2020년), 76명(2021년)으로 나타났다. 50~60대가 59.5%, 남성이 77.8%로 나타났다. 50대 남성은 극단적 선택 통계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21.3%는 ‘사인 불명’으로 드러났다. 2020년 사망원인 통계 R코드(달리 분류되지 않는 증상, 징후) 사망률(10.4%)과 비교해 2배 정도 높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 전체 사망자의 성별 연령 분포를 비교하면 여성은 사망 연령과 유사한 패턴이지만 남성은 고독사 위험 연령에서 비정상적인 특성을 보인다. 남성에 있어서 이상 죽음”이라고 설명했다. 

돈 없으면
장례 못해

서울시는 2018~2021년 고독사 고위험가구 지원을 위해 특별교부금, 서울형 긴급복지 예산 등을 들여 1만5669가구에 58억7100만원을 지원했다. 1가구 당 37만5000원 정도다. 또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우리동네돌봄단’ 등 민간과 협업해 고독사 위험가구를 발굴하고 관리했다.

지하방·옥탑방·쪽방·고시원·숙박업소(장기 거주자) 등 주거취약지역에 사는 중장년 이상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조사 완료자 6만677명 가운데 59.8%(3만6265명)가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고독사 위험자를 조기 발견하고 치료와 서비스 연계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시범사업 지역은 서울·부산·대구 등 9개 시도와 39개 시군구다. 해당 지역은 ▲안부확인 중심형 ▲심리·정신지원 중심형 ▲사전·사후관리 중심형 중 하나 이상의 사업모형을 선택해 사업을 추진한다. 

문제는 죽음 이후다. 박진옥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출산이나 보육, 치매 등에는 국가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사망하면 그 사체는 물건, 즉 상속재산이 된다. 그래서 장례를 치를 돈이 없으면 사체를 포기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부분으로 바뀌어 버린다. 죽음, 특히 장례 영역은 공공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 인식도 마찬가지다.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장례를 ‘개인의 영역’이라고 답했다.

<일요시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디앤에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본인의 장례는 본인이나 가정에서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71%(스스로 20.9%+자녀 30.5%+배우자 19.6%)로 나타났다. 국가(10.3%)나 지방자치단체(6.0%)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6.3%에 그쳤다.

최소 160만원
평균 1380만원

이 과정에서 무연고 사망자 문제가 대두된다. 지난해 9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2947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나왔다.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에 따르면 9월까지 서울시에서만 796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나눔과나눔은 올해 말까지 1100명(서울시)가량의 무연고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무연고 사망자의 연고자 여부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사체 인수를 거부할 경우에 발생한다. 2019년 2656명의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는 806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850명은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70%에 달한다. 2020년(2947명)은 이 비율이 71%(2091명)로 늘어난다.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에 따르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은 160만원가량이다. 장례지도사협회 관계자는 “지자체가 의뢰해 장례대행업체가 재능기부 형태로 장례를 치를 경우 지자체에서 장례대행업체에 돈을 지급하는데 그 액수가 16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160만원의 비용이 없어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직장’ 형태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장제급여는 80만원뿐이다. 장제급여는 생계급여,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중 하나 이상의 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사망해 사체의 검안‧운반‧화장 또는 매장 등 그 밖의 장제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지급되는 급여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평균 장례비용은 1380만원에 이른다. 현재 지급되는 장제급여는 평균은 물론 최소 장례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연고자가 소식을 듣고 비용을 떠올렸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금액이라는 의미다.

무연고 사망자 매년 늘어나는데…
그나마 서울시는 공영장례 시행

그러면서도 장제급여를 올려봤자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은 “장제급여를 지금의 2배로 올린다고 해서 ‘장례의 질이 올라가거나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주거급여를 올린다고 주거환경이 좋아지지 않는 것과 같다. 결국 월세를 올려 받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결국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천하는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죽음까지도 사회보장의 테두리 안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진옥 상임이사는 “장례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다. 국가는 새로운 형태의 뭘 만드는 것보다 시장에 있는 자원을 어떻게 공공성이 담보되도록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4.4%(국가 54.8%+지자체 29.6%)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사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과반이 국가를 책임주체로 꼽았다. 특히 30~40대에서는 그 수치가 60%를 넘었다. 

2019년부터 서울시와 나눔과나눔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 시민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금액을 조정하고 그만큼의 서비스를 현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 ▲장례식장 시설 사용료와 고인용품(수의, 관 등 염습‧입관용품 일체) ▲공영장례식 ▲장례지도사와 자원봉사자 등이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업무안내’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가 편성한 공영장례 관련 예산은 6억9815만원이다. 서울시립승화원에는 공영장례 전용 빈소인 ‘그리다’가 설치돼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3시간, 사망자의 연고자가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경우는 3시간 또는 24시간을 선택해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이나 그리다 빈소를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간극 존재

김민석 팀장은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이렇게 격차, 간극이 존재한다는 건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서울시는 공영장례 시행으로 죽음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일정 부분이나마 하고 있지만, 공영장례 조례가 없거나 시행하고 있지 않은 지자체는 그 안전망조차 부재한 상태”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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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