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 - 윤석열에 바란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장애인도 나가고 싶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장애인. 오래전부터 사회적 약자로 인식돼왔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민 20명 중 1명이 장애인인 나라. ‘장애인의 지역사회 참여’는 우리가 오랫동안 미뤄둔 이 시대의 숙제다. 이를 위해 윤석열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지하철을 멈추고 도로를 막는다. ‘투쟁’이라 불릴 정도로 과격한 시위 방식 탓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요시사>와 만난 박경석 상임대표는 “그런 평가는 의미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대표에게는 시민들의 손가락질보다도, 경찰 조사보다도 무서운 게 있어 보였다. 바로 또 다른 5년을 허송세월로 보내는 것이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장애인들이 윤석열정부에게 바라는 점, 어떤 것이 있나요? 

▲저희는 2001년 활동을 시작하면서 김대중정부부터 이번 윤석열정부까지 일관된 요구사항을 전달해왔습니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환경의 변화를 바랍니다. 정부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말로만 보장할 것이 아니라 예산을 반영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요?


▲장애인 이동권 침해의 사례로는 여러 가지가 있고, 실제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부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불편한’ 수준을 넘어 사실상 ‘불가능한’ 이동 유형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바로 시외 간 이동, 광역 간 이동입니다. 

행글라이딩 사고로 후천적 장애
20년 넘게 장애인 인권운동 외길

예를 들어 서울에서 경기도 포천으로 이동하는 것, 비장애인들은 문제없을지라도 저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것들을 상당 부분 해결하려면 지금 시작해도 20년은 걸릴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중앙 정부는 개선사업을 지자체에만 미루고 있으니, 짜임새 있고 힘 있는 추진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전장연에서는 ‘탈시설화’ 추진·지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계 내부서 이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우선 탈시설은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에 명시돼있습니다. 국가가 탈시설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유엔 협약을 부정하는 꼴입니다. 그리고 장애인 본인의 의사와 선택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 온전히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제공돼야 합니다.

지금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에는 사회적 기반이 너무 부족한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설을 선택하는 장애인이 많습니다. 탈시설은 분명 필요합니다. 다만 그 속도와 절차에 대한 논의도 당연히 필요합니다. 저희는 그런 논의의 장을 열고 의견을 수렴하라고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번 ‘투쟁’의 구체적인 요구 조건이 무엇입니까?


▲기획재정부는 보통 다음 해의 부처별 예산 규모를 4월에서 5월쯤 잡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여러 제도를 위한 증액분을 내년 예산 규모 설정에 반영하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가 제정한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개정돼야 중앙 정부 주도의 장애인 지원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위 방식 논쟁 의미 없어”
“이 사회 대한 성찰이 우선”

-사회 구성원 일부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지하철 시위나 도로 점거 등의 시위 방식을 고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이 문제는 찬반을 논할 게 아니라고 봅니다. 시위 방식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 이전에, 지난 21년간 요구사항을 외쳐왔음에도 이것이 실현되지 않는 사회는 도대체 어떤 곳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에 99%가 반대한다고 해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99%가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하고, 이에 책임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하철을 종일 멈춘 것도 아니고, 단 한 시간을 멈췄습니다. 그래서 좀 늦었다고 해서 비장애인들이 이 사회에서 단절됐는지, 아니면 인간 존엄을 보장받지 못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불편을 느낀 분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저희가 처한 상황 역시 한 번씩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전장연과 대표님이 장애인 인권 운동사에서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전장연은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애초에 저희는 장애인 인권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모든 곳에 찾아가고,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장애인 단체들이 가진 성격이 각기 다른 만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에 우리처럼 이렇게 현장에서 투쟁하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누군가는 정치적인 해결을 위해 정계로 진출하는데, 우리는 그보다는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는 대중적인 힘을 바랍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의 권리가 사회 속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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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