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대기획>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 ⑫수백조원과 80만원 아이러니

요람은 있고 무덤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적게 태어나고 많이 죽는 ‘자연 감소’ 상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정부는 물론 국민의 관심은 오로지 ‘탄생’에 쏠려 있다. 분기별 출산율에 한탄하고 OECD 순위를 걱정한다. 그 사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출산율과 반비례해 사망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탄생은 국가의 영역으로 들어온 반면, 죽음은 여전히 개인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애초에 죽음에는 차별이 있는 거지. 왜 죽음이 공평하나? 모든 죽음이 형태가 다 다르고 그 모양새가 다른데. 누가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죽으면 평등하다’ 여기서 모티브가 된 것 같은데, 죽으면 숨 떨어져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동등한 게 하나도 없다고 보는 게 맞지 않겠어요?” <강신몽 가톨릭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명예교수>

인구 감소
데드크로스

지난 9월16일 경기 일산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만난 백발의 노 법의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의문을 표했다. ‘죽음의 격차’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진심으로 궁금한 모습이었다. 평생 법의학자로 살면서 다양한 사체를 마주해온 강 명예교수에겐 ‘사람의 죽음에는 격차가 있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한 명제인 듯했다. 

지난 8월30일 제주도에서 만난 강현욱 제주의대 교수는 “학생에게 ‘세상에 누구에게나 공평한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죽음’이라고 가르치고 있는데 ‘죽음의 격차’라고 해서 놀랐다”며 “죽음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해석해 ‘죽음에 이르는 과정’ ‘죽음 이후의 장례’ 등에 격차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 통계’는 여러 의미에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사망자 수가 집계 이후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고,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통계 수치로 뚜렷하게 증명된 셈이다. 그러면서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됐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1만7680명으로 1983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5030명에 이르면서 통계에 영향을 미쳤다.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조사망률은 이미 2009년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출산율 하락과 맞물리면서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부 정책은 출산율에 방점이 찍혀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에 머물렀다. 집계 이래 최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위다.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2017년 30만명대로 주저앉은 뒤 3년 만에 20만명대를 기록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쏟아부은 예산을 생각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을 막기 위해 약 380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단순 계산으로 1년에 25조원 이상 쓴 셈이다. 문제는 줄어드는 탄생과 반비례해 늘고 있는 죽음에 대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죽음 이후는 오로지 개인 영역
고독사 예방 정책 걸음마 수준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정책으로 조절할 수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국가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해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민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은 “국가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죽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죽음의 원인을 분석해 같은 이유로 사람이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법의관은 2015~2021년 국과수 현장검안 사업에서 ‘가난한 죽음’을 숱하게 목격한 바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죽음의 순간-죽음 이후 등에서 정부가 그나마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과정과 순간 사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고독사, 이미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노인 극단적 선택률 등에는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2018년 1월4일 ‘서울특별시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안전망 확충을 위한 조례’에서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극단적 선택, 병사 등의 이유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일정한 시간은 3일로 정했다. 

지난 3월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진행한 ‘고독사 예방 정책, 충분한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자료집에 따르면 서울시 고독사 사망자는 83명(2018년), 69명(2019년), 51명(2020년), 76명(2021년)으로 나타났다. 50~60대가 59.5%, 남성이 77.8%로 나타났다. 50대 남성은 극단적 선택 통계서도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고독사 사망자 가운데 21.3%는 ‘사인 불명’으로 드러났다. 2020년 사망원인 통계 R코드(달리 분류되지 않는 증상, 징후) 사망률(10.4%)과 비교해 2배 정도 높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시 전체 사망자의 성별 연령 분포를 비교하면 여성은 사망 연령과 유사한 패턴이지만 남성은 고독사 위험 연령에서 비정상적인 특성을 보인다. 남성에 있어서 이상 죽음”이라고 설명했다. 

돈 없으면
장례 못해

서울시는 2018~2021년 고독사 고위험가구 지원을 위해 특별교부금, 서울형 긴급복지 예산 등을 들여 1만5669가구에 58억7100만원을 지원했다. 1가구 당 37만5000원 정도다. 또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우리동네돌봄단’ 등 민간과 협업해 고독사 위험가구를 발굴하고 관리했다.

지하방·옥탑방·쪽방·고시원·숙박업소(장기 거주자) 등 주거취약지역에 사는 중장년 이상 1인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조사 완료자 6만677명 가운데 59.8%(3만6265명)가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지난 8월 보건복지부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고독사 위험자를 조기 발견하고 치료와 서비스 연계를 통해 고독사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시범사업 지역은 서울·부산·대구 등 9개 시도와 39개 시군구다. 해당 지역은 ▲안부확인 중심형 ▲심리·정신지원 중심형 ▲사전·사후관리 중심형 중 하나 이상의 사업모형을 선택해 사업을 추진한다. 

문제는 죽음 이후다. 박진옥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출산이나 보육, 치매 등에는 국가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사망하면 그 사체는 물건, 즉 상속재산이 된다. 그래서 장례를 치를 돈이 없으면 사체를 포기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부분으로 바뀌어 버린다. 죽음, 특히 장례 영역은 공공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 인식도 마찬가지다.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장례를 ‘개인의 영역’이라고 답했다.

<일요시사>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디앤에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본인의 장례는 본인이나 가정에서 각자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이 71%(스스로 20.9%+자녀 30.5%+배우자 19.6%)로 나타났다. 국가(10.3%)나 지방자치단체(6.0%)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6.3%에 그쳤다.

최소 160만원
평균 1380만원


이 과정에서 무연고 사망자 문제가 대두된다. 지난해 9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행한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 문제점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2016년 1820명, 2017년 2008명, 2018년 2447명, 2019년 2656명, 2020년 2947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나왔다.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에 따르면 9월까지 서울시에서만 796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나눔과나눔은 올해 말까지 1100명(서울시)가량의 무연고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무연고 사망자의 연고자 여부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사체 인수를 거부할 경우에 발생한다. 2019년 2656명의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경우는 806명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850명은 연고자가 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70%에 달한다. 2020년(2947명)은 이 비율이 71%(2091명)로 늘어난다.

사단법인 장례지도사협회에 따르면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은 160만원가량이다. 장례지도사협회 관계자는 “지자체가 의뢰해 장례대행업체가 재능기부 형태로 장례를 치를 경우 지자체에서 장례대행업체에 돈을 지급하는데 그 액수가 16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160만원의 비용이 없어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직장’ 형태로 고인을 떠나보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장제급여는 80만원뿐이다. 장제급여는 생계급여,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중 하나 이상의 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사망해 사체의 검안‧운반‧화장 또는 매장 등 그 밖의 장제조치가 필요한 경우에 지급되는 급여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평균 장례비용은 1380만원에 이른다. 현재 지급되는 장제급여는 평균은 물론 최소 장례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연고자가 소식을 듣고 비용을 떠올렸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을 만한 금액이라는 의미다.

무연고 사망자 매년 늘어나는데…
그나마 서울시는 공영장례 시행

그러면서도 장제급여를 올려봤자 현재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팀장은 “장제급여를 지금의 2배로 올린다고 해서 ‘장례의 질이 올라가거나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주거급여를 올린다고 주거환경이 좋아지지 않는 것과 같다. 결국 월세를 올려 받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결국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천하는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죽음까지도 사회보장의 테두리 안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진옥 상임이사는 “장례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다. 국가는 새로운 형태의 뭘 만드는 것보다 시장에 있는 자원을 어떻게 공공성이 담보되도록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4.4%(국가 54.8%+지자체 29.6%)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사회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답했다.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과반이 국가를 책임주체로 꼽았다. 특히 30~40대에서는 그 수치가 60%를 넘었다. 

2019년부터 서울시와 나눔과나눔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고자가 있는 저소득 시민 ▲무연고 사망자의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금액을 조정하고 그만큼의 서비스를 현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세부적으로 ▲장례식장 시설 사용료와 고인용품(수의, 관 등 염습‧입관용품 일체) ▲공영장례식 ▲장례지도사와 자원봉사자 등이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업무안내’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가 편성한 공영장례 관련 예산은 6억9815만원이다. 서울시립승화원에는 공영장례 전용 빈소인 ‘그리다’가 설치돼있다. 무연고 사망자는 3시간, 사망자의 연고자가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경우는 3시간 또는 24시간을 선택해 시신이 안치된 장례식장이나 그리다 빈소를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간극 존재

김민석 팀장은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인데 이렇게 격차, 간극이 존재한다는 건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서울시는 공영장례 시행으로 죽음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일정 부분이나마 하고 있지만, 공영장례 조례가 없거나 시행하고 있지 않은 지자체는 그 안전망조차 부재한 상태”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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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