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 - 억울한 사람들> 삶이 바뀐 화물차 운전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1.06 08:23:54
  • 호수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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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뼈 부러졌는데 합의금 4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이번에는 교통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합의금을 400만원밖에 받지 못하는 트럭 운전사입니다.

트럭 운전사는 트럭에 적재한 화물을 목적지로 운송하는 사람이다. 주 활동 무대는 전국이다. 일반적으로 트럭 운전사는 4.5t 이상의 중대형 트럭이나 트레일러 운전사로 인식한다. 보통 트럭 운전사들은 경적을 세게 울리거나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어, 일반 운전사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무너진 일상

또 지정차로를 위반해서 상위 차로에서 달리는 일, 과적 또는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낙하물로 인해 뒤따라가던 차량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은 자칫 생명에 위험을 초래한다. 신호위반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다른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가 나거나 단속에 걸리더라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가 없다.

결국 피해자만 손해를 볼 뿐이다.

광고 트럭 운전사인 51세 가장 박모씨도 트럭 운전 교통사고 피해자다. 박씨는 5년 전 건강상의 문제로 금융사를 퇴직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다고 예상되는 운전직 일을 시작했다.


박씨가 처음부터 트럭을 운전한 것은 아니다. 잠시 VCN에서 하는 ‘타다 드라이버’로 일하다가, 5t이나 9t 차량을 운영하는 광고 트럭 운전사로 일하게 됐다. 광고 트럭이란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 특정 광고를 싣고 운행하는 트럭을 말한다. 광고는 영상이나 사진물이며 기본 1개월에서 길면 3개월 등 계약직으로 일한다. 

사고는 지난해 5월4일 오전 9시30분에 일어났다. 장소는 경기도 수원시 수원비행장의 수원에서 오산으로 가는 방향의 도로였다. 수원비행장은 왕복 8차선으로 가변차선도 있는데 이 가변차선엔 5t 트럭 2대가 서 있을 수 있을 정도로 폭이 넓다. 이곳에는 운행하지 않는 버스나 트럭이 24시간 주정차하기도 한다.

박씨의 차량은 5t 트럭으로 컨테이너식으로 된 사진 광고 차량이다. 광고판이 높게 올라와 있어서 멀리서도 눈에 띈다. 박씨는 이날 오전 8시30분에 도로 상황을 보고 9시부터 차량 운행을 시작했다.

사고 이후 생계도 가정도 휘청
걷지도, 뛰지도, 잘 수도 없어

차량 운행 후 약 30분 후에 갑자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고, 동시에 박씨의 몸이 차량 앞유리 쪽으로 쏠리며 차량 전체가 3m 정도 앞으로 이동했다. 차량이 그만큼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박씨는 사고 이후 차량에서 나왔고, 가해 차량 주인에게 교통사고가 난 경위를 듣게 됐다.

운전 도중 핸드폰을 떨어뜨린 가해 차량 운전자가 주행 중 핸드폰을 줍다가 교통사고를 낸 것이었다. 가해 차량은 9t의 윙바디 트럭(일반적인 박스 트럭이지만 측면이 통째로 열리는 구조)이었다. 해당 사고로 박씨는 ▲신경뿌리병증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 장애 ▲T3 및 T4 부위의 골절을 진단받았다. 

그러나 이런 진단을 처음부터 받은 것은 아니다. 박씨가 교통사고로 처음 내원했던 병원은 한방 병원으로 목에서 생긴 압박 골절을 자연적으로 생긴 것으로 봤다. 즉 교통사고와 연관성이 없다는 것으로 본 것인데, 정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서는 압박 골절을 교통사고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씨는 “가슴뼈 두 군데가 골절됐다.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누워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도 없다. 왼쪽 팔꿈치 상태도 심각하다. 팔꿈치의 뼈와 인대가 끊어진 것은 아니지만 많이 상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은 아파도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 왼쪽 팔로는 무거운 물건도 들지 못한다. 트럭 운전을 할 수 있는 기능은 상실한 상태”라며 “원래도 허리가 좋지는 않았는데 이 사고로 인해 15분 이상 걷거나 서 있을 수도 없다. 잠을 자려고 해도 발목이 아프고 누군가 바늘로 찌르는 것 같아서 잠을 못잔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 교통사고로 인해 일반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이다. 퇴사했던 회사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부상으로 광고 트럭 일을 할 수도 없다. 

박씨는 금융사를 퇴직한 후 사업을 두 번이나 실패했다.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생긴 교통사고는 박씨 가정의 생계를 위협했다. 곧바로 전국화물자동차공제조합(화물공제)에 보험금 심사를 신청했다.  

화물공제 담당자는 박씨에게 400만원 합의가 최고치라고 답했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분쟁 자문위원회 결과도 거쳤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무장애’인 데다 교통사고 이전부터 좋지 않았던 부위라 예상보다 낮은 금액이 나온 것이다.

손해사정 “노동력 상실됐어”
공제회 “장애가 없기 때문에”

화물공제의 의료자문 회신문에는 ‘지난해 5월7일 촬영한 경추, 요추, 흉추부의 일반 방사선 소견상 제5요추의 분리성 전방 전위증 외에 이상 소견을 발견할 수 없다’며 ‘지난해 5월13일 촬영한 요추부의 MRI 소견상 제5요추의 분리성 전방 전위증을 보이나 신경의 압박은 없다’고 적시됐다.

이어 ‘여러 영상 소견으로 보아 흉추부 종판의 함입은 사고로 인한 병변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사고로 인한 염좌가 발생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고로 인한 흉추 및 오추부 및 요추부의 장해는 발생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돼있다.

반면 손해사정사는 전혀 다른 금액을 산출했다. 박씨가 받아야 하는 금액이 30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손해사정사는 “신체 감정센터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의료감정을 하니 신경뿌리 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 장해와 관련한 척추 손상 항목을 준용해 23% 노동능력 상실률로 2년 한시 장해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 사정사는 “T3 및 T4 부위의 골절은 사고 후 7개월 경과 시점이 지나, 이 골절과 교통사고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제3흉추의 기왕력이나 건강보험상 해당 수진 내역이 없어 본 교통사고에 의한 것이란 판단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10년간의 건강보험 요양 내역을 확인한 결과 흉추 3번과 관련된 치료 내역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본 교통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렇듯 화물공제와 손해사정사의 판단은 전혀 달랐다. <일요시사>는 400만원 합의금에 대해 화물공제 측에 문의했다. 이에 대해 화물공제 관계자는 “화물공제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다. 분쟁 자문위원회를 통해 나온 결과”라고 답했다.


인과관계

박씨는 “사고가 났을 때 화물공제에서 합의금 받는 게 힘들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민간 보험사와 처리하는 기준이 다르다. 누굴 위한 보험 체계 시스템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똑같은 자격증을 가진 분쟁 자문위와 손해사정사 자문위의 결과가 다른지 모르겠다. 둘 중 한 명은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다. 두 자문위원이 조금씩 양보해 중간 정도의 합의금으로 치료받고 싶고, 이 기회에 나와 같은 피해자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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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